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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나락스, 도면부터 품질까지 AI로…118억원대 산업부 R&D 참여
[경제일보] 마키나락스가 자동차부품 열간단조의 금형 설계부터 생산·품질관리까지 연결하는 인공지능(AI) 자율생산 기술 개발에 참여한다. 도면에서 설계 정보를 추출하는 AI와 생산라인의 센서·영상 데이터를 결합해 숙련자의 경험에 의존하던 단조 공정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마키나락스는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이 관리하는 산업통상부의 ‘2026년 기계장비산업기술개발사업’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됐다고 14일 밝혔다. 과제명은 ‘AI 기반 자동차부품 열간단조 금형 설계 자동 보정 및 단조품 자율 생산 시스템 개발’이다. 세일단조가 주관하며 마키나락스 등 5개 기관이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참여한다. 아이엔지글로벌,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경상국립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등이 함께한다. 연구는 2029년 12월까지 진행되며 개발 기술은 세일단조 양산라인에서 실증할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118억3303만원이며, 정부지원 연구비는 86억원이다. 마키나락스에 배정된 정부지원 연구개발비는 16억원이다. 회사 측이 제시한 자사 수행분 전체 연구개발비는 약 24억원이다. 정부지원금 16억원은 2025년 말 연결 기준 자기자본의 11.07%에 해당한다. 열간단조는 금속을 고온으로 가열한 뒤 금형으로 압력을 가해 원하는 형상을 만드는 공정이다. 제품의 형상과 품질을 확보하려면 정밀한 금형 설계와 생산 조건 관리가 필요하다. 기존에는 담당자가 부품 도면에서 설계 정보를 일일이 추출하는 과정에서 숙련도에 따른 편차와 오류, 작업 지연이 발생할 수 있었다. 마키나락스는 AI 운영체제 ‘런웨이(Runway)’와 도면 의사결정 AI 에이전트 ‘드로우엑스(DrawX)’를 활용한다. AI가 단조 도면을 인식해 필요한 설계 변수를 추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금형 설계 보정안을 추천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드로우엑스는 회사가 지난 2월 공개한 제조 특화 솔루션이다. 분산된 도면을 통합 관리하고 유사 도면 검색, 원가 산정, 수주 판단 등을 지원한다. 이번 과제에서는 도면 해석 역량을 단조 금형 설계에 적용해 자동 보정 기술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생산 단계에서는 온도·하중·영상 등 센서 데이터를 분석해 공정 이상을 진단하고, 비전 AI로 단조품의 품질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설계·공정·품질 데이터를 연결하는 통합관제 시스템도 런웨이 기반으로 구현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적용하는 ‘디지털 스레드(Digital Thread)’는 설계부터 생산·검사까지 단계별 데이터를 연결해 제품과 공정의 이력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설계 정보와 실제 생산 조건, 품질 결과를 연계해 공정 전반을 관리하고 자율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런웨이는 AI 모델의 개발·배포·재학습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이다. 회사는 지난달 업데이트에서 입력 데이터의 분포가 학습 당시와 얼마나 달라졌는지 감지하는 기능과 모델 정확도를 추적하는 기능 등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생산 조건이 바뀌는 현장에서 AI의 상태를 점검하고 재검증·재학습 시점을 데이터에 근거해 판단하도록 지원한다. 마키나락스는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 제조 분야에서 축적한 AI 기술을 단조 등 전통 뿌리산업으로 확대해 숙련자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성과 품질을 높인다는 목표다. 윤성호 대표는 “단조 공정은 고온의 환경에서 고강도 작업이 진행되는 현장으로, 변수가 많고 작업자의 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AI를 적용하기 까다로운 분야로 꼽혀왔다”며 “뿌리산업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자율생산 기술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6-10-14 08: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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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가 만든 성장, 나라 경제의 착시가 되어선 안 된다
[경제일보] 한국 경제가 모처럼 의미 있는 성장 지표를 받아 들었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7%, 전년 동기 대비 3.6% 성장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수출 증가와 설비투자 확대가 성장을 이끌었다. 장기간 이어진 경기 둔화 속에서 반가운 소식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경제는 숫자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성장률은 높아졌지만 시장의 체감 온도는 여전히 낮다. 대기업 실적은 개선됐지만 중소 제조업 현장은 여전히 어렵다. 수출은 늘었지만 청년 취업난은 계속되고 지방 산업단지는 일감 부족과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간극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이번 성장률은 경제 회복이 아니라 ‘통계의 위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성장의 핵심 동력은 단연 반도체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함께 메모리 및 첨단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고 한국 기업들은 그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반도체가 없었다면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반도체의 호조가 곧 한국 제조업 전체의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제조업 생산은 증가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상당수 업종은 사실상 정체 상태에 가깝다. 거대한 엔진 하나가 경제 전체를 끌어올린 셈이다. 엔진이 강한 것은 다행이지만 차체 곳곳이 흔들리는데 속도계 숫자만 보고 안심할 수는 없다. 한국 경제는 오랫동안 제조업 생태계의 힘으로 성장해 왔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기계, 전자, 소재·부품 산업이 서로 맞물려 국가 경쟁력을 만들어냈다. 그 아래에는 수많은 중소기업과 협력업체, 지역 산업단지, 숙련 기술자들이 존재했다. 대기업 혼자 만든 성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그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첨단 반도체와 AI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전통 제조업과 중소기업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지만 협력업체들은 원가 상승과 인건비, 고금리 부담에 시달린다. 수도권 첨단 클러스터에는 자금과 인재가 몰리지만 지방 산업단지는 노후 설비와 인력 유출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경제 회복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도체는 분명 한국의 핵심 전략산업이다. 정부가 전력과 용수, 세제,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등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반도체 산업은 더 이상 기업만의 경쟁이 아니라 국가 대 국가의 경쟁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대만, 유럽 모두 국가 차원의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지원이 산업정책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반도체는 고부가가치 산업이지만 고용 창출 효과는 제한적이다. 자동화 수준이 높고 생산 효율 중심 구조이기 때문이다. 수출액은 커도 그 효과가 모든 지역과 가계로 곧장 확산되지는 않는다. 반도체 호황만으로 민생 회복을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더 위험한 것은 착시다. 성장률이 좋다는 이유로 경제 전반이 안정됐다고 판단하는 순간 정책은 느슨해질 수 있다. 반도체가 버텨주고 있다는 이유로 다른 산업의 침체를 과소평가하게 되고 수출 지표 개선에 가려 내수 부진과 자영업 위기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위기는 눈에 보이지만 착시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경제 변동성도 커진다. AI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 성장세는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나 공급 과잉, 미·중 기술 갈등 심화, 대만해협과 중동 정세 불안 같은 변수들이 현실화되면 충격은 곧바로 한국 경제로 전이된다. 특정 산업 하나가 경제 전체의 방파제이자 동시에 급소가 되는 구조는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 지금 한국 경제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반도체의 성공을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AI 시대의 수혜가 메모리 반도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데이터센터, 전력기기, 냉각장비, 로봇, 제조 자동화, 통신장비, 보안, 소프트웨어, 소재·부품 산업까지 연결돼야 한다. 반도체가 앞에서 끌고 다른 산업이 뒤따라야 진짜 산업 경쟁력이 만들어진다. 중소·중견 제조업의 생산성 강화도 시급하다. 한국 산업의 가장 약한 고리는 대기업이 아니라 산업의 ‘허리’다. 스마트공장과 공정 자동화, 에너지 효율 개선, 기술 인력 재교육, 수출 판로 확대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해야 한다. 단순한 보조금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금융과 기술, 인력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지역 산업 생태계도 살펴야 한다. 반도체 클러스터 하나가 전국 산업의 미래를 대신할 수는 없다. 조선과 자동차 부품, 철강, 화학, 기계, 뿌리산업 등 지역마다 필요한 전략은 다르다. 지방 산업단지가 쇠퇴하는데 수도권 첨단산업만 성장한다면 국가 경제의 균형은 더욱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인력 문제 역시 심각하다. 반도체 인력만 부족한 것이 아니다. 용접공과 정밀가공 기술자, 배터리 공정 엔지니어, AI 기반 제조 소프트웨어 인력까지 산업 전반에서 숙련 인력이 부족하다. 대학 정원 확대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마이스터고와 전문대, 지역대학, 기업 훈련체계가 산업 현장과 직접 연결돼야 한다. 내수 회복도 중요하다. 수출이 경제의 엔진이라면 내수는 국민 생활의 체감 온도다. 성장률이 높아도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국민은 경기 회복을 실감하지 못한다. 물가와 금리, 주거비, 가계부채, 자영업 침체가 여전히 소비를 짓누르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좋아도 동네 상권이 무너지면 경제 회복은 공허한 말이 된다. 정부의 메시지도 정직해야 한다. 좋은 지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되 한계 역시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반도체는 강하지만 제조업 전반은 아직 불안하다. 수출은 회복되고 있지만 내수는 충분히 살아나지 않았다. 대기업은 선전하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은 여전히 어렵다. 이 현실을 숨기지 않는 것이 정책 신뢰의 출발점이다. 정치권 역시 경제를 정쟁의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 여당은 성장률만 내세워 자화자찬하고 야당은 체감 경기만 부각해 경제 전체를 부정한다면 둘 다 무책임하다. 산업 현장은 정치 구호보다 전기료와 금리, 인력난, 해외 주문 상황을 더 절박하게 체감하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중요한 기회를 맞고 있다. 반도체 호황은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어디에 쓰느냐다. 단기적인 성과 홍보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산업 구조를 재정비하고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데 활용할 것인가. 한 산업의 호황을 국가 경제 전체의 건강으로 착각하면 다음 위기는 더 깊어진다. 반대로 지금 제조업의 허리를 보강하고 산업 생태계를 넓히며 내수와 고용의 약한 고리를 보완한다면 반도체 호황은 진짜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다. 경제의 기본 원리는 단순하다. 한 산업만 강한 경제보다 여러 산업이 함께 버티는 경제가 더 강하다. 대기업 몇 곳만 좋은 경제보다 중소기업과 지역 산업이 함께 살아나는 경제가 오래간다. 성장률 숫자보다 국민이 일자리와 소득으로 체감하는 경제가 진짜 건강한 경제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하나의 산업에 국가 경제의 미래를 모두 걸 수는 없다. 산업의 뿌리가 깊고 생태계가 넓어야 경제는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도체 호황에 대한 환호가 아니라 그 이면에 존재하는 구조적 격차와 취약성을 함께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이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분명 의미 있는 성적표다. 그러나 한 과목 점수가 높다고 학생 전체가 건강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반도체가 만든 성장의 빛이 강할수록 그 그늘 또한 더 냉정하게 봐야 한다. 지금 그것을 놓친다면 우리는 호황 속에서 다음 위기의 씨앗을 키우게 될 것이다.
2026-05-06 09: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