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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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유행주의보 발령…코로나19도 증가세 '트윈데믹' 주의
[경제일보] 인플루엔자(독감)가 예년보다 이르게 유행하면서 코로나19까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11일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코로나19 입원환자도 8월 이후 꾸준히 늘고 있어 두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2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6년 36주차(8월 30일~9월 5일) 의원급 의료기관의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25.3명으로 집계됐다. 33주차 7.5명에서 34주차 9.2명, 35주차 13.3명으로 증가한 데 이어 한 주 만에 다시 크게 늘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률도 16.3%로 전주 12.3%보다 상승했다. 연령별로는 학교와 유치원 등 단체생활이 많은 어린이·청소년에서 환자 발생이 두드러졌다. 36주차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은 7~12세가 75.1명으로 가장 높았고 1~6세 49.8명, 13~18세 31.3명 순이었다. 코로나19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같은 기간 병원급 의료기관의 코로나19 입원환자는 193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낮았지만 최근 4주 동안 57명→61명→115명→193명으로 증가했다. 입원환자의 65.3%는 65세 이상 고령자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률도 16.3%로 전주 11.7%보다 상승했다. 독감과 코로나19는 발열과 기침, 인후통 등 증상이 겹쳐 증상만으로 정확하게 구별하기 어렵다. 독감은 갑작스러운 고열과 오한, 두통, 근육통, 심한 피로감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코로나19도 발열과 기침, 인후통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일부 환자에게서는 후각이나 미각 변화, 호흡곤란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증상만으로 두 질환을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 정확하다. 특히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임신부, 영유아 등 감염 시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사람은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독감은 대부분 회복하지만 폐렴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바이러스 자체에 의한 폐렴뿐 아니라 2차 세균 감염으로 폐렴이 발생할 수도 있다. 드물게 근육염, 심근염, 심낭염, 뇌염 등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고열이 지속되거나 호흡곤란, 가슴 통증, 청색증 등 증상이 나타나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어린이는 처지거나 반응이 둔해지는 등 행동 변화가 나타나거나 수분 섭취가 줄고 소변량이 감소하는 경우 탈수를 의심해야 한다. 증상이 호전되는 듯하다가 다시 악화되는 경우에도 주의해야 한다. 독감 이후 세균성 폐렴 등 2차 감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독감으로 진단되면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할 수 있다. 오셀타미비르(타미플루)와 자나미비르 등이 대표적이다. 항바이러스제는 증상이 시작된 뒤 48시간 이내에 투여할 때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소아와 임신부, 65세 이상 고령자, 면역저하자,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증상 발생 후 48시간이 지났더라도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번 절기에는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만큼 고위험군이 의사의 판단에 따라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는 경우 일부 약제에 대해 별도의 검사 없이 건강보험 급여가 인정된다. 예방접종 일정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졌다. 질병관리청은 예년보다 빠른 인플루엔자 유행에 대응해 1회 접종 대상 어린이의 접종 시작일을 기존 9월 28일에서 9월 21일로 앞당겼다. 이에 따라 모든 어린이와 임신부의 국가예방접종이 9월 21일부터 시작된다. 어르신 접종도 앞당겨진다. 65세 이상은 10월 6일부터 연령대별로 순차 접종한다. 구체적인 일정은 75세 이상 10월 6일, 70~74세 10월 13일, 65~69세 10월 15일부터다. 올해 국가예방접종 대상 어린이는 생후 6개월부터 14세까지다. 과거 접종력이 없거나 1회만 접종한 9세 미만 어린이는 2회 접종이 필요할 수 있다. 예방접종은 주소지와 관계없이 가까운 위탁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서 받을 수 있다.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하는 시기에는 손 씻기와 기침 예절을 지키고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감염 확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발열이나 기침 등 증상이 있다면 출근이나 등교를 자제하고 필요한 경우 의료기관에서 진료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박완범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과 코로나19, 감기는 증상만으로 구별하기 어려워 의심되면 검사를 받는 것이 정확하다”며 “특히 고령층과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예방접종을 서두르고 마스크 착용과 손 위생 등 기본 방역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2026-09-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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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아닌 고열"…소아 요로감염, 조기 진단이 신장 지킨다
[경제일보] 소아에서 반복되는 고열은 흔히 감기나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기침이나 콧물 등 호흡기 증상이 동반되지 않은 채 고열이 지속되거나 아이가 평소보다 처지고 구토·식욕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단순 감기가 아닌 요로감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영유아의 경우 증상을 명확히 표현하기 어려워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중요하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이러한 사례는 적지 않다. 최근 한 보호자는 아이가 고열과 구토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았고 검사 결과 방광요관역류와 급성 신우신염이 동반된 상태로 진단됐다. 초기에는 감기로 판단해 경과를 지켜봤지만 열이 떨어지지 않고 전신 상태가 악화되면서 뒤늦게 정확한 원인이 밝혀진 것이다. 방광요관역류는 소변이 방광에서 요관을 거슬러 올라가 신장으로 역류하는 질환으로 소아에서 비교적 흔한 선천성 요로 질환 중 하나다. 주로 요관과 방광이 연결되는 부위의 기능적 미성숙으로 발생하며 자체로는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요로감염이 동반될 때다. 세균이 역류를 통해 신장까지 도달하면 급성 신우신염으로 이어질 수 있고 반복될 경우 신장에 흉터를 남길 위험이 있다. 최근 국내 의료계에서도 소아 요로감염의 조기 발견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소아 요로감염은 성인과 달리 전형적인 배뇨통이나 옆구리 통증 없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쉽지 않다. 특히 영유아에서는 원인 불명의 발열, 보챔, 수유 감소, 구토, 설사 등 비특이적 증상으로 나타나 장염이나 감기로 오인되기 쉽다. 이 때문에 첫 발열성 요로감염 이후에도 적절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재발을 반복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반복적인 발열성 요로감염은 단순 감염을 넘어 장기적인 신장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장에 흉터가 형성될 경우 향후 고혈압이나 만성 신질환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일부 연구에서는 어린 시절 반복된 신우신염이 성인기 신장 기능 저하와 연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주요 의심 증상으로는 △원인을 알기 어려운 고열 △구토 및 식욕 저하 △보챔 및 기력 감소 △소변 냄새 변화 △혈뇨 △빈뇨 또는 절박뇨 등이 있다. 특히 감기 증상 없이 열이 38도 이상으로 지속되거나 이전에 요로감염 병력이 있는 아이가 다시 발열을 보일 경우에는 요로감염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진단은 기본적으로 소변검사와 소변배양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후 필요에 따라 신장 및 방광 초음파 검사를 시행해 구조적 이상을 확인하고 방광요관역류가 의심될 경우 배뇨방광요도조영술(VCUG)이나 핵의학 검사를 통해 역류의 유무와 정도, 신장 손상 여부를 평가한다. 치료 전략은 환아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감염이 확인되면 항생제 치료가 우선이며 대부분의 경우 적절한 치료로 호전된다. 방광요관역류가 경미한 경우에는 성장과 함께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사례도 많아 정기적인 추적관찰을 시행한다. 다만 발열성 요로감염이 반복되거나 역류 정도가 높은 경우에는 예방적 항생제 치료, 내시경적 주입술, 수술적 교정 등이 고려된다. 심지성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소아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열이 반복된다면 단순 감기로 판단하기보다 요로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소변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신장 손상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환아는 성장하면서 방광요관역류가 자연적으로 호전되지만 그 과정에서 감염이 반복되면 신장에 비가역적 손상이 남을 수 있다”며 “보호자는 아이의 체온 변화뿐 아니라 소변 양상, 활동성, 식사량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이상 신호를 조기에 포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6-05-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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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오젠, 1분기 영업익 393억 달성…기술수출 효과 '급증' 外
[경제일보] 알테오젠이 기술수출 성과에 힘입어 1분기 실적 급증을 기록했다. 알테오젠은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716억원, 영업이익 393억원(영업이익률 54.9%), 당기순이익 713억원을 달성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실적은 자사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 ‘하이브로자임’ 기반 물질 ALT-B4의 신규 기술수출 계약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회사는 1월 테사로와 면역항암제 ‘젬퍼리’의 피하주사(SC) 제형 개발을 위한 2억8500만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3월에는 바이오젠과 총 5억7900만 달러 규모의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하이브로자임은 정맥주사(IV) 제형 의약품을 피하주사(SC)로 전환하는 플랫폼으로 투여 시간을 단축하고 환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의 주요 제품에 대한 생애주기 연장 전략에도 활용될 수 있다. 특히 ALT-B4가 적용된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SC 제형이 출시되면서 기술 경쟁력이 입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계기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제형 전환 수요가 확대되며 알테오젠 기술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알테오젠은 축적된 물질이전계약(MTA) 경험과 임상·제조 데이터를 기반으로 후보물질과 ALT-B4의 적합성을 빠르게 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상 속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키트루다 SC는 미국에서 J-code를 확보함에 따라 처방 및 보험 청구 부담이 완화되며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이에 따른 마일스톤 수익이 하반기부터 본격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태연 알테오젠 대표는 “하이브로자임 플랫폼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추가 기술수출과 상업화를 통해 로열티 및 공급 매출 기반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경한미, 첫 매출 4000억 돌파…한미약품 ‘현금창출원’ 부상 한미약품의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가 창립 이후 처음으로 연매출 4000억원을 돌파하며 그룹 내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다. 8일 북경한미는 2025년 매출 4024억원, 영업이익 777억원을 기록했다. 1996년 설립 이후 이어온 현지화 전략과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중국 의약품 시장의 변동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한 결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한미약품에 대한 재무 기여도도 확대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북경한미 지분 73.68%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약 90억원의 배당 수익을 확보했다. 2009년 이후 누적 배당금은 약 1380억원에 달한다. 2026년 배당금은 총 385억원 규모로 이 중 약 284억원이 한미약품에 귀속됐다. 북경한미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은 한미약품의 연구개발(R&D) 투자와 글로벌 사업 확장의 재원으로 활용되며 그룹 전반의 재무 건전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집중구매(VBP) 정책 등 규제 환경 변화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약 9000개 병원과 20만명 이상의 의료진을 아우르는 영업망을 기반으로 시장 대응력을 높였으며 생산 공정 최적화와 생산기지 확대를 통해 원가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제품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는 변비약 ‘리똥’, 진해거담제 ‘이안핑’, 기침가래약 ‘이탄징’ 등 기존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안정적 매출을 유지하는 한편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영역으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며 성장 동력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북경한미 관계자는 “현지화 전략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며 그룹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씨젠, 1분기 영업익 58%↑…HPV·GI 중심 실적 개선 씨젠이 비호흡기 제품군 성장에 힘입어 1분기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달성했다고 8일 밝혔다. 씨젠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291억원, 영업이익 23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3%, 영업이익은 58.6% 증가하며 전분기에 이어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성장을 견인한 것은 비호흡기 신드로믹 제품군이다. 해당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6% 증가했으며 소화기(GI),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성매개감염증(STI) 제품군이 각각 30% 이상 성장했다. 특히 HPV 제품군은 주요 입찰 수주와 스크리닝 시장 확대가 성장을 이끌었다. PCR 기반 진단으로의 전환 수요가 확대되면서 GI와 STI 제품군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호흡기 제품군은 계절적 요인 등 변동성이 있었지만 전체 매출 성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수익성 개선은 원가 구조 효율화와 비용 관리 강화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매출원가율이 낮아지고 판관비와 연구개발비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면서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전체 매출의 약 65%를 차지하며 핵심 시장 지위를 유지했다. 이어 아시아(13.9%), 미주(13.3%), 한국(7.4%) 순으로 고른 매출 분포를 보였다. 씨젠은 데이터와 자동화를 기반으로 한 진단 사업 고도화에도 나서고 있다. PCR 검사 데이터를 활용한 실시간 분석 플랫폼 ‘STAgora™’와 전 과정 자동화 시스템 ‘CURECA™’를 글로벌 학회에서 공개하며 차세대 진단 전략을 제시했다. 김정용 씨젠 재무총괄장은 “비호흡기 제품군 중심의 성장으로 매출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며 “비용 효율화와 데이터 기반 전략을 통해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5-08 16: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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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에서 탄 것은 배 한 척이 아니다
[경제일보] 지난 4일 저녁,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한민국 선사 HMM이 운항하는 벌크선 ‘나무호’가 폭발과 함께 화염에 휩싸였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고, 선박은 두바이항으로 예인되며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즉각 이란의 소행이라 단정했고, 우리 외교부는 신중한 태도로 현장 감식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 긴박한 뉴스들 사이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읽어내야 할 것은 범인의 정체나 파공의 크기가 아니다. 그것은 서울에서 비행기로 아홉 시간이나 떨어진 저 머나먼 이국의 좁은 바다가 사실은 우리 경제의 심장과 실핏줄로 연결된 ‘대동맥’이라는 서늘한 자각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지도 위에서는 인색하게 그어진 한 줄기 가느다란 물길에 불과하다. 하지만 산업의 눈으로 그곳을 투시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곳은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석유화학 원료와 선박 보험료, 해상 운임과 환율, 그리고 우리네 거실의 전기요금과 시장 바구니 물가가 한데 엉켜 지나가는 거대한 에너지의 통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의 원유가 이곳을 통과한다. 세계 석유 소비량의 5분의 1이 이 좁은 목구멍을 지나며, 그중 80% 이상의 목적지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제조 국가들이다. ‘호르무즈가 기침을 하면 한국 경제는 독감을 앓는다’는 비유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제조 강국’이라는 자부심 아래 눈부신 성장을 일궈왔다.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반도체 공장은 평택과 용인에 위용을 자랑하고, 자동차 공장은 울산과 광주에서 쉼 없이 돌아가며, 거대한 조선소들은 거제와 영암의 바다를 메우고 있다. 하지만 이 거대한 기계 장치들을 돌리는 근원적인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가. 반도체 라인을 움직이는 전기의 연료, 화학 공장의 젖줄인 나프타, 철강 용광로를 달구는 에너지는 모두 저 위태로운 바닷길을 타고 들어온다. 여기서 우리는 뼈아픈 역설을 마주한다. 제조 강국은 필연적으로 ‘수입 강국’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수출품은 화려하게 포장돼 항만을 떠나지만, 한국의 생산 능력은 그보다 훨씬 앞서 항만으로 들어오는 거대한 원자재의 물결 위에 서 있다. 바닷길이 흔들리면 공장도 흔들린다. HMM 나무호의 화재를 단순히 해운사 한 곳의 불운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은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약점을 비추는 섬뜩한 조명탄이다. 정부가 이번 사고에 대해 신중을 기하는 것은 타당하다. 안보 위기일수록 국가는 비명보다 사실을 먼저 붙들어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편승해 말을 앞세우면 선박의 화재는 외교적 난제로 번지고, 이는 곧 통상 압력과 에너지 비용 상승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특히 호르무즈 같은 예민한 바다에서는 말 한마디가 보험료가 되고, 그 보험료는 즉시 물류비용과 물가로 전이된다.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해상 리스크를 평소 산업 정책의 본류(Mainstream)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우리가 산업 정책을 논할 때 떠올리는 단어들은 대개 세액 공제, 보조금, 규제 완화, 인력 양성 같은 것들이다. 물론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공장이 아무리 훌륭하고 기술이 초격차를 유지한다 한들, 그 공장으로 향하는 항로가 불안하면 모든 공정은 무너진다. 원료는 늦어지고, 에너지는 비싸지며, 제품의 납기는 흔들린다. 진정한 의미의 공급망은 공장 담장 안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해협과 항만의 안전, 보험 시장의 안정성, 해군력의 투사 범위, 그리고 세련된 외교와 비축 시스템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묶여 있을 때 비로소 안전한 공급망이라 부를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경고하듯 호르무즈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에너지 병목’이다. 이 숫자의 무게 앞에서 ‘중동 리스크’라는 말은 너무 가볍다. 이것은 정유사나 해운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와 철강이 한배를 탄 공동체의 운명이다. 손자는 손자병법 첫머리에서 “전쟁은 나라의 큰일이며, 생사와 존망이 달린 길이니 살피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오늘날의 산업 국가에 있어 바닷길 또한 그와 같다. 항로는 단순한 물류 통로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생산과 물가와 일자리가 흐르는 혈맥이다. 혈맥이 막히면 장기가 괴사하듯, 항로가 흔들리면 민생이 흔들린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에너지와 핵심 원자재의 비축 체계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비축은 평상시에는 불필요한 비용처럼 보이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국가의 생존 시간을 벌어주는 유일한 장치다. 아울러 특정 지역과 항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조달 다변화 전략을 더 치밀하게 짜야 한다. 원가가 조금 더 들더라도 ‘안전한 대안’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가장 저렴한 비용이다. 마지막으로 해운, 보험, 금융, 국방, 외교를 하나로 묶는 ‘범정부 해상 공급망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산업 정책의 범주에 해군력과 해상 보험 정책이 포함돼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권도 이 사건을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정쟁의 소재로 삼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선박이 바다에서 어떤 보호를 받을 수 있는가’, ‘비상시 대체 항로는 준비되어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 실질적인 시스템이 없는 구호는 공허할 뿐이다. HMM 나무호의 불은 꺼졌지만, 그 불이 우리에게 던진 질문은 여전히 뜨겁게 살아있다. 우리는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라는 화려한 성적표를 자랑해왔다. 그러나 제조 강국의 진정한 실력은 공장 안의 효율성만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위기의 바다를 통과해 원료를 들여오고, 거친 파도를 뚫고 제품을 내보내며, 예기치 못한 비용 충격을 견뎌내는 맷집까지가 진짜 산업 경쟁력이다. 호르무즈에서 탄 것은 선박 한 척만이 아니다.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누려온 ‘안전한 바닷길’이라는 안일한 환상도 함께 그을렸다. 이제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산업 정책은 공장 부지를 닦고 세금을 깎아주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물과 전기, 사람과 원료,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오가는 바닷길을 지키는 일, 그것이 바로 국가가 해야 할 산업 정책의 본질이다. 한국 경제의 목줄이 바다에 걸려 있다면, 그 바다를 지키는 일 또한 엄중한 ‘산업의 이름’으로 명명돼야 마땅하다.
2026-05-07 09: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