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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WAIC, 오픈소스·국산칩·로봇 총출동…중국식 AI 질서 선언
[경제일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2026이 20일 막을 내렸다. 올해 행사는 인공지능(AI) 신제품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넘어 미국의 기술 통제에 맞서 중국이 구축하려는 독자 AI 생태계와 국제질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무대가 됐다. 지난 17일부터 나흘간 열린 이번 대회에는 1100여개 기업과 국내외 인사 1400여명이 참여했다. 전시 면적은 처음으로 10만㎡를 넘어섰고 3000여개 제품 가운데 300개 이상이 세계 최초 공개 제품으로 소개됐다. 140여개 포럼도 상하이 엑스포센터와 장장, 쉬후이 서안 등에서 열렸다. 핵심 키워드는 △오픈소스 AI △국산 AI 반도체 △휴머노이드 로봇 △글로벌 AI 거버넌스였다. AI 모델과 반도체, 클라우드, 로봇을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연결해 미국 주도의 AI 생태계와 다른 선택지를 제시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행사 전반에 깔렸다. ◆ 시진핑 첫 참석…29개국 묶은 AI 국제기구 출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처음으로 WAIC 개막식에 직접 참석했다. 시 주석은 “AI 발전은 어느 한 국가의 독주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연주하는 교향곡이어야 한다”며 특정 국가가 기술과 규칙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국가안보의 개념을 지나치게 확대해 다른 나라의 기술 접근을 제한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첨단 AI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해 온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행사 개막 전날 29개 창립 회원국이 참여한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 설립 협정도 체결했다. 러시아와 브라질, 파키스탄,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이 참여했으며 본부는 상하이에 들어선다. WAICO는 AI 개발과 안전, 국제협력을 다루는 정부 간 국제기구를 표방한다. 미국이 동맹국을 중심으로 AI 반도체와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데 맞서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의 참여와 기술 접근권을 앞세워 별도의 협력망을 구축한 셈이다. 시 주석은 향후 5년간 개발도상국에 5000명의 AI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중국이 개발한 AI 기상 조기경보 시스템을 30개국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아프리카연합(AU), 브릭스 등과도 AI 협력센터를 확대한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중국이 오픈소스 기술과 개발도상국 지원을 앞세워 미국의 AI 규칙 제정 영향력에 도전한 것으로 평가했다. ◆ 화웨이·문샷AI가 보여준 ‘기술 자립’ 산업 전시의 중심에는 화웨이가 있었다. 화웨이는 자체 어센드 AI 프로세서 1024개를 고속으로 연결한 ‘Atlas 950 SuperPoD’를 처음으로 오프라인 전시했다. 회사 측은 이 시스템이 FP8 연산 기준 1엑사플롭스(EFLOPS)의 성능과 256TB의 통합 메모리 주소 공간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단일 칩 성능에서 엔비디아를 따라잡기 어렵다면 다수의 국산 칩을 고속 연결해 전체 시스템 성능을 높이겠다는 접근이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최신 엔비디아 제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이 자체 AI 연산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다만 화웨이가 제시한 수치는 회사 측 기준이다. 실제 AI 모델 학습·추론 성능과 전력 소비, 소프트웨어 호환성은 동일한 조건에서 엔비디아 시스템과 비교 검증할 필요가 있다. 칩뿐 아니라 개발자 생태계와 소프트웨어를 갖춘 엔비디아의 쿠다(CUDA) 장벽을 넘는 것도 과제다.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는 오픈소스 모델 ‘Kimi K3’를 공개했다. 회사는 Kimi K3가 2조8000억개의 매개변수를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오픈소스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매개변수 규모가 실제 추론 능력이나 비용 효율을 직접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오픈소스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개발자와 이용자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딥시크에 이어 문샷AI와 즈푸AI 등이 모델을 공개하면서 가격에 민감하고 자체 구축 수요가 큰 개발도상국·기업 시장을 중국 생태계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 로봇은 전시품에서 생산품으로 휴머노이드 로봇도 행사장을 채웠다. 제조와 물류, 안내, 의료 서비스를 겨냥한 로봇과 이를 제어하는 피지컬 AI 모델이 대거 전시됐다. 중국 정부 관계자는 올해 자국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량이 1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AI 모델의 두뇌뿐 아니라 모터와 감속기, 센서, 배터리 등 로봇 부품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제조업 현장에서 로봇을 투입하고 데이터를 다시 학습에 활용하는 순환 구조도 구축하려 한다. 그러나 생산 능력과 실제 수요는 구분해야 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1만3000여대 수준이었다. 올해 중국의 10만대 생산 전망이 현실화하려면 기술 시연을 넘어 반복 작업의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 유지보수 체계를 입증해야 한다. ◆ 중국의 ‘개방’ 전략, 기술 영향력 확대 카드 올해 WAIC가 보여준 중국의 전략은 기술 자립과 국제 확산이라는 두 갈래로 요약된다. 내부적으로는 국산 반도체와 AI 모델, 로봇 공급망을 연결하고 외부적으로는 오픈소스와 교육 지원을 앞세워 중국 기술을 글로벌 사우스의 표준으로 확산하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의 AI 굴기가 완성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와 고성능 메모리, 대규모 모델 학습에 필요한 전력·연산 인프라에서는 미국과 동맹국 기술에 대한 의존이 남아 있다. 중국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와 지식재산권, 검열·보안 문제도 글로벌 확산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에도 시사점은 분명하다. 중국은 AI 모델과 반도체, 클라우드, 로봇, 국제협력을 하나의 정책으로 묶고 있다. 한국도 반도체와 제조 역량을 개별 기업의 강점에 머물게 하지 않고 국산 모델과 클라우드, AI 서비스로 연결해야 한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큼 실제 시장에서 반복 사용되고 해외로 확산할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중요해졌다. 상하이 WAIC 2026은 AI 경쟁이 모델 성능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반도체를 누가 공급하고 인프라를 누가 운영하며, 개발자를 어느 생태계로 끌어들이고 국제 규칙을 누가 설계하느냐의 경쟁이다. 중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더 이상 추격자에 머물지 않고 미국과 다른 AI 질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2026-07-20 1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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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통위, 가짜뉴스법 첫 대상은 네이버·구글 등 8곳…'투명성센터'도 띄운다
[경제일보]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과 함께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 등 국내외 대형 플랫폼 8곳이 허위조작정보 대응 의무 대상 사업자로 지정됐다. 정부는 플랫폼의 신고·처리 체계를 점검하는 동시에 민간 사실확인 활동을 지원할 ‘투명성센터’ 구축에도 나선다. 허위정보 대응 체계가 본격 가동됐지만 정부 지원이 사실상 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8일 개정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허위조작정보 대응 의무를 적용받는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 네이버, 카카오, 네이트, 디시인사이드, 구글, 메타, 엑스(X), 틱톡 등 8곳을 지정해 통보했다. 기준은 전년도 말 직전 3개월 하루 평균 이용자 수 100만명 이상이다. 이들 사업자는 허위조작정보 대응을 위한 자율 운영정책을 마련하고 신고 접수·처리 절차를 운영해야 한다. 신고 접수 사실과 조치 결과는 신고자와 정보 게재자에게 알려야 하며 운영 현황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도 공개해야 한다. 방미통위는 이날 관련 내용을 담은 ‘불법·허위조작정보 유통 방지를 위한 정보통신망법 가이드라인’도 배포했다. 다만 지정이 곧바로 강제 제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방미통위는 8개 사업자에 공문을 보내고 이견이 있을 경우 일주일 안에 소명할 수 있도록 했다. 자율 운영정책 마련 시한도 법에 명시된 것은 아니어서 당분간 사업자 협조와 현장 점검 중심으로 제도가 굴러갈 전망이다. 새로 추진되는 정보통신서비스투명성센터도 핵심 축이다. 투명성센터는 민간 사실확인 단체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연구·교육, 국제협력, 활동비 지원 등을 맡는 거점으로 설계됐다. 방미통위는 약 28억원 규모 예산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예비비가 반영되면 센터 구축과 지원 대상 선정에 나설 계획이다. 논란은 사실확인 단체의 독립성이다. 현재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인증을 받은 국내 단체는 JTBC 한 곳으로 알려졌다. 추가로 3개 단체가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정부 예산이 사실확인 단체에 들어갈 경우 팩트체크 대상과 기준에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방미통위는 “지원하되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신영규 방송통신이용자정책국장은 사실확인 단체를 지원하더라도 어떤 사안을 선정해 어떤 기준으로 검증하는지에는 정부가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도 정부와 정당,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자금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부터도 편집상·운영상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과징금 대상도 플랫폼이 아니라 정보 게재자다. 법원에서 불법정보나 허위조작정보로 확정된 내용을 알고도 2회 이상 반복 유통해 광고·후원 수익을 얻은 경우가 대상이다. 방미통위는 일반 이용자의 의견 표명이나 사적 대화, 풍자·패러디 자체를 규제하려는 제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편 제도의 성패는 정부의 설명보다 실제 운영에서 갈릴 전망이다. 플랫폼이 법적 부담을 피하려고 과도하게 삭제하면 표현의 자유 논란이 커질 수 있고 느슨하게 운영하면 AI 딥페이크와 수익형 허위정보를 막기 어렵다. 투명성센터 역시 민간 팩트체크를 키우는 기반이 될 수도 있지만 독립성 관리에 실패하면 검열 논란의 진앙이 될 수 있다. 허위정보 대응의 첫 과제는 거짓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투명하게 판단하는지를 증명하는 일이다.
2026-07-08 18: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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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뒤에 숨을 수 없는 공직자의 책임
[경제일보] 말은 가볍게 나가지만 그 말이 도착하는 곳은 가볍지 않다. 특히 공직자의 말은 더 그렇다. 한 개인의 의견처럼 보이지만 국민은 그것을 정부의 태도, 권력의 감수성, 국가의 품격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공직자는 말할 자유를 갖되 그 자유보다 먼저 말의 무게를 알아야 한다.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배재고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조롱성 응원 논란과 관련해 이 부위원장은 SNS에 “5·18이 성역이 됐다”, “북한의 모습”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고 이후 “표현의 자유”를 거론하며 자신의 입장을 이어갔다. 청와대는 해당 발언이 “혐오와 조롱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거부 기조와 달리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엄중 경고했다. 이후 이 부위원장의 사퇴 의사를 수용했다. 이번 사안을 단순히 한 공직자의 돌출 발언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보호돼야 하는냐다. 또 하나는 공직자가 사적 공간에서 한 말도 공적 책임의 대상이 되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뿌리지만 공직자의 언행은 그 뿌리를 흔들지 않는 방식이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넓게 보장돼야 한다. 불편한 말, 거친 비판, 권력에 대한 조롱까지도 민주사회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다. 국가가 듣기 싫은 말을 막기 시작하면 자유는 순식간에 허가제로 변한다. 그런 점에서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문제 제기 자체를 금기시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모든 자유에는 경계가 있다. 타인의 존엄을 훼손하고 역사적 폭력의 피해자를 다시 상처 입히며 특정 지역과 공동체를 조롱하는 행위까지 자유의 이름으로 덮을 수는 없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지만 타인의 존엄과 인권을 훼손하는 것까지 옹호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문제는 학생들의 미성숙한 응원 구호에서 끝나지 않았다. 학생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과정에서 어른의 역할은 갈등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 수습을 돕는 것이어야 했다. 그런데 부총리급으로 불리는 정부 고위직 인사의 말이 논란을 정치적 전선으로 확장시켰다. 배재고 논란의 본질은 청소년의 잘못된 역사 인식과 공동체 감수성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이냐다. 하지만 이 부위원장의 발언 이후 논란은 징계의 적절성, 표현의 자유, 5·18의 역사적 의미, 정부 인사 검증 문제로 번졌다. 공직자는 시민과 다르다. 시민은 자신의 말에 대해 사회적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공직자의 말은 행정과 정책의 신뢰를 함께 움직인다. 규제합리화위원회는 말 그대로 규제를 합리화하고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한 기구다.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의 책무는 기업과 시장, 국민 사이의 신뢰를 조율하는 일이다. 그런 인사가 사회적 상처가 깊은 역사 문제를 두고 절제되지 않은 언어를 사용했다면 시장 친화적 규제 개혁의 메시지조차 불필요한 정치 논란에 묻힐 수밖에 없다. 경제도 결국 신뢰 위에서 굴러간다. 정책은 숫자로 설계되지만 실행은 신뢰로 움직인다. 정부가 규제를 풀겠다고 해도 국민이 그 정부의 판단을 믿지 못하면 정책은 저항에 부딪힌다. 기업이 투자하려 해도 사회적 갈등이 커지면 비용이 늘어난다. 공직자의 부주의한 말 한마디는 단순한 설화가 아니라 정책 추진력을 갉아먹는 비경제적 비용이다. 규제 합리화라는 좋은 명분도 사회 통합의 감수성을 잃으면 설 자리가 좁아진다. 이번 사퇴는 개인의 낙마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정부 인사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전문성은 중요하다. 경제를 알고 시장을 알고 규제의 폐해를 아는 인재는 필요하다. 그러나 고위 공직에 필요한 자격은 전문성만이 아니다. 헌법 가치에 대한 이해, 역사적 상처에 대한 감수성, 공적 언어를 다루는 절제도 전문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국민 통합을 내세운 정부라면 더 그렇다. 통합 인사는 진영을 넓히는 일이지만 상처를 헤집는 언행까지 감싸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논어 이인편에는 “군자는 말은 어눌하게 하려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려 한다(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는 구절이 있다. 말을 못하라는 뜻이 아니다. 말이 앞서면 책임이 뒤따르지 못한다는 경계다. 공직자의 말은 더 그렇다. 많이 말하는 것이 소통은 아니다. 빨리 반응하는 것이 용기는 아니다. 국민의 상처 앞에서 한 박자 늦추고 자기 확신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 때로는 더 큰 책임이다. 물론 이번 논란을 빌미로 공직자의 모든 사적 발언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사회로 가서도 안 된다. 그것은 또 다른 위축과 검열을 낳는다. 중요한 것은 금지가 아니라 기준이다. 공직자는 비판할 수 있다. 정책을 두고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다. 역사 문제에 대해서도 토론할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존엄을 건드리고 사회적 혐오와 조롱으로 읽힐 수 있는 언어를 선택했다면 그에 따른 정치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도 숙제를 안게 됐다. 청와대는 초기 경고 이후 사퇴 의사를 수용했지만 앞으로는 사후 수습보다 사전 검증이 중요하다. 과거 발언과 SNS 이력만 기계적으로 훑는 수준을 넘어 고위 공직 후보자가 공적 갈등을 다룰 만한 균형감과 언어 감각을 갖췄는지 살펴야 한다. 전문가는 많지만 공직자는 드물다. 전문성을 공공성으로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이 공직자다. 이병태 부위원장의 사퇴가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공직자의 말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직함을 가진 순간 말은 제도와 연결되고 정부와 연결되며 국민의 기억과 연결된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공기다. 그러나 공직자의 언어는 그 공기를 탁하게 하지 않을 책임을 함께 진다. 정치는 갈등을 먹고 살 수 있지만 행정은 신뢰를 먹고 산다. 경제정책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국민은 오만한 권력을 싫어한다. 공직자의 말이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말은 한 사람의 생각을 드러내지만 공직자의 말은 한 정부의 수준을 드러낸다. 이번 논란을 통해 정부가 배워야 할 교훈은 하나다. 인사는 넓게 하되 공직의 기준은 낮추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2026-07-07 15: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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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로 돈 벌면 10억 과징금…'삭제 전쟁' 시작되나
[경제일보] 인공지능(AI)으로 만든 허위 이미지와 조작 영상이 몇 분 만에 퍼지는 시대다. 7일부터 온라인 허위조작정보를 겨냥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되면서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 모두 새 규제 환경에 들어간다. 이번 제도의 핵심은 허위조작정보를 반복 유통해 돈을 버는 행위를 막는 데 있다. 법원에서 불법 또는 허위조작정보로 확정된 내용을 2회 이상 다시 유통하고 직전 3개월 동안 3건 이상 정보를 게시해 광고·후원 수익을 얻은 정보 게재자는 최대 10억원의 과징금 대상이 될 수 있다. 고의 또는 중과실로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는 가중 손해배상제도 도입된다. 대상은 일정 규모 이상의 수익형 게재자로 제한된다. 구독자 10만명 이상이거나 월평균 조회수 10만회 이상인 유튜버·인플루언서 등이 주요 대상이 될 수 있다. 대형 플랫폼에도 의무가 생긴다.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허위조작정보 대응 운영정책을 마련하고 신고 접수·처리 절차를 운영해야 한다. 처리 결과와 이유를 이용자에게 알리고 이의신청 절차도 제공해야 한다. 운영 현황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 공개도 요구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참여하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지난달 19일 허위조작정보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가이드라인은 허위성·조작성 판단 기준과 신고·조치·이의신청 절차를 담았다. 카카오톡, 메일, 쪽지 같은 사적 대화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했다. 정부는 이번 제도가 온라인 표현을 직접 검열하는 장치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정부가 곧바로 판단하는 구조가 아니라 플랫폼의 운영정책과 민간 사실확인 절차, 법원 판단을 통해 작동한다는 것이다. 정당한 의견 표명, 풍자·패러디, 학술적 논쟁, 공익 목적 보도는 원칙적으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설명도 나온다. 그러나 논란은 남아 있다. 허위정보와 의견, 의혹 제기, 정치적 비판의 경계가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다. 플랫폼이 법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노출을 줄이면 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제도가 느슨하게 운영되면 AI 딥페이크와 허위정보 수익화를 막기 어렵다. 플랫폼마다 판단 기준이 달라질 가능성도 변수다. 같은 게시물이라도 서비스별 운영정책에 따라 삭제, 차단, 수익화 제한, 유지 등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신고가 급증할 경우 처리 지연과 악성 신고 남용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한편 새 제도의 성패는 강한 처벌 문구보다 투명한 운영에서 갈릴 전망이다. 허위조작정보 피해를 줄이려면 신고 기준, 조치 사유, 이의 절차, 투명성 보고서가 이용자에게 납득 가능해야 한다. AI 시대의 허위정보 대응은 필요하다. 다만 그 칼끝이 거짓 수익화를 겨냥해야지 정당한 비판과 의혹 제기를 베어서는 안 된다. 7일부터 시작되는 것은 단순 규제가 아니라 온라인 신뢰와 표현 자유 사이의 균형 시험대다.
2026-07-06 13: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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