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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지뢰 안보리 대응 "미정"…유엔 국감서 "협의도 안 했나" 공방
[경제일보]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로 우리 장병들이 다친 사건의 유엔 대응을 놓고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맞붙었다. 야당은 안전보장이사회 논의를 위한 외교적 접촉이 없었다고 비판했고, 차지훈 주유엔대사는 정부의 전략적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총회에서 문제를 제기한 조치의 의미를 강조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유엔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서 국민의힘 김건 의원은 북한의 접경지역 요새화와 정전협정 위반을 거론하며 안보리 논의 계획을 물었다. 차 대사는 “어떻게 접근할지는 아직 미정”이라며 “정부의 전략적 결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차 대사는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대사와 다른 안보리 이사국 측에 이 사안을 협의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논의 가능성을 먼저 타진하고 결과를 외교부 본부에 전달해야 정부도 판단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접촉을 촉구했다. 공방의 배경은 지난달 21일 육군 25사단의 DMZ 작전 중 발생한 지뢰 폭발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5일 유엔사 공동조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을 토대로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매설한 수지반보병지뢰가 폭발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중상자 2명과 경상자 1명이 발생했으며, 폭발 지점과 추가 발견 지뢰는 MDL 이남 10여m로 확인돼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됐다. 차 대사는 지난 8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 사건을 알리고 북한의 사과를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안보리 서한보다 총회 발언의 반향이 더 클 수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김 의원은 회원국에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안보리의 역할을 강조하며 반박했다. 총회 제1위원회는 군축과 국제안보 문제를 논의하는 기구다. 안보리는 회원국이 이행해야 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실질적 사안의 결의에는 9개국 이상 찬성과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불행사가 필요하다. 한국의 비상임이사국 임기는 지난해 말 끝났다.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은 지난해 9월 차 대사 취임 이후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 실적을 따졌다. 차 대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안보리나 총회에서 북한 도발을 규탄해왔다고 답했다. 차 대사의 외교 전문성과 임명 배경도 쟁점이 됐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변호인 이력을 거론하며 비외교관 출신 임명을 비판했다. 차 대사는 직업외교관이 아닌 대사들도 많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차 대사의 딸이 뉴욕에 살고 있었던 점이 부임의 고려 요소였는지도 물었다. 차 대사는 딸이 뉴욕에서 근무하다 자신의 부임 몇 달 뒤부터 관저에서 함께 지내고 있으며, 규정상 미혼 자녀의 동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은 대사가 독단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며 주미대사와 외교부 본부를 통해 정부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등의 우려가 제기되지 않도록 자신감을 갖고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달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북한군 포로 2명 한국 송환 공개와 관련해서는 차 대사가 해당 발언을 놓고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관련 사안은 외교부 본부가 양자 차원에서 대응하며, 유엔 활동이 필요하면 본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2026-10-14 08:41:11
산업스파이는 간첩인가
[경제일보] 삼성전자가 1조6000억원을 들여 개발한 18나노 D램 국가핵심기술을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빼돌린 전직 부장은 지난 4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6년4개월을 선고받았다. 회사의 핵심 기술을 외국으로 넘겼으니 산업스파이다. 그런데 반도체 기술이 아니라 군사기밀을 외국에 넘겼다면 사람들은 그를 간첩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반도체 한 세대의 기술격차가 국가 산업의 흥망을 좌우하는 시대에도 이 둘을 전혀 다른 범죄로만 봐야 하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형법은 지난 13일부터 달라졌다. 제98조의2 ‘외국 등을 위한 간첩죄’가 시행됐다. 과거처럼 적국만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의 지령이나 사주, 의사 연락을 받아 국가기밀을 탐지하거나 수집·누설·전달한 사람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적국이 아니면 간첩죄 적용이 쉽지 않았던 형법의 오래된 빈틈 하나가 메워졌다. 산업스파이까지 곧바로 간첩이 된 것은 아니다. 새 형법은 대상을 ‘국가기밀’로 정했다. 대법원은 국가기밀을 군사 분야에만 한정하지 않고 정치·경제·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인정해 왔다. 공개되지 않았고 외부로 빠져나갈 경우 국가안전에 위험을 줄 우려가 있는 정보라면 국가기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이라는 이유만으로 형법상 국가기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법 사이의 틈이 생긴다.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이라고 규정한다. 국가가 반도체와 배터리, 디스플레이 기술을 기업 재산만의 문제로 보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 기술이 외국으로 넘어가면 국가안보에 영향을 준다고 해놓고 정작 외국 국가권력이 조직적으로 빼내더라도 간첩죄 적용에는 별도의 벽이 남아 있다. 실제 유출 규모도 작지 않다. 지난해 경찰이 적발한 기술유출 사건은 179건, 검거자는 378명이다. 해외유출은 33건이었다. 중국으로 향한 사건이 18건으로 절반을 넘었고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한국의 주력 산업에 범행이 몰렸다. 국정원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적발한 해외 기술유출도 96건에 달한다. 기업들이 추산한 피해 예방액은 23조원이다. 반도체가 38건으로 가장 많았다. 국회에서도 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의원은 지난달 외국 간첩죄의 상대방에 ‘외국 기업’을 넣고 대상에 ‘국가핵심기술’을 추가하는 형법 개정안을 냈다. 외국 등을 위한 간첩죄의 최저형도 징역 3년에서 10년으로 높이자는 내용이다. 현행법으로는 국가핵심기술을 빼돌리는 산업스파이를 경제간첩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안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외국 기업을 일률적으로 간첩죄의 상대방에 넣는 것은 따져봐야 한다. 국내 배터리업체 연구원이 두 배의 연봉을 받고 미국이나 독일 경쟁기업으로 옮기면서 기술자료를 빼돌렸다면 중대한 범죄다. 그래도 곧바로 미국 간첩이나 독일 간첩으로 부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외국 기업이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산업기술 유출과 국가안보범죄 사이의 선을 지워서는 안 된다. 미국은 일반적인 영업비밀 절도와 경제간첩을 법률상 구분한다. 외국 정부나 외국 정부기관 또는 그 대리인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영업비밀을 빼돌렸을 때 경제간첩죄를 적용한다. 중국 회사로 기술이 넘어갔다는 사실만 보는 것이 아니다. 그 뒤에 외국 국가권력이 있는지를 본다. 기업 간 기술절도와 국가가 개입한 기술탈취를 같은 죄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를 둔 대만은 한발 더 나갔다. 2022년 국가안전법을 고쳐 국가핵심관건기술의 영업비밀을 외국이나 중국·홍콩·마카오 또는 이들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조직을 위해 빼돌리는 행위를 경제간첩죄로 처벌하기 시작했다. 첨단기술 유출을 한 기업의 피해로 끝내지 않고 국가안보 문제로 다룬다. 대만 정부가 내세운 이유도 첨단산업 경쟁력과 국가의 경제명맥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한국이 따져야 할 것도 몇 년을 더 감옥에 보낼 것이냐만은 아니다. 외국 정부나 정보기관의 지시를 받거나 국가가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조직을 위해 반도체·배터리·AI의 국가핵심기술을 조직적으로 빼돌렸다면 피해자는 해당 기업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경쟁국은 개발기간을 줄이고 시장점유율을 높인다. 우리는 수년간 쌓은 기술격차와 투자비, 일자리를 잃는다. 국가가 배후에 있는 기술탈취를 일반적인 기업 범죄와 같은 이름으로 부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모든 산업스파이가 간첩은 아니다. 외국 경쟁기업에 돈을 받고 기술을 넘긴 범죄와 외국 국가권력의 지시를 받아 국가핵심기술을 빼돌린 범죄를 똑같이 취급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후자까지 산업기술 유출이라는 이름으로만 부르는 것도 맞지 않는다. 군사기밀만 나라를 무너뜨리는 시대는 지났다. 반도체 공정 하나가 수십 년 쌓은 산업 경쟁력을 흔든다. 외국 국가권력이 그 기술을 조직적으로 빼낸다면 이름부터 제대로 붙여야 한다. 산업스파이가 아니라 경제간첩이다.
2026-09-14 08: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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