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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으로 조종하는 딱정벌레 로봇…걷고 집고 접촉까지 감지
[경제일보] 손가락을 굽혀 작은 로봇을 움직이고, 로봇이 보내오는 영상과 접촉 정보를 보며 물건을 집어 옮기는 기술이 나왔다. 딱정벌레의 움직임을 본뜬 인공근육에 카메라와 압력센서를 결합한 ‘비틀봇(BeetleBot)’이다. 걷기와 물체 집기, 감지, 사용자 제어를 한 시스템으로 연결해 소형 소프트로봇의 원격 작업 가능성을 보여줬다. KAIST는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 연구팀이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칼텍) 웨이 가오 교수팀,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NTU) 히로타카 사토 교수팀과 공동으로 비틀봇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진은 사용자가 로봇의 카메라 영상과 센서 정보를 확인하며 장애물을 피해 목표 물체에 접근하고, 이를 집어 운반하는 작업을 시연했다. 소프트로봇은 부드럽고 변형 가능한 소재를 이용해 움직이는 로봇이다. 주변 물체와 유연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지만, 움직이는 장치와 센서·제어계를 작은 몸체에 함께 넣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번 연구는 생물의 근육과 감각, 신경계처럼 여러 기능이 맞물려 작동하는 구조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출발점은 실제 딱정벌레의 다리였다. 연구팀은 근육의 배치와 관절 움직임을 분석해 로봇의 다리 구조에 반영했다. 3D 프린팅한 골격에 열을 받으면 수축하는 고분자 소재 ‘액정탄성체(LCE)’로 만든 인공근육을 결합했다. 전기로 열을 발생시키면 인공근육이 수축하며 다리를 움직인다. 어느 부위에 전기를 공급할지와 작동 순서를 조절해 전진과 방향 전환을 구현했다. 모터와 기계식 연결장치의 역할을 소재의 변형으로 수행하고, 인쇄한 유연한 회로로 각 근육을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방식이다. 물체를 잡는 집게는 딱정벌레가 먹이를 붙잡는 큰턱에서 착안했다. 부드러운 집게인 ‘소프트 그리퍼’에 인공근육과 압력센서를 함께 넣어 물건을 잡는 동작과 접촉 상태 확인을 연결했다. 압력이 가해지면 센서 내부 전극 사이의 간격과 전기적 특성이 달라져 접촉 정보를 얻는다. 조종 장치는 손가락에 붙이는 신축성 센서 패치다. 손가락을 굽혀 패치가 늘어나면 내부 탄소나노튜브(CNT)의 전도 경로가 변하며 전기저항이 달라진다. 연구팀은 이 신호를 전진·좌회전·우회전·물체 집기 등 네 가지 명령으로 구분해 블루투스로 로봇에 전달했다. 사용자는 소형 카메라의 영상으로 주변을 살피고 집게의 압력 정보로 물체와의 접촉 상태를 확인한다. 그 결과를 보고 손가락으로 다음 명령을 보내는 구조다. 로봇에 명령을 보내는 과정과 로봇이 감지한 정보를 받아 판단하는 과정이 이어지는 ‘양방향 피드백’을 구현했다. 이러한 구성은 로봇이 보내는 정보를 이용해 사람이 작업을 조정하는 원격 조종에 활용될 수 있다. 연구진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좁은 공간 탐사와 작은 물체 회수, 산업 설비 점검 등을 향후 적용 분야로 제시했다. 실험 구성에는 실제 현장으로 옮기기 위해 개선할 요소도 드러난다. 논문에 따르면 로봇은 외부 전원공급장치에 연결해 구동했으며, 활성화된 인공근육 영역의 국소 표면온도는 100도를 넘었다. 연구진은 더 낮은 온도에서 움직이는 소재나 다른 구동 방식을 도입해 응답 속도를 높이고 열 요구량을 줄이는 방향을 후속 연구로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8월 19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 당시 칼텍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한 김인호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 김상욱 교수와 웨이 가오 교수는 공동 교신저자를 맡았다. 김상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공근육의 움직임과 감각, 사용자 제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해 소프트로봇의 활용 가능성을 넓힌 성과”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구동 속도와 에너지 효율, 전원 공급 방식을 개선하고 실제 작업 환경에서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피지컬 AI와 접목해 주변 환경과 물체의 특성에 맞춰 움직이는 로봇으로 발전시키는 연구도 추진한다.
2026-10-13 11: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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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강국의 첫 조건은 구호가 아니라 전기다
[경제일보]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국가 핵심사업으로 규정하고 입지 규제와 인허가 절차를 완화하며 세제 지원의 길을 여는 내용이다. 늦었지만 필요한 입법이다. 인공지능 경쟁은 더 이상 연구실의 알고리즘 경쟁만이 아니다.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학습시키고 누가 더 안정적으로 추론 서비스를 돌리며 누가 더 싼 비용으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느냐의 싸움이다. 그 중심에 AI 데이터센터가 있다. 그러나 이번 법안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 전력 직접구매계약, 이른바 PPA 특례가 제외됐다. 당초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안에는 관련 특례가 포함됐지만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정부는 비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인허가 절차 단축, 규제 완화 등은 남겼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산업의 심장에 해당하는 전력 조달 문제는 미완으로 남았다. 법안은 통과됐지만 핵심 병목은 그대로인 셈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이름만 데이터센터일 뿐 실상은 전기를 먹고 연산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과거의 데이터센터가 정보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창고에 가까웠다면,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GPU와 서버가 돌아가는 산업 설비다. 전통적인 인터넷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높은 전력 밀도와 냉각 능력, 안정적 송전망, 예비 전원 체계를 요구한다. 대형 AI 데이터센터 하나가 중소도시 규모의 전력을 요구한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기반은 데이터이지만 그 데이터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전기다. 이 상식을 외면한 채 “AI 3강”을 말하는 것은 허공에 성을 짓는 일이다. 반도체도 전기가 없으면 멈추고 배터리도 전기가 없으면 생산할 수 없으며 AI도 전기가 없으면 학습하지 못한다. 산업정책의 언어는 그럴듯해졌지만 전력정책의 현실은 여전히 더디다.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겠다고 말하면서 송전망은 누가 깔 것인지, 발전원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 지역 주민의 수용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전기요금 체계는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흐릿하다. 물론 PPA 특례를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기후에너지부가 전력망 부담을 우려한 데는 이유가 있다. 특정 대형 사업자에게 전력 조달 특례를 열어줄 경우 전력계통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값싼 전기를 대기업과 빅테크가 먼저 가져가고 그 부담이 일반 국민과 중소기업 전기요금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걱정도 가볍게 볼 수 없다. AI 산업을 키우자고 전력시장 질서를 무너뜨릴 수는 없다. 특례는 산업을 살릴 수도 있지만 잘못 설계하면 새로운 특권이 된다. 그렇다고 전력 문제를 뒤로 미룬 채 법안 통과만 서두르는 것도 책임 있는 태도는 아니다. 산업계가 원하는 것은 무제한 특혜가 아니다. 예측 가능한 전력 조달 체계다. 어느 지역에 들어가면 얼마의 전력을 언제부터 쓸 수 있는지, 어떤 조건으로 재생에너지나 LNG 발전과 연계할 수 있는지, 송전망 증설 비용은 누가 어떻게 부담하는지, 전기요금은 어떤 원칙으로 적용되는지 알아야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크면 기업은 한국을 기다리지 않는다. 데이터센터는 전기가 있는 곳으로 간다. 세계는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전력 인프라와 AI 클러스터를 묶어 투자한다. 중동은 풍부한 에너지와 자본을 앞세워 AI 컴퓨팅 허브를 꿈꾼다. 일본은 지방 거점과 전력망을 연결해 데이터센터 유치에 나섰다. 유럽은 친환경 전력과 데이터 주권을 결합한다. 이 경쟁에서 한국이 내세울 것은 반도체 제조 능력, 통신 인프라, 우수한 엔지니어, 빠른 산업 실행력이다. 여기에 안정적 전력 공급이 빠지면 경쟁력은 절반이 된다. AI 데이터센터 정책은 산업정책이면서 에너지정책이고, 지역정책이며, 안보정책이다. 국가 AI 모델을 만들고 금융·의료·제조·국방 데이터를 처리하며 기업의 AI 전환을 떠받치는 인프라가 외국 클라우드와 해외 데이터센터에만 의존한다면 그것은 기술 주권의 공백이다. 소버린 AI를 말하려면 소버린 컴퓨팅이 있어야 하고 소버린 컴퓨팅을 말하려면 소버린 전력 전략이 있어야 한다. 전기는 AI 주권의 하부 구조다. 이번 법안이 비수도권 입지를 강조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몰리면 전력망과 부동산, 냉각수, 주민 수용성 문제가 한꺼번에 터진다. 지역으로 분산해야 한다. 그러나 지역 이전은 구호만으로 되지 않는다. 지방에 땅이 있다고 데이터센터가 서는 것이 아니다. 전력이 있어야 하고, 송전망이 있어야 하며, 통신망과 냉각 조건, 전문 인력, 지방정부의 행정 역량이 있어야 한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전력 없는 지역에 깃발만 꽂으면 또 하나의 보여주기 사업이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AI 데이터센터를 어디에 얼마나 지을 것인지부터 국가 전력수급계획과 맞춰야 한다. 발전소와 송전망, 변전소, 냉각 인프라, 통신망, 산업단지를 따로따로 볼 일이 아니다. AI 클러스터는 전력 클러스터와 함께 설계돼야 한다. 산업부처는 유치 실적을 말하고 에너지 부처는 부담을 말하며 지자체는 기대만 말하는 식으로는 안 된다. 국가 차원의 조정자가 필요하다. 전기요금 원칙도 세워야 한다. AI 데이터센터가 국가 전략산업이라고 해서 값싼 전기를 무한정 보장할 수는 없다. 전력망 증설 비용과 안정성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분명히 해야 한다. 대형 사업자는 필요한 비용을 정당하게 부담하고 국가는 그 대신 인허가와 계통 접속의 예측 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 국민 부담으로 기업 투자비를 보조하는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반대로 모든 부담을 기업에 떠넘기고 행정 절차만 복잡하게 두는 것도 투자를 막는다. 원칙은 간단하다. 혜택을 받는 자가 비용을 나누어 부담하고 국가는 공정한 룰을 제공해야 한다. 환경 문제도 피할 수 없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기와 물을 쓴다. 탄소 배출과 냉각수 문제를 외면하면 지역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환경 논리만 앞세워 모든 투자를 막을 수도 없다. 재생에너지, 고효율 냉각, 폐열 활용, 분산형 전원, LNG와 저장장치의 조합을 현실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탄소중립과 AI 경쟁력은 서로를 부정하는 목표가 아니다. 기술과 비용을 놓고 냉정하게 조합해야 할 국가 과제다. 정치권도 책임을 나눠야 한다. AI 산업을 키운다며 법안을 만들고 사진을 찍는 일은 쉽다. 어려운 일은 전력망을 깔고, 주민을 설득하고, 비용 분담의 원칙을 세우고, 부처 간 이해를 조정하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첨단산업 유치 공약은 넘치지만 정작 변전소와 송전선로 이야기가 나오면 모두 뒤로 물러선다. 그 결과 한국의 산업정책은 화려한 비전과 낡은 인프라 사이에서 비틀거린다.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출발점이다. 그러나 전력 해법 없는 특별법은 반쪽짜리다. 인허가를 빠르게 해도 전기가 없으면 서버는 돌지 않는다. 세제를 깎아줘도 송전망이 없으면 투자는 오지 않는다. 국가 핵심사업으로 지정해도 전력 조달이 불확실하면 기업은 해외로 간다. 이것이 기본이고 상식이다. 한국은 반도체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제 AI 시대에는 반도체를 넘어 컴퓨팅 인프라를 가져야 한다. 칩을 잘 만드는 나라에서 칩을 가장 잘 쓰는 나라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전기, 냉각, 통신, 보안, 데이터, 인재가 한 묶음으로 움직여야 한다. 어느 하나가 빠지면 AI 강국론은 슬로건이 된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법안 통과를 성과로 포장하기보다 빠진 부분을 직시해야 한다. 전력 특례를 다시 넣느냐 빼느냐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AI 시대에 맞는 전력시장, 송전망 투자, 지역 입지, 비용 분담, 환경 기준, 데이터 주권의 전체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 법 하나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기본 체계를 바꾸는 일이다. AI 강국의 첫 조건은 말이 아니다. 전기다. 전기가 있어야 데이터가 돌고, 데이터가 돌아야 모델이 크고, 모델이 커야 산업이 바뀐다. 전력 없는 AI 전략은 모래 위의 전략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구호가 아니라 더 단단한 기반이다. 국회와 정부가 그 상식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2026-05-07 15:2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