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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당일 부동산·증시 회의…'대통령 직할 경제'의 명암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7박 11일간의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3일 곧바로 청와대로 출근해 부동산과 주식시장 점검회의를 주재한다. 한성숙 국무총리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 부처 장관들이 참석한다. 부동산 세제와 금융·공급 대책, 최근 급등락을 거듭한 증시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보완책이 회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시장 불안을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일은 국정 책임의 범위에 속한다. 집값과 전셋값이 오르고 주식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출렁이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경제팀의 대응 태세를 점검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여러 부처에 걸친 현안을 한자리에서 조정하고 늑장 대응을 다그치는 데 대통령의 직접 개입만큼 빠른 수단도 드물다. 그러나 귀국 당일 대통령이 회의를 열어야만 경제팀이 한자리에 모이고 정책이 속도를 내는 것처럼 비친다면 그 장면을 대통령의 부지런함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총리와 경제부총리, 소관 부처 장관들이 그동안 무엇을 결정하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순방에 앞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직접 주재했다. 정부 부처별 토론과 총리 주재 후속 논의도 이어졌다. 공급과 금융, 세제를 놓고 토론을 거듭하고도 대통령이 귀국하자마자 관계 부처를 다시 불러 같은 현안을 점검해야 한다면 경제팀의 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고 보기 어렵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둘러싼 과정도 비슷하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6일 신규 상품 상장 중단과 광고 제한, 투자자 보호 강화 등을 담은 보완책을 내놓았다. 상품의 시가총액이 상장 당시 4조4000억원에서 11조9000억원으로 급증하고 주가 변동성이 커지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다시 개별 금융상품의 규제와 보완책까지 점검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담당 기관이 내놓은 대책을 신뢰하기 어렵거나 부처가 스스로 책임질 만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면 문제는 특정 금융상품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정책의 지휘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정의 최종 책임을 맡기면서도 모든 행정 판단을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시키지는 않았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고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 사무를 맡아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다. 대통령의 최종 책임이 총리와 장관의 책임을 지우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대통령의 국정 책임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장관이 맡은 분야에서 판단하고 그 결과를 감당하는 체계가 먼저 서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일상적인 국정 운영 방식으로 굳어지면 장관은 정책 결정자가 아니라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된다. 시장의 변화를 먼저 읽고 대책을 준비하기보다 대통령이 어떤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지 살피게 된다. 부처의 전문적인 검토보다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정책의 기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장관은 자신의 판단보다 청와대의 의중을 확인하는 데 익숙해진다. 경제정책에서 이런 방식은 특히 위험하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도 민감하게 움직인다. 세제나 대출 규제를 언급하면 시장은 정책이 확정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특정 금융상품을 지목하면 거래 제한이나 제도 폐지의 예고로 해석한다. 관계 부처의 검토와 협의가 끝나기 전에 대통령의 발언이 앞서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은 떨어지고 시장은 정부의 공식 발표보다 대통령의 말뜻을 좇게 된다. 결정권이 대통령에게 모일수록 실패의 책임은 오히려 사라진다. 정책이 성과를 거두면 대통령의 결단이 되고 결과가 나쁘면 여러 부처의 공동 책임으로 흩어진다. 장관은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했다고 말하고 청와대는 실무 집행의 문제라고 선을 긋는다.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장관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고 세부 정책을 직접 결정한 대통령에게 개별 정책의 책임을 일일이 묻기도 어렵다. 책임의 주체가 사라진 자리에 회의와 지시만 남는다. 대통령의 직접 개입은 부처가 제 기능을 하고 있을 때 이를 보완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야만 부처가 움직인다면 강한 리더십의 증거가 아니라 행정 체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징후다. 대통령이 모든 문제를 직접 풀려 할수록 총리의 조정권과 장관의 책임은 줄고 다음 현안도 다시 대통령의 결정을 기다리게 된다. 이번 회의에서 대통령이 부동산과 증시의 해답을 일일이 내놓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어떤 부처가 무엇을 맡고 언제까지 결과를 내놓을지 정한 뒤 정책의 설명과 집행, 성과에 대한 책임을 해당 장관에게 돌려줘야 한다. 대통령의 질책을 받은 뒤 움직이는 정부보다 장관이 먼저 판단하고 대통령에게 결과를 보고하는 정부가 강한 정부다. 대통령은 경제정책의 원칙과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총리는 부처 사이의 이해를 조정하고 경제부총리는 정책을 총괄해야 한다. 국토교통부 장관과 금융당국 수장들은 각자의 이름을 걸고 정책을 설계하고 결과를 설명해야 한다. 대통령의 부지런함이 총리와 장관의 무책임을 가려주는 국정 운영은 오래갈 수 없다. 귀국 당일 열린 경제회의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대통령이 얼마나 많은 지시를 내렸느냐가 아니다. 대통령이 없어도 경제팀이 제때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는지, 정책이 실패했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대통령이 모든 현안을 직접 챙기는 정부보다 각자가 맡은 권한을 행사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얻는다.
2026-08-03 10: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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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귀국 당일 부동산·증시 회의…'대통령 직할 경제'의 명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