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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8개월 수장 공백 끝…이성훈 국토교통비서관 사장 낙점
[경제일보] 이성훈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임 사장으로 낙점되면서 공공주택 공급과 조직 개편 작업에 다시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약 8개월간 이어진 수장 공백이 해소되면서 정부 주택 공급 정책의 핵심 축인 LH의 역할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3일 관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이성훈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의 LH 신임 사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 신임 사장은 이날 취임할 예정이다. LH는 지난해 10월 이한준 전 사장이 면직된 이후 약 8개월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돼 왔다. 앞서 내부 출신 인사들이 후보로 추천됐지만 정부가 반려하면서 사장 인선이 한 차례 무산되기도 했다.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LH 개혁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장기간 이어진 수장 공백이 조직 운영의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이 신임 사장은 1996년 기술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국토교통부 도로운영과장, 도시광역교통과장, 부동산개발정책과장, 물류정책과장, 지역정책과장, 기술정책과장 등을 지냈으며 도로와 교통, 도시·지역, 부동산 개발 정책을 두루 거친 국토교통 행정 관료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부동산과 교통, 국토 개발 등 주요 현안을 놓고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사이의 정책 조율을 맡았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2021년에는 경기도 건설국장으로 파견 근무한 이력도 있다. 신임 사장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주목받는 과제는 공공주택 공급이다. 정부는 지난해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LH의 역할을 다시 키우는 방향을 제시했다. LH가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대신 직접 시행을 맡아 공공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당시 정부는 LH가 수도권 공공주택용지 가운데 민간 매각 없이 직접 시행할 경우 2030년까지 착공 가능한 물량이 6만가구 규모라고 추산했다. LH의 사업 관리 역량과 재무 부담, 인허가 속도가 실제 공급 성과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된 셈이다. 매입임대주택 확대도 LH가 맡아야 할 주요 과제다. 정부는 올해 5월 비아파트를 활용해 단기간에 주택을 공급하는 수도권 매입임대주택 9만가구 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공급 시차가 긴 택지 개발과 달리 기존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식인 만큼 LH의 집행 속도와 매입 기준이 중요하다. 조직 개편 논의도 신임 사장 체제에서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8월 출범한 LH 개혁위원회는 조직 재편 방향을 논의해 왔다. 현재는 개발사업을 담당하는 기능과 공공임대주택 운영, 부채·자산 관리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LH는 토지 개발과 공공주택 공급, 공공임대 운영, 주거복지 기능을 함께 맡고 있다. 그동안 통합 구조가 공급 속도와 정책 집행력 측면에서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역할이 커질수록 재무 부담과 조직 비대화 논란도 함께 커졌다. 신임 사장이 조직 안정과 기능 재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이유다. 이 신임 사장 취임은 LH의 정책 집행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조직 개편, 재무 부담 관리를 동시에 추진해야 해 과제의 난도는 낮지 않다. LH가 정부 주택 공급 정책의 중심에 다시 서는 만큼 신임 사장 체제의 첫 성과는 공급 목표를 실제 착공과 입주로 얼마나 연결하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2026-07-03 07: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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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보] 위대한 문명은 언제나 두 가지로 완성된다. 뼈대와 혈관. 뼈대 없이는 서지 못하고 혈관 없이는 살지 못한다. 앤드루 카네기(1835~1919). 스코틀랜드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소년 직공에서 출발해 미국 역사상 두 번째 부자가 된 사람.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브루클린 브리지와 대륙횡단철도, 뉴욕의 초기 마천루라는 미국 근대화의 물리적 골격을 자신의 철로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그의 출발점은 낮고 좁았다. 열세 살에 스코틀랜드에서 미국 피츠버그로 건너온 이민자 소년은 면직 공장의 실패를 감는 일부터 시작했다. 전신 배달부를 거쳐 철도 회사 전신 기사와 관리직을 거치는 동안 그는 한 가지 진실을 눈과 몸으로 익혀갔다. 인프라의 기반을 장악하는 자가 시대를 지배한다는 사실이었다. 철도가 미국의 혈관을 놓던 시절, 그는 그 혈관의 뼈대가 될 철강에서 다음 시대를 보았다. 손자병법은 말한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카네기가 철강 산업에 뛰어들 때 그는 시장만 본 것이 아니었다. 그는 기술을 보았다. 영국에서 개발된 베세머 공정을 미국 최초로 대규모 도입해 철 생산 속도를 열 배 이상 끌어올렸다. 경쟁자들이 낡은 방식으로 쇳물을 붓는 동안 그는 이미 다른 전장에서 싸우고 있었다. 기술 전환의 흐름을 먼저 읽은 자가 산업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원리를 그는 몸으로 실천했다. 그러나 기술 혁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카네기의 진짜 강점은 수직 통합이었다. 철광석을 캐는 광산에서 석탄 광산, 운반선, 철도 회사까지 생산의 전 과정을 직접 장악했다. 외부에 의존하는 고리를 하나씩 끊어냄으로써 원가를 낮추고 품질을 높였다. 누군가 가격을 올리거나 공급을 끊어도 카네기 스틸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 구조 자체가 곧 경쟁력이었다. 도덕경은 이를 꿰뚫는다. “소즉득 다즉혹(少則得 多則惑).” 적으면 얻고 많으면 오히려 흔들린다. 카네기는 사업의 범위를 철강 하나로 좁혔다. 당시 미국의 거부들이 은행과 부동산, 제조업을 두루 손에 넣으려 할 때 그는 철강에만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리를 시장이 그 개념을 인식하기 훨씬 전에 이미 살아낸 것이다. 그 좁고 깊은 집중이 카네기 스틸을 세계 최대의 철강 회사로 만들었다. 여기에 원가에 대한 집착이 더해졌다. 그는 실시간 원가 계산 시스템을 구축해 공정별 비용을 낱낱이 파악했다. 경쟁자들이 감각으로 경영할 때 그는 숫자로 경영했다. 이 냉철한 계산이 생산 효율을 극대화했고 시장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가격 경쟁력을 만들었다. 논어는 말한다.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배우되 생각하지 않으면 헛되고 생각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카네기는 현장에서 배운 것을 숫자로 사유했고 그 사유를 다시 구조로 구현했다. 배움과 사유, 실천이 하나의 고리처럼 맞물린 경영이었다. 그의 삶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정점에서의 결단이다. 1901년 카네기는 J.P. 모건에게 카네기 스틸을 4억8000만달러에 매각했다. 당시 미국 연방 예산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 거대한 부의 대부분을 사회로 돌렸다. “부자로 죽는 것은 수치다.” 이 한 문장이 그의 후반 삶 전체를 압축한다. 미국 전역에 2509개의 도서관을 세웠고 카네기 홀을 지었으며 교육과 평화 사업에 자산의 90%를 쏟아 넣었다. 금강경은 이를 이미 알고 있었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머무름 없이 마음을 내라. 카네기는 자신이 쌓아 올린 제국에 집착하지 않았다. 쥐고 있던 손을 열었을 때 그 손에서 흘러나온 것은 한 세기가 넘도록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있다. 머무름 없이 흘려보낸 부가 오히려 더 오래, 더 넓게 남은 셈이다. 성경 마태복음은 말한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카네기의 기부 철학은 단순한 시혜가 아니었다. 그는 지식이야말로 가난을 끊는 유일한 사다리라고 믿었다. 그 믿음은 도서관으로 구현됐다. 자신이 어린 시절 책 한 권 마음껏 빌려볼 수 없었던 기억이 수천 개의 도서관이라는 형태로 세상에 돌아왔다. 결핍의 경험이 가장 위대한 유산의 씨앗이 된 것이다. 오늘의 AI 시대는 카네기의 철강이 던진 질문을 다시 꺼내 들고 있다. 반도체라는 새로운 철강, 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제철소, 전력 인프라라는 새로운 철도가 시대의 뼈대를 다시 짜고 있다. 누가 그 뼈대의 핵심 기술을 먼저 장악하고 누가 생산의 전 과정을 수직 통합하며 누가 원가의 본질을 꿰뚫는 구조를 먼저 세우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다음 문명의 골격을 결정할 것이다. 카네기의 삶은 그 답의 방향을 이미 제시했다. 기술의 전환점을 먼저 읽고, 구조를 수직으로 통합하며 집중의 힘으로 시장을 재편하라. 그리고 그 모든 것 위에 반드시 이 질문을 얹어라. 나는 무엇을 위해 이 뼈대를 세우고 있는가. 뼈대는 서기 위해 세우는 것이 아니다. 그 위에 살아갈 사람들을 위해 세우는 것이다. 카네기의 철이 오늘도 가르치는 것은 바로 그 점이다.
2026-05-14 11:4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