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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사장님'…자영업 과잉의 한국경제
[경제일보] 한국 경제의 특징 중 하나는 자영업자가 많다는 점이다. 골목마다 음식점과 카페, 편의점, 미용실, 학원, 배달·운송 사업자가 몰려 있다. 외형상으로는 창업 열기가 강한 사회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 조기 퇴직, 재취업 시장의 한계, 사회안전망의 빈틈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의 2025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비임금근로자는 655만4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2.6%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43만5000명,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24만1000명이었다. 비임금근로자는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를 함께 포함하는 개념이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자영업 비중은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편으로 분류된다. 다만 국가별 통계는 단순 비교에 주의가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영업률은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지만, 국가마다 법인화된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 처리 방식이 다를 수 있다. 세계은행의 국제노동기구(ILO) 모델 추정치도 고용주, 자기계정근로자, 생산자협동조합원, 무급가족종사자 등을 자영업 범주에 포함한다. 그럼에도 큰 흐름은 분명하다. 한국은 자영업자만 따로 봐도 20% 안팎, 무급가족종사자를 포함한 비임금근로자 기준으로는 20%대 초반 수준이다. 반면 미국은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한 자릿수 중후반에서 10% 안팎으로 집계되고, 독일과 일본도 대체로 10% 안팎으로 한국보다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한국의 높은 자영업 비중은 단순한 개인 선택의 결과라기보다 노동시장 구조가 만들어낸 현상에 가깝다. 경제가 고도화될수록 영세 자영업 비중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전문 서비스 기업이 구매력과 물류, 마케팅, 디지털 시스템을 앞세워 개인 점포를 대체하거나 흡수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더 낮은 가격과 표준화된 서비스를 선택하고 근로자는 사업 위험을 직접 부담하는 자영업보다 안정적인 임금근로를 선호하게 된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 자영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임금근로자가 의료보험, 연금, 유급휴가, 실업보험 등 각종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실직하더라도 실업급여와 재취업 지원을 통해 일정 기간 버틸 수 있다. 약국, 슈퍼마켓, 식당, 자동차 정비, 요양 서비스 등 생활 서비스의 상당 부분도 대형 체인과 기업 중심으로 운영된다. 개인이 점포를 열어 생계를 해결해야 할 압력이 한국보다 낮은 셈이다. 창업과 유지 비용도 차이가 있다. 미국과 유럽은 건축·소방·위생 규정, 장애인 편의시설 기준, 노동법 준수 부담이 크다.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무리한 생계형 창업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다만 유럽도 국가별 차이는 크다.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는 가족 사업과 관광·소매 서비스 비중이 커 북유럽이나 독일보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국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압축 산업화 과정에서 농촌 인구가 도시로 빠르게 이동했지만 기업 일자리가 이를 모두 흡수하지 못했다. 제조업과 대기업은 성장했지만 직접 고용의 폭은 제한적이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복지 격차도 커졌다. 안정적인 일자리에 진입하지 못한 인력은 소규모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개인서비스업으로 흘러갔다. 조기 퇴직과 늦은 실질 은퇴도 한국 자영업 구조를 키운 요인이다. 50대 전후로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지만 경력을 살릴 재취업 시장은 충분하지 않다.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 소득 공백이 발생하고 퇴직금은 생계형 창업의 초기 자금으로 쓰인다. 음식점, 카페, 편의점, 프랜차이즈, 배달·운송업 등은 비교적 진입이 쉽지만, 같은 업종에 창업자가 몰리면서 과당경쟁이 반복된다. 자영업은 한국 경제에서 일종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 기업과 노동시장이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 인력을 받아들이고, 퇴직 이후 소득 공백을 메우는 제2의 노동시장 기능을 해온 것이다. 문제는 이 완충지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 증가보다 점포 수가 빠르게 늘면 매출은 나뉘고, 임대료와 인건비, 원재료비, 플랫폼 수수료 부담은 커진다. 결국 상당수 자영업자는 ‘사장’이라는 이름과 달리 장시간 노동과 낮은 수익성에 노출된다. 동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한국의 구조는 독특하다. 일본은 장기고용 문화와 정년 후 재고용 제도, 대형 유통망 발달로 한국보다 자영업 비중이 낮은 편이다. 중국은 농업 인구와 비공식 경제, 플랫폼 노동 비중이 커 자영업률이 높게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OECD 회원국 중심의 선진국 비교와는 별도로 봐야 한다. 대만은 중소기업과 소규모 제조업 생태계가 발달해 자영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으로 평가되지만, 공식 통계 기준을 따로 확인해 비교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자영업 문제를 창업 지원만으로 풀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창업 교육과 금융 지원이 필요하더라도 이미 포화된 업종에 더 많은 창업자를 밀어 넣는 방식은 한계가 크다는 것이다. 핵심은 양질의 임금 일자리 확대, 중장년 재취업 시장 개선, 직업훈련 강화, 실업·연금 안전망 보완으로 꼽힌다. 한 노동시장 전문가는 “한국의 높은 자영업 비중은 창업 정신이 강해서라기보다 노동시장이 충분한 선택지를 제공하지 못한 결과에 가깝다”며 “자영업자는 경제 활력의 한 축이지만, 동시에 임금 노동시장이 흡수하지 못한 인력이 스스로 위험을 떠안는 구조의 반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영업 대책은 소상공인 지원 정책인 동시에 고용·복지·은퇴 정책이어야 한다”며 “창업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와 재취업 기회, 실업·연금 안전망을 넓히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2026-08-0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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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사람과 마음 그리고 길(道)
[경제일보] 세계가 요동치는 시대일수록 경영의 본질은 더욱 또렷해진다. 전쟁과 분쟁, 기술의 급변과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수많은 기업이 방향을 잃고 흔들린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혼돈의 시기야말로 ‘무엇이 본질인가’를 묻는 질문이 가장 선명하게 떠오른다. 경영은 과연 숫자와 전략의 문제인가, 아니면 인간과 마음의 문제인가. 이 물음에 대해 한 기업가의 삶은 분명한 답을 던진다. 하워드 슐츠가 쓴 'Pour Your Heart Into It'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그것은 ‘경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철학적 선언이다. 그는 커피를 판 것이 아니라 사람의 경험을 설계했고, 이윤을 쫓은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기업을 만들고자 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말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며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는다. 슐츠의 경영 또한 그러했다. 그는 권력이나 통제를 앞세우지 않았다. 대신 직원과 고객이라는 ‘낮은 곳’을 향해 흘렀다. 그 결과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 회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제3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경영의 첫 번째 원리는 여기서 시작된다. 기업은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관계를 만드는 곳이다. 커피 한 잔의 가격은 숫자이지만, 그 공간에서 나누는 대화와 온기는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이것이 바로 경영의 보이지 않는 자산이며, 어떤 기술이나 자본보다 오래 지속되는 힘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덕으로 이끌면 사람이 스스로 따른다”고 했다. 슐츠가 보여준 직원 중심 경영은 이 구절을 현대적으로 증명한다. 슐츠는 파트타임 직원에게까지 의료보험을 제공하고, 스톡옵션을 나누어 ‘종업원’이 아니라 ‘파트너’로 대했다. 이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신뢰의 선언이었다. 그 신뢰는 다시 고객에게 전달되어 브랜드의 힘으로 축적되었다. 불가에서는 금강경을 통해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라 가르친다. 머무름 없이 마음을 내라는 뜻이다. 경영에 이를 적용하면 집착을 내려놓되 본질을 지키라는 의미로 읽힌다. 슐츠는 성장의 유혹 속에서도 품질을 타협하지 않았다. 더 빠른 확장을 위해 본질을 희생하는 길을 거부했다. 이는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집착하지 않되 중심을 잃지 않는’ 태도였다. 또한 성경은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된다”고 말한다. 스타벅스의 일관된 품질 관리와 고객 경험은 바로 이 원리를 따른다. 커피 한 잔의 온도, 매장의 향기, 바리스타의 미소와 같은 사소해 보이는 요소들이 쌓여 결국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든다. 위대한 기업은 거대한 전략이 아니라 작은 원칙의 반복에서 완성된다. 슐츠의 여정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217번의 거절이다. 수많은 투자자가 그의 비전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집념이 아니라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이었다. 주역은 말한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막히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간다. 실패와 거절은 끝이 아니라 변화를 위한 과정이며, 그 과정을 통과한 자만이 지속 가능한 길에 이른다. 더 깊이 들어가면 그의 경영 철학은 개인의 상처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산업재해로 보호받지 못한 채 일자리를 잃는 모습을 본 경험은 그에게 하나의 맹세를 남겼다. “노동의 존엄이 지켜지는 기업을 만들겠다.” 이는 단순한 경영 전략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책임의식이었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는 조직이기 이전에,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공동체라는 사실을 그는 몸으로 깨달았다. 이 점에서 우리는 한민족 고유의 경전인 천부경의 사유를 떠올릴 수 있다.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하나는 시작이면서 시작이 없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시작은 자본이나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며, 그 마음은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결정한다. 결국 기업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외형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신의 깊이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 속도와 확장을 강조한다. 그러나 속도는 방향을 대신할 수 없다. 방향 없는 속도는 결국 스스로를 소모시킬 뿐이다. 슐츠가 보여준 길은 분명하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경험을 설계하며, 원칙을 지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불확실성의 시대를 건너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경영은 기술이 아니라 도(道)다. 그리고 그 도는 언제나 인간에서 출발해 인간으로 돌아온다. 위대한 기업은 머리로 계산되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가슴으로, 그리고 신념으로 만들어진다. 이 첫 번째 이야기는 기업이 무엇으로 버티고 서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겉으로는 상품을 내놓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선택받는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이다. 어느 지점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기업의 길은 달라진다.
2026-04-08 10:2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