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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 팔고 주식 샀다…각국 공적 자금, '수익형 달러'로 이동
[경제일보] 각국 공적 자금의 미국 투자 방식이 바뀌고 있다. 위기에 대비해 미국 국채를 쌓아두던 중앙은행 중심의 자금 흐름에, 기업의 성장과 투자수익을 좇는 연기금·국부펀드가 더해졌다.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이 낮아지는 동안 미국 주식시장으로는 대규모 해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한국에는 해외투자 확대의 기회와 함께 국내 반도체 산업과 해외 AI 주식이 동시에 흔들릴 위험이 커지는 변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일(현지시간) 한국·일본·중국·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공적 해외투자를 분석하며, 미국 정부의 채권보다 미국 기업의 성장에 투자하는 자금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달러의 영향력을 이해하려면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뿐 아니라 연기금과 국부펀드, 국유은행의 해외자산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분석이다. 미 재무부의 국제자본수지(TIC) 자료는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다. 올해 7월까지 12개월간 해외 공적 투자자는 미국 주식을 1396억달러 순매수한 반면 중장기 미국 국채는 168억달러 순매도했다. 민간까지 합친 외국인 전체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9419억달러로, 직전 12개월의 5981억달러보다 늘었다. 같은 기간 중장기 국채 순매수액은 4560억달러에서 2466억달러로 줄었다. 외환보유액 통계에서는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외환보유액의 달러 비중은 56.7%로 전 분기 57.18%보다 낮아졌다. 달러 보유액 자체는 대체로 유지됐지만 유로 등 다른 통화 자산이 늘었다. 이 통계 밖에서 커지는 공적 투자기관의 미국 자산 매입까지 더하면, 달러 자산을 향한 수요는 훨씬 넓은 범위에서 형성되고 있다. 한국은 투자 주체의 변화가 뚜렷한 사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공개한 7월 말 해외투자 규모는 951조2000억원으로 금융부문 자산의 56.6%를 차지한다. 해외주식만 623조7000억원이며 해외채권은 102조4000억원, 해외 대체투자는 223조3000억원이다. 해외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은 65.6%에 이른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9월 말 외환보유액은 4405억6000만달러다. 외환보유액은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고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는 자산이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는 가입자의 노후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 운용이다. 같은 해외자산이라도 운용 목적과 투자기간이 달라 연기금은 주식과 대체자산을 통해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배경에는 커진 기금 규모와 고령화가 있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7월 말 1684조2000억원에 달한다. 기금이 커질수록 국내 시장에만 투자하기 어려워지고, 장기간 지급할 연금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수익 기반도 넓혀야 한다. 미국의 깊은 자본시장과 글로벌 기술기업들은 이러한 장기 투자자에게 주요 투자처가 된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진행됐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브래드 세처와 알렉스 에트라가 지난달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일본 공적연금 GPIF의 해외자산은 2014년 약 4000억달러에서 올해 1분기 약 1조달러로 늘었다. 이들은 사우디 국부펀드 PIF의 해외투자 약 2500억달러 가운데 2000억달러가 달러 자산인 것으로 추산했다. 중앙은행 밖에서 달러 투자의 또 다른 축이 성장한 셈이다. 이 변화는 미국 국채와 주식시장의 수급에도 영향을 준다. 기업의 이익을 좇는 자금은 주식 수요와 기업가치를 뒷받침한다. 반면 외환보유액 운용기관의 국채 수요가 약해지면 미국 정부는 가격과 수익률에 민감한 투자자의 수요에 더 의존하게 된다. 미국을 향하는 자금이 많아도 국채와 주식이 똑같이 수혜를 보는 구조는 아니다. 한국이 살펴야 할 문제는 투자지역을 넓히면서도 같은 산업 사이클에 대한 의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가 이미 반도체 기업을 통해 AI 투자 붐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들어 미국 AI 관련 주식의 편중 위험을 짚었다. 빅테크가 데이터센터와 AI 설비 투자를 줄이면 한국 메모리 기업의 수출과 이익이 약해지는 동시에 미국 기술주의 성장 기대도 낮아질 수 있다. 국내 생산과 해외 금융자산이 같은 충격을 받는 것이다. 미국 주식을 산다는 지리적 분산만으로 이 위험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환율도 수익을 바꾼다. 원화 약세는 환헤지를 하지 않은 달러 자산의 원화 환산가치를 높여 주가 하락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다. 반대로 원화가 강해지면 해외투자 수익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한국 반도체와 미국 AI 기업을 함께 보유하는 포트폴리오에서는 산업 경기와 환율, 주가의 움직임을 함께 분석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2026-10-07 07:34:41
한미, 3500억달러 대미투자 이행 속도…호르무즈 기여는 '전투 불개입'
[경제일보] 한미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 실행과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을 놓고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한국은 정상회담 합의 이행과 비군사적 기여 의지를 밝혔고 미국은 투자 약속의 신속한 집행과 한국 내 미국 기업의 공정한 사업 환경을 요구했다. 투자·통상과 중동 안보 현안이 동시에 한미 외교 의제로 부상한 모습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을 열고 대미 투자와 한반도 문제, 중동 정세 등을 논의했다. 양국 외교장관의 대면 회담은 지난 2월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두 장관은 현재 협의 중인 대미 전략투자 사업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인 ‘팩트시트’를 비롯해 양국 정상이 합의한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소통도 계속한다. 미 국무부 발표는 투자 실행에 보다 무게를 뒀다. 루비오 장관은 팩트시트에 담긴 투자 약속을 신속히 이행하고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전략 분야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가 합의한 대미 전략투자 규모는 3500억달러다. 첫 사업의 규모와 투자 구조는 당초 17일 국회에 보고된 뒤 공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국회 보고가 미뤄지면서 발표도 다음 주로 연기됐다. 투자 대상과 자금 조달 방식, 정부와 민간의 위험 분담 구조가 첫 사업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루비오 장관은 한국에서 영업하는 미국 기업에 공정하고 투명하며 공평한 사업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쿠팡 관련 현안과 개정 정보통신망법 등 국내 플랫폼·디지털 규제에 대한 미국 측의 우려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무부 발표에는 특정 기업이나 법안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는 미국의 역할 요구와 한국의 ‘전쟁 불개입’ 원칙 사이에서 기여 범위를 조율하기로 했다. 루비오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 협력을 거듭 강조했다. 조 장관은 자유로운 통항을 회복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실질적인 기여 의지를 설명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계속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18일 기자회견에서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자국 상선과 원유 수송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은 필요하다며 중동에 파견된 청해부대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기여 방안은 전투 참여보다는 한국 선박 호송과 정보 공유, 해상 감시, 청해부대의 임무·활동 범위 확대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있다. 파병 병력이나 군사자산을 추가하려면 작전 성격과 국회 동의 필요성, 현지 교전 위험 등에 대한 검토도 뒤따라야 한다. 대북 정책에서는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조 장관은 한국이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이자 ‘페이스메이커’로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의사를 밝힌 북미 대화 재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양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두 장관은 한·미·일 협력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과 역내 안보를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는 점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대미 투자와 호르무즈 기여, 대북 대화가 각각 별도 사안처럼 보이지만 향후 한미 협의에서는 정상회담 합의 이행과 동맹 기여라는 하나의 틀 안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다음 확인 지점은 대미 투자 첫 사업의 대상과 자금 구조다. 호르무즈 문제에서는 ‘실질적 기여’가 청해부대 임무 확대에 머무를지, 추가 인력이나 군사자산 파견으로 이어질지가 한미 협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2026-09-19 08:51:09
삼성전자 美 테일러 공장 추락사 7개월…총괄시공사 삼성물산 조사는 종결
[경제일보]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에서 지난 2월 발생한 근로자 추락 사망사고와 관련해 총괄시공사인 삼성물산 미국법인에 대한 현지 당국의 조사가 지난달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사고와 관련해 사망·중대재해 조사 대상에 오른 현장 업체에 대한 조사는 7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4일 경제일보가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에 확인한 결과, 삼성물산 미국법인 삼성E&C아메리카(Samsung E&C America Inc.)에 대한 조사는 지난 8월 11일 종결됐다. OSHA는 지난 2월 사고가 발생한 직후 조사에 들어가 현장의 추락 위험과 안전관리 실태 등을 살펴봤다. 삼성E&C아메리카는 테일러 공장 건설을 총괄하는 시공사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2005년 설립한 미국 텍사스 법인이다. 삼성전자도 테일러 공장을 소개하면서 삼성E&C아메리카가 현장 공사를 총괄한다고 밝히고 있다. 테일러 공장은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투자를 상징하는 사업장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를 들여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가운데 단일 사업 기준으로는 당시 최대 규모였다. 공장은 인공지능(AI)과 고성능컴퓨팅(HPC), 5G 등에 쓰이는 첨단 반도체 생산을 겨냥해 건설됐다.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던 지난 2월 현장에서 근로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OSHA는 사고 직후 삼성E&C아메리카뿐 아니라 현장에 참여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총괄시공사와 사고 관련 업체의 안전관리 책임을 각각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삼성E&C아메리카에 대한 조사는 사고와 관련한 별도의 현장 안전점검으로 진행됐다. OSHA는 조사 범위를 일부 안전 분야로 한정해 추락 위험 등을 살핀 뒤 지난달 11일 조사를 종결했다. 조사에 들어간 지 약 6개월 만이다. 사망·중대재해 조사 대상으로 분류된 원클래스엔지니어링(One Class Eng Inc.)에 대한 조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회사 역시 사고가 발생한 지난 2월부터 OSHA 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 대상에는 추락 위험이 포함돼 있다. 4일 현재 종결 처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OSHA의 사망·중대재해 조사는 근로자가 숨진 사고의 원인과 산업안전 기준 위반이 있었는지 등을 따지는 절차다. 안전기준 위반이 확인되면 시정명령이나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 OSHA는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원인과 안전기준 위반이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물산 미국법인에 대한 현장 안전조사는 마무리됐지만 테일러 공장 사망사고에 대한 미국 당국의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사고 발생 7개월이 지난 현재 원클래스엔지니어링에 대한 사망·중대재해 조사가 남아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사고 원인과 현장 안전관리 과정도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될 전망이다.
2026-09-04 14:00:00
인덱스펀드 출범 반세기…저비용 앞세워 美 펀드시장 절반 장악
[경제일보] 인덱스펀드가 미국에서 출범한지 이달로 50주년을 맞았다. 인덱스펀드는 저비용을 앞세워 미국 현지 펀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했다. 거대 자금 쏠림에 따른 대형주 위주의 가격 왜곡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나 그럼에도 탁월한 비용 효율성 덕분에 향후 인덱스펀드의 시장 지배력은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풀이된다. 인덱스펀드는 펀드매니저가 개별 종목을 골라 사고파는 대신 특정 주가지수에 포함된 종목을 구성 비중 그대로 담아 지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이런 인덱스펀드는 그동안 대다수 전문 펀드매니저가 운용한 펀드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 주가가 오르내림에 관계없이 시장 평균 수익률을 그대로 따라간 결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떼는 액티브 펀드보다 나은 성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19일 영국 경제·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 내 인덱스펀드 자산은 전체 투자펀드 순자산의 절반을 넘어섰고 국내 주식형만 놓고 보면 6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는 인덱스펀드가 '주식을 잘 고르는 능력'보다 '시장을 값싸게 소유하는 능력'이 대다수 투자자에게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명확한 벤치마크를 기준으로 운용내역이 투명하고 보수도 낮아 확률적으로 유리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반세기가 더 지나도 이런 흐름은 한층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라했던 출발, 반세기 만에 美 투자펀드 순자산 절반 이상 지배 50년 전 '뱅가드 최초 인덱스 투자신탁'이 등장했다.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뱅가드 창립자 잭 보글은 이를 두고 '철저한 실패'라고 자평했다. 그는 5000만~1억5000만 달러(약 707억7500만~2123억2500만원)를 모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모금액은 1100만 달러(약 155억7050만원)에 그쳤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6500만 달러(약 919억8800만원) 수준이다. 이 펀드는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S&P500을 추종한 최초의 개인투자자용 상품이었다. 당시 금융업계 반발은 상당했다. 한 금융전문지는 인덱스펀드를 투자자의 포기에 불과한 유행으로 깎아내리며 곧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반세기가 지난 지금 그런 조짐은 찾아보기 어렵다. 업계 단체인 미국투자회사협회(ICI)는 미국 투자펀드 순자산의 절반 이상이 인덱스 추종 상품에 몰려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미국 국내 주식형 펀드로 좁히면 그 비중은 64%까지 올라간다. 지난 5월 기준 ICI 집계에서도 장기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틀어 인덱스 상품 자산은 21조8200억 달러(약 3경875조3000억원)로 전체의 53.8%를 차지했다. 미국 국내 주식형에서는 이 비율이 63.9%였다. 개인 저축이든 회사 퇴직연금이든 대학 기금이든 상당수 투자자가 이미 최소 하나 이상의 인덱스펀드에 발을 담그고 있는 셈이다. 반면 인덱스펀드 성장으로 설 자리를 잃은 전문 주식선택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지난 2016년 브로커 회사 번스타인은 인덱스 투자를 "마르크스주의보다 더 나쁘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영국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펀드매니저 테리 스미스가 반기 투자자 서한에서 자신의 부진한 성과 상당 부분을 인덱스펀드가 지배하는 시장 탓으로 돌렸다. 패시브의 역설…선택은 끝나지 않았다 패시브(Passive)는 통상 펀드매니저의 별도 판단 없이 특정 지수의 구성종목과 비중을 그대로 따라가는 운용방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다만 인덱스펀드를 이런 패시브로 부르는 것 자체가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짚었다. 지난 50년간 인덱스펀드가 시장 구조를 바꿔놓은 데다 인덱스펀드 투자 자체에도 생각보다 많은 능동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가장 먼저 어떤 지수를 추종할지부터 선택의 문제다. 유럽 주식에 투자한다면 대형주 50개로 구성된 유로스톡스50을 고를지 396개 종목을 포함하는 MSCI유럽을 고를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린다.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다. 다수 투자자가 나스닥100을 통해 '패시브'하게 투자하지만 나스닥100은 기술주 비중이 커 금융이나 부동산 같은 주요 산업은 사실상 빠져 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이다. 지수를 추종한다는 선택 자체가 이미 하나의 투자 판단인 셈이다. 전 세계 시장을 포괄하는 FTSE 글로벌 올캡처럼 1만개가 넘는 기업을 담은 지수를 고른다고 해도 물음표는 남는다. 진정한 의미의 완전한 패시브 투자를 하려면 주식뿐 아니라 투자 가능한 모든 자산이 담긴 '시장 포트폴리오'를 사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모대출 △부동산 △미술품 △고급 와인까지 포함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런 구성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주식과 채권 인덱스펀드를 6대 4로 배분하는 것도 엄연히 능동적 판단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이다. 인덱스펀드 자체도 완전히 패시브하지는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뱅가드 주식부문 책임자 로드니 코메기스는 "인덱스펀드 운용사들이 일반 투자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재량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초 인덱스펀드가 출시됐을 당시 펀드 규모가 작아 S&P500 구성종목을 모두 살 수 없었던 탓에 약 300개 종목만 표본으로 편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운용사가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매 시점을 조정하거나 특정 시점 대량 매매로 발생할 불리한 가격을 피하기 위해 거래 전략을 바꾸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페이스X 같은 기업이 새 지수에 편입되면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은 반드시 주식을 사야 하는데 이 사실이 시장에 미리 알려지면 주가가 편입 전부터 움직일 수 있다. 운용사는 이럴 때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거래를 조정한다. 일부 인덱스펀드는 공매도 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아 수익률을 높이기도 한다. 몸집 커질수록 커지는 '가격 왜곡' 우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인덱스펀드가 자산가격 자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규모가 커졌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는 실제 거래로 결정되는 만큼 거래 빈도가 낮은 인덱스펀드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 그럼에도 여러 연구는 인덱스펀드가 시장 가격을 왜곡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대표적인 것이 '비탄력적 시장 가설'이다. 인덱스펀드 같은 고정배분 펀드로 1 달러(약 1414원)가 주식시장에 유입되면 전체 시가총액이 3~8 달러(약 4243~1만1316원) 오를 수 있다는 게 이 가설의 핵심이다. 다만 이는 특정 연구의 추정치로 모든 시장과 상황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은 아니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인덱스펀드로 유입되는 자금이 몸집이 큰 기업 주가를 불균형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이런 흐름이 주식시장 거품을 키우고 소수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리뷰오브파이낸셜스터디즈에 따르면 패시브펀드로 들어가는 자금이 경제에서 몸집이 가장 큰 기업 주가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시장 수요가 높은 대형 기업일수록 이런 효과가 두드러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런 우려가 인덱스펀드에서 자금을 빼야 한다는 근거는 되지 않는다는 게 중론으로 보인다. 주가가 급락하든 급등하든 인덱스펀드는 시장 평균을 그대로 따라가 장기로 보면 시장 평균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가 평균 이상 성과를 노리는 개별 주식 선택자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액티브 투자자는 시장 평균 대비 더 높은 수수료 부담을 추가로 져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코노미스트는 "50년 뒤 인덱스펀드가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존재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며 "인덱스펀드 시대는 끝난 게 아니라 이제 막 더 강력해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2026-08-19 11: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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