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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생명서 자산 34조 미래에셋생명으로…투자형 보험사 자리매김
대전생명으로 출발한 미래에셋생명이 30여년의 인수합병과 사업 재편을 거치며 변액보험과 연금, 자산관리를 앞세운 투자형 보험사로 자리 잡았다. 2005년 미래에셋그룹 편입 이후 보험에 자산운용 역량을 결합한 데 이어 최근에는 보장성보험과 자체 투자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연결 기준 총자산은 34조3736억원이다. 변액보험 적립금은 16조278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5.5% 늘었고 글로벌 MVP 순자산은 4조5000억원까지 커졌다. 보장성 연납화보험료(APE)도 2130억원으로 50.8% 증가했다. 기존 변액·연금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건강보험을 키우고 투자 영역도 보험사 자체 자산으로 넓히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전신은 1988년 설립된 대전생명이다. 1993년 중앙생명으로 사명을 바꾼 뒤 1997년 SK그룹에 인수돼 SK생명으로 재출범했다. 2005년 6월 미래에셋그룹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현재의 미래에셋생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미래에셋 편입 당시 총자산은 4조7598억원, 자본금은 2713억원이었다. 같은 해 12월 퇴직연금 판매를 시작했고 이듬해 국내 최초 친디아변액보험을 선보였다. 2007년에는 리테일 부문 펀드 판매액이 1조원을 넘어섰고 보험업계 최초로 신탁업 경영인가를 받았다. 미래에셋 편입 이후에는 보험상품 판매에 자산관리 기능이 본격적으로 더해졌다. 이후 변액보험과 퇴직연금뿐 아니라 펀드와 신탁까지 사업영역이 확대됐다. 투자·자산관리 역량을 변액보험에 본격적으로 접목한 것은 2014년 출시한 글로벌 MVP다. 가입자가 직접 펀드를 선택하고 변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상황에 맞춰 글로벌 주식과 채권, 대안자산 등을 배분하는 운용 방식을 도입했다. 출시 당시 약 3억원이던 MVP 순자산은 2018년 1조원을 넘어선 뒤 2024년 4월 약 4조원까지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4조5000억원으로 불어났다. 투자 성향과 위험자산 비중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상품군도 확대됐다. 운용 방식도 시장 변화에 맞춰 손질한다. 기존에는 분기 초 자산 비중을 정한 뒤 중간 조정을 최소화했지만 앞으로는 분기 중에도 시장 변동성과 수급 상황을 점검해 필요하면 투자 비중을 바꾼다. 인공지능(AI) 등 장기 성장성이 높은 산업에 대한 투자 기조는 유지하되 분기 중 자산 비중 조정 폭을 넓힌다. 변액보험의 체급을 키운 분기점은 PCA생명 합병이다. 미래에셋생명은 2017년 PCA생명을 인수한 뒤 2018년 3월 합병을 마쳤다. 통합 과정에서 변액보험 자산은 6조3700억원에서 10조5500억원으로 늘었다. 전체 고객은 220만명에서 250만명, 변액보험 고객은 30만명에서 44만명으로 증가했다. 2021년에는 보험업계에서 처음으로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분리를 시행했다. 미래에셋생명 전속 영업조직 약 3500명이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하면서 보험사는 상품과 고객서비스, 자산운용에 집중하고 판매 조직은 여러 보험사 상품을 취급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 형태로 바뀌었다. 판매 조직을 분리한 뒤 보장성 영업도 강화됐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2023년 제판분리 이후 처음으로 흑자전환했고 2024년에는 보장성 월초보험료 16억원을 기록했다. 제판분리 이후 미래에셋금융서비스의 보장성 판매도 늘었다. 현재 미래에셋생명의 사업구조는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한 보장성보험과 변액·퇴직연금 중심의 자산관리 사업으로 나뉜다. 과거부터 강점을 보여온 변액보험 사업을 이어가는 동시에 IFRS17 도입 이후 중요성이 커진 보장성 상품 판매도 늘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체 APE는 392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4% 늘었고 보장성 APE는 2130억원으로 50.8% 증가했다.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3076억원으로 25.4% 늘었다. 이 가운데 건강상해 신계약 CSM은 2594억원으로 30.6% 증가했고 기말 보유 CSM은 2조3311억원으로 연초보다 13.2% 확대됐다. 보장성 확대에도 변액보험의 규모는 함께 커졌다. 상반기 말 변액보험 적립금은 16조278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5.5% 증가했고 관련 수수료수입은 303억원으로 23.5% 늘었다. 투자 영역은 고객이 맡긴 변액보험 자산에서 보험사 자체 자산으로 넓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일반계정 투자자산은 19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채권을 중심으로 해외채권과 수익증권, 대체투자 등을 운용하고 있으며 2분기 자산·부채종합관리(ALM) 매칭률은 112.1%를 기록했다. ALM 매칭을 통해 보험부채와 자산 만기를 관리하고 있다. 보험 본업에서 쌓은 자본을 활용한 미래 산업 투자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비롯한 성장 산업에 투자하고 미래에셋그룹이 보유한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 활용에 나선다. 올해부터 일반계정 자산은 ALM 매칭북과 자기자본투자(PI)북으로 구분해 운용한다. ALM 매칭북은 보험부채에 맞춰 자산을 운용하고 PI북은 미래에셋그룹의 투자 역량을 활용해 미래 기술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방식이다. 첫 투자 대상은 AI 반도체 설계기업 리벨리온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3월 이사회에서 리벨리온 투자안을 의결했다. 앞으로 AI 인프라 등 혁신기술 기업으로 투자 대상을 넓히고 미국을 비롯한 해외 유망 기술기업도 검토할 계획이다. ‘한국형 버크셔 해서웨이’ 전략을 통해 보험 본업에서 확보한 자본을 기업 투자로 연결해 수익원을 다변화한다는 구상이다. [아주경제 2026년 10월 13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10-13 08:50:16
'1조 달러 삼성', 왕관의 무게와 두 개의 그림자
[경제일보] 마침내 삼성전자가 시가총액 1조 달러라는 꿈의 성채에 깃발을 꽂았다. 이 숫자는 단순한 주가 상승의 기록이 아니다.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의 중심에 대한민국 기업이 서 있다는 장엄한 선언이자 과거의 굴레를 벗고 미래 산업의 심장부로 진입했음을 세상에 공표한 증표다. 대만의 TSMC에 이어 아시아에서 단 두 번째로 열린 이 위대한 문은 삼성전자가 단순히 규모가 큰 제조기업을 넘어 AI 시대의 필수불가결한 ‘인프라 파트너’로 그 가치를 재평가받았음을 의미한다. 왜 지금 ‘1조 클럽’인가. 시장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AI 혁명의 스포트라이트는 엔비디아와 같은 설계 기업의 독무대였다. 그러나 이제 시장의 눈은 그 화려한 무대를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기반, 즉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옮겨왔다. AI 연산의 병목을 해결할 유일한 열쇠가 바로 이 메모리에 있음을 시장이 비로소 인정한 것이다.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의 동반 급등이 그 전조였다면 삼성전자의 1조 달러 돌파는 메모리 반도체가 AI 시대의 새로운 ‘쌀’이자 ‘석유’임을 공인한 결정적 사건이다. 과거의 삼성전자가 범용 메모리를 공급하는 거대한 방앗간이었다면 지금의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AI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진화했다. 이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를 추월한 것이 단순한 시총 순위의 변동이 아니라 굴뚝 산업의 가치를 첨단 기술의 가치가 압도하는 시대정신의 변화임을 보여준다. 삼성의 이름 앞에 붙었던 ‘가치주’라는 꼬리표는 이제 ‘성장주’라는 날개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 눈부신 영광의 순간 우리는 왕관의 무게를 지탱해야 할 두 개의 무거운 그림자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하나는 외부의 기술 패권 경쟁이요, 다른 하나는 바로 우리 내부에서 곪아 터진 노사 갈등의 망령이다. 1조 달러 등극은 축포인 동시에 HBM을 둘러싼 메모리 주도권 전쟁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음을 의미한다. SK하이닉스와의 치열한 경쟁은 이제 국가적 자존심을 건 총력전으로 접어들었다. 한순간의 방심은 곧바로 추락으로 이어진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정부의 과감한 지원과 규제 혁파, 그리고 기업의 끊임없는 연구개발 투자가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않으면 1조 달러의 성취는 한순간의 신기루로 사라질 수 있다. 더욱 뼈아픈 것은 바로 우리 안의 그림자다. 회사가 사상 초유의 역사를 쓰는 바로 그 순간, 삼성전자 노조는 반도체 부문의 ‘성과급 잔치’에 매몰되어 스스로 분열하고 있다. 적자에 허덕이는 동료 사업부의 고통은 외면한 채 오직 자신들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려는 행태는 ‘연대’라는 노동운동의 가장 신성한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처사다. 회사가 AI의 혈관을 만드는 동안 노조는 그 혈관을 막아서는 혈전을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삼성의 엔지니어 한 명 한 명이 국가대표 선수처럼 뛰며 1나노의 벽을 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전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의 투쟁이 회사의 발목을 잡고 내부의 힘을 갉아먹는다면 이는 경쟁사의 총칼보다 더 무서운 자해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1조 달러의 가치는 반도체 공정의 기계가 아니라 그 안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의 머리와 손끝에서 나온다. 노조는 이 본질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투쟁은 회사를 상대로 한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에서 함께 승리하여 그 과실을 어떻게 공정하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여야 한다. ‘나만 잘사는 투쟁’이 아니라 위기의 동료와 생태계를 이루는 협력업체까지 아우르는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성숙한 노동운동의 모습이다. 삼성전자 앞에 놓인 길은 명확하다. 기술적으로는 HBM을 포함한 차세대 메모리 시장의 초격차를 확고히 해야 한다. 경영적으로는 노조와의 낡은 대결 구도를 끝내고 성과의 온기가 회사 전체와 협력 생태계로 퍼져나갈 수 있는 성숙한 상생의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1조 달러 기업의 위상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과 내부적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다. 시가총액 1조 달러는 결승선이 아니다. 새로운 역사를 향한 출발선이다. 이 위대한 도약의 기회를 우리 내부의 갈등으로 발목 잡히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삼성은 이제 한 기업의 성공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그 자체가 되었다. 그 무거운 왕관의 무게를 감당하고 진정한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온 국민과 함께 염원한다.
2026-05-06 16: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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