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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베트남 국회의장에 '반도체 인재·공급망 육성' 청사진 제시…정부 지원 요청
[경제일보]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현지 부품·소재 기업의 공급망 편입과 반도체 전문인력 육성을 양대 축으로 한 현지 산업 생태계 강화에 나선다. 단순 생산기지 투자를 넘어 현지 기업의 생산성 혁신과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하고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인재를 직접 육성하는 방식이다. 특히 올해부터 현지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삼성 이노베이션 캠퍼스(SIC)’에 반도체 교육과정을 처음 도입하고 관련 교육 거점을 베트남 주요 지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은 이 같은 현지 산업·인재 육성 전략을 베트남 최고위급에 설명하고 국회와 중앙·지방정부에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경제일보가 베트남 당국 자료와 삼성전자 측이 지난 6일 쩐 타인 먼(Trần Thanh Mẫn) 베트남 국회의장의 방한 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을 분석한 결과, 삼성은 베트남 현지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첨단기술 인재 육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쩐 의장은 지난 6일 서울에서 한국 내 비정부기구(NGO)와 한·베 우호단체, 기업·학계 관계자 등 70여명과 만났다. 이 자리에는 나기홍 삼성베트남 법인장도 참석했다. 삼성은 이 자리에서 베트남 현지기업 육성과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설명했다. 베트남이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양적 확대에서 질적 고도화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는 상황에서 현지 공급망과 인적자본을 함께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 삼성 공급망에 베트남 기업 키운다…2015년부터 현지기업 발굴 삼성이 가장 먼저 제시한 것은 베트남 부품산업의 경쟁력 강화다. 삼성은 베트남 투자 이후 현지 기업 육성과 기술 이전, 고급 기술인력 양성에 지속적으로 자원과 예산을 투입해 왔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베트남 기업들이 단순한 현지 협력업체에 머무르지 않고 생산성과 기술 경쟁력을 높여 삼성의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은 2015년부터 베트남 산업통상부와 각 지방 산업통상 당국 등과 협력해 잠재력을 갖춘 현지 공급업체를 발굴해 왔다. 부품산업 관련 워크숍을 열어 현지 기업과 삼성의 접점을 만들고 한국의 제조 전문가들이 직접 기업 현장을 찾아 생산공정과 품질관리 등을 개선하는 컨설팅도 진행했다.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도 이 같은 현지기업 육성 전략의 하나다. 베트남 기업의 제조 현장에 한국의 생산관리 노하우와 스마트 제조기술을 접목해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삼성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베트남 기업들이 현지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삼성의 베트남 사업 전략이 완제품 생산 중심에서 현지 부품·소재기업과 기술인력을 함께 육성하는 산업 생태계 구축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베트남 국회 역시 6일 공식자료를 통해 나 법인장이 삼성의 베트남 기업 지원을 소개하면서 이들이 베트남뿐 아니라 삼성의 글로벌 공급망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 ‘삼성 이노베이션 캠퍼스’에 반도체 교육 첫 도입 인재 육성 전략에서는 반도체가 전면에 등장했다. 삼성은 전문대·대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SIC를 통해 AI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 분야의 실무교육을 제공해 왔다. 올해부터는 여기에 반도체를 추가했다. 특히 교육 수준에 따라 입문·기본·심화 등 3단계로 구성된 반도체 교육과정을 처음 도입했다. 베트남 정부가 2030년까지 반도체 전문인력 5만명을 양성한다는 목표를 추진하는 데 맞춰 현지 반도체 인력 기반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교육 인프라도 확대한다. 삼성은 2026년부터 베트남 주요 지역을 대상으로 ‘SIC Lab’ 모델을 확산·고도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SIC Lab은 하노이와 다낭, 박닌, 타이응우옌 등에서 구축·운영되고 있다. 삼성의 올해 SIC 프로그램에 반도체 교육이 처음 포함됐다는 사실은 지난 4월 삼성베트남이 공개한 사업계획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삼성은 AI·IoT·빅데이터와 함께 반도체 교육을 도입하고 올해 약 2200명의 학생에게 첨단기술 교육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도체 생산시설을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없는 만큼 현지 전문인력을 선제적으로 양성해 베트남의 반도체 산업 기반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 대학·대학원까지 연결…산학협력에 1800억동 투자 삼성은 대학과 대학원으로 이어지는 산학협력도 강화한다. 삼성베트남은 2012년부터 베트남 주요 대학 및 기관과 협력해 첨단기술 연구개발(R&D)과 인재 양성을 지원하고 삼성 인재 장학금(STP)을 지급해 왔다. 삼성이 이날 밝힌 관련 누적 투자액은 약 1800억동이다. 초·중·고교생부터 대학생과 대학원생까지 단계별로 이어지는 인재 육성 체계를 구축해 장기적으로 베트남 첨단산업을 뒷받침할 기술인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개별 대학이나 기업 중심의 인재 육성을 넘어 베트남 정부와 대학,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산·학·연 협력 모델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은 이를 베트남의 지속가능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산업에 필요한 고급 기술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축으로 보고 있다. 청소년 단계에서는 ‘솔브 포 투모로우(Solve for Tomorrow)’가 가교 역할을 한다. 2019년 베트남에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중·고등학생들이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지식을 활용해 사회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베트남 국가혁신센터(NIC)와 처음 협력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은 이를 전국 수천개 학교로 확산시켜 STEM 교육과 과학기술·혁신·디지털 전환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 저소득층부터 반도체 인재까지…‘인재 파이프라인’ 구축 삼성의 베트남 인재 육성 전략은 취약계층 청소년까지 포괄한다. 대표적인 사업이 ‘삼성 희망학교’다. 삼성 사업장과 협력회사 인근의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방과 후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2013년 박닌 지역에서 시작해 현재 박닌 2곳과 타이응우옌, 랑선 등 총 4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 5000명 이상의 학생이 방과 후 교육 기회를 제공받았다. 삼성의 베트남 사회공헌 전략을 연결하면 저소득층 아동의 교육 지원에서 중·고교 STEM 교육, 대학생 AI·반도체 교육, 대학·대학원 R&D 지원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사회공헌과 산업인재 육성을 분리하기보다 장기적인 ‘인재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 삼성, 베트남 국회·정부에 “지속적인 지원 필요” 삼성은 이번 방한을 계기로 베트남 국회와 중앙·지방정부에도 협력을 요청했다. 베트남이 새로운 성장 단계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미래 세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삼성의 사회공헌 및 인재 육성 사업이 안정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특히 각 교육·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수혜자를 발굴하고 지역 현장에서 사업을 확대하려면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측은 “베트남의 발전이 삼성의 발전이고 삼성의 성공이 베트남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가장 신뢰받는 파트너로서 함께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쩐 의장도 한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반도체와 전략적 공급망, 재생·청정에너지, 디지털 전환, AI 등을 양국이 협력을 확대해야 할 분야로 꼽았다. 베트남 국회는 외국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와 법률을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한국 기업들이 현지에서 장기적으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이 제시한 공급망 현지화와 반도체 인재 육성 구상이 베트남의 산업 고도화 정책과 맞물리면서 삼성의 베트남 전략도 ‘생산기지’에서 ‘산업 생태계 공동 구축’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2026-09-08 08: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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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호가 아니라 인프라 전쟁이다
[경제일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이재명 정부의 첫 대형 산업 승부수로 떠올랐다. 정부는 반도체 수요 폭증과 지역균형발전을 동시에 겨냥해 서남권을 제2의 반도체 생산기지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에 호응했다. 지난 6월 30일 광주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삼성은 호남에 총 425조원을 투자하고, 광주에 약 400조원을 들여 신규 반도체 팹 2기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서남권에 4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구상을 제시했다. 양사의 투자 규모를 합치면 825조원에 이른다. 정부가 내건 명분은 분명하다. AI(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기존 용인·평택·이천 중심의 수도권 반도체 축만으로는 미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호남을 새로운 생산기지로 개발해야 한다며 전력과 용수, 용지 여건을 언급했고, 청와대 안에 3대 메가프로젝트 직할 담당관을 두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도 3S+1F 전략을 통해 속도전, 거점전, 선도전, 총력지원체계를 제시했다. 그러나 반도체 클러스터는 발표문으로 지어지지 않는다. 반도체 공장은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전력, 물, 땅, 인재, 협력업체, 물류, 정주 여건이 동시에 맞물려야 돌아가는 초정밀 산업 생태계다. 호남 클러스터의 성패도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 정부와 기업이 ‘825조원’이라는 숫자를 꺼내 든 순간, 국민이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다. 과연 호남은 반도체를 감당할 인프라를 갖췄느냐다. 첫째는 전력이다. 반도체 팹은 전기를 먹고 산다. AI 데이터센터까지 결합되면 전력 수요는 더 커진다. 단순히 발전량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안정적이고 끊김 없는 전력망, 초고압 송전망, 변전 설비, 전력 품질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반도체 라인은 순간 정전이나 전압 불안에도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전력 공급계획이 지역 민원과 송전망 지연에 막히면 400조원짜리 팹은 착공 전부터 병목에 걸린다. 둘째는 용수다. 반도체 생산에는 대량의 초순수가 필요하다. 정부는 전력과 용수 공급에 문제가 없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물은 행정명령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취수원, 정수·폐수처리 시설, 재이용 시스템, 지역 농업·생활용수와의 조정까지 함께 설계돼야 한다. 셋째는 사람이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진짜 경쟁력은 공장 건물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일할 엔지니어와 기술자다. 수도권에 집중된 고급 인력이 호남으로 이동하려면 좋은 일자리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육, 의료, 주거, 문화, 교통이 함께 따라와야 한다. 가족이 옮겨 살 수 있는 도시가 돼야 인재가 온다. 지방에 공장을 짓고 인재는 수도권에서 출퇴근시키는 방식으로는 첨단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 넷째는 기업의 자율성과 정책의 일관성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큰 틀의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구체적 입지와 세부 일정은 여전히 신중히 검토 중이다. 대규모 반도체 투자는 한 번 삽을 뜨면 수십 년을 간다. 정치 일정에 맞춰 서두를 일이 아니다. 기업이 투자 논리로 판단하고 정부는 인프라와 규제를 책임지는 구조가 돼야 한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균형발전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한국 첨단산업의 지도는 수도권과 일부 충청권에 지나치게 기울어 있었다. 호남이 농업과 전통 제조업의 이미지에 갇혀 있는 동안 청년은 떠났고 지역경제는 노쇠했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제대로 추진된다면 호남은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AI 데이터센터, 첨단 패키징, 미래 에너지, 소부장 기업이 결합된 남부권 산업축으로 도약할 수 있다. 하지만 균형발전은 지역 배분이 아니다. 산업 경쟁력을 해치면서까지 지도를 나누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반도체는 세계와 싸우는 산업이다. 미국, 대만, 일본, 중국은 국가 차원의 보조금과 인프라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이 호남 클러스터를 추진하려면 수도권 클러스터를 약화시키는 ‘분산’이 아니라, 수도권·충청·호남을 연결하는 ‘확장’이어야 한다. 용인과 평택이 흔들리고 호남이 뜨는 구조가 아니라 기존 거점은 더 빨라지고 새 거점은 더 넓어지는 구조여야 한다. 《논어》에 ‘공욕선기사 필선리기기(工欲善其事 必先利其器)’라는 말이 있다. 장인이 일을 잘하려면 먼저 연장을 날카롭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연장은 전력망이고, 용수망이고, 도로·철도·항만이고, 대학과 연구소이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도시 환경이다. 연장이 무딘데 공장부터 세우면 산업은 오래가지 못한다. 정부는 이제 숫자의 정치에서 실행의 행정으로 넘어가야 한다. 825조원이라는 투자 규모는 국민의 기대를 키우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그 숫자가 실제 공장, 실제 고용, 실제 수출, 실제 지역소득으로 바뀌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전력·용수·부지 인허가 일정을 공개하고 책임 주체를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지역 대학과 기업을 묶은 반도체 인력 양성 로드맵을 즉시 제시해야 한다. 셋째, 기업 투자 결정이 정치적 압박으로 비치지 않도록 세제·규제·인센티브 기준을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성공하면 한국 산업 지도를 바꿀 수 있다. 실패하면 또 하나의 거대한 지역 공약으로 남을 수 있다. 차이는 말이 아니라 인프라에서 갈린다. 반도체는 균형발전의 깃발만 보고 오지 않는다. 전기와 물과 사람과 시간이 있어야 온다. 정부가 정말 호남을 대한민국 산업의 새 심장으로 만들고 싶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구호가 아니라 더 촘촘한 실행표다.
2026-07-03 12:5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