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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은행 자문에서 국내 최대 로펌까지…김앤장 53년
[경제일보] 김앤장은 법정이 아니라 기업의 계약서에서 출발했다. 1973년 김영무·장수길 변호사가 문을 연 김·장 법률사무소의 초기 고객은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이었다. 국내 은행과 기업이 해외에서 자금을 빌릴 때 계약서를 검토하고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를 자문했다. 변호사의 주된 무대가 법정이던 시절, 김앤장은 기업의 거래 현장으로 먼저 들어갔다. 53년이 지난 지금 김앤장은 국내 최대 로펌이다. 변호사만 1400명이 넘고 변호사를 포함한 법률전문가는 2000명을 웃돈다. 2025년 매출은 업계에서 1조6000억~1조7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2위권 대형 로펌과도 상당한 격차를 두고 있다. 처음부터 이런 규모였던 것은 아니다. 김앤장보다 먼저 기업법무 시장에 자리 잡은 법률사무소도 있었다. 김앤장이 선두로 치고 올라온 과정에는 한국 기업이 다음에 필요로 할 법률서비스를 먼저 준비하는 방식이 있었다. ◆ 판·검사 대신 기업법무 택한 김영무 창업자 김영무 변호사의 이력부터 당시 법조계의 통상적인 경로와 달랐다. 1964년 제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지만 판사나 검사가 되지 않았다. 서울대 사법대학원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대 로스쿨에서 비교법을 공부했고 하버드 로스쿨에서 J.D. 학위를 받았다. 1970년에는 미국 일리노이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1970년대 한국 기업들은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며 빠르게 성장했다. 차관을 들여오고 외국 회사와 합작법인을 세우면서 계약도 복잡해졌다. 국내법뿐 아니라 외국법과 국제거래에 익숙한 변호사가 필요해지기 시작했다. 김영무 변호사는 이 시장을 파고들었다. 법정에서 이미 벌어진 분쟁을 해결하는 것보다 기업이 거래를 하기 전 계약을 짜고 위험을 줄이는 업무에 무게를 뒀다. 지금은 흔한 기업법무지만 당시에는 새로운 시장이었다. 장수길 변호사의 합류는 김앤장의 빈 곳을 채웠다. 장 변호사는 고등고시를 거쳐 서울민사지법과 서울형사지법원 판사를 지냈다. 김영무 변호사가 국제거래와 기업자문을 맡았다면 장 변호사는 송무와 중재, 지식재산권을 담당했다. 김앤장이라는 이름은 두 사람의 성에서 따왔다. ◆ 기업이 해외로 나가자 로펌도 따라갔다 김앤장의 성장은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과 궤를 같이했다. 1970~1980년대 해외 차관과 외국인 투자가 늘면서 국제금융과 외국인투자 업무가 커졌다. 기업들이 합작회사를 만들고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면서 김앤장이 일찍 쌓은 국제거래 경험을 찾는 기업도 늘었다. 1976년 합류한 정계성 변호사는 금융 분야를 맡았다. 공기업과 기업의 해외 차입, 국제자본시장 업무를 담당했고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 기업의 외자유치와 금융거래를 자문했다. 1980년 입사한 정경택 변호사는 외국인 투자와 M&A, 공정거래 분야를 키웠다. 1983년 GM과 대우자동차의 합작투자, 1991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쌍용정유 지분 인수, 1997년 미국 P&G의 쌍용제지 인수 등 국내 기업법무 시장의 굵직한 거래에 참여했다. 기업의 거래 방식이 바뀔 때마다 김앤장의 조직도 달라졌다. 기업들이 해외에서 돈을 빌리자 금융 전문가가 늘었고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이 많아지자 외국인투자 분야를 키웠다. M&A가 활발해지자 기업거래 변호사를 늘렸고 공정거래 규제가 강화되자 경쟁법 전문가를 붙였다. 김앤장이 몸집을 키운 과정은 변호사를 무작정 늘린 역사와는 거리가 있다. 시장이 먼저 움직였고 그 시장에 맞춰 사람을 채웠다. ◆ 유명 변호사 한 명보다 팀으로 승부 김앤장의 또 다른 특징은 사건을 맡는 방식이다. 대형 사건을 이름난 변호사 한 명에게 맡기기보다 사건 성격에 따라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한 팀으로 묶는다. M&A 사건이라면 기업법무 변호사뿐 아니라 공정거래와 금융, 조세, 노무 전문가가 함께 들어간다. 규제가 걸린 산업에서는 해당 부처나 감독기관을 경험한 전문가도 참여한다. 현재 김앤장 공정거래 분야에는 국내외 변호사와 경제학자, 산업 전문가, 전직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 등 150명 넘는 전문인력이 참여하고 있다. 자본시장 분야에도 80명 이상의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기업 입장에서 대형 로펌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천억원, 수조원이 오가는 거래나 회사의 존립이 걸린 사건에서는 법률 하나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정거래와 세금, 노동, 인허가 문제가 동시에 터진다. 김앤장은 이를 한 조직 안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인력을 만들어왔다. 젊은 변호사를 키우는 방식에도 일찍부터 해외 경험을 넣었다. 파트너와 후배 변호사가 함께 사건을 맡게 하고 해외 로펌 연수도 활용했다. 정계성 대표도 1982~1983년 미국 뉴욕 셔먼앤드스털링에서 실무를 익혔다. 사건을 맡아 경험을 쌓고 해외에서 새로운 거래 방식을 익힌 변호사들이 돌아와 다시 큰 사건을 맡았다. 이 과정이 수십 년 반복되면서 분야별 전문인력이 쌓였다. ◆ 외환위기, 김앤장이 한 단계 커진 시기 1997년 외환위기는 한국 기업의 지형을 뒤흔들었다. 기업들이 자산을 팔고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기업 매각, 외자유치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해외 자본과 국내 기업 사이에서 거래 조건을 만들고 정부 규제를 검토할 법률전문가의 역할도 커졌다. 김앤장은 외환위기 이전부터 국제금융과 외국인투자 업무를 다뤄왔다. 국내 기업들이 급하게 해외 자본을 찾기 시작했을 때 이미 관련 업무를 해본 변호사들이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M&A 시장이 커지면서 김앤장의 업무도 금융과 외국인투자에서 M&A, 공정거래, 조세, 구조조정으로 빠르게 넓어졌다. 김앤장 연혁에는 이 무렵 국내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변호사 수가 100명을 넘어섰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대형 거래를 맡으면서 경험이 쌓였고 그 경험을 보고 또 다른 기업이 찾아왔다. 새로운 사건이 들어오면 다시 전문인력을 늘렸다. 김앤장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국내 기업법무 시장의 선두로 올라선 배경이다. ◆ 계약서에서 시작해 기업 형사사건까지 반세기가 흐른 지금 김앤장이 맡는 사건의 규모는 달라졌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는 14개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필요했다. 김앤장은 4년여에 걸친 기업결합 심사와 항공 관련 인허가 자문에 참여했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 한앤컴퍼니의 SK스페셜티 인수 등 조 단위 거래에도 이름을 올렸다. 2026년 상반기 국내 M&A 법률자문 시장에서는 자문금액 26조3406억원, 68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금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33.27%였다. 기업자문에서 출발했지만 송무와 기업형사 분야에서도 대형 사건을 맡는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형사재판에 참여해 1·2·3심 무죄 판결을 받았다. SK실트론 사건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을 취소하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냈다. 승소 기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구글과 메타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상대로 낸 과징금 취소소송에서는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73년 외국계 은행의 계약서를 검토하던 법률사무소의 업무는 이제 M&A와 공정거래, 국제중재, 개인정보, 기업형사로 넓어졌다. 기업이 겪는 문제가 복잡해지면서 로펌이 다루는 영역도 함께 넓어진 것이다. ◆ 커진 영향력, 커진 감시 국내 최대 로펌이라는 자리는 사건만 많이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나 기업인이 정부 조사와 형사사건에 직면하면 김앤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 법원과 검찰, 정부 부처와 규제기관 출신 전문가도 적지 않다. 김앤장의 사건 대응력이 높아지는 만큼 전관과 이해충돌을 둘러싼 논란도 따라붙는다. 2025년 공정거래위원회 직원의 외부인 접촉 보고 가운데 김앤장 관련 보고는 로펌 중 가장 많은 363건이었다. 접촉 보고는 사건 관계인과의 만남 자체를 기록하는 제도여서 이 숫자가 곧 부적절한 접촉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규제기관 출신 인력을 대거 보유한 로펌이 해당 기관의 규제를 받는 기업을 대리하는 문제는 늘 감시 대상이 된다. 김앤장이 커질수록 사건 수임 못지않게 이해충돌 관리와 전관 논란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중요해졌다. 고객 평가 역시 전문성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경제와 한국사내변호사회가 실시한 2025년 조사에서 김앤장은 종합평가와 전문성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서비스 평가는 3위였고 소송비용의 합리성은 6위였다. 복잡한 사건에 여러 분야의 전문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은 강점이지만 비용이 높다는 평가도 피하기 어렵다. 압도적인 규모가 항상 고객 만족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 시장이 열리기 전에 사람을 준비했다 김앤장의 53년을 보면 몇 번의 중요한 갈림길이 있었다. 기업이 해외에서 돈을 빌리기 시작할 때 국제금융을 키웠고 외국 자본이 국내로 들어올 때 외국인투자 업무를 늘렸다. 기업 인수·합병이 본격화되기 전에 M&A 전문가를 확보했고 공정거래 규제가 강해지자 경쟁법 인력을 늘렸다. 지금은 AI와 데이터, 공급망, 경제안보, 글로벌 통상, 기업지배구조가 기업법무의 새로운 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김앤장도 이 분야에 전문조직과 인력을 늘리고 있다. 김앤장이 53년 동안 한 선택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복잡하지 않다. 기업이 법률 문제에 부딪힌 뒤 변호사를 찾았다면 김앤장은 그보다 먼저 그 문제를 다룰 사람을 준비했다. 1973년 외국계 은행의 계약서에서 시작한 김앤장이 국내 최대 로펌으로 성장한 데에는 그 시간차가 있었다.
2026-09-08 08: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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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AI, 사우디서 '피지컬 AI' 승부…K-AI 중동 공략 본격화
[경제일보] NC AI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발판으로 피지컬 AI의 중동 시장 공략에 나선다. 단순히 AI 모델을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국산 AI 반도체부터 클라우드·인프라, AI 모델과 애플리케이션까지 연결한 한국형 ‘풀스택 AI’를 현지 산업에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NC AI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글로벌 기술 전시회 ‘LEAP 2026’에 참가해 한국 풀스택 AI 컨소시엄 공동관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주도로 마련된 공동관에는 메가존클라우드, 업스테이지, 퓨리오사AI, 유라클 등이 참여한다. NC AI는 이번 전시에서 산업특화 AI ‘배키(VAETKI)’를 중심으로 피지컬 AI 기술을 선보인다. 가상 공간을 구현하는 디지털트윈,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월드모델, 물리적 행동을 제어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물류센터와 도시 환경을 구현한 디지털트윈을 통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 AI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줄 계획이다. 특히 ‘바르코 3D(VARCO 3D)’와 ‘배키 트윈’을 활용한 시연도 진행한다. 물류센터 운영 상황과 도시 건축물을 3D 환경으로 구현하고, LEAP 전시장과 공동관까지 가상 공간으로 재현해 디지털트윈 구축 기술을 소개한다. NC AI는 텍스트와 이미지로 3D 자산을 생성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 디지털트윈 제작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번 행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사우디가 AI를 국가 산업전환의 핵심 분야로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정부와 국부펀드(PIF), 아람코 등을 중심으로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AI 모델 및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LEAP에도 구글클라우드·AWS·엔비디아·AMD 등 글로벌 빅테크와 중국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현지 AI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현지 실증에도 들어갔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지난 5월 퓨리오사AI·NC AI·업스테이지·유라클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람코 디지털을 대상으로 국산 AI 반도체 기반 서버형 AI 인프라 실증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NC AI는 이 사업에서 AI 기반 3D 렌더링과 디지털트윈 서비스를 맡는다. 따라서 이번 LEAP 참가가 단순 전시회 마케팅에 그치지 않고 기존 실증 사업을 실제 계약과 현지 레퍼런스로 확대하는 계기가 될지가 관건이다. 특히 사우디가 제조·에너지·도시개발·국방 등 산업 전반에서 AI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현실 세계의 설비와 공간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피지컬 AI는 국내 기업이 차별화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다만 중동 시장을 선점하려면 기술 시연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지 데이터와 산업 환경에 맞춰 모델을 재학습하고, 보안·데이터 주권을 충족하면서 실제 프로젝트의 투자비와 운영비까지 낮출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사우디 시장에서 글로벌 빅테크와 중국 기업까지 경쟁하는 만큼 한국 기업 간 기술 결합을 넘어 현지 기업과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는다. NC AI 이연수 대표는 “최고 수준의 한국형 풀스택 AI 역량을 글로벌 시장에 널리 알리고 현지 파트너들과 긴밀히 소통해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2026-08-31 0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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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만톤 에틸렌이 온다…한국 석유화학 재편의 'X 변수'
[경제일보] S-OIL의 9조원대 '샤힌 프로젝트(Shaheen Project)'가 막바지 공정에 들어갔다.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판매하던 정유사가 석유화학 원료까지 직접 생산하는 구조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한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샤힌 프로젝트는 S-OIL이 2022년 11월 이사회에서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린 석유화학 2단계 확장 사업이다. 총 투자비는 9조2580억원으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 최대 규모다. 완공 시 에틸렌 연산 180만톤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울산·온산 국가산업단지 기존 전체 에틸렌 생산량 176만톤을 웃도는 규모다. 4월 말 기준 EPC(설계·조달·시공) 공정률은 96.9%로, 6월 말 기계적 완공 이후 올해 말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의 핵심은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s)다. 모회사 사우디 아람코가 개발한 원천 기술로, 원유에서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를 직접 생산한다. 기존 설비 대비 원료 수율이 3~4배 높고, 에너지 강도 지수 기준 업계 상위 25%(1분위) 수준으로 설계됐다. 파일럿 플랜트 단계부터 수년간 검증을 거쳤으며, 샤힌 프로젝트가 세계 최초 상업 적용 사례가 된다. S-OIL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배경에는 정유업의 구조적 위기가 있다. 정제마진 변동성이 크고, 전기차 확산으로 장기적인 석유제품 수요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은 2023년 1조3546억원에서 2024년 4222억원, 2025년 2356억원으로 2년 만에 82% 줄었다. S-OIL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 흐름에 대응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석유화학 사업 확장을 추진해왔다"고 했다. 원가 경쟁력 앞세운 포트폴리오 전환 샤힌 완공 시 전체 매출에서 석유화학 비중은 현재 12%에서 25%로 2배 이상 확대된다. S-OIL은 "'정유사에서 화학사로의 전환'이 아닌 '정유에서 화학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원가 경쟁력의 핵심은 TC2C와 수직계열화 구조다. 기존 정유시설의 부생가스·중질유 등 저부가가치 원료를 공정에 투입하고, 아람코와의 원유 장기 공급계약을 기반으로 나프타 외부 구매 의존도를 줄인다. 연간 생산 에틸렌 180만톤 가운데 132만톤은 자체 폴리머 설비에서 폴리에틸렌(LLDPE 88만톤·HDPE 44만톤)으로 가공된다. 잔여 약 58만톤과 프로필렌·부타디엔·벤젠 등 기초유분은 울산·온산 산단 내 다운스트림 업체들에 배관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세계 첫 상업 적용에 따른 기술 리스크에 대해 S-OIL 관계자는 "FEED(기본설계)·EPC 단계를 통해 충분한 검증을 마쳤고, 수십 년간 축적한 플랜트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정적 가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단기 외부 환경도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올해 1분기 미·이란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아시아 NCC(납사분해설비) 업체들의 가동률이 최대 20~30%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S-OIL은 아람코 계열사 지위를 활용해 정유설비 가동률 90% 수준을 유지했고, 2026년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조2311억원으로 반등했다. 경쟁사들이 원료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샤힌 프로젝트의 초기 시장 진입 여건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는 평가다. 공급 과잉·재무 부담은 변수 가장 큰 변수는 업황이다. 중국발 에틸렌 공급 과잉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부 역시 설비 감축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산업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여수·대산·울산 산단에서는 기업 간 설비 통폐합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산 180만톤 신규 설비 진입은 부담 요인이다. 잔여 에틸렌 58만톤의 외부 공급을 두고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 등과의 공급 경쟁도 불가피하다. 재무 부담도 누적됐다.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38.7%에서 2025년 말 198.8%로 단계적으로 올랐고, 2026년 1분기 말에는 201.7%를 기록했다. 순차입금은 6조660억원, 총차입금은 7조5353억원에 달한다. 아람코가 대여금 6억달러·한도대출 5억3800만달러를 지원하고 있으며, 2023년 산업시설자금대출 1조원, 2025년 샤힌 관련 회사채 6800억원도 조달했다.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수익을 내야 재무 부담 완화가 가능하다. S-OIL 관계자는 "시황의 부침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수십 년을 내다본 투자인 만큼 TC2C 기반 원가 경쟁력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샤힌은 2010년대부터 검토해온 투자로, 글로벌 최신 설비와 비교해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화학산업협회 관계자는 "울산 지역은 기업별 이해관계가 달라 구조조정 논의가 더디다"며 "S-OIL 입장에서는 아직 가동도 하지 않은 신규 설비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026-05-26 17: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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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IL, 1분기 영업익 1.2조…정유부문 영업익 1조원 돌파
[경제일보] 중동 전쟁 여파로 인한 글로벌 원유 수급 차질과 원유 가격 급등이 S-OIL의 실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다만, 이익의 상당 부분이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효과에서 나온 만큼 향후 유가가 하락할 경우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S-OIL은 올해 1분기 매출 8조9427억원, 영업이익 1조231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직전 분기 8조7926억원보다 소폭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 3719억원에서 세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15억원 영업손실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순이익도 크게 개선됐다. S-OIL의 1분기 순이익은 7210억원으로, 직전 분기 2251억원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446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의 핵심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효과다. S-OIL의 1분기 재고효과는 643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월별로 보면 1월에는 90억원의 재고손실이 발생했지만, 2월 529억원의 이익으로 돌아섰고 3월에는 5995억원까지 확대됐다. 정유사는 원유를 사들인 뒤 일정 기간이 지나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원유가 이동중에 가격이 오르면 과거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산 원유가 더 높은 가격의 제품으로 팔리면서 이익이 커지고 이를 래깅효과라고 한다. 반대로 유가가 떨어지면 같은 구조가 손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업 부문별로는 정유부문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S-OIL의 1분기 정유부문 매출은 7조1013억원, 영업이익은 1조39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대부분이 정유부문에서 발생했다. 석유화학부문도 소폭 흑자로 돌아섰다. 1분기 석유화학부문 매출은 1조1044억원, 영업이익은 255억원을 기록했다. 아로마틱 제품은 중국 다운스트림 설비 가동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전분기보다 시황이 개선됐다. 다만 3월 이후에는 중동 전쟁에 따른 원료 가격 급등으로 수요가 둔화되며 스프레드가 하락했다. 반면 윤활기유부문은 원가 부담이 실적을 눌렀다. 1분기 윤활기유부문 매출은 7370억원, 영업이익은 1666억원을 기록했다. 수급은 타이트했지만 원재료 가격이 제품 가격보다 더 빠르게 오르면서 스프레드가 축소됐다. 이 영향으로 윤활부문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감소했다. 2분기 전망은 엇갈린다. 정유부문은 고유가로 인한 수요 둔화 우려에도 공급 차질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면서 견조한 시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1분기 실적을 끌어올렸던 재고효과와 래깅효과가 반대로 손실 요인이 될 수 있다. 석유화학부문은 원료 수급과 가격 변동성이 변수다. 아로마틱은 드라이빙 시즌 진입에 따른 원료 공급 제한과 역내 생산설비 정기보수 등이 시황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활부문은 중동 전쟁에 따른 공급 차질로 수급이 타이트해지면서 스프레드 회복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원유 수급 불확실성 속에서도 S-OIL은 공급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OIL은 모회사인 아람코와의 장기 원유 구매계약, 사우디아라비아 해운·물류기업 바흐리와의 장기 운송계약을 바탕으로 원유 도입을 이어가고 있다. 대규모 석유화학 투자 사업인 샤힌 프로젝트도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 S-OIL은 "샤힌 프로젝트의 EPC 진행률은 4월 말 기준 96.9%다. 회사는 올해 6월 말 기계적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스팀크래커 주요 설비와 TC2C 가열로 설치는 완료됐고, 고객사로 연결되는 지선 배관 공사도 상반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했다. S-OIL은 올해 말까지 시운전을 거쳐 상업가동 준비를 마칠 계획이다.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면 정유 중심의 수익 구조를 석유화학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와 원료 가격 변동성이 실적의 가장 큰 변수로 남아 있다.
2026-05-11 11:2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