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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분화된 수요를 브랜드로 육성…코오롱FnC의 '시장 개척법'
[경제일보] 등산을 위해 따로 옷을 산다는 개념조차 낯설던 1973년 코오롱FnC(Fashion & Culture)는 서울 무교동에 코오롱스포츠 첫 매장을 열었다. 산에 오를 때 군복이나 청바지를 입는 경우가 흔했던 시절 전문 등산복과 장비를 선보이며 국내 아웃도어 시장을 개척했다. 회사는 이후에도 규모가 크지 않은 수요를 상품으로 검증한 뒤 성장 가능성이 확인되면 독립 브랜드로 육성하는 방식을 이어왔다. 바지 한 벌에서 출발한 24/7과 산업현장 종사자를 겨냥한 볼디스트, 전문 낚시웨어 웨더몬스터가 대표적이며 최근에는 헬리녹스 웨어와 지식재산권(IP)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코오롱FnC의 53년을 관통하는 DNA는 이 같은 '실험'이다. 시장이 충분히 형성된 뒤 진입하기보다 세분화되는 소비 수요를 상품과 브랜드로 구체화하며 사업 가능성을 확인해왔다. 국내 첫 아웃도어에서 트레일러닝까지…53년째 시장 재설계 코오롱FnC의 첫 실험은 회사의 모태인 코오롱스포츠였다. 스포츠와 레저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던 1973년 전문 등산복과 장비를 내놓은 뒤 국내 레저문화 확산에 맞춰 상품군을 넓혔다. 코오롱스포츠는 장수 브랜드에 머무르지 않고 2019년부터 리브랜딩을 추진하며 상품과 마케팅, 매장 전략을 재정비했다. 상록수 로고와 자연이라는 핵심 정체성은 유지하되 트레일러닝·백패킹 등 새롭게 부상한 아웃도어 수요를 상품과 브랜드 경험에 반영했다. 올해는 트레일러닝을 전문 영역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지난 4월 트레일러닝·클라이밍 선수로 구성된 '코오롱 애슬릿'을 창단하고 선수들을 상품 개발 과정의 '필드 엔지니어'로 활용해 실제 활동 데이터를 연구개발(R&D)에 반영하고 있다. 관련 의류·신발·용품도 가을·겨울 시즌까지 확대했다. 상품·아이디어부터 시장 검증…독립 브랜드로 육성 작은 수요를 상품으로 시험한 뒤 브랜드로 키우는 전략은 '24/7'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7년 가을·겨울 시즌 남성복 시리즈 온라인 전용 '24/7 팬츠'로 출발해 누적 4만5000장이 팔리자 2020년 독립 브랜드로 확대했다. 이후 티셔츠와 아우터, 여성복·유니섹스 제품으로 상품군을 넓힌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성수동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며 오프라인 사업도 강화했다. 이 같은 확장에 힘입어 올해 1~5월 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했다. 아카이브 앱크도 사내 아이디어를 시장 검증한 뒤 사업화한 사례다. 2019년 슈콤마보니 직원들의 제안으로 가방과 신발을 코오롱몰에서 약 4개월간 시험 판매한 뒤 정식 론칭했다. 대표 상품 '플링백'은 올해 누적 판매량 약 7만개를 기록했고 상품군도 의류까지 확대됐다. 두 브랜드 모두 온라인에서 소비자 반응과 시장성을 확인한 뒤 상품군과 유통망을 확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류 패션 밖에서 찾은 성장축…워크웨어·낚시웨어·업사이클링 사업 영역은 기존 패션 카테고리 밖으로도 넓어졌다. 2020년 선보인 볼디스트는 산업현장 종사자를 주요 소비자로 삼아 실제 작업환경에서 필요한 기능성과 안전성을 제품에 반영했다. 이를 위해 현장 작업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고강도 아라미드 섬유 '헤라크론'을 의류와 안전화 등에 적용했다. 상품 개발에 참여한 워커 그룹은 2025년 기준 200팀 이상으로 늘었고 2024년 상품 재구매율은 49%를 기록했다. 2024년부터 B2B 사업도 확대하면서 올해 1~5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했다. 2022년에는 코오롱스포츠의 기능성 의류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 낚시웨어 '웨더몬스터'를 출시해 장비·용품 중심이던 낚시 시장의 의류 수요를 공략했다. 사업화 대상은 특정 소비 수요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2012년 론칭한 래코드는 재고 의류를 활용한 업사이클링을 독립 브랜드로 구축하며 패션산업의 재고 문제를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전환했다. 팬덤·IP로 사업 확장…늘어난 브랜드 '옥석 가리기' 최근에는 이미 팬덤을 확보한 외부 브랜드와 IP에 아웃도어·자체 브랜드 운영 노하우를 접목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론칭한 '헬리녹스 웨어'가 대표적이다. 코오롱FnC는 아웃도어 기어 브랜드 헬리녹스의 기술 이미지와 팬덤에 자사의 기능성 소재·의류 제작 역량을 결합해 의류 사업으로 확장했다. 론칭 직후 운영한 첫 팝업스토어에는 11일간 약 6000명이 방문했고 일부 제품은 조기 소진됐다. 이후 오프라인 유통망을 넓혔으며 10일에는 서울 압구정 로데오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독립적인 브랜드 거점도 마련했다. 올해 6월에는 IP 기반 신사업을 전담하는 'V본부'를 사내독립기업 형태로 출범시키며 패션과 IP·콘텐츠 분야의 인력을 배치해 팬덤을 대중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규 브랜드와 사업이 늘어날수록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영역을 선별하는 판단 능력도 중요해진다. 개발·생산·마케팅 비용이 발생하고 판매 부진은 재고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런 부담은 지난해 실적에도 반영됐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한 2964억원, 영업이익은 53.4% 줄어든 75억원에 그쳤으며 패션 소비 위축과 신규 브랜드 도입 비용이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주요 사업 회복과 운영 효율화 효과가 나타나며 실적이 반등했다. 2분기 매출은 31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8억원으로 110.7% 늘었다. 아웃도어·골프웨어·남성복 성장에 신상품 판매 확대와 유통 채널 다변화가 더해지며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앞으로의 관건은 신규 브랜드 숫자보다 시장성이 확인된 사업을 선별해 장기 성장 브랜드로 육성하는 데 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새로운 시장이라고 해서 유행만 보고 진입하는 것은 아니다. 볼디스트도 50년간 축적한 기능성 의류 제작 역량과 30년간의 유니폼 사업 노하우, 계열사의 고기능성 소재 경쟁력이 맞물리면서 사업 가능성을 판단했다"며 "헬리녹스 웨어와 IP 신사업 역시 축적한 아웃도어와 자체 브랜드 경영 노하우를 활용해 고객에게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와 상품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아주경제 2026년 09월 10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9-10 08:46:14
서도호·민주킴·보테로 한데 모였다…패션업계, 외부 감각으로 상품 넓힌다
[경제일보] 패션업계가 브랜드 밖의 창작성과 전문성을 끌어와 상품과 카테고리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세계적인 현대미술가의 작품과 철학을 패션으로 번역하고 글로벌 디자이너의 미학을 대중적인 상품에 접목하는가 하면 전문 브랜드의 제작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카테고리까지 넓히는 등 기존 브랜드에 없던 디자인 언어와 전문성을 더해 표현 영역과 사업 외연을 동시에 확장하는 모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전개하는 업사이클링 기반 패션 브랜드 래코드(RE;CODE)는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서도호 작가와 '움직이는 스튜디오(The Moving Studio)' 캡슐 컬렉션을 선보인다. 이번 협업은 래코드와 서 작가가 쌓아온 교류에서 출발했다. 래코드는 지속 가능한 패션을 기반으로 예술·문화·창작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아티스트 협업을 이어왔으며 서 작가와는 2024년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 개인전 당시 업사이클링 굿즈를 제작하며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협업은 래코드의 개인 맞춤형 리폼 서비스 'MOL(Memory of Love)' 프로젝트로 확대됐다. MOL은 고객의 추억이 담긴 옷을 상담을 거쳐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키는 서비스다. 서 작가는 가족들이 입던 옷을 래코드에 맡겼고 래코드는 어머니가 사준 재킷 안감에 딸들의 추억이 담긴 옷가지로 포켓을 배치했다. '옷은 하나의 이동하는 건축과 같다'는 작가의 철학과 가족의 기억을 패션에 담은 결과물이다. 해당 의상은 오는 27일 개막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도호 개인전에도 전시된다. 래코드는 이를 바탕으로 14종의 캡슐 컬렉션과 한정판 재킷도 출시한다. 워크웨어를 재해석한 재킷과 팬츠, 포켓 티셔츠, 숄더백 등을 구성했다. 대표 상품인 '메모리 포켓 워크 재킷'에는 서 작가의 'Myselves' 작품 드로잉을 안감 자수로 넣고 내부에는 실제 작품 원단과 래코드의 재고 원단을 활용한 포켓을 적용했다. '멀티 포켓 리미티드 티셔츠'에도 대표작 'Nest/s'에 사용된 원단과 재고 원단을 조합했다. 작가의 작품을 단순히 의류에 프린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 제작에 쓰인 소재와 철학까지 패션의 디자인 요소로 가져온 셈이다. 오는 9월 3일부터 13일까지 래코드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움직이는 스튜디오' 팝업 전시도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과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패션과 현대미술이 만나는 경험을 공간으로도 확장한다. 래코드 관계자는 "이번 협업은 단순한 컬렉션 출시를 넘어 개인의 삶과 기억을 입고 이동하는 매개체로서 패션의 가능성을 보여준 프로젝트"라며 "입는 입체 공간으로 만나는 패션과 예술의 만남이 색다른 영감과 울림을 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중 패션에서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뚜렷한 미학을 보다 접근하기 쉬운 상품으로 풀어내는 협업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캐주얼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 '민주킴(MINJUKIM)'과 두 번째 협업 컬렉션을 출시했다. 디자이너 김민주가 이끄는 민주킴은 예술적 창의성과 동화적 상상력, 장인정신을 앞세운 디자인으로 알려진 브랜드다. 에잇세컨즈는 지난해 9월 첫 협업 당시 네크 러플 카디건과 밑단 프릴 롱 원피스, 밑단 볼륨 쇼트 재킷 등 주요 상품을 완판했다.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의 독창적인 미학을 비교적 일상적인 캐주얼 상품과 가격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젊은 여성 고객에게 호응을 얻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올가을 두 번째 협업 컬렉션은 '부케 오브 하트(Bouquet of Heart)'를 주제로 한다. 민주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리본과 프릴, 꽃 자수를 비롯해 샤와 레이스 등의 소재를 적극 활용했다. 이번 협업을 위해 별도로 개발한 하트 클로버 모티브 프린트도 여러 제품에 적용했다. △새틴 칼라 점퍼 △페이크 레더 블루종 △크롭 재킷·스커트 셋업 △러플 카디건 △셔링 리본 블라우스 △샤 원피스 등 의류뿐 아니라 비즈 헤어핀과 리본 백 등 액세서리까지 구성했다. 에잇세컨즈는 르세라핌 멤버 허윤진도 2026년 FW 시즌 브랜드 모델로 발탁해 이번 협업 화보를 시작으로 다양한 스타일링을 제안할 예정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지난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민주킴 협업 컬렉션을 올해 한층 풍성한 라인업으로 다시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협업을 통해 에잇세컨즈만의 새롭고 감각적인 K패션 스타일링을 지속적으로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브랜드의 전문성을 활용해 기존에 없던 상품군을 만드는 사례도 있다. W컨셉의 컨템포러리 브랜드 프론트로우(FRONTROW)는 디자이너 백 브랜드 '보테로(BOTERO)'와 손잡고 브랜드 첫 가방 컬렉션을 출시한다. 의류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잡화까지 영역을 넓혀 토털 패션 브랜드로 확장하기 위한 행보다. 이번 컬렉션은 프론트로우의 트렌치코트와 트위드 재킷 등 FW 아우터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오피스웨어 스타일을 중심으로 기획했다. 천연 소가죽 코팅 공법을 적용한 '아크 백'을 비롯해 '뮤즈백', 휴대성을 높인 '뮤즈백 토트', 스웨이드 소재를 적용한 '바게트 피크닉 백' 등 총 4종으로 구성했다. 프론트로우는 그동안 로우클래식·렉토·잉크 등 디자이너 브랜드부터 아우어베이커리까지 다양한 분야와 협업해 왔다. 이번에는 가방을 전문적으로 전개하는 보테로와 파트너십을 맺어 프론트로우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처음 진출하는 잡화 카테고리의 상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W컨셉 관계자는 "보테로는 가방을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드러나는 하나의 '오브제'로 바라보는 브랜드로 현대 여성의 일과 일상을 아우르는 프론트로우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어 첫 가방 컬렉션의 협업 파트너로 선택했다"며 "보테로의 소재와 디테일에 대한 전문성에 프론트로우의 절제된 실루엣과 어반 오피스웨어 감성을 더해 FW 아우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가방 컬렉션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2026-08-24 12: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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