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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지나자 '리셋' 시작…유통가, 웰니스·식단·레저 수요 공략
[경제일보]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유통·헬스케어업계가 자기관리 수요 공략에 나서고 있다. 명절 동안 흐트러진 식습관과 생활 리듬을 정비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식단관리, 웰니스, 뷰티, 스포츠·레저 관련 상품과 서비스가 잇달아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NS홈쇼핑은 이날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명절 준비와 장거리 이동 등으로 쌓인 피로를 관리하고 일상 복귀를 돕는 '힐링템'을 집중 편성한다. 상품군은 피부·체중 관리부터 패션과 헤어스타일링까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품목으로 구성했다. 29일에는 환절기 피부 관리를 위한 '매스티나 앰플'에 이어 체지방 감소와 장 건강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비에날씬 프로'를 방송한다. 이어 30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율무팩과 미스트, 미백앰플 등 홈케어 제품과 바람막이, 헤어스타일러 등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명절 직후 피로 회복에 필요한 건강 상품과 가을철 외모·스타일 관리 제품을 함께 편성해 연휴 이후 자기관리 수요를 겨냥한 구성이다. NS홈쇼핑 관계자는 "명절 연휴 동안 가족을 위한 준비와 분주한 일정으로 바빴던 분들을 위해 힐링템을 집중 편성했다"며 "피부 관리부터 패션, 헤어 스타일링, 건강관리까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을 다양하게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휴 이후 자기관리 수요는 식생활 전반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11번가는 최근 건강 관련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점을 반영해 식단·영양·비건 등 관리 목적별 상품을 한곳에 모은 전문관 '웰니스'를 열었다. 올해 1~8월 11번가에서 '무첨가', '제로', '다이어트', '비건', '케어' 등 건강 관련 주요 키워드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증가했고 같은 기간 '저당' 검색량은 5배 이상 늘었다. 11번가는 이에 맞춰 전문관을 '웰니스 푸드', '헬시', '비건' 등으로 나누고 소비 목적에 따라 상품을 찾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웰니스 푸드에서는 단백질 보충제와 환자용 영양식, 저당·저칼로리 간식 등을 판매하고 헬시 카테고리는 시니어·키즈·여성밸런스·데일리케어·이너뷰티 등으로 세분화했다. 비건 식품도 별도 카테고리로 묶어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한 함박스테이크와 비건 베이커리, 두유 기반 마요네즈, 고단백 저당 쿠키 등을 한곳에서 판매하며 식생활 관리와 가치소비 수요를 함께 반영했다. 11번가 관계자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 관심 있는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들이 손쉽게 웰니스를 실천할 수 있는 쇼핑 공간을 마련했다"며 "고객들의 세분화된 수요를 반영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관리 수요가 세분화되면서 한 끼 식사의 구성과 먹는 순서까지 설계한 제품도 등장했다. 쥬비스다이어트는 24년간 축적한 식단 관리 경험과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끼 식사 솔루션 '쥬비스 세로식'을 다음 달 1일 출시한다. 제품 개발에는 고객 식단일기 약 5만6000건의 분석 결과를 활용했다. 여기에 식단과 식습관, 체중 감량의 관계에 관한 자체 연구를 결합해 약 1년간 제품을 개발했다. 제품 특징은 식이섬유, 단백질, 탄수화물을 순서대로 쌓은 3단 구조다. 위층부터 차례대로 먹을 수 있도록 구성해 식이섬유와 단백질을 먼저 섭취하고 탄수화물을 뒤에 먹는 식사 방식을 제품에 반영했다. 관리 목적에 따라 '고식이섬유', '고단백', '고칼슘' 3종으로 나누고 모든 제품에 저당 설계를 적용했다. 제품별로 20가지 이상의 원재료를 사용했으며 별도 해동 없이 전자레인지로 약 3분간 조리할 수 있도록 해 편의성도 높였다. 쥬비스 관계자는 "세로식은 24년간 고객들의 식단을 관리하며 축적한 경험과 데이터를 실제 식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한 제품"이라며 "데이터를 활용한 식사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식단과 건강상품 중심의 자기관리 수요는 가을철 야외활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다음 달 1일부터 18일까지 백화점과 쇼핑몰·아울렛 전점에서 스포츠·아웃도어를 주제로 한 '롯데 액티브 위크'를 진행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0월 연중 구매 고객 수가 12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던 점을 고려해 올해 가을 행사의 체험 콘텐츠를 강화했다. 선선한 날씨와 연휴가 맞물리는 10월에 운동과 레저를 즐기려는 수요를 백화점 방문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대표 행사는 다음 달 9~10일 롯데몰 김포공항점 야외광장 '스카이파크'에서 열리는 '롯데 액티브 페스티벌'이다. 피클볼과 텐트 피칭, 오르막 트레일, 풀업 등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야외 요가와 나이트 캠핑, 아웃도어 시네마도 운영한다. 인천점·노원점·평촌점·동탄점 등에서는 네파·안다르·젝시믹스·브롬톤 런던 등 레저 브랜드와 연계한 참여형 강좌를 진행한다. 다음 달 18일에는 잠실 일대에서 러닝 행사 '2026 스타일런'을 열고 올해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스포츠 챌린지 '데이아웃'도 선보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본격적인 가을 스포츠 시즌을 맞아 고객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체험형 테마 행사를 마련했다"며 "백화점을 다양한 경험과 라이프스타일을 만나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2026-09-28 15: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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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명 위한 특수분유부터 셀렉스까지…매일유업이 57년간 찾은 '영양의 빈칸'
[경제일보] 매일유업은 지난 57년간 소비자에게 부족한 영양을 찾아 새로운 시장으로 연결해왔다. 1969년 우유가 부족하던 시기 낙농사업으로 출발해 1974년 영유아용 조제분유 생산에 나섰고 이후에는 일반 분유를 먹기 어려운 환아를 위한 특수분유까지 개발하며 영양 수요를 세분화했다. 이러한 방식은 유아식에만 머물지 않았다. 우유 속 유당을 소화하지 못하는 소비자에게는 '락토프리 우유'를 내놓고 중장년층의 단백질 섭취 수요에는 '셀렉스'를 선보였으며 우유 대신 식물성 음료를 찾는 소비자를 겨냥해 두유와 오트음료로 제품군을 넓혀왔다. 질환·연령·소화 능력·식습관에 따라 달라지는 미충족 수요를 찾아 영양 설계와 유가공 기술로 제품화해온 것이다. 우유와 분유에서 시작한 기술이 50여년 뒤 중장년·고령자·환자의 영양관리까지 이어진 배경도 여기에 있다. '낙농보국'에서 시작한 57년…우유·분유로 식품사업 기반 구축 출발점은 우유였다. 매일유업의 전신 한국낙농가공은 1969년 2월 '낙농보국'을 창업정신으로 출범했다. 같은 해 5월 정부와 김복용 창업주가 각각 절반씩 출자해 자본금 3억원으로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우유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원유를 공급할 낙농 기반 확보가 먼저였다. 매일유업은 1972년 미국산 처녀우 850마리와 호주산 임신우 850마리를 들여왔고 이듬해에는 국내 최초로 젖소를 비행기로 수송하며 원유 공급 기반을 넓혔다. 이렇게 확보한 낙농 기반을 바탕으로 1973년 호남공장을 준공해 테트라팩 우유 생산에 들어갔으며 1974년에는 중부공장을 가동해 조제분유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생산 기반을 갖춘 뒤에는 해외로 눈을 돌려 1981년 매일분유를 중동에 수출하며 국내에서 축적한 유가공 역량을 해외시장으로 연결했다. 우유와 분유에서 쌓은 식품 제조·유통 역량은 냉장주스, 발효유, 컵커피와 같은 인접 식품군으로 이어졌다. 1992년 국내 최초 냉장주스 '썬업'을 출시한 데 이어 컵커피·발효유·두유까지 제품군을 넓히며 소비자의 다양한 식음 수요를 공략했다. 이 과정에서 매일유업이 반복해온 방식은 단순히 제품 종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영양과 식생활에서 아직 충족되지 않은 수요를 찾아 새로운 제품으로 연결하는 것이었다. 2017년에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회사 구조를 재편했다. 기존 매일유업은 그룹의 지주회사인 매일홀딩스로 바뀌고 우유와 분유 등 유가공 사업은 새로 출범한 매일유업이 맡는 방식으로 분리됐다. 회사의 법인 구조는 달라졌지만 생산시설과 브랜드, 유가공 사업의 역사는 1969년 창립 때부터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350명 위한 특수분유부터 락토프리까지…작은 영양 수요도 제품으로 매일유업의 사업 방식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매출 규모가 큰 우유나 커피보다 1999년부터 생산하고 있는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자용 특수분유에서 찾을 수 있다.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자는 특정 아미노산 등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생성되지 않아 모유와 일반 분유는 물론 고기와 쌀밥 같은 일상적인 식품도 자유롭게 섭취하기 어렵다. 매일유업은 이런 환아가 필요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문제가 되는 아미노산은 제거하고 비타민과 미네랄 등 필수 영양성분은 보충한 특수 유아식을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이렇게 시작한 특수분유 생산은 올해로 27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 8종 12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시장 규모만 놓고 보면 특수분유는 효율성이 높은 사업과는 거리가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선천성 대사이상 환자는 약 350명 수준에 불과한 데다 일반 제품과 성분이 섞이지 않도록 생산 때마다 일반 분유 공정을 멈추고 설비를 별도로 세척한 뒤 소량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일유업은 20년 넘게 특수분유 생산을 이어오고 있다. 수익성보다 반드시 필요한 수요에 대응하는 이 같은 방식은 매일유업이 강조해온 ‘한 명의 아이도 건강한 삶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철학을 실제 제품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특정 소비자가 기존 제품을 섭취하기 어려운 문제를 제품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도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 출시한 '소화가 잘되는 우유'다. 우유 속 유당을 소화하기 어려운 소비자를 위해 미세한 필터로 유당을 제거하는 UF(Ultra Filtration) 공법을 적용했다. 출시 당시 국내에서는 락토프리라는 개념이 생소했지만 유당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 수요가 확인되면서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다. 닐슨 집계 기준 국내 락토프리 우유 시장은 2019년 300억원대에서 2023년 약 870억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됐고 '소화가 잘되는 우유'는 같은 시기 시장점유율 44%로 1위를 기록했다. 2024년에는 출시 19년 만에 누적 판매량 8억개를 넘어서는 등 우유 섭취에 불편을 느끼던 소비자를 새로운 유제품 수요층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2008년 선보인 상하목장은 소비자 선택 기준이 가격에서 원료와 생산 방식, 품질까지 넓어지는 흐름을 겨냥했다. 일반 백색우유와 가격 경쟁을 벌이기보다 유기농 원유와 생산 과정에 가치를 두는 소비자층을 공략하면서 차별화된 시장을 구축했다. 락토프리 우유가 소화 여부에 따른 수요를 겨냥했다면 상하목장은 원료와 생산 방식에 대한 선호를 제품에 반영해 동일한 우유 시장 안에서도 소비 기준을 한층 세분화한 사례다. 분유 기술을 중장년·환자까지…셀렉스·메디웰로 '평생 영양' 공략 인구구조 변화는 매일유업이 공략해야 할 영양 수요의 방향도 바꿨다. 영유아 인구 감소로 우유와 분유 시장의 성장 여력이 줄어드는 사이 고령화와 건강관리 수요는 커졌고 매일유업은 이에 맞춰 분유에서 축적한 영양 설계 역량을 중장년층으로 확장했다. 2018년 선보인 성인영양식 브랜드 '셀렉스'가 대표적이다. 같은 해 식품업계 최초로 근감소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매일사코페니아연구소를 설립해 중장년층의 근육과 단백질 섭취를 연구했다. 이후 △분말형 단백질 △RTD 음료 △프로틴바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고 셀렉스 누적 매출은 지난해 5월 5000억원을 넘어섰다. 분유가 성장기 영유아에게 필요한 영양을 설계한 제품이었다면 셀렉스는 연령이 높아지면서 부족해지기 쉬운 단백질과 영양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생애주기별 영양 설계는 고령자와 환자로도 이어져 매일유업은 전문 균형영양식 '메디웰'을 통해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영양을 보충하는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 올해는 이 사업을 한 단계 더 세분화하며 한림대학교의료원, 푸드테크 기업 슈팹과 환자·고령자 맞춤형 영양식 개발을 위한 협력을 시작했다. 의료기관의 임상 역량과 식품 기술을 결합해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영양을 설계하는 것이 목표다. 아이의 연령과 상태에 맞춰 분유를 설계했던 방식이 중장년, 고령자, 환자의 상태별 영양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새로운 영양 수요를 공략하는 과정에서는 기존 유가공 기술도 활용되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 7월 국산 우유를 UF 공법으로 3배 농축한 단백질 RTD 음료 '퓨어틴'을 출시했다. 330㎖ 한 팩에 단백질 23g을 담으면서 유당은 제거했다. 2005년 락토프리 우유에 활용했던 여과 기술을 최근 커지는 단백질 음료 시장에 적용한 것이다. 영양의 빈칸은 식습관에서도 나타났다. 건강과 환경, 소화 문제 등을 이유로 우유 대신 식물성 음료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매일유업도 콩, 아몬드, 귀리를 기반으로 한 제품군을 구축했다. 기존 매일두유에 아몬드브리즈를 더한 데 이어 2021년 귀리를 활용한 '어메이징오트'를 선보였다. 유제품을 주력으로 해온 매일유업이 우유를 마시지 않는 소비자까지 겨냥해 제품군을 확대한 것이다. 올해 8월에는 상하목장 브랜드의 첫 두유 제품인 '콩물두유' 3종도 출시했다. 국산 서리태를 활용한 제품으로 기존 유기농 유제품 중심이던 상하목장 브랜드를 식물성 음료까지 확장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매일유업이 식물성 음료를 주요 성장 품목으로 꼽고 있다는 점에서 일회성 신제품보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가깝다. 이 흐름을 놓고 보면 매일유업의 고객은 점차 연령과 원료의 경계를 넘어섰다. 매일유업은 영유아용 분유부터 유당불내증 소비자를 위한 락토프리 우유, 중장년층 대상 단백질 제품, 환자·고령자용 균형영양식, 식물성 음료까지 고객별 생애주기와 식습관에 따라 제품군을 세분화하고 있다. 뉴트리션 영업익 338%·수출 26% 증가…백색우유·해외 수익성은 과제 이러한 전략은 올해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매일유업의 2026년 상반기 연결 매출은 94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392억원으로 54.3% 늘었다. 2분기만 보면 매출 4800억원, 영업이익 204억원으로 각각 4.8%, 64.4% 증가했다. 특히 조제분유와 성인영양식 등이 포함된 뉴트리션 사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뉴트리션 매출은 120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2%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6%에서 12.7%로 높아졌다. 수익성 개선 폭은 더 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억원으로 338.3% 늘었고 2분기만 보면 매출 632억원으로 16.4% 증가한 가운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2억원에서 27억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유가공 부문 매출 증가율이 1%대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뉴트리션 사업이 매일유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유 사업에는 최근 출생아 반등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출생아 수는 14만580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4% 늘었다. 지난 6월 출생아 수도 2만3111명으로 15.6% 증가해 2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 매일유업도 출생아 증가에 따른 조제분유 판매 호조를 상반기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았다. 뉴트리션 사업의 성장세에 맞춰 조직 구조도 재정비했다. 매일유업은 2021년 헬스앤뉴트리션 사업을 분리해 설립한 100% 자회사 매일헬스뉴트리션을 올해 5월 다시 흡수합병했다. 이를 통해 뉴트리션 사업의 글로벌 성장전략을 본사 차원에서 추진하는 동시에 온·오프라인 영업과 상품개발, 마케팅 역량을 한데 묶어 경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별도 법인에서 키워온 셀렉스 사업을 본체로 편입해 기존 유가공·영양 연구 역량과 판매조직 간 시너지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국내에서 축적한 영양 제품 경쟁력은 해외시장에서도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일유업의 수출액은 53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4% 늘어 같은 기간 2.5% 증가에 그친 내수 매출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수출 증가에 힘입어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도 4.6%에서 5.6%로 높아지면서 해외사업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해외 소비자와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매일두유와 셀렉스 등 8개 제품을 미국 올리브영 패서디나점과 온라인몰에 입점시키며 현지 판매 채널을 확대했다. 저당·고단백 두유와 콜라겐 제품 등을 앞세워 국내에서 세분화해온 식물성·건강관리 수요를 미국의 'K-웰니스' 소비로 연결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특수분유 역시 해외시장으로 공급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헬스케어 계열사 알리건강을 통해 선천성 대사질환자용 특수분유를 현지에 공급해왔으며 이를 통해 국내 수백명의 환자를 위해 유지해온 제품을 해외 희귀질환 환자까지 연결하고 있다. 이처럼 제품별 해외 판매 접점은 넓어지고 있지만 이를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올해 상반기 수출이 빠르게 증가했음에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그쳤고 지난해 해외 종속기업인 북경매일유업유한공사와 매일호주유한회사는 각각 7억원과 6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해외 판매 규모를 확대하는 것과 현지 사업 기반을 안정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인 만큼 향후 해외사업의 이익 창출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뉴트리션과 식물성 음료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매일유업의 출발점이자 핵심 사업인 백색우유의 부담은 여전히 크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원유 공급과잉으로 백색우유 부문에서 손실이 발생한 데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포장재와 수입 원부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치며 원가 부담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말 매일유업의 원유 매입가격은 ℓ당 1359.97원으로 지난해 말 1357.71원, 2024년 말 1343.9원보다 높아졌다. 백색우유 소비가 구조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원유 매입 부담은 쉽게 낮추기 어려워 수익성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매일유업은 하반기 백색우유의 손익 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조제분유와 셀렉스 등 뉴트리션, 식물성 음료의 국내외 판매를 확대해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의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매일유업이 이제 증명해야 할 것은 '영양의 빈칸'을 발견하는 감각보다 그 빈칸을 충분한 규모의 시장으로 키워내는 힘이다. 국내 유업시장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 뉴트리션과 식물성 음료의 외형과 수익성을 함께 높이고 해외에서도 국내에서 검증한 제품 경쟁력을 안착시켜야 한다. 지난 57년간 세분화된 소비자 수요를 제품으로 구현해온 역량이 향후 시장 확대와 수익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매일유업의 다음 성장 곡선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본질적인 영양 수요를 발굴해 보다 건강한 식음료로 제품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50년 이상 축적한 영양 설계 기술과 지속적인 연구개발(R&D), 소비자 건강 증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온 진정성이 고객 신뢰와 브랜드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프리미엄 유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식물성 음료와 성인·장노년층 영양식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것"이라며 "중국에서 조제분유와 식물성 음료, 셀렉스 등을 판매하고 미국에서도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등 수출 활로를 확보해 해외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6-08-31 17: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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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농장에서 세계 1위 두부기업으로…'바른 먹거리'가 키운 풀무원
[경제일보] 온라인 식품 구매가 일상이 된 지금도 풀무원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두부 회사'다. 하지만 풀무원의 출발은 두부가 아니었다. 한국전쟁 직후 전쟁 고아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세운 공동체와 국내 최초 유기농 농장이 그 시작이었다. 사람을 살리는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철학은 포장두부와 냉장식품, 식물성 식품을 거쳐 글로벌 사업으로 이어졌다. 풀무원의 역사는 제품을 늘려온 과정이 아니라 '바른 먹거리'를 기업의 성장동력으로 키워온 역사였다. 유기농 농장에서 시작된 '바른 먹거리' 1981년 서울 압구정의 작은 유기농 농산물 직판장에서 출발한 풀무원은 현재 두부와 생면, 만두, 냉장간편식(HMR), 식물성 식품 등을 아우르는 국내 대표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유기농 채소를 판매하던 작은 가게는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시대에 따라 제품과 사업 영역은 달라졌지만 '바른 먹거리'라는 창업 철학만큼은 40여년 동안 기업의 중심을 지켜왔다. 사업이 확장되는 동안에도 풀무원의 중심에는 '바른 먹거리'가 있었다. 풀무원은 건강한 식재료를 판매하는 데 머물지 않고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 제조를 기업의 존재 이유로 삼아왔다. 이러한 철학은 두부와 콩나물 등 신선식품에서 출발해 생면과 냉장간편식(HMR), 식물성 식품으로 사업을 넓히는 과정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됐다. 소비자의 식생활 변화에 맞춰 제품군은 끊임없이 확장했지만 '건강한 먹거리'라는 본질은 지키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사업으로 연결한 것이 풀무원의 성장 동력이었다. 풀무원의 출발은 일반 식품회사 성장사와 다르다. 1981년 원경선 원장이 서울 압구정동에 문을 연 유기농 농산물 직판장이 시작이었다. 당시만 해도 유기농 개념이 낯설던 시절,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줄인 농산물을 판매하며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가치를 알렸다. 이후 1984년 풀무원식품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식품사업에 뛰어들었다. 포장두부가 바꾼 식탁…두부에서 식물성 식품으로 성장의 중심에는 두부가 있었다. 1980년대 초만 해도 두부는 재래시장이나 동네 가게에서 큰 판두부를 잘라 신문지나 비닐봉지에 담아 파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위생 문제가 잦고 쉽게 상하는 탓에 전국 유통에도 한계가 있었다. 풀무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물이 담긴 비닐 포장두부를 선보인 데 이어 1987년에는 플라스틱 용기를 적용한 포장두부를 출시하며 두부의 유통 방식을 바꿨다. 위생성과 보관성을 높인 포장 기술과 냉장 유통망을 기반으로 두부를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품질로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두부는 시장에서 사는 식품'이라는 인식을 '마트에서 믿고 사는 식품'으로 바꿨다. 이후 콩나물과 생면 등 냉장 신선식품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며 건강한 먹거리를 일상 속 식탁으로 확장했다. 풀무원은 두부를 기반으로 식탁 전체를 확장했다. 두부와 콩나물로 쌓은 냉장 신선식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생면과 만두, 냉장간편식(HMR), 김치,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을 넓히며 소비자의 식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식물성 식품 브랜드 '지구식단'을 앞세워 식물성 불고기와 제육볶음, 두유면, 만두 등 대체육 중심에서 한 끼 식사 중심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K-원볼밀' 시리즈를 선보이며 비빔밥과 잡채, 짜장면 등 한식을 식물성 식품으로 구현하는 등 K-푸드와 식물성 식품을 결합한 새로운 성장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신제품을 출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과거 두부와 콩나물 등 건강한 식재료를 공급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간편하면서도 건강한 한 끼를 제공하는 식품기업으로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물성 식품 브랜드 '지구식단'을 앞세워 식물성 불고기와 제육볶음, 만두, 두유면 등 제품군을 확대하는 한편 비빔밥·잡채·짜장면 등을 담은 'K-원볼밀' 시리즈를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식물성 K-푸드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두부 중심 기업에서 식물성 식품 플랫폼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려는 시도다. 미국에서 세계 1위…글로벌 두부기업의 탄생 풀무원의 또 다른 성장축은 해외사업이다. 1991년 미국 현지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중국·일본·베트남·유럽까지 생산·판매 거점을 확대하며 국내 식품기업 가운데 가장 일찍 글로벌 시장에 도전했다. 초기에는 교민시장을 중심으로 두부를 수출하는 수준이었지만 이후 미국 유기농 식품기업 와일드우드(Wildwood)를 인수하고 2016년에는 미국 1위 두부 브랜드 나소야(Nasoya)를 인수하면서 현지 생산과 유통 체계를 구축했다. 일본에서는 2014년 현지 두부기업 아사히코를 인수했고 중국에서는 베이징과 상하이를 거점으로 두부와 생면, 냉동만두, 김치 등을 직접 생산·판매하는 체제를 갖췄다. 최근에는 네덜란드에 유럽 법인을 설립하고 K-푸드와 식물성 식품을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국내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을 넘어 현지 생산과 브랜드, 유통망을 직접 운영하는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체질을 바꾼 것이다. 현지화 전략은 최근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6년 현지 1위 두부 브랜드 나소야를 인수한 이후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올해 11년 연속 선두 자리를 지켰다. 식물성 단백질 수요 확대에 힘입어 두부 사업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서는 생면과 냉동식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일본 아사히코는 두부를 넘어 두유 디저트와 식물성 단백질 제품까지 제품군을 넓히며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지화 전략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풀무원의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85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90억원으로 68.9% 늘었다. 미국 법인은 지난해 하반기 흑자 전환 이후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고 중국 법인은 면류와 냉동제품 판매 확대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성장했다. 일본 법인도 생산거점 효율화와 K-푸드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적자 규모를 전년보다 40% 이상 줄였다. 해외사업이 단순한 외형 확대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 기반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른 먹거리의 다음 과제…철학과 수익성의 균형 다만 풀무원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내 식품시장은 저출생과 내수 소비 둔화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고 두부와 생면, 냉장간편식(HMR) 등 주력 시장도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예전과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CJ제일제당과 대상, 동원F&B 등 주요 식품기업들도 냉장간편식과 식물성 식품, 고단백 제품 투자를 확대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때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았던 식물성 식품 시장 역시 초기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않으면서 단순히 제품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시장을 선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소비자가 반복적으로 찾는 제품을 만들고 식물성 식품을 일상적인 식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 풀무원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사업도 숙제가 남아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해외 법인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원재료 가격과 환율 변동, 현지 경쟁 심화 등 외부 변수는 여전히 크다. 해외 생산거점과 브랜드가 늘어날수록 품질 관리와 공급망 운영,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 역량도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두부를 중심으로 성장한 글로벌 사업을 식물성 식품과 K-푸드 전반으로 확대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풀무원의 40여 년은 두부를 만든 역사가 아니라 '바른 먹거리'를 산업으로 만든 역사였다. 유기농 농장에서 시작한 철학은 이제 포장두부와 냉장식품을 거쳐 식물성 식품과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창업 당시의 철학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식문화와 글로벌 시장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바른 먹거리를 향한 철학이 앞으로도 풀무원의 강력한 경쟁력으로 남을 수 있을지가 미래 성장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창업 초기부터 이어온 '이웃사랑과 생명존중' 정신,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바른 먹거리'는 사업이 확장된 지금도 풀무원의 가장 중요한 DNA"라며 "제품 개발부터 원재료 조달, 품질·안전관리, 식물성 식품, 글로벌 사업까지 모든 경영활동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풀무원다움'을 확산하고 지속가능한 식생활 문화를 이끄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6-08-07 17: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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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맛우유에서 더단백까지…빙그레 '장수 브랜드' 공식
[경제일보] 1974년 출시된 단지형 바나나맛우유는 지금도 편의점 냉장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한다. 반세기 동안 소비 트렌드는 수없이 바뀌었다. 흰 우유에서 커피로, 아이스크림에서 단백질 음료로 소비자의 관심이 이동했고 건강을 중시하는 식문화도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바나나맛우유와 메로나, 요플레, 투게더는 여전히 빙그레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빙그레는 국내 식품업계에서 가장 많은 장수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 가운데 하나다. 다른 식품기업들이 신제품을 반복적으로 출시하며 시장을 공략한 것과 달리 빙그레는 한 번 잘 만든 브랜드를 수십 년 동안 유지하면서 시대 변화에 맞게 진화시키는 전략을 선택했다. 빙그레의 성장사를 관통하는 DNA는 '축적과 재해석'이다. 제품을 계속 바꾸기보다 브랜드 본질은 유지하고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을 바꾸는 전략이다. 용기와 패키지, 제품군, 마케팅, 해외시장까지 확장하면서 브랜드의 수명을 늘려왔다. 단지 용기가 브랜드 되다…빙그레의 자산 축적법 빙그레의 출발점은 바나나맛우유다. 1974년 출시된 바나나맛우유는 당시 흔하지 않았던 바나나 향을 우유에 접목하며 빠르게 시장을 넓혔다. 이후 수십 년 동안 경쟁 제품이 등장했지만 바나나맛우유는 단지형 용기와 노란색 패키지, 특유의 맛을 유지하며 대표 가공우유로 자리 잡았다. 빙그레가 지켜온 것은 바나나맛우유의 맛만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자산은 출시 당시부터 이어져 온 단지 모양 용기다. 둥근 항아리를 닮은 독특한 용기는 당시 시중에서 판매되던 사각 종이팩이나 병 제품과 차별화를 위해 도입됐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제품보다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 상징이 됐다. 소비자는 제품명을 확인하지 않아도 노란색 단지 형태만 봐도 바나나맛우유를 연상한다. 대부분 식품이 맛이나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과 달리 빙그레는 용기 자체를 브랜드 자산으로 축적한 셈이다. 이후 맛과 패키지 디자인, 용량은 시대에 맞게 바꾸면서도 단지 형태만큼은 유지해 세대가 바뀌어도 소비자 기억 속 브랜드 정체성을 이어왔다. 이는 단순히 오래 같은 포장을 사용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제품의 핵심 이미지를 쉽게 바꾸지 않는 대신 새로운 맛과 한정판, 협업 제품을 같은 브랜드 아래 추가하면서 소비자는 익숙함을 유지하고 기업은 새로운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기존 브랜드를 쉽게 없애지 않은 점도 한 몫 했다. 요플레는 떠먹는 발효유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고 투게더는 가족이 함께 먹는 대용량 아이스크림이라는 소비 장면을 선점했다. 메로나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판매되는 대표 아이스크림으로 자리 잡았으며 붕어싸만코 역시 계절을 가리지 않는 장수 제품으로 남았다. 빙그레가 만든 장수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한 것이 아니라 소비가 이뤄지는 특정 순간을 먼저 선점했다는 데 있다. 요플레는 아침 식사나 간식, 건강관리를 위한 발효유라는 이미지를 구축했고 투게더는 가족이 함께 나눠 먹는 대용량 아이스크림이라는 소비 문화를 만들었다. 메로나는 더운 날 가볍게 즐기는 아이스크림으로, 바나나맛우유는 출출할 때 간편하게 마시는 간식형 우유로 자리 잡으며 각기 다른 소비 장면을 차지했다. 제품마다 '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먹는가'를 명확하게 각인시키면서 소비자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이는 경쟁사가 비슷한 제품을 출시해도 쉽게 대체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비자는 단순히 바나나맛이 나는 우유나 멜론 맛 아이스크림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브랜드와 연결된 경험을 함께 소비한다. 빙그레는 새로운 제품을 계속 내놓기보다 기존 브랜드가 차지한 소비 장면을 유지하면서 맛과 용량, 패키지, 협업 콘텐츠 등을 추가해 브랜드의 생명력을 연장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제품은 그대로, 브랜드는 진화…IP로 젊어진 장수 브랜드 장수 브랜드는 오랜 인지도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특정 세대의 추억에만 머무는 제품으로 굳어질 위험도 있다. 익숙함이 구매 이유가 되는 동시에 젊은 소비자에게는 '부모 세대가 먹던 제품'으로 인식될 수 있어서다. 빙그레는 이를 막기 위해 제품의 핵심 정체성은 유지하되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은 지속적으로 바꿔왔다. 대표적인 방식이 굿즈와 캐릭터, 이종업계 협업이다. 바나나맛우유의 단지형 용기와 노란색 패키지처럼 소비자가 즉시 알아보는 시각적 자산을 의류와 생활용품, 화장품, 문구류 등에 적용해 브랜드 경험을 식품 매대 밖으로 확장했다.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마시거나 먹지 않는 순간에도 익숙한 형태와 색상을 통해 브랜드를 접하도록 만든 것이다. 한정판 패키지와 팝업스토어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 제품의 맛이나 형태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패키지 디자인과 전시 공간, 체험 콘텐츠를 새롭게 구성해 브랜드를 다시 화제의 중심에 올렸다. 특히 온라인과 SNS에서 공유하기 좋은 시각적 요소와 체험형 콘텐츠를 결합하면서 오래된 제품을 추억의 식품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현재 소비되는 문화적 소재로 재해석했다. 이 같은 전략은 장수 브랜드의 세대교체를 가능하게 했다. 기존 소비자에게는 익숙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젊은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콘텐츠와 협업을 통해 처음 접하는 브랜드처럼 다가간 것이다. 제품 본체는 지키되 브랜드가 등장하는 장소와 방식만 바꾸면서 연령대별 소비자와의 접점을 동시에 넓힌 셈이다. 이는 브랜드를 단순히 먹고 마시는 식품이 아니라 하나의 IP(지식재산)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소비자는 음료나 아이스크림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굿즈와 협업 상품, 팝업스토어, SNS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접하게 됐고 브랜드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소비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장수 브랜드의 노후화를 막는 역할도 한다. 식품은 구매 주기가 제한적이지만 IP는 일상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소비자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제품'이 아니라 '경험'으로 확장하면서 기존 소비자에게는 친숙함을 유지하고 젊은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메로나에서 더단백까지…축적한 브랜드 확장 빙그레의 장수 브랜드 전략은 국내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표 사례가 메로나다. 1992년 출시된 메로나는 국내에서는 30년 넘게 사랑받아온 장수 아이스크림이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K-디저트 브랜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빙그레는 미국과 중국,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현지 유통망을 꾸준히 확대하며 메로나를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스크림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키워왔다. 해외 소비자에게 메로나는 오래된 제품이 아니라 한국에서 온 새로운 디저트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다. 국내에서는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브랜드라도 해외에서는 시장 진입 초기 단계인 만큼 성장 여력이 크기 때문이다. 기존 브랜드 자산과 인지도를 활용하면서도 새로운 시장에서는 신제품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별도의 글로벌 브랜드를 새로 육성하기보다 오랜 시간 축적한 브랜드 경쟁력을 해외 시장으로 확장해 브랜드 수명을 다시 늘리는 전략이라는 평가다. 최근에는 단백질 음료 '더단백'을 앞세워 웰니스(Wellness)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건강을 단순히 질병 예방이 아닌 일상 속 자기관리와 삶의 질 향상으로 인식하는 웰니스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단백질 음료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오랜 기간 축적한 유가공 기술과 냉장 유통망을 기반으로 단백질 음료와 고단백 식품 시장을 확대하며 새로운 성장축을 구축하고 있다. 과거 달콤한 가공우유가 성장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단백질과 영양, 건강을 앞세운 제품이 미래 먹거리 역할을 맡기 시작한 것이다. 더단백은 단순히 새로운 제품군을 추가한 데 그치지 않는다. 소비 트렌드가 간식 중심에서 건강관리와 웰니스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에 맞춰 차세대 장수 브랜드를 육성하려는 시도라는 의미가 크다. 기존 브랜드의 자산을 오래 축적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에 맞는 새로운 브랜드를 꾸준히 발굴하는 전략이다. 과거 바나나맛우유와 메로나가 한 시대를 대표했다면 더단백은 웰니스 시대를 대표할 차기 브랜드 후보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수 브랜드 넘어…미래 성장동력 찾기가 과제 다만 축적된 브랜드 자산이 곧바로 미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빙그레가 주력으로 삼아온 유가공과 빙과 사업은 모두 시장 구조상 성장 한계가 뚜렷하다. 국내 유제품 시장은 저출생과 학령인구 감소, 우유 소비 위축 등의 영향으로 양적 성장이 쉽지 않고, 원유 가격과 물류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 관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빙과 사업 역시 여름철 매출 비중이 높은 데다 장마와 폭염 등 날씨 변화에 따라 판매 실적이 크게 흔들리는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다.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이후의 통합 효과를 높이는 것도 과제다. 제품군과 브랜드가 늘어난 만큼 생산시설과 물류망, 영업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겹치는 상품과 채널을 정리해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 단순히 외형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인수한 브랜드를 기존 포트폴리오 안에서 재배치하고 성장시키는 역량이 향후 경쟁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빙그레의 지난 50년은 브랜드를 오래 지켜온 역사였다. 바나나맛우유와 메로나, 요플레, 투게더는 시대가 바뀌어도 소비자의 일상 속 자리를 지켜왔다. 이제 남은 과제는 과거의 장수 브랜드를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세대가 다시 30~50년 동안 찾을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결국 빙그레의 다음 반세기 경쟁력은 축적한 브랜드 자산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반세기를 이끌 대표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데 달려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장수 브랜드를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랜 기간 축적된 제품 고유의 맛과 형태, 색상, 패키지 등 소비자가 기억하는 핵심 자산을 함부로 바꾸지 않는 것"이라며 "브랜드가 지닌 본질과 가치는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시대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새로운 방식으로 브랜드를 경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브랜드가 가진 익숙함과 신뢰는 지키면서도 소비자에게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장수 브랜드 전략의 핵심"이라며 "기존 브랜드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브랜드도 꾸준히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26-07-31 16: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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