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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교부금 수술대 올랐지만, 칼보다 설계도가 먼저다
[경제일보] 중동의 포성이 대한민국 교실 예산에 불꽃을 튀겼다. 정부가 중동 분쟁 대응을 명분으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1972년 도입 이후 54년 동안 근본적 손질을 받지 못했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구조 개편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기획예산처는 내국세의 20.79%를 시도교육청에 자동 배분하는 현행 구조를 경상성장률 연동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반세기 가까이 손대지 않았던 제도가 처음으로 수술대에 오른 셈이다. 숫자를 보면 개편 논의가 왜 불거질 수밖에 없었는지 읽힌다. 2015년 39조원이던 교육교부금은 올해 76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같은 기간 학생 수는 638만 명에서 502만 명으로 22% 줄었다. 반도체 호황으로 법인세 수입이 급증하면서 내년에는 교부금이 20조원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예산은 쌓이는데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집행하지 못한 이월·불용액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은 즉각 반발했다. "교육계와의 협의 없는 일방적 개편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협의회의 입장이다. 경상성장률 연동으로 전환하면 연간 최대 20조원의 재정 손실이 발생한다는 학계 분석을 내세웠고, 지난 4년간 시도교육청 기금이 83% 급감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교직원 인건비·학교 운영비·시설 관리비는 학생 수가 아니라 학교 수와 학급 수에 따라 결정되는 고정비용이라는 반박도 나왔다. 이 주장 가운데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 있다. 교육 예산의 55%는 교직원 인건비이고, 나머지도 무상급식비·시설 유지비 등 경직성 경비로 채워져 있어 시도교육청이 실제로 자율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은 전체의 10% 안팎에 불과하다. 총액을 일률적으로 깎는 방식의 개편이라면 그나마 남은 교육 투자 여력마저 빼앗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소통 없는 개편"이라는 비판 역시 단순한 반발로만 볼 수 없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법률로 정해진 제도인 만큼, 그 골격을 바꾸려면 법 개정 절차를 밟아야 하고 직접적 이해관계를 지닌 시도교육청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입법 과정의 기본에 속한다. 이익 수호를 위한 수사(修辭)이기도 하지만, 절차적으로 따지면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러나 절차의 정당성을 요구하는 것과 구조 자체의 변경을 막으려는 것은 전혀 다른 주장이다. 교육감협의회의 반대 논리를 들여다보면 "지금 당장 줄이면 안 된다"는 시기 문제에 집중돼 있을 뿐, 내국세 자동 연동이라는 구조 자체의 타당성은 정면으로 다루지 않는다. 1972년에 제정된 법이 54년 뒤의 인구 구조와 재정 현실에도 그대로 맞아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KDI는 경상 GDP에 연동하면서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면 40년간 약 1000조원의 재정을 아끼면서도 1인당 교육투자 수준은 선진국보다 높게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진짜 쟁점은 개편 찬반이 아니라 어떻게 개편하느냐에 있다. 미국·영국·일본은 매년 교육 수요를 재산정해 예산을 배분한다. 경상성장률이나 학생 수에 기계적으로 연동하는 방식은 경기 침체기에 교부금을 급감시키고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 직격탄을 날린다. 교부금의 활용 범위를 대학 지원이나 평생교육으로 넓히는 방안, 지역 여건과 교육 수요를 반영한 차등 배분 설계도 논의 테이블에 올라야 한다. 개혁의 방향이 옳더라도 설계가 빈약하면 법원이 아니라 현장에서 먼저 무너진다. 재정당국 단독이 아니라 교육 현장·지방정부·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입법 논의 구조가 먼저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목적이 옳다고 해서 과정을 생략할 수는 없다. 수술대에 오른 것은 맞다. 그러나 집도의라면 칼보다 수술 계획서를 먼저 내놓아야 한다.
2026-06-01 08:54:43
"주가 1만원 오를 때 소비 130원"…국내 주식 자산효과 선진국보다 작아
[경제일보] 국내 주식시장 호조에도 주가 상승이 소비를 늘리는 효과는 주요 선진국보다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투자 저변이 좁고 자본이득이 부동산으로 먼저 이동하는 구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7일 한국은행 조사국 거시분석팀 김민수 차장·추성윤 조사역·곽법준 팀장이 발표한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에 따르면 가계금융복지조사 가구패널을 활용해 국내 주식 자산효과를 추정한 결과 주가가 1만원 오를 때 소비는 130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이득의 1.3%가량만 소비재원으로 활용된다는 의미다. 이는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3~4% 수준보다 낮은 수준이다. 연구진은 국내 주식 자산효과가 작은 배경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가계의 주식 투자 저변이 좁다. 지난 2024년 기준 가처분소득 대비 주식자산 규모는 77%로 미국 256%, 유럽 주요국 평균 184%를 크게 밑돌았다. 주식자산도 주로 소비 반응이 작은 고소득·고자산층에 집중됐다. 주가 상승의 지속성에 대한 신뢰가 낮은 점도 원인으로 꼽혔다. 지난 2011년부터 2024년까지 우리 주식시장의 월평균 기대수익률은 0.09%로 미국 0.53%의 6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반면 변동성은 미국보다 10%가량 높았다. 연구진은 이 같은 구조 때문에 가계가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영구적 소득이 아닌 일시적 현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현이익이 소비보다 부동산으로 먼저 이동하는 점도 소비 확대를 제약했다. 특히 무주택 가계의 경우 주식 자본이득 1원 발생시 부동산 자산이 0.7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 서울 주택 매매 자금출처 조사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자기자금 가운데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다만 최근에는 이런 제약 요인에 변화 조짐도 나타났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지난해 코스피 지수가 급등하면서 가계의 주식 보유가 크게 늘었고 참여 계층도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계의 주식 자본이득은 429조원으로 과거 평균의 22배에 달했다. 특히 청년층과 중·저소득층의 주식시장 참여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 계층은 자산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특성을 보였다. 연구진은 앞으로 주가 변동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동시에 최근처럼 주식투자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주가가 조정을 받을 경우 주가 하락시 역자산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과 맞물려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 투자도 늘고 있어 자산가격 하락과 채무부담 확대가 동시에 경기 하방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중장기적으로는 주식시장이 가계 전반의 자산 형성 기반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안정적 투자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 주식 자본이득의 부동산 쏠림을 막고 가계의 주식 장기보유 유인을 제고해 우리 기업들의 경제적 성과가 가계의 자산 축적과 소비여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026-05-07 14:30:33
국보투, 지주택 규제 풀고 관리 강화…토지확보 80%로 완화
[경제일보] 정부가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손질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사업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온 토지 확보 기준은 완화하고 조합원 피해를 줄이기 위한 관리 장치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국토교통부는 20일 ‘지역주택조합 피해 예방 및 사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조합 운영 과정에서 발생해 온 각종 분쟁과 피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핵심은 토지 소유권 확보 기준 완화다. 현재 지주택 사업은 사업계획 승인을 받기 위해 전체 토지의 95%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일반 주택건설사업과 동일한 수준인 80%로 낮추기로 했다. 이 같은 조정은 이른바 ‘알박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일부 토지 소유자가 매도를 거부하거나 과도한 가격을 요구하면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앞으로는 시공사나 업무 대행사가 보유한 토지에 대해서도 보유 기간과 관계없이 매도 청구가 가능해진다. 토지 확보 과정에서 발생하는 협상 지연 요인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국토부는 기준 완화에 따라 사업 기간이 기존보다 1~2년가량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원 자격 요건도 일부 완화된다. 기존에는 무주택자 또는 전용면적 85㎡ 이하 1주택자만 조합 가입이 가능했지만 사업지 내 실거주 토지 소유자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원주민의 재정착을 유도하고 토지 매입 과정에서의 갈등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투기 목적 유입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 이상 보유 및 거주 요건은 충족해야 한다. 조합원 충원 방식은 결원 발생 시 가입 신청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완화된다. 사업 추진 구조 개선과 함께 관리 체계 역시 강화된다. 우선 조합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에 대해 등록제를 도입한다. 현재는 별도의 자격 기준이 없어 부실 업체가 난립해 왔고 이로 인해 조합원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앞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금과 전문 인력을 갖춘 업체만 등록할 수 있게 된다. 법령 위반이나 조합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등록 취소 등 제재도 가능해진다. 공사비 분쟁을 줄이기 위해 시공사가 공사비 인상을 요구할 경우 일정 기준 이상일 때는 한국부동산원 등 전문기관의 검증을 거치도록 의무화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최초 계약 대비 5% 이상 증액 시 검증 대상이 된다. 공사비 산출 근거와 증액 기준도 계약서에 명확히 반영하도록 해 분쟁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시공사 선정 방식은 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조합이 시공사와 공동 시행하지 않고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된다. 조합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선 자금 사용 내역과 증빙 자료를 조합원에게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자금 인출을 제한하는 방안이 도입된다. 이와 함게 온라인 총회와 전자투표를 허용해 조합원 참여를 확대하고 대리인 범위는 배우자와 직계가족으로 제한해 의사 왜곡 가능성을 줄이기로 했다. 조합 가입 철회 기간은 기존 30일에서 60일로 늘렸다. 장기간 사업이 지연된 조합의 경우 해산 여부를 다시 의결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또 조합은 반기마다 사업 진행 상황을 조합원에게 제공해야 하며 지자체는 정기 점검을 통해 운영 상태를 평가하고 결과를 공유하게 된다. 운영이 사실상 중단된 조합이나 토지 권원을 상실한 경우에는 지자체가 인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관리 권한도 강화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지주택 사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조합원 피해를 줄이는 이중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방향이다. 국토부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상반기 중 입법을 추진하고 하위 규정과 가이드라인도 순차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2026-04-20 16:4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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