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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담보로 대출·차입…수이 '하시', 5억 달러 자본 기반 출범
[경제일보] 비트코인을 단순히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담보로 활용해 대출과 차입, 수익 창출 등에 활용하려는 '비트코인 금융' 시장에 기관 자금이 유입될 전망이다. 수이가 비트코인 금융 인프라 '하시'의 메인넷 출시를 앞두고 20곳 이상의 파트너사로부터 5억 달러 이상의 자본 투입 약정을 확보하면서다. 비트코인을 매도하지 않고도 금융 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그동안 장기 보유 자산으로 묶여 있던 BTC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8일 레이어 1 블록체인 수이는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 '수이 베이스캠프 2026'에서 이번달 말 하시 메인넷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하시는 비트코인을 담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금융 인프라로, 메인넷 출시와 함께 출시 파트너들이 약정한 5억 달러(약 6700억원) 이상의 자본을 기반으로 비트코인 담보 금융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에 확보한 자본은 하시의 여러 볼트 제공업체가 운용하는 볼트의 유동성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된다. '애프터매스', '콘크리트', '플루이드' 등이 하시 기반 금융 상품을 제공하며 대출과 차입, 신용 공급, 볼트, 구조화 상품 등 다양한 비트코인 금융 서비스가 출시 초기부터 자금 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하시가 주목받는 이유는 비트코인의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실제 금융 활동에 활용되는 자산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기관과 기업이 비트코인을 재무 자산으로 보유하더라도 이를 매도하지 않고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다른 금융 상품에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하시의 구조는 비트코인 자체를 다른 블록체인으로 옮기는 대신 네이티브 BTC를 기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보관하면서 이를 수이의 금융 생태계에서 담보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용자가 BTC를 하시에 예치하면 이를 담보로 수이에서 hBTC가 발행되고, hBTC를 수이 기반 애플리케이션에서 대출·차입 등 다양한 금융 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 반대로 이용자가 자산을 회수할 경우에는 hBTC를 소각하고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네이티브 BTC를 반환받는다. 비트코인의 보관과 금융 활동을 분리해 BTC를 장기 보유하면서도 자금 조달이나 수익 창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해당 구조는 비트코인을 다른 블록체인으로 직접 이전하거나 단순히 토큰화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네이티브 BTC를 담보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 설계다. 수이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해 비트코인을 프로그래밍 가능한 금융자산으로 연결함으로써 비트코인과 탈중앙화금융 생태계 사이의 접점을 넓히는 것이 목표다. 기관 투자자에게는 비트코인을 보유하면서도 이를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비트코인을 재무자산으로 보유한 상장기업이나 가상자산 재무기업은 BTC를 매도하지 않고 담보로 제공해 스테이블코인 등을 조달할 수 있다. 헤지펀드와 가상자산 전문 벤처캐피털, 채굴업체, 시장조성자, 유동성 공급자 등도 보유한 BTC를 활용해 자금 운용 전략을 확대할 수 있다. 수이는 기관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미국 최초의 연방 인가 가상자산 은행을 보유한 앵커리지 디지털을 출시 파트너로 추가했다. 앵커리지 디지털은 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적격 수탁과 삼자간 담보 관리 인프라를 제공하는 '아틀라스'를 통해 하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관이 직접 자산을 관리하면서 하시에 접근할 수 있는 기관용 셀프 커스터디 월렛 '포르토'도 제공한다. 앵커리지 디지털은 이와 함께 하시에 스테이블코인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다. 비트코인을 보유한 기관이 기존 금융 시스템의 수탁·규제 요건을 유지하면서도 BTC 기반 금융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접근 경로를 넓힌 것이다. 하시를 둘러싼 파트너 생태계도 확대되고 있다. 비트고, 불리시, 컴벌랜드, 팔콘엑스, 렛저 등을 비롯한 커스터디 기업과 유동성 공급자, 월렛·인프라 기업, 탈중앙화금융 프로토콜 등 20곳 이상의 파트너가 하시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하시는 비트코인과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위험을 다자간 연산(MPC) 기반 보안 기술과 수이 스마트 컨트랙트, 가디언 레이어 결합 다층 보호 체계를 적용해 보강한다. BTC 담보의 이동에는 하시 검증자와 가디언의 승인을 모두 요구하는 2-of-2 다중서명 구조를 적용했으며, 가디언 레이어가 의심스러운 담보 이동을 추가로 검증하는 방식이다. 수이는 하시를 기반으로 차입과 대출뿐 아니라 신용 공여, 볼트, 구조화 상품, 실물자산(RWA), 비트코인 담보 채권, 기관 재무자산 관리 등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비트코인이 장기 보유자산을 넘어 실제 금융활동에 활용되는 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이달 말 메인넷 출시 이후 실제 자금 유입과 서비스 이용 규모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네이선 맥컬리 앵커리지 디지털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는 "상장기업과 기관들은 막대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용 가능한 기술과 디파이 시장의 한계로 인해 이를 활용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며 "기관 고객을 하시와 연결하는 것은 비트코인 금융의 근본적인 전환과 성숙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2026-10-08 13: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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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 너머의 시대, 미디어의 새 판 (下)
유튜브에는 매일 50만 시간 분량의 영상이 올라온다.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콘텐츠 저장소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누구나 볼 수 있다. 그런데 그것으로 무언가를 만들려는 순간, 벽이 나타난다. 저작권 경고, 수익 정지, 영상 삭제. 플랫폼은 콘텐츠를 무한히 축적하지만, 그 콘텐츠를 재가공하는 행위는 철저히 통제한다. 세계 최대의 지식 저장소가 동시에 세계 최대의 재가공 금지 구역이 된 것이다. 저작권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저작권 제도는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해 탄생했다. 18세기 영국에서 출판업자의 독점을 막고 저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목적은 분명했다. 창작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보장함으로써, 더 많은 창작이 이루어지게 한다는 것. 그런데 오늘날의 저작권 체계는 그 목적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가. 디즈니는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이 만료될 때마다 미국 의회를 움직여 보호 기간을 연장시켰다.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는 수십 년 전 음악에 대한 권리를 여전히 행사하며 수익을 거둔다.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대형 자본의 영구적 수익 장치가 된 것이다.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유튜브는 저작권 시스템인 Content ID를 운영하며 저작권자를 보호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 시스템이 가장 잘 보호하는 것은 대형 음반사와 방송사다. 개인 창작자가 3초짜리 배경음악 하나 잘못 썼다가 영상 전체의 수익이 날아가는 동안, 플랫폼은 그 영상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을 계속 가져간다. 이것은 창작자 보호가 아니다. 기존 권력 구조의 보호다. 시대에 뒤처진 프레임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현재의 저작권 프레임은 아날로그 시대의 논리로 설계됐다. 복제에 비용이 들고, 유통에 물리적 한계가 있던 시대의 산물이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에서 콘텐츠는 복제 비용 없이 무한히 퍼지고, 재가공은 창작의 자연스러운 과정이 됐다. 인류의 문화는 언제나 재가공의 축적으로 발전해왔다. 셰익스피어는 기존의 이야기를 가져다 썼고, 재즈는 블루스를, 록은 재즈를 재가공했다. 모든 창작은 어떤 의미에서 선행 창작물 위에 서 있다. 그런데 지금의 저작권 체계는 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범죄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문제는 제도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제도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판의 조건 그렇다면 어떤 판이 필요한가. 창작자를 보호하면서도 재가공을 허용하는 구조, 플랫폼이 수익을 독점하지 않고 원작자와 재창작자가 함께 가치를 나누는 구조가 필요하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가능하다. 블록체인 기반의 콘텐츠 권리 추적, AI를 활용한 기여도 측정, 재가공 시 원작자에게 자동으로 수익이 분배되는 스마트 컨트랙트.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이를 제도화할 의지와 그 제도를 담을 플랫폼이다. 구체적으로 상상해보자. 원작자가 콘텐츠를 올릴 때 재가공 허용 범위와 수익 배분 비율을 설정한다. 재창작자는 그 조건 안에서 자유롭게 2차 창작물을 만든다. 수익은 자동으로 계약 조건에 따라 분배된다. 저작권 소송도, 플랫폼의 일방적 판단도 필요 없다. 창작자들이 직접 설계한 규칙이 작동하는 생태계다. 이 판을 만들 나라가 있다면 이 새로운 판을 설계하고 선도할 나라가 있다면, 한국일 수 있다. 한국은 콘텐츠 소비국이면서 동시에 콘텐츠 생산국이다. K팝, 드라마, 웹툰, 게임으로 이미 글로벌 콘텐츠 생태계의 주요 플레이어가 됐다. 저작권 피해를 받아본 입장이면서, 저작권을 행사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어느 쪽의 논리도 이해하는 나라다. 무엇보다, 1편에서 살펴봤듯이 한국은 재가공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이 국가적 DNA에 가깝다. 원소스를 받아들이고, 고도의 가공을 거쳐, 더 나은 것으로 내보내는 능력. 그 능력이 물질의 영역에서 고려아연을 만들고, 문화의 영역에서 K팝을 만들었다면, 이제 그 능력을 플랫폼과 제도의 영역에 적용할 차례다. 20세기의 규칙으로 21세기의 창작을 통제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나라가 다음 시대의 플랫폼을 갖는다. 그리고 그 나라가 한국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2026-04-19 1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