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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대신 내부 확장…태평양이 종합로펌이 된 방법
[경제일보] 1980년 12월 서울 서소문.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은 김인섭 변호사가 자신의 이름을 건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해외 로스쿨이나 외국 로펌 경력은 없었다. 김 변호사가 내세운 목표는 한국 법률시장에서 출발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로펌을 만드는 것이었다. 6년 뒤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배명인 변호사와 이정훈 변호사 등이 합류하면서 태평양합동법률사무소가 출범했다. 영문명 ‘BKL(Bae, Kim & Lee)’은 배명인·김인섭·이정훈 세 창업자의 성에서 따왔다. 1987년 법무법인으로 전환했고 1995년 지금의 법무법인 태평양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46년이 흐른 현재 태평양은 김앤장에 이어 국내 매출 2위 로펌이다. 2025년 법무법인 매출은 4402억원, 특허법인과 해외법인을 합친 매출은 470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약 25% 늘었다. 국내 변호사는 지난 6월 기준 628명으로 김앤장 다음으로 많다. 김앤장이 국제금융과 외국 기업 자문에서 출발했고 광장이 서로 다른 두 로펌의 합병으로 기업자문과 송무를 결합했다면 태평양의 길은 달랐다. 국내 송무에서 시작해 기업자문과 M&A를 붙이고 국제중재와 공정거래, 조세, 노동, 기업형사로 영역을 넓혔다. 외부 로펌과의 대형 합병 없이 필요한 분야를 조직 안에서 키워온 것이 태평양 성장사의 한 축이다. ◆ 법정에서 시작한 ‘한국형 로펌’ 창업자 김인섭 변호사는 1963년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법조 생활을 시작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고법 판사를 거쳐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교수를 지냈다. 1980년 법원을 떠나 변호사 개업을 할 때 김 변호사가 구상한 조직은 몇 명의 변호사가 사무실을 함께 쓰는 합동사무소와는 달랐다. 당시 한국 법률시장은 개인 변호사의 송무가 중심이었다. 대기업이 성장하면서 기업법무 시장도 열리고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대형 종합로펌은 막 걸음을 떼던 시기였다. 김 변호사는 자신의 법관 경험을 토대로 송무를 맡으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법률서비스를 조직적으로 제공하는 로펌을 만들기 시작했다. 1986년 태평양합동법률사무소 출범은 개인사무소에서 조직형 로펌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됐다. 배명인·김인섭·이정훈을 비롯해 이재식·황의인 변호사 등이 초기 조직을 만들었고 이후 기업법무를 담당할 변호사들이 잇달아 합류했다. 송무에서 시작한 조직에 기업자문과 금융, 지식재산권 분야가 하나씩 붙었다. 태평양이 당시 내세운 말은 ‘한국적인 국제로펌’이었다. 외국 로펌의 운영방식을 그대로 옮겨오는 대신 국내 법률시장과 법조 실무에 뿌리를 두고 국제 업무까지 처리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김인섭 변호사는 훗날 이를 ‘한국적 국제로펌’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 외환위기, 송무 로펌이 기업 안으로 들어갔다 태평양의 업무가 크게 넓어진 시기는 1990년대 후반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기업 매각과 구조조정, 워크아웃이 한꺼번에 진행됐다. 기업의 생존 문제가 법률 문제로 이어지면서 송무뿐 아니라 금융과 M&A, 기업회생을 함께 다룰 변호사들이 필요해졌다. 태평양은 기아자동차 파산 처리와 대우그룹 계열사의 워크아웃 등에 참여했다. 법원에서 분쟁을 처리하던 변호사들이 기업의 재무상태와 채권관계, 구조조정 과정까지 들여다보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기업회생과 M&A 업무 경험도 쌓였다. 1998년에는 서소문을 떠나 강남 테헤란로로 본사를 옮겼다.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모이는 곳으로 로펌의 중심도 이동했다. 태평양이 송무를 중심으로 성장한 법률사무소에서 기업의 거래와 경영 문제까지 다루는 종합로펌으로 몸집을 키우던 때였다. 외환위기는 태평양에 새로운 숙제도 안겼다. 국내 기업을 둘러싼 분쟁의 상대가 외국 기업과 해외 자본으로 넓어지면서 국내 법원만 알아서는 처리하기 어려운 사건이 늘었다. 태평양은 다음 승부처로 국제분쟁을 택했다. ◆ 2002년 국제중재팀 만들고 해외로 태평양은 2002년 국내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국제중재팀을 만들었다. 당시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와 수출이 늘면서 계약 분쟁을 해외 중재기관에서 해결하는 사건이 증가하고 있었다. 국제중재가 지금처럼 대형 로펌의 주요 업무로 자리 잡기 전이었다. 2009년에는 현대 측을 대리해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에 넘어갔던 현대오일뱅크 경영권을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를 통해 되찾는 사건에 참여했다. 국제중재팀을 만든 지 7년 만이었다. 기업 간 국제분쟁을 넘어 국가를 상대로 한 투자분쟁으로 업무 범위도 넓어졌다. 대표적인 사건이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이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2012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약 6조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자 태평양은 정부 측 대리를 맡았다. 13년에 걸쳐 진행된 사건은 2025년 원 판정이 취소되면서 한국 정부가 배상 책임에서 벗어나는 결과로 끝났다. 해외 거점도 늘렸다. 2004년 국내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에 사무소를 열었고 이후 상하이와 홍콩, 하노이, 호찌민, 두바이, 싱가포르 등으로 진출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로 이동하는 곳을 따라 법률서비스의 범위도 넓혔다. ◆ 기업의 싸움이 바뀌자 ‘경영권 분쟁’을 따로 떼냈다 기업분쟁의 양상도 달라졌다. 단순한 계약 위반이나 손해배상 소송을 넘어 기업 지배권을 두고 주주와 경영진, 국내 기업과 해외 펀드가 맞붙는 사건이 늘었다. 태평양이 일찍부터 공을 들인 분야 가운데 하나가 경영권 분쟁이다. 2000년대 초 SK그룹과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영권 분쟁에서 태평양은 SK 측을 대리했다. 소버린이 최태원 회장을 이사회에서 밀어내기 위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법원에 소집 허가까지 신청하자 태평양은 SK 측 변호인단에 참여했다. 법원이 소버린의 신청을 기각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SK 측에 유리하게 끝났다. 태평양은 2012년 대형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별도의 경영권 분쟁팀을 만들었다. M&A 변호사와 송무 변호사를 한 조직에 모아 주주총회와 이사회, 가처분, 공개매수 등 경영권 싸움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문제를 처리하도록 했다.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도 참여하며 이 분야를 주요 업무로 이어가고 있다. 경영권 분쟁은 태평양의 출발점이었던 송무와 이후 키운 기업자문이 만나는 분야이기도 하다. 회사법과 자본시장법을 알아야 하고 주주총회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도 대응해야 한다. 태평양이 오랫동안 두 분야를 함께 키운 효과가 드러나는 시장이다. ◆ 로펌도 회사처럼 운영했다 업무 분야만 넓힌 것은 아니었다. 조직 운영에서도 몇 차례 변화를 먼저 시도했다. 2007년에는 국내 대형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법무법인(유한)으로 조직을 바꿨다. 법무법인(유한)은 구성원 변호사의 책임을 일정 범위로 제한하고 규모가 커진 로펌을 조직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든 형태다. 변호사 개인의 사무실을 크게 만든 수준에서 벗어나 수백 명의 전문가가 일하는 조직에 맞는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려는 선택이었다. 공익활동도 조직 안에 넣었다. 2001년 공익활동위원회를 만들었고 2009년에는 공익법률지원 활동을 전담하는 재단법인 동천을 설립했다. 체임버스앤파트너스는 태평양이 국내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내부 프로보노 조직을 만든 뒤 별도 공익재단까지 설립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2020년에는 22년간 머물던 강남을 떠나 종로 센트로폴리스로 본사를 옮겼다. 당시 약 650명의 전문가를 포함해 1300여 명이 여러 건물에 나뉘어 근무하던 조직을 한 건물에 모았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금융기관, 법원 등과의 접근성을 고려한 이전이었다. ◆ 송무와 자문을 함께 키운 46년 태평양의 현재 업무를 보면 처음부터 키워온 송무와 이후 확대한 기업자문이 함께 남아 있다. 체임버스앤파트너스는 2026년 태평양의 기업·M&A와 송무, 조세, 공정거래 등을 국내 주요 분야로 평가하고 있다. 기업·M&A에는 200명이 넘는 변호사가 참여하고 있다. 최근 대형 사건도 한 분야에 몰리지 않는다. 론스타 ISDS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아일리아 특허 분쟁,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한전KPS 중대재해 사건 등을 맡았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형사재판에도 김앤장과 함께 참여해 대법원 무죄 확정까지 변론했다. 실적도 회복됐다. 태평양의 2025년 법무법인 매출은 4402억원으로 2024년 3918억원보다 12.4% 늘었다. 김앤장을 제외한 법무법인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며 6년 만에 2위로 올라섰고 올해 상반기 성장률도 약 25%로 주요 대형 로펌 가운데 가장 높았다. 현재 업무집행대표는 이준기 변호사가 맡고 있다. 1996년 태평양에 입사한 이 대표는 M&A와 해외투자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삼성·한화 빅딜과 금호타이어 인수 등 대형 거래를 자문했다. 외부에서 경영자를 데려오기보다 조직 안에서 성장한 변호사가 경영을 맡고 있다는 것도 태평양의 세대교체를 보여준다. ◆ 2위 탈환했지만 격차는 사라졌다 매출 2위 복귀만으로 앞으로의 경쟁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2025년 태평양 매출은 4402억원이었지만 세종은 4363억원, 광장은 4309억원이었다. 2위부터 4위까지 불과 93억원 안에 들어와 있다. 한두 건의 대형 사건이나 인재 이동으로 순서가 달라질 수 있는 격차다. 기업 고객의 평가에서도 태평양이 모든 분야를 앞서는 것은 아니다. 한국경제와 한국사내변호사회가 실시한 2025년 조사에서 태평양은 종합과 전문성, 서비스 평가에서 각각 4위를 기록했다. 민사·송무와 형사·수사기관 대응, 조세·관세, 금융 등 주요 분야에서도 4위권이었다. 세종은 최근 공격적인 인재 영입을 바탕으로 매출을 빠르게 늘렸고 광장과 율촌 역시 M&A와 송무, 규제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대형 로펌 사이의 변호사 이동도 잦아졌다. 태평양이 2025년 되찾은 2위 자리를 지키려면 과거에 쌓은 송무 경쟁력과 최근 확대하는 기업자문을 동시에 끌고 가야 한다. 태평양도 사람을 늘리고 있다. 지난 6월 국내 변호사는 628명으로 1년 전보다 41명 증가해 주요 대형 로펌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AI와 디지털금융, 공급망, 통상, 중대재해 등 새로운 규제 분야에도 별도 조직을 두고 있다. ◆ 국내 법정에서 시작해 바다를 건넜다 태평양의 출발점에는 국제금융 계약서도, 두 대형 로펌의 합병도 없었다.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변호사가 1980년 서소문에 연 작은 법률사무소가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송무를 했다. 기업이 커지자 기업자문과 금융, M&A를 붙였고 외환위기가 터지자 구조조정 업무를 키웠다. 국내 기업의 분쟁이 해외로 넘어가자 국제중재팀을 만들었고 기업 경영권을 둘러싼 싸움이 늘자 경영권 분쟁팀을 따로 꾸렸다. 그 과정에서 다른 대형 로펌을 합병하거나 조직을 나눠 새 로펌을 만드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필요한 분야를 내부에서 만들고 사람을 영입해 조직 안에 쌓았다. 1980년 김인섭 변호사가 말했던 ‘한국적인 국제로펌’도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의 태평양으로 이어졌다. 법정에서 출발한 로펌은 이제 국제중재와 M&A, 공정거래, 조세, 기업형사를 함께 다룬다. 태평양이 46년 동안 넓혀온 영역이다.
2026-09-11 09: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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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퇴직연금서 M&A까지…은행권 승계 영업 넓힌다
[경제일보] 은행권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CEO)를 겨냥한 승계 영업을 넓히고 있다. 기존 상속·증여 상담을 넘어 퇴직연금, 기업승계, 인수합병(M&A), 법률·세무 자문까지 묶어 개인 자산관리와 법인 영업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기업 CEO와 임원을 대상으로 한 'C-Level 퇴직연금 전담 컨설팅'을 시행했다. 이번 서비스는 임원 퇴직금 관련 세무·절세 상담과 퇴직연금 운용, 연금 수령 상담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소속 기업의 퇴직연금 제도와 경영성과급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컨설팅까지 포함했다. 퇴직연금 외 종합자산관리가 필요한 고객에게는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부동산 투자자문, 상속·증여, 기업승계, 신탁 활용 상속 설계 등도 연계한다. CEO 개인의 은퇴자산 관리에서 출발해 법인의 퇴직연금 제도 컨설팅까지 상담 범위를 넓힌 셈이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는 별도의 기업승계 컨설팅과 M&A 금융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기업승계 컨설팅은 비상장주식 가치평가와 승계 방법·시기에 따른 세 부담 분석, 납세재원 마련, 법인 전환·기업 지배구조 변경 등을 다룬다. 지난 5월에는 기술보증기금과 기업승계 및 M&A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맺고 총 2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기업승계와 M&A 자문 영역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월 삼정KPMG와 중소·중견기업 M&A 및 기업승계 자문서비스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기업 오너와 영위 법인의 승계 수요 발굴에 나섰다. 협력 분야는 △기업 경영 컨설팅 △기업가치 평가 △M&A·가업승계 자문 △인수금융 △자산관리 연계 등이다. 신한은행은 거래 기업을 대상으로 수요를 발굴하고 삼정KPMG는 가치평가와 회계·세무, 거래 구조 검토 등을 맡는 구조다. 지난달에는 기술보증기금과 기업승계 및 기술혁신 촉진을 위한 M&A 금융지원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신한은행은 특별출연금과 보증료 지원금을 포함해 총 13억원을 출연하고, 양 기관은 438억원 규모의 협약보증부 여신을 공급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기업승계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관련 사업을 먼저 확대했다. 지난 2월 회계·세무·M&A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중소·중견기업의 친족 승계, 임직원 승계, 제3자 매각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센터 신설 이후 우리은행은 554개 기업과 기업승계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이 가운데 102개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했다. 향후에는 연간 500개, 5년간 2500개 이상 기업에 승계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KB국민은행은 상속·증여와 법률 자문을 앞세웠다. 지난달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상속 금융 비즈니스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KB골든라이프센터의 종합자산승계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양측은 상속 분쟁 예방을 위한 법률 자문과 상속세법 관련 교육, 세미나 등을 함께 추진한다. 해외 자산을 보유한 고객의 상속 상담과 비금융 분야 법률 자문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은행권에서는 승계 수요가 단순 상속 상담을 넘어 법인 거래와 투자금융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 오너의 승계 과정에서 개인 자산관리와 법인 자금조달, 세무·법률 검토가 함께 필요해지는 만큼 관련 서비스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 경영자 고령화와 후계자 부족도 은행권의 승계 영업 확대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12월 M&A 방식의 기업승계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경영자가 60세 이상인 중소기업 비중이 3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60세 이상 경영자 기업의 후계자 부재율은 28.6%로 추정됐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지난 6월 생산적 기업승계 간담회에서 "기업승계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임직원의 고용 유지와 기술력 보존, 산업 내 공급망 안정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경제 과제"라며 "기업의 폐업이나 사업 축소를 방지하고 일자리와 기술, 산업 기반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생산적 기업승계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2026-09-03 15: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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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세계 항공사들이 스타얼라이언스를 꿈꾸는 이유
글로벌 항공동맹은 노선 경쟁을 넘어 환승 네트워크와 공동운항, 마일리지까지 항공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의 통합으로 스타얼라이언스를 떠나게 되면서 국내 항공업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항공동맹 재편]은 스타얼라이언스가 갖는 의미와 국내 항공사들의 새로운 기회, 향후 시장 변화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경제일보] 글로벌 항공동맹은 단순한 제휴를 넘어 항공사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노선망과 환승은 물론 공동운항, 마일리지, 기업 고객 확보까지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스타얼라이언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동맹으로 꼽히며 가입 자체가 항공사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받는다. 오는 12월 아시아나항공의 탈퇴를 계기로 신규 회원사 영입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스타얼라이언스는 결원이 생길 때마다 회원사를 충원하는 방식이 아닌 만큼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스타얼라이언스는 어떻게 세계 1위가 됐나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스타얼라이언스는 세계 최초의 글로벌 항공동맹으로 출범한 이후 북미와 유럽,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형 항공사들을 잇달아 회원사로 확보하며 글로벌 항공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대했다. 현재는 26개 회원 항공사를 통해 190여 개국, 1150개 이상의 공항을 연결하며 하루 1만8000편 이상의 항공편을 운항한다. 스카이팀(145개국·945개 목적지), 원월드(170개 국가·지역·900여 개 목적지)보다 넓은 운항망을 구축한 것도 이 같은 선점 효과 덕분이다. 1997년 에어캐나다와 루프트한자, 스칸디나비아항공(SAS), 타이항공, 유나이티드항공이 창립 멤버로 참여한 데 이어 ANA와 싱가포르항공, 터키항공, 에티오피아항공 등이 합류했다. 프랑크푸르트와 시카고, 도쿄, 싱가포르, 이스탄불, 아디스아바바 등 세계 주요 환승 허브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다른 항공동맹보다 먼저 글로벌 환승축을 구축했다. 스타얼라이언스는 회원사가 늘어날수록 동맹의 가치도 함께 커지는 구조를 만들었다. 새로운 회원사가 합류하면 기존 회원사는 해당 항공사의 노선과 고객을 공유하고, 확대된 네트워크는 다시 다른 항공사의 가입을 이끌었다. 네트워크가 커질수록 동맹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경쟁력이 높아질수록 다시 회원사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어졌다. 항공사들이 스타얼라이언스 가입을 추진하는 핵심은 판매망이다. 회원사는 공동운항과 연계 발권을 통해 직접 취항하지 않는 도시까지 자사 항공권으로 판매할 수 있다. 신규 노선 개설에 필요한 항공기와 인력, 공항 슬롯 확보에 투자하지 않고도 판매 지역을 넓히고 환승객을 확보할 수 있어 수익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기업 출장 수요를 확보하는 데도 동맹 규모가 영향을 미친다. 여러 국가를 오가는 글로벌 기업은 개별 항공사보다 다양한 지역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중요하게 본다. 스타얼라이언스는 기업이 여러 회원 항공사를 하나의 계약으로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회원사들은 이를 통해 기업 고객과 글로벌 판매망을 함께 확보한다. 이용객은 한 번의 예약과 발권으로 여러 회원사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고 수하물도 최종 목적지까지 연결된다. 마일리지 적립과 사용, 라운지 이용, 우선 탑승 등 혜택도 회원사 전반에서 동일한 기준으로 제공된다. 이 같은 서비스는 이용객의 동맹 이용을 늘리고, 회원사는 자사 노선이 없는 지역에서도 고객 접점을 확대할 수 있다. 판매망과 환승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은 운영 방식이 스타얼라이언스를 세계 최대 항공동맹으로 성장시킨 경쟁력으로 꼽힌다. 회원사 탈퇴해도 '빈자리' 없다…신규 가입도 전략 스타얼라이언스는 회원사가 탈퇴했다고 후속 회원사를 바로 선정하지 않는다. 신규 가입 여부는 지역 네트워크를 얼마나 보완할 수 있는지, 기존 회원사와의 연계 효과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한다. 회원 수보다 동맹 전체의 경쟁력을 우선하는 방식이다. 가입을 희망하는 항공사는 안전관리 체계와 운항 품질, 예약·발권 시스템, 정보기술(IT), 공항 서비스, 고객 서비스 등 동맹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기존 회원사와 예약 시스템, 마일리지, 공항 운영 체계까지 연동해야 하는 만큼 가입 승인을 받은 뒤에도 실제 회원 자격을 얻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올해 스타얼라이언스에 합류한 ITA 에어웨이즈도 최고경영자위원회(CEB)의 가입 승인을 받은 뒤 약 1년 동안 시스템 통합과 서비스 표준화 작업을 거쳐 정식 회원사로 편입됐다. 회원사 간 예약과 발권, 수하물, 마일리지, 공항 서비스가 하나의 체계로 운영돼야 하는 만큼 가입 승인 이후 통합 절차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투입된다. 심사에서는 장거리 국제선 운영 능력과 환승 허브 경쟁력도 함께 검증한다. 여러 대륙을 연결하는 환승 수요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 기존 회원사와 연계해 새로운 노선 경쟁력을 만들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장거리 국제선과 환승 허브를 갖추지 못한 저비용항공사(LCC)는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기 쉽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이 오는 12월 스타얼라이언스를 탈퇴하더라도 당장 신규 회원사 영입 절차가 시작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회원사만으로도 한국 노선과 동북아 환승 네트워크를 상당 부분 유지할 수 있어 당장 새로운 회원사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스타얼라이언스는 가입 희망 항공사를 공개 모집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필요한 시장과 항공사를 검토한 뒤 개별 협의를 진행한다”며 “아시아나항공 탈퇴 이후에도 한국 시장의 네트워크 변화와 환승 수요를 먼저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2026-07-15 17: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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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2026 기술명인' 선임…올해 첫 시행 外
[경제일보] 대우건설은 올해 처음으로 임직원 대상 ‘기술명인’ 제도를 도입하고 첫 기술명인 6인을 선정해 선임식을 개최했다고 2일 밝혔다. ‘기술명인’ 제도는 건설회사의 주된 분야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본인의 전문성을 쌓아온 핵심 인재들을 발굴하고 우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를 통해 임직원의 자긍심을 높이고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계승해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기술명인 선발은 4가지 단계별 선정 절차를 거쳤다. △희망자 본인의 자율적인 지원을 통한 후보자 접수 △인사팀의 기본자격 및 경력 요건 검토(1차 심의) △직무별 세부 검토를 통한 전문성 확인(2차 심의) △최종 심의위원회의 종합 평가 순서다. 이를 통해 직무 성실성과 전문성을 입증한 각 분야 최고의 명인 6인을 최종 선발했다. 올해 선정된 기술명인은 건축, 토목, 안전, 조경 등 총 4개 직군에서 확고한 전문성을 입증한 실무 인재들이다. 이들은 향후 사내 강사로 위촉돼 오랜 실무 경험과 핵심 노하우를 동료 및 후배 직원들에게 직접 전수할 예정이다 같은 날 하반기 신입사원 64명의 입사식도 진행했다. 채용 부문은 △토목 31명 △건축 15명 △CSO(안전) 14명 △글로벌인프라 4명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기술명인 제도는 각자의 자리에서 헌신해 온 임직원들의 전문성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오늘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선배 명인들의 노하우를 이어받아 미래 장인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DL이앤씨, 국토부 상호협력평가 ‘최우수’ 획득 DL이앤씨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5년 건설사업자간 상호협력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최우수'를 획득했다고 2일 밝혔다. 상호협력평가는 국토교통부가 상호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건설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과 건설공사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도입한 제도다. 협력업자와 공동도급 실적 및 하도급 실적, 협력업자 육성, 신인도 등을 종합 평가해 등급을 부여한다. 평가 결과 우수기업에게는 조달청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공사 입찰 시 가점, 시공능력평가액 산정 시 가산, 건설산업기본법상 벌점 감경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DL이앤씨는 △협력업자 재무지원 △임직원 교육 지원 △공동기술개발 및 기술지원 △상생협의체 운영 등 협력업자 육성 부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최고 등급을 획득했다. 특히 충남 내포퍼스트, 인천 검단 웰카운티, 경북 울릉공항 등 주요 프로젝트에서 지역 협력업체와의 공동도급을 확대하며 전년 대비 관련 평가점수를 높이는 등 지역 상생 노력도 인정받았다. 안전 분야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협력사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안전체험교육 및 간담회를 실시하고 신규 민간 건축공사 현장에 일체형 작업발판을 적용하는 등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에 힘써왔다. ESG 경영 강화를 위한 동반성장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협력사 맞춤형 대학원 교육지원 프로그램인 '건설 동반성장 경영자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우수 협력사를 선정해 시상하는 '한숲 파트너스 데이'를 개최하는 등 동반성장 문화 확산에도 앞장서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협력사의 성장이 곧 DL이앤씨의 경쟁력이라는 인식 아래 협력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을 지속 확대하고 상생과 안전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건설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롯데건설, 전국 80개 현장서 ‘체감온도 IoT 모니터링 플랫폼’ 가동 롯데건설은 혹서기 폭염에 맞서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온열질환을 예방하고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체감온도 IoT 모니터링 플랫폼‘을 전국 80개 현장에서 가동한다고 2일 밝혔다. 롯데건설은 지난 2023년 자체 연구개발을 시작으로 작년 스마트 솔루션 기업인 ㈜엔비즈소프트와 이 플랫폼을 공동 개발했다. IoT 플랫폼은 건설현장 곳곳에 설치된 온∙습도계가 실시간으로 측정한 온도, 습도, 체감온도를 5분 간격으로 표시해 현장별 위험 수위를 알려준다. 플랫폼은 본사 안전상황센터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접근할 수 있어 본사와 현장 간의 유기적 소통이 가능하다. 본사 안전관리자는 플랫폼 대시보드를 통해 전국 현장의 실시간 체감온도 현황을 고위험 순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 폭염 단계별 위험 수위가 감지되면 실시간으로 안전 실무 부서에 경고 알림을 자동으로 보낸다. 이를 통해 본사와 현장이 동시에 대응해 휴식 시간 부여, 작업 중지 등의 즉각적인 안전 조치가 가능하다. 현장 안전보건관리자들의 업무 효율성도 향상했다. 현장 실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체감온도 측정 일지’를 자동으로 작성하고 각 폭염 단계에 맞춰 현장 근로자들에게 단체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한다. 근로자들이 별도의 온∙습도계를 들고 다니거나 측정 위치를 찾을 필요 없이 현장 곳곳에 게시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만 하면 실시간 체감온도와 폭염 단계별 대응 요령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혹서기 폭염으로부터 현장 근로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자 ‘체감온도 IoT 모니터링 플랫폼’을 개발하고 전국 현장에 전격 도입하게 됐다”며 “근로자들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신기술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2026-07-02 09: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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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유소단 촌유소장(尺有所短 寸有所長) — AI 시대, 사람 경영의 근본 원리
[경제일보] 중국 초나라의 시인 굴원이 남긴 「초사(楚辭)」의 한 구절 가운데 오늘날의 경영자들이 가장 깊이 새겨야 할 말이 있다. 바로 "척유소단 촌유소장(尺有所短 寸有所長)"이다. 자에도 짧은 바가 있고 촌에도 긴 바가 있다는 뜻이다. 얼핏 보면 평범한 격언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수천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람 경영의 본질을 담고 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도 부족한 점이 있고, 아무리 평범해 보이는 사람도 자신만의 강점과 가치가 있다. 따라서 사람의 능력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우수한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어떤 자리에서 가장 큰 가치를 만들어내느냐는 점이다. 오늘날 세계 경영학의 거장 피터 드러커 역시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는 "경영은 인간의 약점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강점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의 목적은 사람을 바꾸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강점을 조직의 성과로 연결하는 데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훌륭한 기업들은 직원의 약점을 고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쓰지 않는다. 대신 각자가 가진 강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반대로 실패하는 조직은 사람의 부족한 점만 바라본다. 부족함을 지적하고 고치라고 압박하지만 결국 조직 전체의 생산성은 높아지지 않는다.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러한 원리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이미 계산과 분석, 문서 작성과 정보 검색의 상당 부분을 대신하고 있다. 앞으로는 단순 반복 업무의 상당수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오히려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창의성, 공감 능력, 협업 능력, 리더십, 고객과의 신뢰 구축 같은 영역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따라서 기업은 모든 직원을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산업화 시대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각자의 강점을 발견하고 활용하는 방향으로 인사 철학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한국의 대기업들은 이 문제를 더욱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한국 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제조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동시에 급격한 세대교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 인재들은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MZ세대는 다르다. 이들은 단순히 높은 연봉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인지, 자신의 강점이 인정받는 조직인지, 자신의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과거처럼 일률적인 평가와 통제 중심의 인사 시스템으로는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 이제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인재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도 뛰어난 연구자가 떠나면 경쟁력을 잃는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도 창의적인 인재를 확보하지 못하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은 기술 경쟁인 동시에 사람 경쟁이다. 그리고 사람 경쟁의 핵심은 용인술(用人術)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위대한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용인의 대가였다. 한나라를 세운 유방은 자신이 모든 분야에서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장량에게는 전략을 맡기고, 한신에게는 군사를 맡기고, 소하에게는 행정을 맡겼다. 조선의 세종대왕 역시 장영실의 재능을 발견했고, 집현전 학자들의 역량을 끌어냈다. 그들은 사람을 평가하는 데 능했던 것이 아니라 사람을 쓰는 데 능했다. 그래서 성공할 수 있었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직원의 약점은 시스템으로 보완해야 한다. 창의적인 연구자가 문서 작성에 약하다면 이를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면 된다. 뛰어난 영업사원이 숫자 분석에 약하다면 데이터를 지원하는 조직을 붙여주면 된다. 반대로 평범해 보이는 직원이라도 조직을 안정시키고 고객의 신뢰를 얻는 능력이 있다면 그 강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사람의 약점을 탓하는 조직은 쇠퇴하지만 사람의 강점을 발견하는 조직은 성장한다. 결국 척유소단 촌유소장이 말하는 경영의 본질은 분명하다. 사람은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활용의 대상이다. 리더의 역할은 사람을 재단하는 데 있지 않고 사람을 꽃피우는 데 있다. AI 시대에도, MZ세대 시대에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어떤 미래에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도, 현대자동차도,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도 결국 사람으로 성장하고 사람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기술은 따라잡을 수 있어도 사람을 키우는 문화는 쉽게 따라잡을 수 없다. 척유소단 촌유소장. 자에도 짧은 바가 있고 촌에도 긴 바가 있다. 이 짧은 경구는 수천 년 전 고전의 문장이지만 오늘날 AI 시대 대한민국 기업들이 다시 읽어야 할 사람 경영의 근본 원리다. 최고의 경영은 돈을 관리하는 능력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며, 최고의 리더십은 명령하는 능력이 아니라 각자의 강점을 발견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이다. 결국 용병이사(用兵以師)의 지혜보다 더 높은 경영의 경지는 용인이사(用人以智), 곧 사람을 쓰는 지혜에 있다. 그리고 그것이 경전이 우리에게 남긴 영원한 경영의 가르침이다.
2026-06-10 08: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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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완 "기업승계, 산업 공급망 안정과 직결"…우리은행, 3조원 투입 구상
[경제일보]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우리은행은 기업의 폐업과 사업 축소를 방지하고 일자리와 기술, 산업 기반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생산적 기업승계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생산적 기업승계'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승계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임직원의 고용 유지와 기술력 보존, 산업 내 공급망 안정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경제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행장은 중소기업 대표 고령화와 후계자 부재가 단순한 상속 문제를 넘어 기업 생태계와 공급망 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제조업 중심 중소기업이 핵심 기술을 보유한 경우가 많아 승계 실패가 폐업으로 이어지면 대기업과 산업 생태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행장은 "기업승계는 단순히 1~2년 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최소 10년 이상을 보고 관리해야 하는 과제"라며 "CEO들과 면담하고 임직원들과도 소통하면서 어떤 방향이 기업과 산업 생태계에 바람직한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10년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기업승계 문제를 연구하고 제안해 올바른 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향후 5년간 3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고 향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외국계 사례처럼 펀드 조성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성후 우리은행 기업승계지원센터 부장은 기업승계지원센터 현황을 소개하며 "생산적 기업승계는 중소기업의 폐업이나 사업 중지를 방지하고 승계를 통해 기업의 기술력 보존, 고용 안정, 공급망 안정성 강화를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은행권 최초로 기업승계지원센터를 신설하고 회계, 세무, 인수합병(M&A) 분야 전문가를 중심으로 중소·중견기업의 승계를 지원하고 있다. 센터는 승계 지연과 후계자 부재로 인한 일자리 감소, 기술 단절을 막기 위해 경영권 이전을 넘어 고용 안정과 공급망 유지까지 고려한 컨설팅을 제공한다. 우리은행 기업승계지원센터는 총 554개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이 중 102곳에 중장기 승계전략, 금융솔루션, 사후 경영 안정화 등을 포함한 컨설팅을 제공했다. 협약 기업 대표자는 50세 이상이 90%를 넘는 등 고령화가 뚜렷했고 자녀 승계를 희망하는 비중이 52.7%로 가장 높았으나 승계 방식을 정하지 못한 기업도 43.7%에 달했다. 센터는 자녀 승계가 가능한 기업에는 가업상속공제와 증여세 특례 등을 고려한 전략을 제시하고 후계자가 없거나 자녀 승계가 어려운 기업에는 MBO와 EBO 등 임직원 승계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업승계가 개별 기업의 생존을 넘어 고용 유지와 매출 기반 보전, 공급망 안정으로 이어져 지역경제와 산업 생태계에도 파급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우리은행이 향후 5년간 매년 100개 기업씩 총 500개 기업의 승계를 성공시킬 경우 고용 1만명 유지, 매출 기반 10조7000억원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후계자 부재 문제를 금융사의 신규 사업으로 확장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임재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실장은 "일본 금융회사들은 후계자 부족이라는 사회적 난제를 사업승계 펀드와 MBO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하며 위기를 시장으로 바꿔냈다"며 "국내에서도 기업승계 시장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일본 금융회사들이 사업승계 펀드, 핸즈온 컨설팅, MBO 전용 펀드 등을 통해 중소기업 승계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친족 승계 비중이 줄고 임직원 승계와 제3자 M&A가 확대되면서 금융회사가 지역경제 인프라 역할을 맡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함병훈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친족 간 기업승계 분쟁 사례를 통해 사전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상속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이 기업 지배구조 갈등으로 확대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창업주의 승계 구도 정리가 미흡하거나 상속세 재원 마련이 부족할 경우 기업 존속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내에서 임직원 승계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세제와 금융지원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 가업상속공제와 증여세 과세특례는 자녀 승계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임직원이 지분을 인수하거나 증여받는 경우에는 세제 혜택을 받기 어렵다. 오너가 임직원에게 지분을 매도할 경우 양도소득세 부담이 발생하고 낮은 가격에 넘기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함 변호사는 "기업승계는 사업의 지속과 기술력 보존, 종업원들의 고용 유지, 전체 산업의 공급망 안정 관리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발상의 전환을 달리해 사업을 가장 잘 아는 임직원들로 승계 대상을 전환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행 법령상 존재하는 여러 제약을 고려하면 임직원 승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홍승환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는 중소기업 제3자 M&A가 기업승계의 주요 해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3년간 국내 중소기업 M&A는 연평균 385건, 약 12조3000억원 규모로 전체 M&A 거래의 78.6%를 차지했다. 경영자 고령화와 승계계획 부재로 매도 수요가 늘고 있으며 매수자 측면에서는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 중견기업 등이 기술 내재화와 신사업 진출을 위해 인수 주체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 회계사는 "오너 고령화와 승계 이슈가 맞물리면서 중소기업 M&A 시장이 확대되는 초입에 있다"며 "인수자 풀까지 넓어져야 기업승계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기업승계를 생산적 금융의 핵심 지원 분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기업승계를 단순한 상속·증여 문제가 아닌 법률·세무·자금조달·지배구조·M&A 전략이 맞물린 종합 과제로 보고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삼일회계법인, 기술보증기금 등과 협업해 기업별 맞춤형 지원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2026-06-01 17: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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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보, 순직·공상 소방공무원 자녀 돌봄 프로그램 '스타 히어로 챔프' 운영 外
[경제일보] KB손보, 순직·공상 소방공무원 자녀 돌봄 프로그램 '스타 히어로 챔프' 운영 KB손해보험이 순직·공상 소방공무원 자녀를 위한 학습·정서 돌봄 프로그램 '스타 히어로 챔프'를 운영한다고 19일 밝혔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화재 진안과 구조 활동 과정에서 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은 소방공무원 자녀에게 맞춤형 학습, 정서 안정 지원을 제공한다. KB손보는 지난 18일 대학생 봉사자를 대상으로 서울시 강남구 KB아트홀에서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해 프로그램 운영 교육, 준비 과정을 점검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순직·공상 소방공무원 자녀 50명이 참여하며 대학생 멘토와 1대1로 매칭된다. 참가자들은 수파자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6개월간 주 2회 학습 멘토링을 진행한다. 학습 수준, 개별 특성에 맞춘 수업이 제공되며 멘토와 지속적 교감을 통한 정서적 안정도 지원할 방침이다. 박효익 KB손보 부사장은 "스타 히어로 챔프’는 아이들에게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곁에서 응원하고 있다는 경험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앞으로도 소방공무원 자녀들이 안정적인 일상을 회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따뜻한 돌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iM라이프, AI 기반 보험사기탐지시스템 고도화 추진 iM라이프가 보험금 지급 심사 체계 고도화를 위해 보험사기탐지시스템(FDS)의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iM라이프는 FDS 고도화 완료 이후 보험금 지급 속도, 이상 징후 탐지 정확도 등 고객, 실무자 업무 편의성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스템 구조 측면에서는 데이터 머신러닝 기반 분석 모형, 규칙 기반 심사 체계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도입한다. 접수, 심사, 지금 등 전 과정에 자동화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네트워크 분석 기술을 활용해 조직형 보험사기 탐지도 강화하기로 했다. 박경원 iM라이프 대표는 "보험금을 신속하게, 부정 청구는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이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켜야 할 기본 약속"이라며 "이번 FDS 고도화는 그 약속을 데이터와 기술로 뒷받침하는 기반으로 고객께 보다 신속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한라이프, 차세대 CEO 네트워크 'NSC 아카데미 3기' 성료 신한라이프가 차세대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운영한 'NSC(Next Successful CEO) 아카데미 3기' 과정을 마치고 수료식을 실시했다고 19일 밝혔다. NSC 아카데미는 경영승계를 준비하는 2·3세대 경영자 및 스타트업 최고 경영자(CEO) 등을 대상으로 경영 트렌드 기반의 실전 콘텐츠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3기 과정은 △AI시대 조직 변화 △마케팅 스토리텔링 △노무 이슈 △브랜드 가치 제고 등의 커리큘럼으로 구성됐다. 또한 강의 중심의 프로그램이 아닌 참가자 간 실질적 교류에 중점을 뒀으며 기존 기수와 소통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신한라이프 WM팀 관계자는 "NSC 아카데미는 차세대 경영자들이 고민을 나누고 서로의 관점을 확장해 나가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을 넘어 고객과 함께 장기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신한라이프만의 차별화된 네트워크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5-19 16: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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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보] 오늘날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문명 전환의 심장부에는 엔비디아와 젠슨 황이 서 있다. 세상은 그의 회사를 시가총액과 점유율로 기억하지만, 경영의 깊은 본질은 숫자보다 훨씬 오래가는 데 있다. 그것은 오래 묵은 시간의 힘이고, 덜어냄의 절제이며, 홀로 버티는 고독이고, 끝내 높이 서는 품격이다. 이를 동양적 어휘로 압축하면 바로 고고고고, 곧 오래되고(古), 메마르며(枯), 외롭고(孤), 높다(高)는 네 글자다. 엔비디아의 부상은 하루아침의 주가 급등이 아니라, 이 네 글자가 한 경영자의 몸과 조직의 문화 속에서 천천히 굳어져 온 과정의 결과다. 첫째는 고(古)다. 경영은 언제나 시간의 적층 위에서만 비로소 자기 얼굴을 갖는다. 젠슨 황은 오늘의 화려한 무대에 오르기 훨씬 전부터 아시아 시장을 발로 뛰었다. 특히 한국과의 인연은 단순한 고객 관계를 넘어선다. 국내 보도와 당시 업계 회고에 따르면, 그는 엔비디아 초창기인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 서울 용산전자상가를 여러 차례 찾으며 직접 그래픽카드를 설명하고, 매장과 조립 업자들을 설득하며 시장을 일궜다. 황 자신도 한국과의 인연이 1996년부터 시작됐다고 말했고,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확산과 PC방 문화의 폭발,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엔비디아 성장의 중요한 기반이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때 세계 게임 문명의 용광로였던 용산과 PC방의 열기, 그리고 한국 소비자의 빠른 기술 수용성이 무명의 엔비디아를 길러낸 토양이었던 셈이다. 이 대목이 중요한 이유는, 대기업의 역사가 언제나 거대한 회의실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오늘의 젠슨 황을 만든 것은 실리콘밸리의 조명만이 아니었다. 좁은 매장, 수많은 부품 상자, 가격에 민감하고 성능에는 더 민감한 한국 시장의 눈높이, 그 치열한 현장이 그를 단련했다. 이름 없는 시절의 젠슨 황은 용산에서 브랜드를 판 것이 아니라 신뢰를 팔았다. 제품 설명 하나, 호환성 하나, 성능의 체감 하나를 놓고 거래처를 설득해야 했다. 경영이란 결국 시장과의 대화라는 사실을 그는 한국의 골목에서 배운 것이다. 주역의 말처럼 '잠룡물용'이라 할 만하다. 물속에 잠긴 용은 아직 하늘로 오르지 못했으되, 이미 힘을 기르고 방향을 정한다. 젠슨 황에게 한국은 그런 잠행의 시간이었다. 둘째는 고(枯)다. 메마름은 빈곤이 아니라 절제다. 엔비디아의 역사는 화려한 외연 확장보다 계산 자원의 본질에 대한 집요한 집중으로 요약된다. 남들이 화면의 겉모습과 사양 경쟁에 몰두할 때, 그는 연산 구조와 병렬처리, 그리고 훗날 AI 시대의 결정적 기반이 되는 가속 컴퓨팅에 집중했다. 이것은 겉을 화려하게 꾸미지 않고 속의 힘을 기르는 기업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담의 미학이다. 금강경의 “범소유상 개시허망”이라는 말을 굳이 경영에 가져오자면, 눈에 보이는 형상은 늘 유혹적이지만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보이지 않는 핵심 역량이다. 엔비디아는 이를 일찍 알아챘다. 그래서 오늘의 엔비디아는 제품의 외관보다 생태계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개발자 기반이라는 더 마른 본질 위에 서 있다. 이 절제는 젠슨 황의 인간관에도 이어진다. 그는 스탠퍼드 학생들에게 성공의 핵심은 높은 기대가 아니라 회복탄력성이라고 말하며, “고통과 고난이 있기를 바란다”고까지 했다. 다소 거칠게 들릴 수 있는 이 말의 핵심은 분명하다. 위대함은 총명함만으로 생기지 않으며, 성품과 기질은 편안함 속이 아니라 시련 속에서 벼려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어린 시절 미국 기숙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고, 식당에서 접시를 닦고 화장실을 청소하는 등 최저임금 노동을 경험했다고 공개적으로 회고했다. 그러니 그의 인고론은 수사가 아니라 체험에서 나온 말이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 구성원에게 복지만 말하고 단련을 말하지 못한다. 그러나 젠슨 황은 불편한 진실을 피해가지 않았다. 성장은 언제나 어느 정도의 마찰과 견딤을 동반한다는 점을 그는 몸으로 안다. 셋째는 고(孤)다. 고독은 혼자가 된 상태가 아니라,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기꺼이 선택하는 용기다. 엔비디아는 오랫동안 모두의 박수를 받는 회사가 아니었다. 그래픽칩 기업으로 알려졌으나, 그 안에서 그는 장차 컴퓨팅의 패러다임이 범용 CPU의 시대에서 가속 컴퓨팅의 시대로 옮겨갈 것이라는 외로운 확신을 품고 있었다. 시장은 늘 당장의 수요를 요구하지만, 경영자는 때로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위해 오늘의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이 고독을 견딘 자만이 선점의 과실을 얻는다. 논어의 “덕불고 필유린”이라는 말은 바로 여기에서 생기를 얻는다. 덕은 처음에는 외로워 보여도, 끝내 이웃과 동지를 불러 모은다. 실제로 젠슨 황과 한국의 관계는 이제 단순한 판매 차원을 넘어 전략적 동맹의 수준으로 깊어졌다. SK하이닉스는 불확실성이 높던 HBM 초기부터 엔비디아와 협력을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단순 공급을 넘어 공동 제품 기획 단계로 관계가 진화했다고 밝혔다. 또한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 등과 대규모 AI 칩 공급과 인프라 협력을 추진해 왔다. 이는 과거 용산의 외로운 영업이 오늘날 국가와 산업 생태계를 잇는 연대로 전환됐음을 상징한다. 젠슨 황이 과거 한국 시장을 두드리며 얻은 감각은 이제 한국의 메모리, 제조, 자동차, 인터넷 플랫폼과 결합해 하나의 AI 문명 축으로 확장되고 있다. 홀로 버텼던 시간이 마침내 동맹의 언어로 돌아온 것이다. 넷째는 고(高)다. 높음은 단순한 지위가 아니라 품격이다. 높은 곳은 남보다 위에 있다는 뜻이 아니라, 더 멀리 보고 더 오래 책임지는 자리라는 뜻이다. 중용이 말하는 지성무식, 곧 지극한 정성은 쉬지 않는다는 문장은 젠슨 황의 경영을 설명하는 데 의외로 잘 들어맞는다. 그는 한순간의 반짝 유행으로 회사를 키운 인물이 아니다. 수차례의 위기, 제품 실패 가능성, 시장의 냉소, 공급망 압박, 지정학 리스크를 넘어서며 지금의 고지에 올랐다. 그 고지는 하루아침에 오른 산이 아니라, 수십 년간 한 걸음씩 밟아 올린 산이다. 여기서 한국과의 인연은 다시 한 번 중요해진다. 오늘의 엔비디아가 AI 시대의 제왕으로 불린다 해도, 그 왕관의 안쪽에는 한국의 회로가 적지 않게 흐르고 있다. 한국은 초기에는 PC방과 게임 시장으로 엔비디아를 키워준 소비 현장이었고, 이제는 HBM과 첨단 메모리, AI 팩토리와 디지털 전환을 함께 짜는 전략 현장이 되었다. 초창기 젠슨 황이 용산전자상가에서 상인과 조립업자들을 설득하던 모습과, 오늘날 한국의 대기업 총수 및 정부와 함께 AI 인프라를 논하는 모습 사이에는 긴 강이 흐른다. 그러나 그 강의 물줄기는 끊어지지 않았다. 그가 처음 한국에서 본 것은 단지 매출 기회가 아니라 기술을 빨리 이해하고, 산업으로 묶어내며, 현장과 제조를 함께 움직이는 사회의 힘이었을 것이다. 그 통찰이 오늘의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기업인들이 여기서 배워야 할 것은 분명하다. 혁신은 화려한 수사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래 버틴 시간,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절제, 외로움을 견디는 독립성, 그리고 끝내 품격으로 승화시키는 책임감에서 나온다. 젠슨 황의 경영은 ‘운 좋게 AI 바람을 탄 사례’가 아니다. 그것은 오래된 시간의 퇴적이 마침내 시대의 문과 맞아떨어진 경우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경영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는 용산의 바닥에서 시장과 씨름하던 초심이 있는가. 본질이 아닌 것을 덜어내는 메마른 용기가 있는가. 유행과 박수보다 외로운 정답을 선택할 배짱이 있는가. 경영은 결국 사람을 사랑하고, 현장을 존중하며, 시간과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데서 완성된다. 너무 빨리 크려는 나무는 속이 비고, 너무 쉽게 얻은 성공은 뿌리가 얕다. 젠슨 황의 엔비디아는 그 반대의 길을 걸었다. 늙은 고목처럼 묵묵히 서서 바람과 가뭄을 견디고, 홀로 높은 곳을 향해 자라났다. 그래서 그의 성공은 찰나의 불꽃이 아니라 오래 남는 불빛이다. 고고고고의 미학은 바로 그 점을 일깨운다. 오래 견딘 자만이 높이 오르고, 메마름을 통과한 자만이 깊어지며, 고독을 견딘 자만이 마침내 시대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젠슨 황의 한국 인연 또한 그 서사의 중요한 한 축이다. 오늘의 영광은 어제의 골목에서 잉태된다는 사실, 세계 최강 기업의 역사도 결국 인간의 땀방울과 신뢰의 축적 위에서만 완성된다는 사실을 그는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2026-04-22 11:4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