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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브랜드의 등용문……무신사의 20년 플랫폼 혁명
[경제일보] 국내 패션 시장에는 무신사 이전과 이후가 있다. 해외 브랜드를 소비하던 시장에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키우는 시장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패션 플랫폼으로 산업의 중심축을 바꿔놓은 기업이 바로 무신사다. 2001년 스니커즈 커뮤니티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에서 출발한 작은 온라인 공간은 이제 수천 개 브랜드가 모이고 신생 브랜드가 성장하며 소비자가 패션을 발견하는 국내 최대 패션 생태계로 성장했다. 무신사의 20여년을 관통하는 DNA는 '플랫폼 확장'이다. 커뮤니티를 쇼핑으로 연결했고 쇼핑을 브랜드 육성으로 확장했다. 다시 자체 브랜드(PB)와 오프라인, 뷰티, 글로벌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단순히 옷을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브랜드가 성장하는 무대를 만드는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상품을 직접 생산하는 기업도, 특정 브랜드 하나에 의존하는 유통기업도 아닌 수많은 브랜드가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 무신사 성장의 핵심 엔진이었다. 커뮤니티가 만든 플랫폼의 출발점 무신사의 시작은 쇼핑몰이 아니었다. 2001년 조만호 창업자가 개설한 온라인 커뮤니티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은 국내외 운동화와 스트리트 패션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었다. 당시만 해도 해외 패션 정보를 접하기 어려웠던 시기였던 만큼 회원들은 신제품 사진과 스타일링, 구매 후기 등을 직접 올리며 커뮤니티를 키워갔다. 상품보다 콘텐츠가 먼저였다는 점도 무신사의 차별점이다. 회원들은 특정 브랜드를 구매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패션 정보를 얻기 위해 방문했고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소비로 이어졌다.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가 소비자 집단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 같은 구조는 이후 무신사스토어의 경쟁력이 됐다. 2009년 본격적인 온라인 커머스를 시작한 무신사는 단순히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데 그치지 않았다. 브랜드의 철학과 스타일을 소개하는 매거진 콘텐츠를 제작하고 화보와 스타일링, 인터뷰를 함께 제공하면서 소비자가 브랜드를 이해한 뒤 구매하도록 만들었다. 상품 상세페이지 중심이던 기존 온라인 쇼핑몰과 달리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브랜드 역시 광고보다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 수 있었고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와 소비자가 함께 성장하는 플랫폼 구조를 구축했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도 이 과정에서 마련됐다. 자본력이 부족한 신생 브랜드들은 무신사의 콘텐츠와 마케팅, 프로모션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이름을 알렸고 무신사는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할수록 플랫폼 경쟁력이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입점 넘어 육성으로…무신사의 성장 공식 무신사는 단순히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플랫폼에 머물지 않았다. 인지도가 낮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해 기획전과 화보, 스타일 콘텐츠, 라이브커머스, 오프라인 팝업 등을 지원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혔다. 브랜드는 무신사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판매를 늘렸고, 무신사는 새로운 브랜드가 성장할수록 플랫폼 경쟁력이 함께 커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국내 패션 시장은 오랫동안 대기업 브랜드와 해외 명품 중심으로 형성됐다. 독창적인 디자인을 앞세운 디자이너 브랜드는 제품력은 갖췄지만 자본과 마케팅, 유통망이 부족해 소비자와 만날 기회가 제한적이었다. 무신사는 이 틈새를 공략했다. 신생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기존 브랜드와 차별화된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면서 플랫폼의 영향력을 키웠다. 이 같은 전략은 무신사를 단순한 온라인 쇼핑몰이 아닌 '브랜드 인큐베이터'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실제로 마르디 메크르디와 마뗑킴, 디스이즈네버댓, 커버낫 등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무신사를 주요 성장 무대로 삼으며 인지도를 키웠다. 이들 브랜드의 성장은 곧 무신사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플랫폼 안에서 성공 사례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브랜드가 입점하고 소비자는 새로운 브랜드를 찾기 위해 무신사를 방문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무신사는 특정 브랜드를 소유하지 않아도 브랜드가 성장할수록 함께 성장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다. 패션 콘텐츠도 플랫폼 경쟁력을 키우는 핵심 요소였다. 온라인 매거진과 스냅, 스타일링 콘텐츠, 상품 리뷰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패션 문화를 경험하도록 만들었다.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콘텐츠가 다시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를 형성하면서 무신사는 쇼핑몰과 패션 미디어의 경계를 허물었다. 플랫폼을 넘어 브랜드로…무신사 스탠다드의 탄생 무신사의 두 번째 변곡점은 자체 브랜드(PB) 사업이었다. 다양한 브랜드를 판매하던 플랫폼이 직접 브랜드를 만드는 회사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2017년 선보인 무신사 스탠다드는 화려한 디자인보다 기본에 충실한 베이직 의류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당시 SPA 시장은 유니클로와 SPA 브랜드들이 주도하고 있었지만 무신사는 플랫폼에서 축적한 소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플랫폼을 운영하며 소비자들이 어떤 색상과 디자인, 가격대를 선호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점이 경쟁력이 됐다. 유행을 빠르게 따라가기보다 오래 입을 수 있는 기본 상품을 중심으로 제품군을 구성했고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온라인 성공에 머물지 않았다. 성수동과 홍대, 강남을 비롯해 전국 주요 상권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며 소비자 접점을 확대했다. 온라인에서 상품을 확인한 뒤 오프라인에서 직접 착용하고 구매하는 방식이 자리 잡으면서 무신사 스탠다드는 플랫폼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를 경험하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온라인 리뷰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소재와 착용감, 핏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소비자의 구매 경험을 확장했다. 플랫폼 기업이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면 입점 브랜드와 경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무신사는 PB를 하나의 브랜드로 육성하는 동시에 다양한 디자이너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입점·육성하며 플랫폼 생태계를 확대하는 전략을 유지했다. 플랫폼과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하는 이중 구조는 다른 패션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무신사만의 경쟁력이 됐다. 패션 넘어 일상으로……29CM·뷰티·오프라인 무신사는 패션이라는 울타리에 머물지 않았다. 옷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출발해 라이프스타일과 리셀, 뷰티, 오프라인 공간까지 소비자의 일상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사업 영토를 넓혀갔다. 무신사의 확장은 새로운 카테고리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2021년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29CM를 품으며 패션을 넘어 홈·리빙 등 라이프스타일 영역까지 고객 접점을 넓혔다. 이어 한정판 거래 플랫폼 솔드아웃으로 리셀 시장에 진출했고 무신사 뷰티를 통해 화장품 시장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서로 다른 플랫폼을 단순히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패션을 중심으로 라이프스타일과 뷰티, 리셀을 연결하는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29CM는 취향 기반 큐레이션과 여성 디자이너 브랜드 육성을 앞세워 무신사의 또 다른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2025년 연간 거래액은 1조3000억원을 돌파해 무신사가 인수한 2021년보다 약 4배로 늘었다. 2026년 상반기에는 입점 3년 이내 여성 디자이너 브랜드의 합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2.6배 증가하는 등 플랫폼 성장과 신진 브랜드 육성이 동시에 성과를 내고 있다. 오프라인 전략도 한층 고도화됐다. 무신사는 성수와 홍대를 중심으로 메가스토어와 스토어, 무신사 킥스(KICKS), 무신사 런(RUN) 등 카테고리 특화 매장을 잇달아 선보이며 브랜드 경험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영등포 타임스퀘어, AK플라자 수원점 등 백화점과 복합쇼핑몰까지 입점을 확대하며 온라인 플랫폼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 있다. 무신사의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다.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은 브랜드를 직접 체험하고 팝업과 한정 상품, 시즌 행사를 경험하는 플랫폼의 연장선이다. 실제로 2026년 '무진장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성수·홍대 핵심 매장에는 일주일 만에 31만명 이상이 방문했고 거래액도 큰 폭으로 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집객 거점 역할을 입증했다. 소비자는 오프라인에서 브랜드를 경험한 뒤 다시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브랜드는 오프라인 노출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브랜드 키우던 무신사, 세계를 연결하다 무신사의 다음 확장 무대는 해외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키우는 역할에서 나아가 해외 소비자와 K패션을 연결하는 가교로 진화를 시작했다. 과거 해외 사업이 일부 브랜드를 수출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현지 서비스를 확대하며 K패션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스토어를 통해 해외 소비자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현지 마케팅과 물류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무신사가 글로벌 전략의 전진기지로 삼고 있는 시장이다. 일본에서 K패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무신사는 글로벌 스토어를 기반으로 현지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도쿄를 중심으로 팝업스토어와 브랜드 쇼케이스를 잇달아 열며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에서 검증된 브랜드를 일본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현지 시장에 안착시키는 플랫폼 역할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뷰티 사업도 플랫폼 확장의 연장선에 있다. 패션에서 확보한 2030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인디 뷰티 브랜드를 발굴·육성하고 무신사 뷰티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무신사 뷰티 페스타'와 팝업스토어를 통해 브랜드 경험을 확대하는 한편 글로벌 스토어에서는 K패션과 K뷰티를 함께 제안하며 플랫폼 안에서 소비자의 구매 영역과 체류시간을 동시에 넓히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확장의 다음 과제…수익성과 균형 무신사의 다음 과제는 더 넓히는 것이 아니라 넓어진 사업을 제대로 수익화하는 일이다. 자체 브랜드와 29CM, 오프라인, 뷰티, 글로벌 사업을 동시에 키우면서 각 사업의 투자 부담을 낮추고 플랫폼 전체의 이익으로 연결해야 한다. 무신사는 이미 외형 확대를 넘어 수익성 개선 국면에 들어섰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1조4679억원, 영업이익은 1405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18.1%, 36.7%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오프라인 점포 확대와 일본·중국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늘어난 투자를 지속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신규 매장과 해외 사업은 초기 투자와 운영비 부담이 큰 만큼 외형 성장뿐 아니라 플랫폼 전체의 수익성을 높이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플랫폼과 자체 브랜드의 균형도 중요한 과제다. 2025년 무신사의 매출 구조에서 수수료 매출은 38.7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무신사 스탠다드 등을 포함한 제품 매출도 30.78%에 달했다. 플랫폼과 브랜드 사업이 모두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다만 무신사 스탠다드의 외형이 커질수록 입점 브랜드와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자체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성장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브랜드를 키우는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신사의 다음 성장 과제가 될 전망이다. 경쟁 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에이블리와 지그재그가 여성 패션 플랫폼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중국계 플랫폼 쉬인(SHEIN)과 테무(TEMU), 알리익스프레스는 초저가 전략으로 국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브랜드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차별화를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무신사는 콘텐츠와 커뮤니티, 디자이너 브랜드 육성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가장 먼저 발견하는 플랫폼'이라는 경쟁력을 계속 입증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다. 일본을 중심으로 K패션 수요가 늘고 있지만 국내에서처럼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키워낸 사례를 해외에서도 만들어내야 한다. 현지 소비자 취향과 유통 환경에 맞는 브랜드 발굴, 마케팅과 물류 경쟁력 확보는 물론 무신사 플랫폼 자체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것이 장기적인 성장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브랜드를 키우는 플랫폼이었다면 앞으로는 K패션 생태계를 해외에 안착시키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무신사가 만들어온 것은 온라인 쇼핑몰이 아니라 브랜드가 성장하는 시장이었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등용문이 된 플랫폼은 이제 오프라인과 글로벌 시장까지 무대를 넓히고 있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외형 확대가 아니라 성공 사례에 있다. 국내에서 축적한 브랜드 육성 역량을 일본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도 재현하며 K패션 브랜드의 글로벌 성공 사례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느냐가 무신사의 다음 20년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의 가장 큰 경쟁력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해 소비자와 연결하고, 브랜드가 고객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 온 데 있다"며 "콘텐츠와 커뮤니티, 오프라인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브랜드가 성장하고 고객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온라인에서 축적한 브랜드 육성과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프라인과 글로벌 시장까지 경쟁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국내 브랜드의 발굴부터 성장, 해외 진출까지 함께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일본과 중국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K패션의 글로벌 시장 확대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2026-08-05 17: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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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산은·신보와 협력사 시설투자 지원…방산·조선 공급망 강화
[경제일보] 한화그룹이 한국산업은행·신용보증기금과 손잡고 방산·조선 분야 중소·중견 협력사의 시설투자 자금 조달을 지원한다.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협력사의 금융 접근성을 높여 방산·조선 공급망 전반의 생산 기반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20일 한화는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본점에서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과 ‘상생 금융지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한화엔진 등 방산·조선 관련 4개 계열사가 참여했다. 협약식에는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과 강승준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문지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 곽종우 한화시스템 부사장, 김종서 한화엔진 대표 등이 참석했다. 강 이사장은 지난 3월 취임한 뒤 미래전략산업과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 확대를 주요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지원은 한화 계열사와 신용보증기금, 산업은행이 역할을 나누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한화 계열사들이 신용보증기금에 재원을 출연하고 시설투자가 필요한 협력사를 발굴해 추천하면, 신용보증기금이 해당 기업에 우대보증을 제공하는 식이다. 산업은행은 이를 토대로 협력사에 시설자금 대출을 지원하게 된다. 담보 여력이나 신용도만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중소·중견 협력사에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이 금융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산업은행의 시설자금 대출까지 연계해 일시적인 운영자금 지원보다 생산시설 확충과 설비 개선 등 중장기 투자에 초점을 맞춘 것이 이번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지원 대상은 한화 방산·조선 4개 계열사와 거래하는 중소·중견 협력사다. 각 계열사가 사업 현장에서 투자 수요와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기업을 직접 추천함으로써 정책금융기관이 개별 협력사의 기술력과 거래 안정성을 심사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이번 협약을 통해 협력사의 투자 여력을 높이는 동시에 주요 부품과 기자재를 공급하는 협력 생태계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완제품 기업의 수주 확대가 실제 생산으로 이어지려면 협력사의 설비와 인력, 납기 대응 능력이 함께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화는 계열사별 출연금과 전체 대출지원 규모, 보증비율, 금리 우대 폭, 구체적인 신청 절차 등 세부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실제 지원 효과는 향후 프로그램의 지원 한도와 금융 조건, 추천기업 선정 기준이 확정된 뒤 구체화할 전망이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는 "한화는 시설투자가 필요한 협력업체를 적극 발굴하고 추천하는 것은 물론, 협력업체들이 제도를 원활히 활용할 수 있도록 긴밀히 소통해 프로그램이 현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협약이 협력업체와 참여기업, 정책금융기관 모두에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대한민국 방산·조선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2026-07-20 14: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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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 '해양수도'냐, 박형준 '월드클래스'냐
[경제일보] 6·3 부산시장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의 양강 대결로 굳어지고 있다. 전 후보는 정권 교체 이후 형성된 여권 상승세를 바탕으로 ‘해양수도 부산’과 ‘산업 대전환’을 내세우고 있다. 박 후보는 현직 시장으로서 추진해온 대형 프로젝트를 완성하겠다며 ‘월드클래스 부산’과 ‘중단 없는 발전’을 전면에 걸었다. 이번 부산시장 선거는 단순한 여야 대결을 넘어 부산의 미래 노선을 묻는 선거로 흐르고 있다. 전 후보는 중앙정부와 부산시가 보조를 맞춰 가덕도신공항, 북항 재개발, 해양수산 기능 강화, AI 항만 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후보는 이미 설계하고 추진해온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 산업은행 부산 이전, 부산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관광도시 전략을 흔들림 없이 완성해야 한다고 맞선다. 여론조사 흐름은 ‘전재수 우세’ 속 ‘박형준 추격’ 최근 여론조사 흐름은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렵다. 일부 조사에서는 전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지만, 또 다른 조사에서는 두 후보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부산MBC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1~12일 부산시민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두 번째 부산시장 여론조사에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7.7%,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는 40.2%, 정이한 개혁신당 후보는 2.9%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7.5%포인트로, 전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결과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반면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0~11일 부산 유권자 8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전 후보 43%, 박 후보 41%로 격차가 2%포인트에 그쳤다. 한 달 전 한국갤럽 조사에서 두 후보 격차가 11%포인트였던 점을 감안하면, 박 후보 측의 추격세도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뉴데일리가 리서치웰에 의뢰해 지난 9~10일 부산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전 후보 48.1%, 박 후보 38.2%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는 40대와 50대에서 전 후보 강세가 두드러진 반면, 70세 이상에서는 박 후보가 우위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원도심권·서부산권에서 전 후보가 앞섰고, 동부산권에서는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는 이번 선거가 단순한 여야 대결을 넘어 세대·권역·현직 평가가 복합적으로 얽힌 선거임을 보여준다. 흐름만 놓고 보면 전 후보가 여러 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갤럽 조사에서 격차가 2%포인트까지 좁혀졌다는 점은 박 후보의 추격세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ARS 조사와 전화면접 조사, 조사 시점과 질문 방식에 따라 응답층이 달라질 수 있어 단일 조사 수치만으로 판세를 확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전 후보에게는 정권 초반 여권 상승세와 부산 교체론이 힘이 되고 있고, 박 후보에게는 현직 시장 프리미엄과 보수 결집, 시정 연속성론이 추격 동력으로 작용하는 구도다. 선거 막판 관전 포인트는 부동층의 이동이다. 부산MBC·한길리서치 조사에서 정이한 개혁신당 후보가 2.9%를 기록한 것처럼 제3지대 표심은 크지 않지만 초접전 구도에서는 의미 있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여기에 △가덕도신공항 개항 시기 △북항 재개발 △산업은행 부산 이전 △청년 일자리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후보 간 공방이 중도층 판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전 후보가 ‘정권 연계 실행력’을 구체적 로드맵으로 입증하느냐, 박 후보가 ‘검증된 시정 경험’을 체감 성과로 설득하느냐가 남은 기간 판세를 가를 핵심 변수다. 전재수, ‘해양수도 부산’ 앞세워 정권 연계 실행론 부각 전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키워드는 ‘해양수도 부산’이다. 부산을 항만도시의 과거에 머물게 하지 않고, 해양물류·AI 항만·북극항로·해양금융·문화관광을 묶은 미래형 해양수도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전 후보는 부산 현안의 상당수가 중앙정부와 국회 협력 없이는 풀기 어렵다고 보고, 여당 후보로서의 실행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가 강조하는 대표 공약은 부산항 AI 전환이다. 전 후보는 총 8921억원을 투입해 부산항을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항만으로 바꾸겠다는 산업 대전환 공약을 내놨다. 항만 자동화와 디지털 물류, AI 해양산업을 연결해 부산 경제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전 후보 측은 부산의 1인당 지역총생산이 전국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며, 기존 산업 구조만으로는 청년 일자리와 성장 동력을 만들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공약은 부산의 오랜 고민과 맞닿아 있다. 부산은 대한민국 제1의 항만도시이지만, 항만이 곧바로 양질의 지역 일자리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류 기능은 컸지만 부가가치와 금융, 데이터, 연구개발 기능은 수도권이나 해외 거점으로 빠져나갔다는 지적이 많았다. 전 후보는 이 약한 고리를 AI 항만과 해양신산업으로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 후보가 내세우는 또 다른 축은 중앙정부와의 협력이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또는 해양수산 기능 강화, 가덕도신공항 추진, 북항 재개발 제도 개선, 산업은행 이전 또는 금융중심지 대안 마련은 모두 중앙정부와 국회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전 후보는 “부산시장이 정부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부산 현안이 빨라진다”는 논리를 편다. 다만 전 후보의 공약이 힘을 얻으려면 구체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8921억원 규모의 AI 항만 전환은 재원 조달 방식, 민간 투자 유치, 항만 노동 전환 대책, 관련 법 개정 로드맵이 함께 제시돼야 설득력을 갖는다. 부산 시민은 더 이상 ‘큰 그림’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항만 자동화가 일자리를 줄이는 방향이 아니라 더 높은 임금과 더 좋은 일자리로 이어진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박형준, ‘월드클래스 부산’으로 현직 완성론 전면화 박 후보는 현직 시장으로서 추진해온 부산 대형 프로젝트를 완성하겠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그의 핵심 메시지는 ‘중단 없는 부산 발전’이다. 그는 최근 3호 공약으로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 공항 배후 복합도시 조성, 부산발전특별법 및 산업은행 부산 이전, 연 1000만 외국인 관광객 시대를 여는 관광 전략을 제시했다. 박 후보의 공약은 공항·산업·관광이라는 세 축으로 구성돼 있다. 가덕도신공항을 조기에 개항하고, 공항 배후 복합도시를 조성해 항공물류와 첨단산업을 키우며, 산업은행 이전과 특별법 제정을 통해 부산을 세계 수준의 산업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관광 인프라를 확충해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열겠다는 전략도 담았다. 박 후보의 강점은 공약을 ‘새 약속’이 아니라 ‘진행 중인 계획의 완성’으로 설명한다는 점이다. 그는 가덕도신공항, 북항 재개발, 글로벌허브도시 구상, 산업은행 이전 등을 지난 시정에서 설계하고 다듬어온 실행 계획이라고 강조한다. 현직 시장으로서 중앙부처, 국회, 기업, 지역 경제계와 협의해온 경험을 내세워 “부산을 가장 잘 알고 제대로 해온 사람이 부산의 내일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후보의 ‘월드클래스 부산’ 구상은 부산을 단순한 지방 대도시가 아니라 항공물류·산업·관광이 결합한 글로벌 도시로 끌어올리겠다는 메시지다. 이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 이후 남은 도시 브랜드와 인프라 논의를 선거 공약으로 재구성한 성격도 있다.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축적된 국제 네트워크와 도시 비전을 실제 사업으로 이어가겠다는 논리다. 그러나 박 후보의 공약 역시 검증의 대상이다.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은 중앙정부의 사업 일정과 예산, 안전성 검토, 시공 방식에 따라 좌우된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국회와 금융권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관광객 1000만명 시대 역시 항공노선, 숙박, 콘텐츠, 교통, 지역 상권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박 후보가 말하는 ‘완성론’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지난 시정의 성과뿐 아니라 앞으로 4년의 구체적 실행표가 필요하다. 첫 TV토론, 산은 이전·특별법·북항 재개발 놓고 정면 충돌 두 후보의 정책 차이는 첫 TV토론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전 후보와 박 후보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을 놓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박 후보는 시정 5년 동안 설계한 계획을 중단 없이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전 후보는 현안이 지체된 이유와 제도적 한계를 따져 물으며 중앙정부와 국회 협력을 통한 돌파를 주장했다. 북항 재개발을 둘러싼 논쟁도 치열했다. 전 후보는 북항재개발 1단계 랜드마크 부지가 개발되지 못한 배경으로 높은 토지 가격, 항만공사법과 항만재개발법 등 제도적 제약, 수요 창출 문제를 들었다. 그는 관련 법을 개정해 부산항만공사에 사업 시행 권한을 부여하면 새로운 방식의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북항 재개발을 포함한 대형 프로젝트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부산의 핵심 사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고, 행정의 흐름이 끊기면 더 늦어진다는 논리다. 반면 전 후보는 기존 방식으로는 속도를 내기 어렵고, 중앙정부와 국회 차원의 제도 개선 없이는 북항도 신공항도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차이는 이번 선거의 본질을 보여준다. 전 후보는 “바꿔야 빨라진다”고 말하고, 박 후보는 “이어가야 완성된다”고 말한다. 부산 시민은 두 주장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변화가 속도인지, 연속성이 안정인지가 선거 막판의 핵심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가덕도신공항, 두 후보 모두 찬성하지만 해법은 다르다 가덕도신공항은 이번 부산시장 선거의 최대 승부처다. 두 후보 모두 신공항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개항 시기와 추진 방식, 책임론을 두고는 입장이 갈린다. 전 후보는 여당 시장이 중앙정부와 협력하면 신공항 추진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부산의 숙원사업이 더 이상 정치적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예산과 인허가, 법률 지원을 동시에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가덕도신공항을 해양수도 부산과 AI 항만, 글로벌 물류도시 구상의 출발점으로 연결한다. 박 후보는 신공항 조기 개항을 자신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다. 그는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과 공항 배후 복합도시 조성을 통해 부산을 항공물류·산업·관광 허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 측은 이미 부산시가 추진해온 계획과 행정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사업의 현실성을 가장 잘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덕도신공항은 공항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강서권 개발, 에코델타시티, 항공물류, 관광, 국제회의, 산업단지 재편이 모두 연결돼 있다. 공항이 늦어지면 부산의 성장 전략도 늦어진다. 반대로 신공항이 제대로 추진되면 부산은 항만과 공항을 동시에 갖춘 복합물류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따라서 유권자가 볼 대목은 찬반이 아니라 실행 방식이다. 전 후보가 중앙정부와의 속도전을 설득할 수 있을지, 박 후보가 현직 시장의 연속성과 실무 경험을 신뢰로 바꿀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북항 재개발, 원도심 부활이냐 개발 지체 반복이냐 북항 재개발은 부산 원도심의 미래와 직결돼 있다. 북항은 단순한 항만 부지가 아니다. 부산역, 원도심, 관광, 상업, 주거, 문화 기능이 한데 만나는 도시 재편의 중심축이다. 북항이 살아야 원도심이 살아나고, 원도심이 살아야 부산 전체의 균형 발전도 가능하다. 전 후보는 북항 재개발의 제도적 병목을 정면으로 거론한다. 높은 토지 가격과 법적 제약, 사업 주체의 한계를 풀지 않으면 랜드마크 부지 개발도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는 부산항만공사의 역할 확대와 법 개정을 통해 북항 개발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후보는 북항 재개발을 이미 추진 중인 부산 대전환 프로젝트의 하나로 본다. 행정 연속성이 끊기면 사업은 더 복잡해지고, 투자 유치와 인허가도 지연될 수 있다는 논리다. 박 후보는 부산을 세계도시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북항이 관광과 비즈니스, 문화 기능을 함께 품는 핵심 거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정치컨설팅 관계자는 “북항 문제는 개발 구호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누가 이익을 얻고, 원도심 주민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가며, 부산 청년에게 어떤 일자리가 생기는지가 중요하다”며 “부산 시민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조감도가 아니라 생활권의 회복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항이 일부 개발 사업자의 수익 공간에 그칠지, 부산 시민의 도시 자산으로 돌아올지가 이번 선거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 이전, 부산 금융중심지의 시험대 산업은행 부산 이전도 두 후보가 모두 비중 있게 다루는 사안이다. 박 후보는 산업은행 이전을 부산 금융중심지 완성의 핵심 고리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내려오면 금융기관과 기업, 투자 기능이 함께 움직이고, 부산이 동남권 산업금융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전 후보도 부산 금융 기능 강화를 강조하지만, 접근 방식은 다소 다르다. 그는 중앙정부와 국회 협의를 통해 현실적인 제도 개선과 기능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에 가깝다. 단순히 본점 이전 구호에 그치지 않고, 부산에 실질적 금융 권한과 투자 기능을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리다. 첫 TV토론에서 산업은행 이전과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벌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박 후보는 기존 추진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고, 전 후보는 그동안 왜 성과가 지체됐는지를 따져 물었다. 이 쟁점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산업은행 이전 문제는 부산 시민에게 상징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깨고 부산에 고급 금융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산업은행 실제 이전에는 법 개정, 노조 반발, 금융당국 판단, 정치권 합의가 모두 필요하다”며 “후보들이 제시해야 할 것은 구호가 아니라 단계별 실행 전략이다”고 말했다. 청년 일자리, 결국 선거의 마지막 질문 이번 부산시장 선거의 밑바닥에는 청년 일자리 문제가 있다. 부산은 오랫동안 청년 유출 문제를 겪어왔다. 좋은 일자리와 높은 임금, 다양한 문화·창업 기회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도시 활력이 약해지고 있다. 전 후보는 부산항 AI 전환과 해양신산업, 디지털 산업을 통해 청년이 머무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한다. 항만을 단순 물류 거점에서 데이터·AI·친환경 기술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산업 플랫폼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 구상이 성공하려면 기존 항만 노동자와 청년 기술 인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직업 전환 체계가 필요하다. 박 후보는 가덕도신공항, 산업은행 이전,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관광산업 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강조한다. 공항과 금융, 관광, 첨단산업을 묶어 부산의 경제 규모를 키우고, 그 과정에서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이 역시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기업 유치, 임금 수준, 주거 지원, 교통망 확충이 함께 따라야 한다. 막판 행보...전재수 ‘변화의 속도’ 박형준 ‘완성의 신뢰’ 남은 선거 기간 전 후보는 변화의 속도를 더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부산이 더 이상 과거 산업 구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해양수도 부산, AI 항만, 산업 대전환, 중앙정부 협력은 모두 같은 방향의 메시지다. 부산을 바꾸려면 시정 교체와 정권 연계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박 후보는 완성의 신뢰를 강조할 전망이다. 그는 가덕도신공항, 산업은행 이전,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관광도시 전략이 모두 지난 시정에서 설계된 계획이라고 말한다. 중간에 방향을 바꾸면 사업이 늦어지고 부산 발전의 흐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부산시장 선거는 구호의 크기를 겨루는 선거가 아니다”며 “실행의 신뢰를 겨루는 선거다”고 말했다. 이어 “전재수 후보는 정권 연계와 산업 전환의 설계도를 구체화해야 한다. 박형준 후보는 현직 시장의 성과를 시민 체감으로 입증해야 한다”며 “부산 시민은 어느 쪽이 더 그럴듯한가가 아니라 어느 쪽이 더 실제로 해낼 수 있는가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6-05-15 14: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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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권력과 변화의 무대인가...동양철학의 거울에 비추어본 '런웨이'
[경제일보] 물은 흐를 때 모든 것을 감춘다. 그러나 물이 빠지는 순간, 바닥의 형상이 드러난다. 수락석출(水落石出). 이 말은 북송의 문장가 소동파가 「후적벽부」에서 자연을 묘사하며 남긴 구절이다. “산은 높고 달은 작아지며, 물은 줄고 돌이 드러난다.” 본래는 계절의 변화를 노래한 문장이었으나, 후대에 이르러 인간과 권력, 그리고 진실을 설명하는 가장 정밀한 은유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이 문장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이기도 하다. 화려한 패션과 권력의 세계를 그린 이 작품은, 결국 물이 빠지는 순간 인간의 본질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보여주는 현대적 우화다. 영화의 중심에 선 미란다 프리슬리는 한 시대의 권력을 상징한다. 회의실에서 그녀가 아무 말 없이 코트를 벗어 던지면, 주변 직원들은 숨을 죽인 채 그 동작 하나에 반응한다. 패션쇼 좌석 배치에서 단 한 번 눈을 치켜뜨는 장면만으로도 업계의 위계가 재편된다. 그녀의 권력은 명령이 아니라 분위기로 작동한다. 그러나 그 절대성은 영원하지 않다. 속편적 영화 장면에서 ‘런웨이’가 디지털 환경 속에서 흔들리는 장면, 광고주가 종이 잡지보다 플랫폼 데이터를 우선하는 순간, 우리는 권력이 더 이상 개인의 손에만 있지 않음을 확인한다. 『도덕경』이 말하듯, 강한 것은 부러지고 부드러운 것이 살아남는다. 미란다는 그 진리를 가장 늦게, 그러나 가장 깊이 체감하는 인물이다. 반면 앤디 색스는 권력의 세계에 들어와 스스로를 잃어가는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초반, 그녀가 허름한 옷차림으로 런웨이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동료들의 시선은 조롱에 가깝다. 그러나 이후 몽타주 장면에서 그녀는 고급 브랜드 의상을 입고 뉴욕 거리를 당당히 걷는다. 문제는 그 변화가 단순한 외형의 변화가 아니라 내면의 균열이라는 점이다. 파리 패션쇼 직전, 앤디가 전화 한 통으로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무너지는 장면은 성공의 대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그녀는 센 강의 다리 위에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돌아선다. 그 순간은 도망이 아니라 선택이다. 『중용』이 말하는 균형, 곧 외부의 성공과 내부의 자아 사이에서 중심을 찾는 결단이다. 에밀리 찰튼은 또 다른 얼굴이다. 그녀는 미란다의 기준을 완벽히 내면화한 인물이다. 파리 패션쇼에 가기 위해 극단적으로 식사를 줄이고, 끝내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은 집착의 극단을 보여준다. 『불경』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집착은 곧 고통의 근원이다. 반면 나이젤은 통찰과 균형의 상징이다. 앤디에게 “패션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산업과 문화의 흐름”이라고 설명하는 장면에서 그는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제시한다. 그러나 파리에서 승진이 좌절되는 순간, 그는 능력과 공정성이 항상 일치하지 않는 현실을 체현한다. 이는 『주역(周易)』이 밝히는 변화의 법칙, 곧 성한 것은 반드시 쇠한다는 이치를 보여준다. 이 네 인물은 권력, 자각, 집착, 통찰이라는 네 축으로 구성된 인간 존재의 구조를 드러낸다. 그리고 이 구조는 단순히 영화 속 서사에 머물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미디어 산업의 변화와 정확히 겹쳐진다. ‘런웨이’는 단순한 패션 잡지가 아니라 전통적 레거시 미디어의 상징이다. 과거에는 편집장이 곧 권력이었고, 정보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구조였다. 그러나 지금 그 구조는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특히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파이낸셜 타임스와 같은 세계 유수의 매체들조차 전통적 방식만으로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섰다. 이들은 디지털 전환을 넘어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질서 앞에 서 있다. 알고리즘이 기사 배치를 좌우하고, 인공지능이 초안을 작성하며, 독자의 관심은 데이터로 실시간 분석된다. 정보의 생산과 유통, 소비의 전 과정이 재편되고 있다. 이것이 이른바 ‘AI·콘텐츠·유통(CD) 위기’다. 콘텐츠의 생산과 배포 구조가 기술에 의해 재정의되면서, 기존 미디어의 권력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과거 미란다가 “이것은 단순한 파란색이 아니라 세룰리안 블루다”라고 말하며 패션의 계보를 설명하던 장면은, 레거시 미디어가 자신이 만든 질서를 해설하는 모습과 닮아 있다. 그러나 이제 그 질서는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 AI 시대의 미디어는 단순한 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의미를 해석하고 가치를 제시하는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런웨이가 플랫폼에 밀려나듯, 전통 미디어 역시 주변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 변화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다.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 다시 던져지고 있다. 결국 이 영화는 하나의 근본적 진실로 수렴한다. 권력은 영원하지 않고, 구조는 반드시 변하며, 인간은 그 변화 속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수락석출, 물이 빠지면 돌이 드러난다. 유동성과 권위가 사라지는 순간, 남는 것은 오직 본질이다. 미란다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 변화를 받아들이고, 앤디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권력을 내려놓는다. 에밀리는 집착 속에서 흔들리고, 나이젤은 통찰 속에서도 좌절한다. 이 모든 장면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기술의 시대, 인공지능의 시대, 권력이 분산된 시대에 인간이 붙잡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도덕경』은 흐름을 따르라 하고, 『불경』은 집착을 버리라 하며, 『중용』은 균형을 지키라 하고, 『주역』은 변화에 대비하라 한다. 서로 다른 듯 보이는 이 가르침들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외부 조건이 아니라 내부 기준을 세우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끝내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성공은 결과가 아니라 선택이며, 권력은 소유가 아니라 과정이며, 인간은 결국 자신의 선택으로 정의된다는 사실이다. 물이 빠진 뒤에도 남아 있을 자신의 ‘돌’을 준비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작품이 남긴 가장 냉정하면서도 깊은 통찰이다.
2026-05-02 19:3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