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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다시 보복전 격화…휴전 붕괴에 전면전 우려 고조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다시 전면전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요르단 주둔 미군 2명이 숨지자 미국이 즉각 보복 공습에 나섰고, 이란도 걸프 지역 미군 시설과 기반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확대했다. 한 달 전 체결된 종전 양해각서(MOU)는 사실상 무효화됐다. 양국이 상대방의 합의 위반을 주장하며 보복과 재보복을 이어가면서 전선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요르단과 쿠웨이트, 바레인 등 걸프 전역으로 넓어지는 양상이다. 19일 로이터와 AP통신, 미 중부사령부(CENTCOM) 등에 따르면 미국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란에 대한 추가 공습을 단행했다.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미군의 야간 공습은 8일 연속 이어졌다. 미 중부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요르단에서 중부사령부와 연합군이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미군 2명이 전사하고 1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이어 “미군 장병을 공격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신속하게 응징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운항을 위협하는 이란의 군사 능력을 약화하기 위해 새로운 공습을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숨진 미군은 16명으로 늘었다. 부상자는 최소 430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이란 핵무기 절대 허용 안 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사망 소식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군사작전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 매체 뉴스네이션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장병들이 목숨을 잃은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며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도록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쟁의 목표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도 엑스에 “장병들의 희생은 우리의 결의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 뿐”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미군 사망을 이란의 직접 공격으로 규정하면서 추가 보복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군의 공습은 이란 남부 시리크와 하자바드, 반다르아바스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은 호르무즈 해협과 연결된 항만·군사 거점으로, 이란 혁명수비대의 해안 방어망과 미사일 전력이 배치된 곳으로 꼽힌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과 타스님통신은 시리크와 하자바드가 각각 공습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란 측은 현재까지 민간인 사상자나 대규모 시설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군은 “이번 작전의 목표는 민간시설이 아니라 혁명수비대의 미사일·드론 능력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 수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격 지역이 항만과 전력망에 인접해 있어 교전이 장기화할 경우 민간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 “미국 대통령 서명은 무가치” 이란도 공세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서면 메시지에서 미국이 종전 MOU를 반복적으로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메네이는 “미국 대통령의 서명이 얼마나 무가치하고 효력이 없는지가 다시 드러났다”며 “미국이 전쟁을 확대한다면 이란 국민과 저항 전선이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안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도 “미국이 MOU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란만 일방적으로 합의를 준수할 이유가 없다”며 합의 이행 중단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MOU 중단 선언과 관련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양국 정상이 사실상 합의 파기를 공식화하면서 외교적 해결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4월 초 임시 휴전에 합의한 데 이어 6월 중순 종전 MOU를 발효했다. MOU에는 상호 군사행동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 상선 운항 보장, 이란 핵 문제에 관한 후속 협상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을 위협하고 미군기지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미국이 공습 중단과 제재 완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맞섰다. 결국 지난 7일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교전이 재개되면서 MOU는 한 달 만에 사실상 무너졌다. ◆이란 공격, 걸프 미군기지·민간시설로 확산 이란의 공격 대상은 이스라엘이나 호르무즈 해협에 머물지 않고 있다. 요르단과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등 미군이 주둔한 걸프 국가로 전선이 확대됐다. 이란은 이들 국가 내 미군 시설을 향해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웨이트에서는 발전소와 담수화 시설, 일부 석유 관련 시설이 피해를 입었고 국제공항 운영도 한때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요르단과 카타르 당국은 자국 영공으로 진입한 이란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바레인에서도 공습경보가 두 차례 발령됐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방공태세를 강화했다. 걸프협력회의(GCC)는 성명을 통해 “바레인과 쿠웨이트, 요르단의 민간 기반시설을 겨냥한 이란의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자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자심 모하메드 알부다이위 GCC 사무총장은 “민간인의 생명과 필수 기반시설을 공격하는 행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즉각적인 국제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걸프 국가들은 그동안 미국에 군사기지를 제공하면서도 이란과의 직접 충돌은 피하려 했다. 그러나 이란의 공격이 반복되면 방공 지원과 기지 제공을 넘어 군사작전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걸프 국가들이 본격적으로 교전에 가담할 경우 현재의 미·이란 충돌이 양국 간 제한전을 넘어 중동 지역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핵시설 공격이 전면전 분수령 전면전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는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 핵시설이 꼽힌다. 미국은 이란의 해협 통제 능력을 약화한다는 명분으로 남부 항만과 미사일 기지를 공격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공습이 계속되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이동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선박 공격이나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 국제유가와 해상운임, 보험료가 동시에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봉쇄보다 선박 피격 위험에 따른 보험료 상승과 운항 기피가 먼저 원유 공급망을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이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추가 공격 가능성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개발 저지를 전쟁 목표로 재차 제시한 만큼 미국이 혁명수비대 시설을 넘어 농축시설과 관련 인프라를 타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이 이에 맞서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나 우라늄 농축 확대에 나설 경우 외교적 타협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양측의 군사행동 확대에 우려를 나타내며 즉각적인 긴장 완화와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민간 기반시설과 국제 해상운송에 대한 공격은 중동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며 “추가적인 군사행동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상대국 점령이나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총력전보다는 군사시설을 선별적으로 공격하는 제한전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군 사망과 걸프 국가 피해가 이어지면서 공격의 강도와 범위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특히 대규모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이란 핵시설·미군 주요 기지가 직접 타격을 받을 경우 보복 수위가 통제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휴전 협정이 무너진 상황에서 양측의 오판을 막을 새로운 중재 통로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전면전 확산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2026-07-19 15: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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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보다 그 다음이 문제"…트럼프, 이란에 지상군 카드 꺼내 압박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개월째 이어지는 이란 전쟁의 돌파구로 지상군 투입까지 포함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의 원유 수출망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 능력을 동시에 압박해 협상 복귀를 끌어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군이 대통령에게 제시한 선택지다. 지상군 투입이나 대규모 추가 공격에 대한 최종 명령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 이란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선택지인 동시에 미군 사상자와 국제유가 급등, 장기 주둔이라는 더 큰 부담을 불러올 수 있어 실제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 참모들과 회의를 열고 현재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 집중된 작전을 이란의 전략시설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이 제시한 선택지를 △이란 내 군사·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습 확대 △깊은 지하에 건설 중인 핵시설 타격 △지상군을 투입한 하르그섬 또는 호르무즈 해협 주변 전략섬 점령 등으로 분류했다. ◆ 하르그섬은 원유 급소…호르무즈 전략섬과는 구분 가장 주목받는 표적은 페르시아만 북부의 하르그섬이다. 이란 해안에서 약 25㎞ 떨어진 이 섬에는 이란 최대 원유 수출 터미널이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 대부분이 하르그섬을 통해 수출된다. 미국외교협회(CFR)는 그 비중을 약 90%로 추산했다. 하르그섬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약 480㎞ 떨어져 있어 ‘호르무즈 인근 섬’은 아니다. 아부무사·대툰브·소툰브 등 해협 주변 전략섬과도 군사적 목적이 다르다. 하르그섬을 장악하면 이란의 원유 수출과 전쟁 자금원을 압박할 수 있다. 반면 호르무즈 주변 섬을 점령하면 상선을 위협하는 미사일과 드론, 고속정 운용 능력을 약화하고 해협 통제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미군은 전쟁 기간 하르그섬의 군사시설을 여러 차례 공격했지만 원유 터미널과 저장시설은 파괴하지 않았다. 원유 공급 중단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있고 전쟁 이후 이란 경제를 복구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들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하르그섬 점령 여부에 대해 “말한다면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라며 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이란군을 충분히 약화할 경우 실행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폭스뉴스는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군이 하르그섬을 단시간에 점령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란 본토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막으며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훨씬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상륙보다 어려운 점령 유지…미군이 고정표적 될 수도 하르그섬 점령의 가장 큰 위험은 상륙 이후다. 섬은 이란 본토의 대함미사일과 탄도미사일, 공격용 드론 사정권에 들어간다. 이란은 기뢰와 고속정, 순항미사일 등 미군의 접근과 보급을 방해할 비대칭 전력도 보유하고 있다. 미군이 섬을 점령하더라도 병력과 방공체계, 보급망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이란이 원유시설을 직접 파괴하거나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지역 미국 동맹국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AP통신은 하르그섬을 점령하더라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지상군을 투입하는 대신 하르그섬에서 원유를 선적한 선박을 해상에서 차단하는 방식이 미군의 인명 피해를 줄일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전했다. 결국 섬을 빼앗는 것보다 점령 상태를 얼마나 유지할지, 어떤 조건으로 철수할지가 더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 제한적인 상륙작전으로 시작하더라도 방어와 보급을 위해 추가 병력이 투입되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지상군 투입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도 키운다. 그는 전쟁 초기부터 대규모 지상전에 거리를 둬왔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 악재가 될 수 있다. AP통신은 전쟁 장기화와 생활비 부담,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둘러싸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중간선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 ‘곡괭이산’ 핵시설도 표적…공격 성공은 불확실 지상군 대신 지하 핵시설을 타격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른바 ‘곡괭이산(Pickaxe Mountain)’으로 불리는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반복해서 언급했다.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이 이곳을 공습에 견딜 수 있는 핵시설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시설이 화강암 지하 약 90∼145m 깊이에 건설되는 것으로 추정돼 대형 관통폭탄을 사용하더라도 파괴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미국이 공격한 포르도·나탄즈 핵시설보다 깊은 곳에 있고 표적을 특정하는 데 활용할 환기구 등 지상 구조물도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에 실패하면 이란의 핵개발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한 채 확전 명분만 제공할 수 있다. 발전소와 교량 등 기반시설을 공격하는 방안은 이란군의 작전 지속 능력을 빠르게 떨어뜨릴 수 있지만 민간 피해 위험이 크다. 해당 시설이 군사목표에 해당하는지, 예상되는 군사적 이익과 민간 피해가 비례하는지를 둘러싸고 국제인도법 논란도 불가피하다. ◆ 치명타 예고하면서 합의 시한 압박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옵션을 공개적으로 흘리는 배경에는 협상 압박 의도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이란과의 합의가 막판에 무산됐다고 주장하면서도 “합의는 가능하다”며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대규모 공세와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부각해 이란 지도부에 전쟁 지속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실제 작전 준비와 협상용 위협이 동시에 진행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펜실베이니아주 연설에서 이란이 곧 패배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전쟁이 진정되면 유가가 배럴당 55달러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P통신에 따르면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이날 배럴당 85달러를 웃돌아 전쟁 전보다 15% 이상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하르그섬이나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이 실제 공격받을 경우 공급 차질과 보험료 상승으로 유가가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은 ‘한 번의 치명타’로 전쟁을 끝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공격이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면 전쟁을 마무리할 수 있지만 이란이 원유시설과 미군기지, 상선을 상대로 보복하면 제한전은 지상군이 개입하는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 진짜 문제는 하르그섬을 점령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점령 이후 이란의 보복과 유가 충격, 미군의 장기 주둔을 통제하면서 전쟁을 끝낼 수 있느냐에 있다.
2026-07-16 08: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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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재건기금, 한국 외교의 새 시험대다
[경제일보] 전쟁은 끝나는 순간에도 계산서를 남긴다. 폭격은 군사작전의 이름으로 시작되지만 그 뒤처리는 언제나 경제의 언어로 돌아온다. 유가, 해상운임, 보험료, 환율, 재건비, 동맹 분담금. 총성이 멎은 뒤 세계가 마주하는 것은 평화의 감격만이 아니다. 누가 얼마를 낼 것인가라는 차가운 질문이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기로 하면서 중동 정세는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 이란 원유 수출 관련 제재 완화, 동결자금 접근, 핵 프로그램 후속 협상 등이 테이블 위에 올랐다. 그러나 진짜 논란은 다른 곳에서 불거졌다. 3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50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이란 재건기금이다. 이 MOU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역내 파트너들과 함께 최소 300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경제개발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일부 외신에선 유럽과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기업들의 참여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문제는 명분이다. 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쪽은 미국이었다. 그런데 전쟁의 뒷수습 비용은 다른 나라와 기업의 지갑으로 충당되는 모양새가 된다면 이는 재건기금이 아니라 우회 배상금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란 측에서 ‘배상이라는 단어가 없을 뿐 재건은 전쟁 피해에 대한 보상’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정부 돈이 아니라 민간 투자’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정치에서 민간 투자는 때로 외교 압박의 부드러운 이름이 된다. 특히 제재 해제, 금융거래 허가, 원유 수출 정상화가 미국의 손에 달려 있다면 더욱 그렇다. 한국 외교가 곤란해지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다. 동시에 원유 수입국이고, 중동 해상교통로에 생명줄을 걸고 있는 통상국가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경제에 단순한 해상로가 아니다. 에너지 안보의 목줄이다. 중동 전쟁이 확산될 때마다 한국의 물가와 무역수지는 흔들렸다. 따라서 이란과의 긴장 완화, 해상교통 정상화, 원유 공급 안정은 한국에도 분명한 이익이다. 문제는 그 이익이 곧바로 3000억 달러 재건기금 참여의 명분으로 이어지는가다. 한국은 신중해야 한다. 평화 비용과 전쟁 비용은 다르다. 국제사회의 안정 회복을 위한 인도적 지원, 에너지 인프라 복구, 민간 기업의 정상적 수주 참여는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만든 전쟁의 정치적 부담을 동맹국 재정이나 한국 기업의 투자 리스크로 떠넘기는 구조라면 선을 그어야 한다. 동맹은 공동의 안보를 위한 장치이지 일방의 전략 실패를 비용으로 보전해주는 수표책이 아니다. 더구나 이란 재건기금은 아직 최종 합의의 산물이 아니다. MOU는 60일 협상 기간을 전제로 한 중간 합의에 가깝다. 핵 프로그램의 향방, 제재 해제의 순서, 동결자금의 사용, 호르무즈 해협의 장래 관리 방식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협상이 틀어지면 미국은 다시 군사적 압박을 꺼낼 수 있고, 이란은 해협을 또다시 협상 카드로 삼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섣불리 재건기금 참여 의사를 밝히는 것은 외교적 선의가 아니라 전략적 조급증이 될 수 있다. 고전 <논어>에는 “이익을 보고도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 눈앞의 이익을 보되, 그것이 마땅한 길인지 먼저 따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란 재건 사업에는 분명 경제적 기회가 있다. 건설, 플랜트, 에너지, 금융, 물류, 정보통신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발휘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기회라는 이름으로 위험을 덮어서는 안 된다. 제재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시장,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국가,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구조에 들어가는 일은 기업에도 국가에도 가벼운 선택이 아니다. 한국 정부가 세워야 할 원칙은 명확하다. 첫째, 정부 재정 투입은 국민적 동의와 국회 검토 없이 추진돼선 안 된다. 둘째, 민간 기업 참여는 철저히 자율과 수익성, 제재 리스크 검토를 전제로 해야 한다. 셋째, 미국의 동맹 압박이 있더라도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기업 이익, 국제법적 정당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 넷째, 재건기금이 사실상 전쟁 배상금 성격을 띤다면 한국은 그 부담 주체가 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중동 뉴스가 아니다. 트럼프식 거래 외교가 한국에 던지는 또 하나의 청구서다. 방위비, 관세, 반도체, 조선, 에너지에 이어 이제는 중동 재건 비용까지 동맹의 이름으로 압박받을 수 있다. 한국 외교는 더 이상 ‘미국이 요구하면 검토한다’는 수동적 태도로 버티기 어렵다. 동맹은 중요하다. 그러나 동맹의 이름으로 국익 계산을 포기하는 순간, 외교는 전략이 아니라 추종이 된다. 이란의 재건은 필요하다. 전쟁 피해를 입은 민간과 산업 인프라를 복구하는 일은 국제사회가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전쟁을 멈추는 것과 전쟁의 비용을 떠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한국은 평화에는 기여하되, 책임의 범위는 분명히 해야 한다. 미국이 시작한 전쟁의 계산서가 한국의 기업과 국민에게 돌아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이란 재건기금 논란 앞에서 한국 외교가 지켜야 할 첫 번째 원칙이다.
2026-06-18 16: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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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종전합의에 유가 4% 급락…한국 물가도 숨통 트이나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이 개전 106일 만에 사실상 종전합의에 도달하면서 국제유가와 해운, 정유·화학, 환율, 글로벌 증시에 걸친 불확실성이 완화될지 주목된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가 현실화되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의 합의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없는 개방을 승인하고 미 해군의 대이란 해상봉쇄도 즉시 해제하겠다고 했다. 중재국인 파키스탄도 양측이 군사작전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종료를 선언했으며 공식 서명 절차가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반응은 곧바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합의 소식 이후 브렌트유 선물은 4.02% 하락한 배럴당 83.82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63% 내린 80.95달러를 기록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이란산 원유 공급 정상화 기대가 유가를 끌어내린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가 세계 시장으로 이동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전쟁 이후 이 해협의 통항 차질 우려는 국제유가 급등, 해상 운임 상승, 정유·화학 원가 부담으로 이어졌다. 종전합의가 실제 이행되면 에너지 시장의 가장 큰 지정학 리스크가 한 단계 낮아지는 셈이다. 한국에는 유가 하락이 물가와 산업비용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 원유와 나프타, LNG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한다. 나프타는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다. 유가와 나프타 가격이 안정되면 정유사는 재고평가 부담을 줄이고 석유화학업계는 원가 압박을 일부 덜 수 있다. 해운과 항공, 물류업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동 리스크가 완화되면 유조선 보험료와 우회 항로 비용, 항공유 가격 부담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물류비와 항공운임, 산업용 에너지 비용을 통해 제조업 전반에 파급된다. 원화 약세 압력을 키웠던 유가 불안이 진정되면 원·달러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합의 초안의 내용도 주목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초안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 신규 제재 중단, 일정 기간 석유 제재 면제, 250억달러 규모 동결자금 해제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란이 핵무기를 생산하거나 확보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60일간 후속 협상에서 고농축우라늄 처리와 핵 프로그램 관리 방안을 논의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검증할 대목은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 중재국 설명으로 협상 타결은 확인됐지만 공식 서명과 이행 절차는 별개다. 이란 측의 최종 공식 확인, 내부 승인 절차,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통항 정상화 시점, 미국의 제재 완화 범위와 속도는 후속 확인이 필요하다. 국내 산업계가 기대만 앞세우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더라도 선박 운항 재개와 보험료 정상화, 원유 선적 재조정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핵 협상이 다시 흔들리거나 제재 해제 순서를 둘러싼 이견이 커지면 유가는 언제든 반등할 수 있다.
2026-06-15 07:4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