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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에 웃고 울었다…'기술 집중 DNA'의 명암
[경제일보]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에서 성장과 위기를 함께 경험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를 건조한 기술력은 회사를 차별화했지만, 공사 지연과 원가 증가는 실적을 짓눌렀다. 고난도 제품에 집중한 전략은 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사업 관리의 한계도 드러냈다.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 신조 FLNG 11기 가운데 7기를 수주했다. 회사가 집계한 누적 계약금액은 155억 달러다. 과거 손실을 겪고도 해양사업을 이어온 회사는 건조 경험을 후속 프로젝트에 적용하고 있다. 기술력을 지속적인 이익으로 바꾸려면 설계·원가·공정 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고난도 기술의 명암 삼성중공업은 1974년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맞춰 출범했지만, 1차 오일쇼크에 따른 경기 침체로 조선소 건설을 미루고 산업기계에 집중했다. 이후 1977년 우진조선을 인수해 삼성조선을 설립하며 조선업에 진입했다. 거제조선소의 첫 도크는 1979년 12월 완공됐다. 이듬해에는 호주 선주가 발주한 2100톤급 석유시추보급선 두 척을 처음 진수했다. 이후 어떤 제품을 주력으로 삼느냐가 회사의 경쟁력을 결정했다. 오늘날 LNG운반선과 FLNG 중심의 사업 구조도 제품 선택과 기술 축적의 결과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글로벌 조선 시황에 따라 부가가치가 높은 고수익 선박을 위주로 영업 전략을 확립했다”고 했다. LNG운반선은 이 전략의 대표 선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26년 한국 조선업 검토 보고서에서 삼성중공업의 강점을 해양플랫폼과 고사양 LNG운반선으로 설명했다. 높은 단가와 복잡한 엔지니어링에 집중한 사업 모델이라는 평가다. 상징적인 프로젝트가 프렐류드 FLNG다. 삼성중공업은 프랑스 테크닙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2011년 쉘로부터 수주했다. 길이 488m, 폭 74m의 설비는 2017년 6월 거제조선소를 떠났다. 천연가스를 해상에서 액화·저장해 출하하는 시설을 거대한 부유식 구조물에 담아냈다. 그러나 기술적 성취가 안정적인 이익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 잠정 실적 발표에서 연간 영업손실 1조5019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수주잔고의 원가를 재점검하고 예상 공사비 증가분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해양설비 건설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도 손실의 배경이었다. 대형 프로젝트는 설계와 자재 조달, 제작 일정이 맞물린다. 설계 변경은 자재 투입과 제작 순서를 바꾸고, 공정 지연은 인력과 설비 사용 기간을 늘린다. 추가 비용을 계약에 따라 회수할 수 있는지도 이익을 좌우한다. 높은 계약금액만큼 수행 과정의 위험 관리가 중요하다. 삼성중공업은 2015~2022년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한 뒤 2023년 흑자로 돌아섰다. 당시 발표한 영업이익은 2333억원이었다. 한겨레는 선박 가격이 회복된 시기에 수주한 물량이 실적에 기여했다고 보도했다. 회복에는 기술 축적과 함께 시장 여건과 수주 시점도 작용했다. 경험을 수익으로 과거 경험을 후속 사업에 활용하는 방식이 ‘레슨런드(Lessons Learned) 시스템’이다. 이전 공사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분석해 설계와 공정을 최적화하는 체계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FLNG 계약에서도 이를 적용해 표준화 수준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FLNG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차기 프로젝트에 발생이 가능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레슨런드 시스템’을 운영해 효율적으로 공정을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회사는 대형 FLNG의 설계부터 시운전까지 통합 수행하는 EPC(설계·조달·시공) 역량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개별 프로젝트의 경험을 반복해서 활용하는 데 있다. 앞선 공사에서 확인한 문제를 다음 설계와 제작 일정에 반영하면 같은 위험에 다시 노출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다만 표준화 효과를 확인할 공개 수치는 부족하다. 회사는 공정 효율과 원가 개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건조기간과 비용 감소분은 계약·영업 기밀을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실제 성과는 설계 변경과 공정 지연, 예상 원가와 실제 원가의 차이가 얼마나 줄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조2307억원, 영업이익은 3250억원이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약 20%, 59%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10.1%를 기록했다. 회사는 조업일수 증가와 글로벌 오퍼레이션 생산 본격화 등을 주요 요인으로 제시했다. 다만 상선과 FLNG의 기여도는 구분해 밝히지 않아 표준화와 실적 개선의 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생산 기반 강화에는 디지털·인공지능(AI)·로보틱스 전환을 묶은 ‘3X’를 활용하고 있다. 회사는 각 프로젝트를 단계적으로 순차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수행 단계에 맞춰 설계·제작·시운전 역량을 배치하는 일도 수익성을 지키는 과제다. 외부 위험도 남아 있다. 로이터는 지난해 6월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와의 쇄빙선 관련 계약 두 건이 해지됐다고 보도했다. 계약 규모는 총 4조8500억원으로, 같은 금액의 손실을 뜻하지는 않는다. 회사는 싱가포르 국제중재가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상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중공업의 기술 집중 전략은 차별화된 제품과 긴 적자의 역사를 함께 남겼다. 앞으로의 성장은 수주 규모와 수행 능력에 달려 있다. 축적한 경험을 설계와 공정에 반영해 계약 당시 예상한 원가와 납기를 지켜내는 것이 지속적인 이익 창출의 관건이다.
2026-10-07 17: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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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함정으로 맞붙은 HD현대·한화…'해양 패권' 꿈꾼다
[경제일보] 1970년대 울산 미포만의 휑한 모래사장, 그리고 거제 옥포만의 거친 파도. 이를 기억하는 4060세대에게 조선소는 곧 치열한 땀방울과 눈부신 용접 불꽃의 상징이었다. 안전모를 쓴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거대한 쇳덩어리를 자르고 이어 붙여 초대형 상선을 띄워 올리던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의 현장. 오일쇼크와 외환위기 속에서도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쳤던 아날로그 시대의 낭만은 이제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했다. 현재 대한민국 조선소의 풍경은 그 자체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단순히 배의 덩치를 키우는 경쟁을 넘어 스텔스 기능과 인공지능(AI), 무인 자율운항 기술이 탑재된 첨단 함정을 건조하는 'K-해양 방산'의 심장부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거대한 디지털 전환기에서 HD현대와 한화오션은 글로벌 바다의 패권을 두고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 '반세기 조선 제왕' HD현대…수출 영토 확장·디지털 트윈 결합 HD현대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해군력 발전의 산증인이자 글로벌 1위 조선사의 자존심이다. 1975년 한국 최초의 전투함인 울산함을 독자 설계한 것을 시작으로 해군의 첫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까지 굵직한 해양 안보의 이정표를 세워왔다. 최근 HD현대가 내세우는 가장 큰 무기는 반세기 동안 축적된 '압도적인 함정 건조 기본기'에 더해진 'AI·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이다. 과거 철판의 두께와 함포의 사거리로 방어력을 자랑하던 함정은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바다 위의 거대한 컴퓨터'로 진화했다. HD현대의 비전 발표 등에 따르면, HD현대는 가상 공간에 똑같은 함정을 구현해 성능을 테스트하고 유지·보수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방산에 적극 도입 중이다. 또한 내수 중심이던 방산의 체질을 수출형으로 완벽히 바꾸고 있다. 필리핀 초계함·호위함 수주 싹쓸이를 비롯해 최근 페루 등 중남미 국가들과의 대규모 함정 현지 건조 공동생산 계약을 따내며 단순한 선박 수출을 넘어 'K-방산 플랫폼' 자체를 수출하는 모델로 진화했다. 가장 완벽한 선체 위에 최첨단 두뇌를 얹어 글로벌 해양 방산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는 것이 HD현대의 전략이다. ◆ '육해공 통합 방산 거인' 한화…미래 해양 무인체계 개발 막대한 자금 투입 한화오션의 기세는 재계를 뒤흔들 만큼 매섭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단숨에 해양 방산의 강자로 떠오른 한화오션은 기존 잠수함 건조 명가(名家)라는 타이틀에 '육해공 무기체계 수직계열화'라는 강력한 엔진을 달았다. 한화오션의 대우조선 인수는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글로벌 종합 방산 기업'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었다. 한화의 전략은 극대화된 그룹 내 시너지다. 배를 만드는 한화오션, 두뇌 역할을 하는 레이더와 전투지휘체계를 담당하는 한화시스템에 더해 함정의 '심장(엔진)'과 '주먹(무장 체계)'을 공급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이를 바탕으로 한화오션은 최근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를 전격 인수하며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 본토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아울러 무인 잠수정(UUV)과 무인 수상정(USV) 등 미래 해양 무인체계 개발에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수상함 시장은 물론 글로벌 방산 탑티어(Top-tier)를 향한 야심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 '7.8조원' KDDX 수주전·글로벌 잠수함 레이스 국내 해양 산업의 두 '거인'의 충돌은 현재 진행형이자 최고조에 달해 있다. 당장 눈앞에 닥친 최대 격전지는 약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다.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KDDX 6척의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누가 맡느냐는 단순한 매출 경쟁이 아니다. 100% 국산화 기술로 만들어지는 K-함정의 차세대 표준을 누가 선점하느냐의 문제인 만큼 두 그룹은 사활을 건 신경전과 법적공방까지 불사하며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다. 또한 이들의 경쟁 무대는 좁은 국내 바다를 넘어 대양으로 확장되고 있다. 수십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캐나다의 차세대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 호주와 폴란드의 대규모 해군력 증강 사업 등에서 HD현대와 한화는 각각의 기술력과 외교력을 총동원해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두 기업은 글로벌 거대 방산 기업들에 맞서 협력해야 하는 'K-방산 원팀'이기도 하지만, 최종 서류에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맞수'다. 과거 오일쇼크의 파고를 맨몸으로 부딪쳐 극복하며 대한민국 경제의 든든한 방파제가 돼 줬던 조선업. 쇳물과 땀방울이 뒤섞여 있던 그 시절의 거친 조선소는 이제 AI, 스텔스, 무인화 기술이 융합된 가장 스마트한 국가 안보의 최전선으로 진화했다. 과거의 향수와 미래의 기술이 팽팽하게 교차하는 바다 위에서, HD현대와 한화가 뱃고동을 울리며 써 내려갈 'K-해양 제국'의 역사는 이제 막 새로운 장(章)을 열고 있다. 다만, 두 기업의 화려한 부활 이면에는 대한민국 조선업이 반드시 풀어야 할 냉혹한 과제들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숙련공의 고령화와 구조적 인력난은 K-조선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라며 "이미 생산 능력과 기자재 생태계 전반에서 매섭게 추격해 온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수주 경쟁을 넘어선 차별화된 전략이 시급하다"고 했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이 펼치는 AI 함정 경쟁은 단순히 기술적 과시가 아닌,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적 제약을 극복하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생존의 필수 조건인 셈이다. 쇳물과 땀방울로 일궈낸 과거의 영광을 넘어 AI와 자동화 공정이라는 새로운 동력으로 글로벌 패권을 수성해야 하는 엄중한 시험대 위에 서 있다.
2026-05-04 15: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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