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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국민 실망에 책임 인정…검찰개혁 완수·집값 안정 약속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지지율 하락 등으로 나타난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의 실망을 자신의 책임으로 인정하고 민생 개선과 개혁 완수, 국민 통합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을 추진하면서 경찰에 대한 견제 장치를 강화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과 국토 균형발전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연임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명확히 했다. 이 대통령은 18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지난 472일간 경제·사회·외교·안보 분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 실망과 걱정에 직면해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숙고와 성찰 끝에 내린 결론으로 "언제나 국민이 옳다"는 생각을 제시하며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산적한 국정 과제를 처리하는 데 마음이 앞서 국민 개개인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정책의 당위성을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행을 통해 결과를 증명하려는 과정에서 민생과 개혁, 통합에 수반되는 갈등과 고통에 제대로 공감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거둔 성과와 국민의 성원 속에서 대통령에게 필요한 두려움과 겸손함이 줄어들었다는 반성도 내놨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국민을 더욱 섬기는 자세로 국정에 임하고 세심하고 치열하게 민생을 챙기겠다"고 했다. 특히 경제지표 개선이 국민의 실제 생활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문제를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과 성장 회복에 주력하는 동안 국민이 느끼는 생활의 어려움에 충분히 답하지 못했다"며 "성장을 회복하는 일과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일 모두 중요한 국정 과제인 만큼, 앞으로는 성장 못지않게 민생 개선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거시경제 지표의 개선뿐 아니라 성장의 기회와 성과가 국민에게 얼마나 폭넓게 돌아가는지도 중요한 국정 과제로 삼겠다는 의미다. 다만 구체적인 소득 지원이나 재정 확대 방안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개혁의 가치 유지하면서 추진 방식 재점검…검찰 수사권 분리와 경찰 견제 병행 대통령은 국정 운영 과정에 미흡함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개혁의 목표와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거쳐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지향해 온 사회 개혁의 목표에는 변화가 없고, 지금은 국가 최고 책임자로서 실제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설명이다. 개혁이 어려운 이유로는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조직적인 저항을 들었다. 변화를 통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의 지지는 분산돼 있는 반면,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는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은 강하게 결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이 같은 저항을 극복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일이 대통령의 역량과 책임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개혁을 추진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입장을 설명했다. 강경한 표현과 추진 방식으로 개혁 의지를 부각하다가 오히려 저항을 키우고 정책 실행이 지연되거나 실패할 가능성을 경계해 왔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이전 정부의 의료개혁을 사례로 거론하면서 "정책의 실질적인 성과 없이 사회적 혼란만 초래하는 상황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가급적 조용히 성과를 만들어 국민의 평가를 받는 데 집중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개혁의 속도와 통합의 범위를 조화시키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 "통합을 강조하면 개혁이 흐려진다는 비판을 받았고, 개혁을 추진하면 통합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상황도 있었다"고 했다. 앞으로는 개혁에 따른 이해관계자들의 고통과 상실감을 줄이면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소통과 존중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입장이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검사를 수사에서 배제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분리하는 개혁 과제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다"며 "검찰개혁의 목적은 수사·소추 기관의 권한이 정치적 수사와 기소에 악용되는 것을 막고 국민의 인권과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검찰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보완 장치를 통해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찰에 수사권이 집중되면서 새로운 권력기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경찰개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 통합과 관련해서는 "정치적 지향과 개혁의 방법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 출범에 힘을 모았던 사람들이 서로 비난과 혐오의 언어를 주고받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자신의 지지자들이 개혁과 진보라는 공통의 가치를 바탕으로 함께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당원이자 국정 최고 책임자인 자신의 책임이 크다며 더 많이 듣고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민생, 개혁, 통합은 결국 하나의 길로 수렴한다"면서, 개혁은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수단이고, 통합은 개혁을 지속하기 위한 토대라는 인식을 제시했다. 집값 안정·행정수도 완성 약속…개헌 추진 속 연임에는 선 긋기 경제 분야에서는 부동산 시장 안정과 국토 균형발전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회복과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성장의 기회와 성과를 국민 모두가 누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장기적인 경제 침체를 피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수도권 집값 문제의 구조적인 원인으로 수도권 집중을 지목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성장 동력을 다른 지역으로 분산하고 지역별 성장 거점을 육성하는 국토 균형발전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주택 공급과 규제, 세제 정책을 신속하게 집행하면서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소통해 정책 추진 과정의 혼란과 반발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행정수도 건설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속하게 완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울을 경제수도, 세종을 행정수도로 하는 이른바 경제·행정 2수도 체제를 구축해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국토 균형발전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뉴욕과 워싱턴의 역할 분담을 사례로 제시했다. 개헌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치적 타협의 결과로 만들어진 1987년 헌법이 변화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개헌 과제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반영, 국민 기본권 강화, 대통령 권한 일부의 국회·지방정부 분산, 대통령 연임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개헌은 여야 정치권의 합리적 토론과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신의 연임을 위한 개헌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의 연임을 가능하게 하는 헌법 개정은 헌법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저는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도 부인했다. 인사 논란과 관련해서는 인사권을 포함한 국가권력의 원천이 국민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으로 인사 행정과 국가권력을 행사할 때 국민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인사 시스템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을 마무리하면서 안보와 경제의 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단결과 지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되새기며 민생 개선, 개혁 과제 해결, 국민 통합을 위해 국정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6-09-18 11: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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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식, 정기국회 대여공세 본격화…'정책 전환' 압박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서 이재명 정부의 경제·안보·인사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제1야당의 대여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치안과 부동산, 주식시장, 법치, 국방, 국가 재정, 국민 안전 등 7대 분야를 중심으로 현 정부 국정운영의 문제점을 짚고 ‘정상화 과제’를 제시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며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그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며 이같이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에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주요 공약을 제시했다. 정 원내대표는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와 관련,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 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사기'"라고 비판하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 원에서 56조 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며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정부 주도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에 대해서는 "최악의 기업 약탈", "재벌 납치"라고 표현하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특정인을 당선시키고 낙선시키기 위한 전격전이었다"고 비판했다. 이후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걸림돌이 되자 쟁의 기준을 시행 지침으로 적용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노란고무줄법"이라고 지적하며 "국민의힘이 노란봉투법에서 원청의 사용자성과 교섭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도록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가채무 증가 속 확장 재정 기조도 지적, "휘발유를 뿌려 불을 끄겠다는 소리다. 미래 대응이 아니라 미래 약탈"이라며 "국가의 재정을 지키겠다. 초과 세수가 생기면 나랏빚부터 갚고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정부 개입을 차단하고, 수익성과 안전성을 원칙으로 운용될 수 있게 하겠다"며 "근로소득에 따른 노령연금 감액도 폐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원내대표는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의 도발에 맞서 한미 간 핵 공유,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F-35 전투기 전술핵 탑재 훈련 등으로 핵 억제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에 대해선 "대북 굴종 노선은 대국민 사기극으로 시작해서 대국민 인질극으로 끝난 것"이라고, 국방 정책에 대해선 방첩사 해체와 사관학교 통합 등을 언급하며 "국방을 안으로부터 썩어들어가게 할수록 환호하는 사람은 북한 김정은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의 이번 연설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힘이 정기국회에서 어떤 야당의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연설을 시작으로 오는 9일부터 대정부질문이 이어지고, 이후 개각 인사청문회까지 예정돼 있어 정기국회 초반부터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정부 정책의 허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반면 민주당은 국정운영의 성과와 민생 정책을 앞세워 맞설 가능성이 크다.
2026-09-08 10: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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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초박빙 전대, 이제는 지지층 확장까지 생각해야
[경제일보]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표 경선이 끝까지 초박빙이다. 9일 강원·대구·경북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김민석 후보가 정청래 후보를 합산 4.14%포인트(p) 차로 앞섰다. 강원에서는 김 후보가 50.30%를 얻어 정 후보의 41.94%를 앞섰고, 경북에서도 김 후보가 47.37%로 정 후보의 45.71%를 눌렀다. 반면 대구에서는 정 후보가 47.82%로 김 후보의 46.35%를 앞섰다. 지역마다 승패가 엇갈릴 정도로 두 후보의 경쟁은 팽팽하다. 앞선 충청권과 부산·울산·경남, 제주·인천에서도 두 후보의 격차는 크지 않았다. 9일 경선 직전 누적 득표율은 김 후보 45.42%, 정 후보 44.56%로 불과 0.86%p 차였다. 사실상 1% 안팎의 싸움이다. 경선이 치열한 것 자체는 문제될 게 없다. 오히려 후보 간 경쟁은 당원들의 관심을 높이고 지도부에 긴장감을 준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같게 하는 ‘1인 1표제’가 처음 적용됐다. 최종 반영 비율도 대의원·권리당원 70%, 국민 여론조사 30%다. 당원주권을 강화하겠다는 민주당의 방향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이 더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은 누가 1% 차이로 이기느냐가 아니다. 그 치열한 경쟁이 당의 외연을 넓히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경선이 접전일수록 후보들은 당원들에게 더 강한 메시지를 내놓기 쉽다. 상대보다 한발 더 선명해야 표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작동한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야당과의 관계, 대통령실과의 거리 설정에서도 비슷한 유혹이 생긴다. 적극적으로 투표하는 권리당원의 마음을 잡으려면 강한 구호와 단호한 태도가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금 야당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를 함께 책임지는 집권당이다. 야당 시절에는 지지층 결집만으로 정치적 성과를 낼 수 있었지만 집권당은 다르다. 중도층과 무당층,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국민까지 설득해야 한다. 당원에게 박수받는 메시지가 국민 전체에게도 같은 평가를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이것이 ‘당심 정치’의 역설이다. 당원을 존중할수록 당원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충실하게 대변하는 것이 당원주권의 전부라면 정당은 점점 자기 지지층 안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정당의 경쟁력은 충성도 높은 지지층의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은 유권자를 움직여야 한다. 특히 집권당은 국정 운영을 통해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에게도 신뢰를 얻어야 한다. 최근 한국 정치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각 정당이 자기 지지층만 바라보는 ‘진영의 섬’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 진영의 주장을 무조건 틀렸다고 규정하고 당내 다른 목소리마저 배신이나 해당 행위로 몰아붙이는 순간 정치는 설득보다 동원에 의존하게 된다. 동원 정치는 단기적으로 강하다. 강한 언어는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온라인에서 확산된다. 그러나 그 대가는 외연 축소다. 중도층은 거친 정치에 피로를 느끼고 무당층은 정치에서 더 멀어진다. 선거가 끝난 뒤에는 같은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하기도 어렵다. 집권당 대표에게 필요한 능력은 지지층의 요구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지지층을 설득하는 것이다. 당원이 원하는 정책이라도 국가 전체에 큰 부작용이 예상된다면 설명하고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대통령실에도 할 말을 해야 한다. 반대로 당내 강경론이 국정을 흔들 때는 당을 설득하고 책임 있게 조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민주당 경선은 단순한 당권 경쟁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집권당이 어떤 정치 방식으로 국정을 뒷받침할 것인지 결정하는 선거다. 경제 상황만 봐도 그렇다. 반도체 호황과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라는 기회가 있지만 내수와 자영업, 고용과 지역경제 문제는 여전히 무겁다. 부동산과 세제, 노동시간과 에너지 정책에서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충돌한다. 이런 문제는 구호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보완수사권이나 언론제도 개혁 같은 정치적 쟁점도 마찬가지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제도 변화에 따른 부작용 우려를 동시에 들여다봐야 한다. ‘개혁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이분법으로는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없다. 집권당 대표가 해야 할 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당원의 요구를 정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국민 전체가 감당해야 할 비용을 계산하고 반대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며 최종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대안을 만드는 것이다. 국민 여론조사가 30% 반영된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후보들이 실제로 누구를 바라보고 정치하느냐다. 국민 여론조사를 형식적인 안전장치로 두고 경선 내내 권리당원만 바라본다면 민심 반영이라는 취지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당원주권을 강화하는 방향을 되돌릴 필요는 없다. 오히려 당원이 정책 결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당원주권과 국민정당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건강한 정당은 당원이 중심에 서면서도 국민에게 열려 있는 정당이다. 당원의 요구를 모아 국민적 의제로 확장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당원이 뽑은 대표가 국민 전체를 바라볼 때 당원주권도 더 강한 정당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논어>에는 “군자는 화합하되 같기만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이 있다. 같은 정당 안에서도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 있고, 국민 사이에는 더 다양한 생각이 존재한다. 그것을 인정하고 조정하는 것이 정치다. 민주당의 이번 경선에는 분명 승자가 나온다. 그러나 정당 정치의 진짜 승패는 전당대회장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경선 이후 얼마나 많은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느냐, 당을 얼마나 넓힐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당심을 얻고 민심을 잃는다면 1% 차이의 승리는 오래가지 못한다. 민주당 차기 대표가 보여줘야 할 것은 누가 더 선명한지가 아니다. 누가 더 넓게 듣고 더 많은 국민을 설득하며 집권당의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가다. 이번 전당대회의 진짜 관전 포인트도 바로 거기에 있다.
2026-08-10 13: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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