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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보다 강한 것은 소통이다… 미·중, 갈등의 악순환 멈춰야
국제사회의 두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또다시 충돌하고 있다. 이번에는 관세도, 반도체도, 군사훈련도 아니다. 상대국 기자의 비자 취소와 체류 제한을 둘러싼 언론 갈등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불씨로 번지고 있다. 중국은 NYT가 대만을 국가로 표현한 점을 문제 삼았고 미국은 중국 기자 비자를 취소하며 맞대응하고 나섰다. 언뜻 보면 외교 현안 가운데 하나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통 창구마저 닫히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무역, 첨단기술, 공급망, 대만 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 수많은 현안을 놓고 경쟁과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 언론인 비자 문제까지 정치적 보복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양국 관계는 더욱 경직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기자는 정부를 대표하는 외교관이 아니라 사실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관찰자다. 언론인의 취재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상대국 정부를 압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은 자국 국민이 객관적인 정보를 접할 기회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국제사회는 오랫동안 소통을 통해 위기를 관리해 왔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도 핵전쟁 위험 속에서 직통전화를 설치하며 대화 채널만큼은 유지했다. 서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을 때조차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던 이유는 분명했다. 소통이 끊어지면 오해가 생기고, 오해는 충돌을 낳으며, 충돌은 결국 누구도 원하지 않는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양의 지혜 역시 같은 교훈을 전한다. 《도덕경》은 강함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려 하기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조화를 추구할 것을 강조한다. 상대를 억누르려는 힘의 논리는 일시적인 승리를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갈등과 반작용을 불러온다. 국가 간 관계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향해 문을 닫을수록 자신 역시 좁은 시야에 갇히게 된다. 오늘날 세계는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경제와 기술, 안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경제와 국제 질서, 그리고 수많은 국가의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중견국들은 미·중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외교적·경제적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제재나 맞대응이 아니라 냉정한 절제와 대화다. 언론 문제를 외교적 보복 수단으로 활용하는 악순환부터 끊어야 한다. 기자의 펜은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창이다. 그 창을 스스로 깨뜨리는 것은 결국 양국 모두에게 손해다. 미국은 자유와 개방이라는 자신들의 가치가 실제 정책에서도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국 역시 자신감을 가진 대국이라면 비판적 시각을 포용하는 성숙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진정한 강대국은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다른 목소리를 억누르기보다 관리하고 설득할 줄 안다. 미·중 관계는 앞으로도 경쟁과 협력을 반복할 것이다. 그러나 경쟁이 곧 적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언론과 소통의 영역까지 전쟁터로 만들어서는 더욱 안 된다. 지금 양국이 해야 할 일은 상대를 향해 닫힌 문을 여는 것이다. 갈등의 확대가 아니라 대화의 복원, 보복의 악순환이 아니라 상호 존중의 회복이야말로 세계가 기대하는 책임 있는 강대국의 모습이다. 펜을 꺾는다고 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통의 창구가 막힐수록 오해와 불신은 더욱 커진다. 미·중 양국이 한 걸음씩 물러서서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양국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가장 현명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2026-06-03 13: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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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는 정책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일거리에서 자란다
이재명 대통령은 줄곧 일자리를 국정의 핵심 과제로 강조해 왔다. 고용은 민생이고 민생은 경제의 심장이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다. 일자리는 정책 구호로 생기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일자리는 목표가 아니라 결과다. 그 결과를 만들어 내는 출발점은 언제나 일거리다. 냉정하게 보자. 법조인, 언론인, 정치인, 공무원은 일자리를 직접 만들어 내는 집단이 아니다. 이들은 규칙을 만들고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는다. 중요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새로운 수요를 발견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시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따로 있다. 바로 창업가와 기업인이다. 일자리는 사업에서 나온다. 사업은 일거리의 축적이다. 누군가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시장이 반응할 때 일거리는 확장되고 고용은 뒤따른다. 이 단순한 경제의 원리가 정치의 언어 속에서 자주 왜곡된다. 미국과 독일은 이미 잘 알려진 사례다. 정부가 직접 고용을 늘리기보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 왔다. 그러나 지금 한국이 주목해야 할 사례는 여기에만 있지 않다. 아시아의 변화는 훨씬 더 직접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중국은 지난 30여 년간 세계 최대의 일자리 창출 실험장을 운영해 왔다. 중국 정부는 모든 기업을 자유롭게 방치하지도 모든 고용을 직접 책임지지도 않았다. 대신 명확한 전략 산업을 설정하고 해당 분야에서 민간 기업이 규모를 키울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 수많은 중소기업과 민영기업이 제조업과 플랫폼, 유통과 서비스 영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농촌 인구는 도시로 이동하며 대규모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완벽한 모델은 아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중국의 고용 증가는 ‘공공 일자리 확대’가 아니라 민간의 일거리 폭증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더 인상적이다. 베트남 정부는 일자리를 외치기보다 “기업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먼저 물었다. 외국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행정 절차를 단순화하고 산업단지를 조성하며 노동력을 체계적으로 교육했다. 그 결과 글로벌 제조 기업과 국내 기업이 함께 성장했고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보다 공장과 기업 현장으로 향했다. 베트남의 일자리는 정부 청사에서 생기지 않았다. 공장과 물류 창고, 연구소와 서비스 현장에서 자라났다. 이 두 나라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국가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지’ 않았다. 대신 일거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판을 깔았다. 규칙은 강했지만 방향은 분명했고 기업은 그 틀 안에서 속도를 냈다. 기업을 잠재적 범법자로만 보지 않았고 실패를 전면적으로 낙인찍지도 않았다. 한국은 어떠한가. 우리는 여전히 일자리를 숫자로 관리하려는 유혹에 빠져 있다. 단기 고용 지표에 집착하고 공공 부문이 민간의 빈자리를 대신 채우려 한다. 그러나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는 세금이 마르면 사라진다. 반면 기업이 만든 일자리는 시장 경쟁 속에서 스스로 생존하며 확장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몇 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일거리가 생겨나고 있는가”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창업가와 기업인이 지금 이 나라에서 마음 놓고 뛰고 있는가.” 정도 언론의 시선으로 분명히 말한다. 공정과 정의는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다. 그러나 그 가치가 도전을 억누르는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규제는 필요하지만 예측 가능해야 하고, 정책은 일관돼야 한다. 기업이 5년, 10년을 내다보고 투자할 수 없는 나라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생기지 않는다. 일자리는 대통령의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거리를 만드는 사람들, 즉 창업가와 기업인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중국과 베트남 그리고 미국과 독일이 보여 준 교훈은 하나다. 국가는 앞에서 끌어주기보다 뒤에서 밀어 주고 옆에서 지켜보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이것이 이재명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그리고 이것이 경제를 말하는 언론이 외면해서는 안 될 기본이자 상식이다.
2025-12-31 15:5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