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2건
-
가상자산 과세 넉 달 앞인데…"세율보다 계산법부터 다시 짜야"
[경제일보] 가상자산 과세 시행이 넉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020년에 만들어진 현행 과세 틀을 시장 현실에 맞게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거래소의 과세자료 제출 체계와 해외 거래정보 교환망은 구축되고 있지만, 스테이킹과 렌딩, 유동성 공급(LP)처럼 거래 방식이 복잡해지면서 ‘무엇을 어떤 소득으로 볼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한국조세법학회와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과세 자체보다 납세자가 실제로 소득을 계산하고 신고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된다. 연간 손익을 합산한 뒤 250만원을 공제하고 초과분에 20%를 과세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실질 세율은 22%다. 2027년 발생한 소득의 첫 신고는 2028년 5월이다. 문제는 법이 규정한 ‘양도·대여’만으로 현재 시장의 거래 유형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박종수 한국조세법학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채굴과 스테이킹, 렌딩, 예치, LP, 에어드롭, 하드포크 등 거래마다 경제적 성격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매·교환은 양도소득, 사업적으로 하는 채굴은 사업소득, 대여에 따른 보상은 이자소득 등으로 구분하고 복합 거래는 내부 요소를 나눠 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하나의 신고체계로 묶는 가칭 ‘가상자산투자소득세’도 대안으로 제안했다. 김갑순 동국대 교수도 가상자산 거래가 반복적인 투자·자본이득 성격을 갖는데도 전통적인 무형자산과 같은 기타소득 체계에 넣은 것이 구조적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 거래소 옮기면 ‘매입가격’도 따라갈 수 있나 실제 신고 단계에서는 취득가액이 더 큰 문제다. 국세청은 가상자산의 취득가액을 거주자별 ‘총평균법’으로 계산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2027년 이전 보유분은 2026년 12월31일 시가와 실제 취득가액 가운데 높은 금액을 인정한다. 실제 취득가액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양도가액의 최대 50% 범위에서 필요경비를 인정하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 그러나 국세청 안내에도 ‘취득가액 확인이 곤란한 경우’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과 인정 비율은 대통령령에 위임돼 있다고 명시돼 있다. 더 복잡한 경우는 거래소를 옮겼을 때다. A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산 뒤 개인지갑을 거쳐 B거래소로 이동하면 B거래소는 해당 비트코인의 원래 매입가격을 알기 어렵다. 김경하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거래소 간 가상자산을 이전할 때 수량뿐 아니라 취득 시기와 가격, 수수료 등을 함께 넘길 수 있는 ‘취득가액 정보 이전 명세서’를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국내 과세자료 체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세청 세무일정을 보면 가상자산사업자들은 현재도 분기마다 가상자산 거래명세서를 제출하고 있다. 올해도 1~3월, 4~6월 거래자료가 각각 국세청에 제출됐다. 문제는 개별 거래소가 가진 정보가 다른 거래소·개인지갑의 원가정보까지 자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 CARF 시작돼도 개인지갑 사각지대 남는다 해외 거래도 변수다. 한국은 OECD의 암호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에 참여해 2027년부터 국가 간 정보교환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은 2024년 CARF 다자간 협정에 서명했으며 일본·독일·프랑스 등과 함께 2027년 첫 교환 대상국에 포함돼 있다. CARF가 시행되면 해외 가상자산사업자를 이용한 거래에 대한 세원 포착 능력은 지금보다 높아진다. 그러나 모든 국가가 같은 시기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며, 사업자를 거치지 않는 개인지갑 간 이동이나 탈중앙화 서비스의 거래 이력을 국내 취득가액과 완벽하게 연결해주는 제도도 아니다. 토론회에서 나온 문제 제기가 일회성도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공개한 정책연구용역 보고서 ‘가상자산 과세상 쟁점 및 개선방안 연구’ 역시 거래유형별 과세와 과세표준·세액 산정 문제를 별도 장으로 다루며 현행 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검토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현재까지 내년 1월 예정대로 과세한다는 입장이다. 국세청도 시행에 필요한 고시와 신고체계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야당에서는 추가 유예 또는 과세 폐지까지 거론하고 있어 정기국회 세법 논의 과정에서 다시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태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가상자산 과세 제도가 마련된 2020년 당시의 소득분류 체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 제도·경제적 환경 변화를 고려해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금을 걷을 수 있느냐와 제대로 걷을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국내 거래자료와 국제 정보교환망이 갖춰져도 거래 성격에 따른 소득 분류와 취득가액 승계, 손실 처리 기준이 불명확하면 그 부담은 결국 납세자에게 돌아간다. 세 번째 유예 끝에 시작하는 과세인 만큼 이번에는 ‘시행 날짜’를 맞추는 것보다 투자자가 스스로 계산하고 신고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에 정부가 답해야 할 시점이다.
2026-09-03 17:44:16
-
혐오표현 확산에 제도 공백 지적…방심위, 토론회서 규제 방향 모색
[경제일보] "표현의 자유는 민주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가치지만 동시에 모든 국민이 차별과 혐오로부터 보호받으며 존엄과 이 권리를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또한 우리 사회가 이뤄내야 할 과제" 18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인터넷 혐오표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고광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온라인 공간에서 확산되는 혐오·차별 표현 문제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향한 혐오 표현은 물론 역사적 사건과 사회적 아픔을 희화화하는 콘텐츠까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제도적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대되며 혐오 콘텐츠의 전파 속도와 파급력이 과거보다 훨씬 커진 만큼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이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은 혐오표현 문제를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인터넷 혐오 표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매우 중요한 질문 앞에 서 있다"며 "민주주의는 때로는 불편하고 거친 말들도 견뎌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강자의 확성기가 되고 약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도구가 된다면 그것 또한 우리가 지향하는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 혐오표현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열고 현행 제도와 심의 체계를 점검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학계와 법조계, 시민사회 전문가들이 참석해 혐오표현의 개념과 해악, 규제 필요성,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 문제 등을 논의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국내 혐오표현 논의가 본격화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정책적·입법적 대응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어떤 문제가 터지고 그 문제가 10년 이상 지속되고 심각성이 보고되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대책을 안 세운 케이스가 또 있을까 싶다"며 "여러 문제 의식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는 수준의 대응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혐오표현 논의가 지난 2013년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의 5·18 민주화운동 희화화 논란 등을 계기로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여성혐오 논쟁, 난민 반대 운동, 코로나19 시기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 등이 이어지며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홍 교수는 혐오표현을 성별, 인종, 종교, 장애, 성적 지향 등 특정 정체성을 이유로 개인이나 집단을 비하·모욕하거나 차별과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으로 정의했다. 특히 혐오표현은 단순한 말에 그치지 않고 차별과 혐오 범죄를 정당화하거나 확산시키는 효과를 가진다는 점에서 사회적 해악이 크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혐오표현 규제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는 데다 혐오표현의 기준 설정과 온라인 규제의 실효성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어느 나라나 보편적으로 세계 기준으로 봐도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은 절대 아니다"며 "혐오 표현의 해악, 규제의 현실적인 어려움, 규제의 효율성, 민주주의 관점에서 혐오 표현 규제 적합 등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 이후에는 김경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를 좌장으로 김민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이사회 의장, 박아란 고려대 미디어대학 교수, 이승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반차별팀장,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혐오표현의 개념과 규제 범위, 플랫폼 책임, 심의 기준 개선 방향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2026-06-18 16:1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