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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맛, 새롭게 먹는다…씹고·조리하고·마시는 법 재설계
[경제일보] 식품·유통업계가 소비자에게 익숙한 먹거리에 새로운 식감과 형태, 섭취 방식을 입혀 제품의 쓰임과 경험을 다시 풀어내며 미식 경험을 넓히고 있다. 풀무원은 떡볶이 소스보다 떡의 구조와 식감을 새롭게 설계했고 롯데웰푸드는 광장시장에서 먹던 고기완자를 가정간편식으로 옮겼으며 GS25는 SNS에서 화제가 된 과일 통조림을 과육이 들어간 하이볼로 재해석했다. 소비자가 기존에 알고 있는 맛의 익숙함은 유지하되 씹고 조리하고 마시는 방식을 달리해 새로운 상품 경험과 구매 이유를 만드는 전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식품은 떡의 식감과 양념을 차별화한 '식감혁신 본격 떡볶이' 2종을 출시했다. '쌀떡볶이 마포식'과 '밀떡볶이 선릉식'으로 구성해 기존 간편식 떡볶이와 차별화에 나섰다. 풀무원이 이번 제품에서 가장 먼저 손본 것은 떡이다. 그동안 간편식 떡볶이가 다양한 소스를 활용해 맛을 세분화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떡볶이의 핵심 재료인 떡 구조와 식감 자체에 변화를 줬다. 이를 위해 특허 기술인 '이중 압출 공법'을 적용했다. 반죽을 고압으로 두 차례 압출해 내부 기공을 작고 균일하게 만들면서 탄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여기에 찰감자 유래 성분을 더해 시간이 지나도 쉽게 굳지 않고 촉촉함이 유지되도록 했다. 떡 종류에 따라 양념도 달리 설계했다. '쌀떡볶이 마포식'은 두툼하게 어슷썬 쌀떡에 물엿을 더한 진하고 꾸덕한 양념을 조합해 씹는 맛을 강조했다. '밀떡볶이 선릉식'은 말랑한 밀떡에 멸치와 디포리를 활용한 칼칼한 국물을 더해 떠먹는 국물 떡볶이 형태로 구성했다. 유명 떡볶이집을 찾아다니며 쫄깃함이나 말랑함 등 식감 차이를 즐기는 소비 흐름을 가정간편식에 반영한 것이다. 풀무원은 이번 제품을 기존 떡볶이와 별도의 프리미엄 라인으로 육성해 친숙한 맛의 제품과 식감 중심 제품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풀무원식품 관계자는 "최근 간편식 떡볶이 시장이 세분화되면서 익숙한 맛을 넘어 개인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집에서도 유명 맛집 스타일의 떡볶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웰푸드는 시장에서 바로 부쳐 먹던 고기완자의 맛과 식감을 집에서 간편하게 구현하는 방식으로 제품 형태를 변형했다. 추석을 앞두고 선보인 '쉐푸드 광장시장식 고기완자'는 프라이팬이나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해 약 15분이면 조리할 수 있는 가정간편식이다. 제품은 100% 국산 돼지고기를 사용하면서 고기를 모두 곱게 갈지 않고 도톰한 통살을 남겨 씹는 식감을 살렸다. 채소 역시 큼직하게 썰어 넣고 감자전분과 국산 찹쌀가루를 배합해 겉은 노릇하고 속은 촉촉한 완자의 질감을 구현했다. 시장에서 먹는 고기완자의 핵심인 두툼한 크기와 육즙, 고기와 채소가 함께 씹히는 느낌은 유지하면서 소비자가 직접 재료를 손질하고 반죽해 부쳐야 하는 과정은 간소화한 셈이다. 명절 상차림뿐 아니라 일상 반찬과 안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사용 범위도 넓혔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명절 상차림에 빠질 수 없는 고기완자를 보다 간편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이번 제품을 선보였다"며 "원재료부터 식감까지 세심하게 설계한 만큼 명절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GS25는 익숙한 과일 통조림을 하이볼로 재해석하며 주류 상품군으로 영역을 넓혔다. 오는 16일 단독 출시하는 '삼포깐포도하이볼'은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과일 통조림 '삼포깐포도'를 하이볼 형태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출발점은 소비자가 먼저 만들어낸 새로운 사용법이었다. SNS에서 삼포깐포도를 화채·음료·디저트 등에 활용하는 레시피가 확산되자 GS25가 이를 실제 상품 개발로 연결했다. 최근 5월부터 8월까지 GS25의 삼포깐포도 판매량은 직전 4개월보다 21배 이상 증가했다. 하이볼에서도 기존 과실 주류와 다른 방식을 택했다. 일반적인 과실 하이볼이 과일의 향과 맛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삼포깐포도하이볼에는 실제 포도 과육을 넣어 마시는 과정에서 풍미와 함께 씹는 식감까지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저도주 선호 흐름을 고려해 알코올 도수는 4.5도로 설계했다. 같은 날 '햇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햇반백미막걸리'와 '햇반흑미막걸리'도 정식 출시한다. 익숙한 식품 브랜드와 제품을 새로운 주류 경험으로 연결하는 상품을 연이어 선보이는 셈이다. GS25 관계자는 "새로운 주류 경험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SNS에서 화제가 된 삼포깐포도 통조림을 활용한 하이볼을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SNS 트렌드를 반영한 이색 주류와 강력한 IP를 활용한 협업 상품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9-15 10:16:57
술 덜 마시는 한국…주류 출고량 27년 만에 300만㎘ 붕괴
[경제일보] 국내 주류 출고량이 27년 만에 300만㎘ 아래로 내려갔다. 맥주와 소주가 3년 연속 감소하고 막걸리까지 5년째 줄면서 대중 주종을 중심으로 소비 위축이 이어졌다. 술을 마시는 횟수와 양도 함께 감소하는 반면 과실주와 증류주 등 일부 주종은 늘어 주류 소비가 양에서 취향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나타났다. 23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98만8000㎘로 집계됐다. 주류 출고량이 300만㎘를 밑돈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92만2000㎘ 이후 처음이다. 2015년 380만4000㎘와 비교하면 10년 새 21.5% 감소했다. 주종별로는 전체 출고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맥주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맥주 출고량은 151만9000㎘로 전년보다 7.2% 줄었다. 2022년 169만8000㎘를 기록한 뒤 3년 연속 감소하면서 160만㎘선도 무너졌다. 희석식 소주 출고량 역시 지난해 79만3000㎘로 80만㎘ 아래로 내려왔다. 2022년 86만2000㎘에서 매년 줄어든 데 이어 작년에도 감소세가 이어졌다. 탁주도 2020년 38만㎘에서 지난해 31만8000㎘까지 줄며 5년 연속 감소했다. 주류 출고량 감소는 음주 습관 변화와 맞물린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5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월 1회 이상 술을 마시는 소비자의 월평균 음주 빈도는 8.8일로 2023년 9.0일보다 줄었다. 술을 마시는 날의 하루 평균 음주량도 6.7잔에서 6.6잔으로 감소했다. 소비 방식도 달라졌다. 소비자들이 대중적인 주류 트렌드로 꼽은 항목 가운데 편의점 구입이 85.5%로 가장 높았고 홈술 54.2%, 혼술 52.2%, 다양한 맛 49.1%가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이후 자리 잡은 홈술·혼술 문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취하기 위한 음주보다 맛과 향, 제품 특성을 따지는 소비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체 주류시장이 축소되는 가운데 일부 주종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과실주 출고량은 1만7000㎘로 2021년 이후 다시 같은 수준을 넘어섰고 일반증류주는 4000㎘로 2015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브랜디도 31㎘로 2017년 이후 가장 많았다. 주류업계 역시 줄어드는 음주량에 맞춰 저도주와 무알코올·비알코올 제품을 확대하고 맛과 향을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맥주·소주 중심의 대량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취향을 얼마나 세분화해 잡아내느냐가 향후 주류시장의 주요 경쟁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6-08-23 15:46:48
'막걸리 회동'이 던진 질문…노정객의 도리와 정치의 품격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마주 앉아 막걸리 잔을 기울였다. 대선 국면에서 오간 약속이 1년 만에 현실이 됐다. 청와대는 이를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설명하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홍준표 국무총리 기용설’까지 거론된다. 그러나 국민의 시선은 기대보다 의구심에 가깝다. 화려한 장면 뒤에 놓인 정치적 함의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만남은 단순한 덕담을 넘어선다. 특히 홍 전 시장의 최근 행보는 정당 정치의 기본인 신의와 공인의 도리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자당 후보 지원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상대 진영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더 나아가 대구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이례적 선택까지 보였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제기된 ‘총리 기용설’은 정치적 해석을 낳기에 충분하다. 정치는 현실이며 타협의 예술이다. 진영을 넘어서는 협치 역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는 최소한의 원칙과 명분이 전제되어야 한다. 자신이 몸담았던 정당과 지지 기반을 사실상 부정하는 행위를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이는 통합이 아니라 신뢰 훼손에 가깝다. 오랜 정치 경력을 지닌 인사일수록 더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 홍 전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성장하며 정치적 자산을 축적해 왔다. 그를 지지해온 당원과 유권자의 선택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역할론이 아니라 성찰이다. 공인의 무게는 권한이 아니라 책임에서 비롯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선 기조 역시 신중해야 한다. 통합을 지향하는 인사는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치적 포섭이나 상징적 이벤트에 그친다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국무총리는 국가 행정을 총괄하는 자리다. 정치적 보상이나 정략의 산물이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정치에서 상징은 중요하다. 그러나 상징만으로 신뢰를 얻을 수는 없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처럼 공인은 오해를 살 상황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 특히 공직 진출이 거론되는 시점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작은 의심 하나가 공적 신뢰 전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정치권에 필요한 것은 장면이 아니라 태도다. 노정객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국민은 권력의 이동이 아니라 원칙의 일관성을 본다. 정치적 계산이 아닌 공적 가치에 기반한 선택만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이번 ‘막걸리 회동’이 이벤트로 끝날지, 정치의 기본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지는 결국 당사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2026-04-18 09: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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