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3건
-
李 대통령, 뉴욕서 한미 정상회담·AI 세일즈 마치고 멕시코행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한 미국 뉴욕 일정을 마치고 멕시코 국빈 방문에 들어갔다. 유엔 무대에서 한반도 평화 공존 구상을 제시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조선·원자력·전시작전권 등 한미 현안을 논의했다. 호주와는 에너지 공급망과 방산 협력을,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성장 전략을 설명했다. 23일(현지시간) 이 대통령은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를 타고 멕시코로 출국했다. 지난 21일 서울을 출발한 이 대통령은 2박 3일간 뉴욕에 머물며 제81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 참석과 주요국 정상회담, 투자자 면담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뉴욕 일정의 첫 무대는 유엔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의 전쟁을 끝내고 평화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당사자 간 대화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발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건설적 기여국 연대'와 함께 '글로벌 AI 기본사회', '녹색 대전환'을 제시하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맡을 역할도 설명했다.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주요국 정상들과의 양자 외교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에너지 공급망과 방산 협력을 논의했다. 양국은 중동발 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LNG와 석유제품 등 주요 에너지자원을 서로 공급하는 핵심 파트너라는 점을 확인하고 안정적인 역내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협력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호주의 AI 데이터센터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정책과 에너지 가격 동향 등을 직접 물으며 AI 인프라 분야의 협력 가능성도 모색했다. 호주는 핵심광물과 청정에너지 등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제조업 역량을 갖춘 만큼 양국의 산업 기반을 결합할 수 있다는 데 양국 정상이 공감했다. 같은 날 밤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약 30분간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초 예정에 없던 회담으로, 대미 투자 협상이 진전을 보이면서 전격적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정상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한미 정상 공동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를 바탕으로 핵잠수함 연료,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조선업 협력, 전시작전권 전환 등 현안을 놓고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양국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후속 협의를 진행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뉴욕에서 열린 '대한민국 투자서밋 2026'에 참석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의 성장 전략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과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티모시 가이트너 워버그핀커스 회장 등 글로벌 금융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한국 측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SK, 현대차그룹, LG CNS, 한화오션, 두산에너빌리티 등 주요 기업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미래 성장축으로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묶은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여기에 소형모듈원전(SMR), 핵융합, 재생에너지, 양자, 우주항공, 바이오, 소재·부품·장비와 핵심광물 등을 포함한 '7대 시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AI와 관련해서는 반도체 생산 거점을 확대해 5년 안에 메모리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리고 AI 핵심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의 투자 지원을 강화하고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미래산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한미 산업 협력도 투자자들에게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군함 건조를 포함한 조선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며 향후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화가 투자할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미국 전략 함정을 건조할 계획이며, 미국의 차세대 화력 체계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언급하며 미국의 원천기술과 자본·시장, 한국의 제조·공급 역량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양국 산업과 공급망의 연결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 개혁도 투자 유치의 주요 메시지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세 차례 상법 개정을 통한 주주가치 강화와 외환시장 24시간 거래체제 전환 등을 언급하며 글로벌 자본이 한국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에서는 경제·산업 외에도 현지 동포 및 시민들과의 접촉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뉴욕 코리아타운을 찾아 한인 상인들과 시민들을 만났으며 한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한국 문화에 대한 현지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동포들의 생활 여건 개선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뉴욕 일정을 마무리하고 멕시코 국빈 방문에 들어갔다. 한국 대통령의 멕시코 국빈 방문은 16년 만이다. 멕시코에서는 24일 애국영웅탑 헌화와 공식 환영식에 이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정상회담에서는 단독·확대회담과 양해각서(MOU) 교환식, 오찬, 공동언론발표 등이 예정돼 있다. 이후 오는 25일 비즈니스포럼과 K-엑스포 행사장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오는 26일 귀국길에 오른다.
2026-09-24 09:32:43
-
한국 증시의 뜨거운 질주, 변동성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
[경제일보] 한국 증시가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상징하던 저평가 시장은 이제 글로벌 투자은행과 국제 금융 언론이 주목하는 가장 뜨거운 시장 가운데 하나가 됐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한국 증시의 상승 속도가 1990년대 말 닷컴버블 시기의 미국 나스닥 상승률마저 앞질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 코스피는 지난해 초 2400선에서 올해 7200선을 돌파하며 18개월 만에 세 배 이상 급등했다. 이는 미국 나스닥이 닷컴버블 당시 같은 수준까지 상승하는 데 걸렸던 시간보다도 더 빠른 속도다. 이번 랠리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있다. 인공지능(AI) 혁명과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 폭증이 두 기업의 실적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130% 안팎 상승했고, SK하이닉스는 170% 가까이 급등했다. 두 기업의 합산 시가총액은 이미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다. 이는 한국 경제 역사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장면이다. 그러나 시장이 뜨거워질수록 냉정함은 더욱 중요하다. FT가 지적했듯이 이번 랠리는 과거 닷컴버블과는 분명 다른 측면이 있다. 당시 미국 나스닥은 실적보다 미래 기대감과 밸류에이션 확대에 의해 움직였다. 반면 현재 한국 반도체 랠리는 실제 이익 증가가 동반되고 있다. 글로벌 AI 인프라 확장이 메모리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씨티그룹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코스피 목표치를 계속 상향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과거 메모리 산업이 단순 경기순환 산업이었다면, 이제는 AI라는 거대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장기 성장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시장의 균형이다. 현재 한국 증시의 상승은 지나치게 소수 종목에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상당수 종목은 여전히 부진하다. 중소형 가치주들은 시장 유동성에서 소외되고 있고, 체감 경기 역시 증시의 뜨거운 열기와는 큰 괴리가 있다. 즉 지금의 코스피는 ‘한국 경제 전체의 동반 상승’이라기보다 ‘AI 반도체 중심의 초집중 랠리’에 가깝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시장은 언제나 낙관 속에서 과열되고, 과열 속에서 위험을 잊는다. 특히 한국 시장은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구조다. 이번 상승장 역시 이른바 ‘개미군단’의 귀환이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 한동안 미국 증시로 향했던 자금이 다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몰리고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빚투’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광풍이 불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이번에는 다르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이 끝없이 오를 것이라는 믿음 속에 무리한 대출이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시장은 극단적 변동성을 경험했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주가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반영하지만, 시장은 언제나 직선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AI 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분명 존재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조정과 변동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한국 시장은 구조적으로 외국인 자금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외국인은 상승장에서는 강력한 추진력이 되지만, 위험 회피 국면에서는 가장 먼저 빠져나가는 자금이기도 하다. 미국 금리 정책, 글로벌 경기 둔화, 미·중 갈등, 대만해협 리스크, 중동 정세 같은 외부 변수는 언제든 한국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 지금처럼 특정 섹터와 특정 종목에 자금이 과도하게 집중된 시장에서는 작은 충격도 훨씬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시장이 점점 ‘투자’보다 ‘추격’의 심리로 움직일 가능성이다. 실적과 산업 변화에 대한 냉정한 분석보다는 “지금 안 사면 뒤처진다”는 조급함이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하면 위험 신호가 나타난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대출까지 동원해 특정 종목에 몰릴 경우 시장의 건강성은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상승장을 단순 거품으로만 볼 수도 없다. 현재 한국 증시는 여전히 미국 시장 대비 밸류에이션이 낮다. FT가 인용한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배대 수준으로, 미국 S&P50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상장사의 절반 가까이가 여전히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이다. 이는 한국 시장이 아직도 구조적 저평가 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한국 증시가 진정한 선진 자본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질주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중소형주와 가치주, 바이오와 로봇, 방산과 조선,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산업까지 시장 전반의 체질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지배구조 개혁과 저PBR 기업 가치 제고 정책 역시 그런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자본시장의 신뢰를 높이고, 시장 전체의 체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냉정한 균형감각이다. AI 혁명은 분명 거대한 산업 전환의 시대를 열고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그 중심에 서 있다. 그러나 시장의 열광은 언제나 그림자를 동반한다. 투자자는 낙관 속에서도 위험을 계산해야 하고, 정부는 상승장 속에서도 시스템 리스크를 점검해야 하며, 기업은 주가 상승에 취하기보다 미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세계는 지금 한국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 뜨거운 상승이 대한민국 산업 혁신의 서막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극단적 변동성으로 기록될지는 지금부터의 선택에 달려있다.
2026-05-23 18:39:33
-
AI가 월스트리트 피치북 쓰고 신용평가하는 시대...한국 금융당국은 대비하고 있는가
[경제일보] 미국 월가의 풍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던 투자은행(IB)의 회의실에서 애널리스트와 회계사, 변호사들이 수백 장의 투자제안서(Pitch Book)를 만들었다. 기업 인수합병(M&A) 자료와 신용평가 메모, 리스크 분석 보고서와 회계 결산서는 오랜 경험을 가진 금융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작업을 인공지능(AI)이 대신하기 시작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AI 개발사인 Anthropic(앤트로픽)은 최근 금융권 전용 AI 에이전트 10종을 공개했다. 투자제안서 작성, 회계 결산, 신용평가 메모 초안 작성 등 금융권 핵심 업무를 자동화하는 기능들이다. 이는 단순한 챗봇 서비스가 아니다. 금융산업의 두뇌 노동 자체를 AI가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이 변화의 속도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금융은 원래 보수적인 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규제가 많고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AI 도입 속도가 빠른 이유는 명확하다. 데이터 규모가 방대하고 반복 업무가 많으며 비용 절감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AI는 인간처럼 피로하지 않고, 24시간 문서를 읽고 요약하며, 수천 개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생성형 AI는 단순 계산을 넘어 문서 작성과 논리 구성까지 수행하기 시작했다. 앤트로픽의 행보는 단순한 기술 발표가 아니다. 그것은 AI 산업의 전장이 소비자 서비스에서 기업용(B2B)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산업 초창기에는 챗GPT와 같은 대중 서비스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이제 핵심은 기업 업무 자동화다. 특히 금융은 AI 기업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시장 중 하나다. 수익 규모가 크고, 고객 충성도가 높으며, 성공 사례가 만들어질 경우 산업 전체로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앤트로픽은 이미 금융 특화 서비스인 ‘클로드 포 파이낸셜 서비스’를 통해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시타델, AIG 등 대형 금융사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또 금융 IT 기업인 FIS와 협력해 금융범죄 탐지 AI 시스템 개발에 나섰고, 월가 금융회사들과 함께 15억 달러 규모의 합작법인까지 설립했다. AI 기업이 이제 금융 인프라 자체를 장악하려는 단계로 들어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AI의 역할이 ‘보조 도구’에서 ‘업무 대행자’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AI는 이메일 초안 작성이나 간단한 검색 지원 정도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제는 투자은행의 피치북 제작과 신용평가 메모 작성, 회계 결산 등 고난도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인간 전문가가 하던 핵심 지식 노동을 AI가 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금융업의 구조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투자은행의 주니어 애널리스트 수요는 줄어들 수 있다. 회계법인의 단순 감사 업무도 축소될 수 있다. 반면 AI 모델을 검증하고 리스크를 통제하는 새로운 직무는 늘어날 것이다. 금융산업은 이제 사람 중심 조직에서 인간과 AI가 함께 움직이는 하이브리드 조직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AI가 단순 효율화 수준을 넘어 금융 의사결정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용평가와 리스크 분석은 금융의 핵심 권한이다. 누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어떤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판단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만약 AI가 그 판단 과정의 상당 부분을 맡게 된다면 금융의 권력 구조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미국 금융권은 이미 전면전에 들어갔다. JPMorgan Chase 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은행 내부에 AI 전담 부서를 운영하고 있으며 수백 개 활용 사례가 진행 중”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리스크 관리, 금융사기 탐지, 마케팅, 디자인, 회의 기록, 문서 검토 등 거의 모든 분야에 AI가 투입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다. 월가는 이미 AI를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보고 있다. 과거 인터넷이 금융산업을 바꿨다면, 이제 AI는 금융업의 사고 체계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인간이 데이터를 읽고 판단하던 시대에서 AI가 데이터를 읽고 인간이 최종 승인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 금융권도 AI 도입을 이야기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들이 생성형 AI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일부 챗봇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개념검증(PoC)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조직 전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려는 전략은 부족하다. 금융당국 역시 규제와 보안 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AI 금융 시대의 산업 구조 변화에 대한 국가 전략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속도다. 미국은 이미 AI 전담 조직을 만들고 금융업 전체를 재편하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시범 사업과 규제 검토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AI 산업은 속도의 게임이다. 초기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데이터와 경험을 축적하며 압도적 우위를 갖게 된다. 한국 금융권이 지금처럼 느리게 대응할 경우 글로벌 금융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데이터 주권 문제다. 금융 데이터는 국가 경제의 핵심 자산이다. 만약 국내 금융회사들이 해외 AI 플랫폼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한국 금융의 핵심 정보와 의사결정 구조가 외국 기술기업에 종속될 위험도 있다. 단순한 편의성 문제가 아니라 금융 안보의 문제다. 금융당국도 이제는 사고를 바꿔야 한다. AI를 단순히 규제 대상이나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 금융 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첫째, 금융 AI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둘째, 금융권의 AI 실증 사업을 과감히 허용하는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셋째, 국내 AI 기업과 금융회사 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금융 데이터 보안과 주권을 지킬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전략 플랫폼도 고민해야 한다. 물론 AI에는 위험도 존재한다. 잘못된 데이터 학습은 금융 사고를 초래할 수 있고, 알고리즘 편향은 신용 차별 문제를 낳을 수 있다. AI 기반 금융사기가 오히려 더 정교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낙관도, 막연한 공포도 아니다. 핵심은 통제 가능한 혁신이다. 도덕경에는 “변화에 앞서 움직이는 자가 흐름을 얻는다”는 뜻의 지혜가 담겨 있다. 산업혁명의 역사는 결국 먼저 준비한 자의 역사였다. 인터넷 시대에 뒤처진 기업들이 사라졌듯이, AI 금융 시대에도 대응하지 못한 금융회사는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월스트리트에서는 AI가 피치북을 만들고 신용평가 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시작된 현재의 변화다. 그리고 그 변화는 한국 금융산업의 문 앞까지 와 있다. 문제는 하나다. 한국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과연 이 거대한 변화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가.
2026-05-10 09: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