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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차기 대표 인선 임박…'유한맨' 전통 깨고 외부 전문가 품나
[경제일보] 창립 100주년을 맞은 유한양행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앞두고 있다. 조욱제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되는 가운데 김열홍 연구개발(R&D) 총괄사장, 이병만 경영관리본부장 부사장, 유재천 약품사업본부장 부사장 등이 차기 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오랜 기간 내부 출신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이어온 유한양행의 승계 기조가 유지될지, 외부에서 영입한 R&D 전문가에게 경영을 맡길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조욱제 대표 후임 인선을 위한 내부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조 대표의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유한양행은 대표이사에게 3년 임기를 부여하고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도록 해 조 대표는 지난 2021년 대표 취임 이후 한 차례 연임했다. 차기 대표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대표이사에 오르는 절차를 밟게 된다. 유한양행의 차기 대표 인선이 주목받는 이유는 후보군에 외부 출신 R&D 전문가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김열홍 사장은 고려대 의대 교수 출신으로 지난 2023년 유한양행에 합류했다. 현재 R&D를 총괄하며 신약 연구개발을 이끌고 있다. 반면 이병만 부사장과 유재천 부사장은 오랜 기간 유한양행에서 근무한 내부 인사다. 이 부사장은 지난 1986년 입사해 영업과 홍보, 약품사업, 경영관리 등 주요 보직을 거쳤고, 유 부사장은 지난 1994년 입사해 종합병원사업부장과 마케팅부문장 등을 맡았다. 앞서 유한양행은 수십 년간 유지해온 전문경영인 승계 방식을 유지해 왔다. 유한양행은 창업주 유일한 박사가 지난 1969년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이후 내부에서 성장한 인사를 대표로 선임해온 바 있다. 유한양행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도 차기 대표 후보군을 선임 2~4년 전부터 관리·육성하고, 정기 주주총회 약 6개월 전 최종 후보 1명을 확정하는 승계 절차가 담겨 있다. 통상적인 승계 일정과 비교하면 이번 인선은 다소 늦어진 상황이다. 기존 대표 선출에는 차기 대표 후보를 총괄부사장 등으로 미리 선임해 경영 전반을 맡기는 방식이 활용됐다. 이정희 이사회 의장은 지난 2014년 총괄부사장에 선임된 뒤 이듬해 대표이사에 올랐고, 조 대표 역시 지난 2020년 총괄부사장을 거친 뒤 대표에 취임했다. 다만 올해는 9월이 지나가는 시점에도 차기 대표가 공식 확정되지 않았다. 차기 대표가 맡게 될 경영 규모도 만만치 않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은 2조1056억원으로 전년 2조84억원에서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102억원으로 전년 701억원보다 약 57% 늘었다. 연구개발비로만 1973억원을 집행했다. 매출 2조원 시대에 들어선 만큼 차기 대표는 단순히 기존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넘어 연구개발 투자와 수익성, 글로벌 사업 확대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으로 평가된다. 특히 차기 리더십의 핵심 과제로는 '포스트 렉라자' 확보가 꼽힌다. 유한양행은 조욱제 대표 체제에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글로벌 상업화 성과를 본격화했다. 렉라자는 얀센에 기술이전된 뒤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가 확대되면서 유한양행의 신약개발 역량을 선보이고 있다. 문제는 하나의 글로벌 신약 성과에 의존하지 않는 연구개발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차기 대표는 후속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임상 단계별 투자를 결정하는 동시에 기술이전과 자체 상업화 등 사업화 전략까지 판단해야 한다. 특히 유한양행이 지난해 약 200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한 만큼 투자 규모를 유지하면서도 이를 후속 매출과 글로벌 성과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수익성 관리도 차기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크게 늘었지만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5%대 수준이다. 신약 연구개발과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투자 확대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차기 대표가 연구개발 투자와 기존 의약품 사업의 수익성을 어떻게 배분할지가 중요한 경영 판단이 될 전망이다.
2026-09-24 14: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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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기업의 꿈에서 글로벌 신약 무대로…유한양행 성장과 도전의 역사
[경제일보] 대한민국 제약 산업을 말할 때 유한양행은 늘 첫머리에 놓인다. 단순히 오래된 회사여서가 아니다. 기업이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제약사가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이익과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함께 추구할 수 있는지를 오랜 시간 보여준 기업이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의 역사는 한국 제약 산업의 성장사이자 기업 윤리의 한 장면으로 읽힌다. 출발점에는 창업주 유일한 박사가 있다. 그는 일제강점기와 격변의 시대를 거치며 기업의 역할을 남다르게 바라봤다. 산업을 일으켜 나라를 키우고, 번 이익은 사회와 다시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유한양행은 이런 철학 위에서 세워졌다. 단순히 약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국민 건강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을 지향했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결이 달랐다. 초기의 유한양행은 국내 의약품 생산 기반이 취약하던 시절 국민에게 필요한 약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힘을 쏟았다. 수입 의존도가 높고 생산 기술이 부족하던 환경에서 품질 기준을 세우고 제조 역량을 키우는 일은 산업적 의미가 컸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의료 체계가 확대되면서 제약 산업이 본격 성장하자 유한양행도 생산 기업을 넘어 연구개발 기업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한양행을 상징하는 가장 큰 자산은 창업주의 철학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일한 박사는 보유 지분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했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뿌리내렸다. 국내 대기업 다수가 오너 중심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것과 다른 길이었다.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공기라는 인식은 유한양행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국내 시장에서 유한양행은 오랜 기간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다져 왔다.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생활건강 제품까지 고른 포트폴리오를 갖췄고 전국 단위 영업망과 브랜드 신뢰도도 확보했다. 특정 품목 하나에 기대기보다 여러 사업 축을 통해 안정성을 높여 온 전략이 돋보인다. 대중에게 친숙한 브랜드도 적지 않다. 가정상비약과 건강 관련 제품, 생활밀착형 브랜드를 통해 유한양행은 병원 밖 소비자와도 꾸준히 접점을 넓혀 왔다. 제약사가 처방 시장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국민 생활 가까이에서 신뢰를 쌓아 온 사례다. 최근 유한양행의 변화를 이끄는 중심축은 연구개발이다. 과거 국내 제약사의 경쟁력이 생산 능력과 영업력에 있었다면 이제 기업 가치를 좌우하는 기준은 신약 파이프라인과 기술력으로 옮겨갔다. 유한양행도 이 흐름에 맞춰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혁신 신약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 사례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다. 국산 항암 신약 가운데 상징성이 큰 성과로 평가받는다. 렉라자는 기술수출과 글로벌 임상,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을 통해 국내 제약 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례로 꼽힌다.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유한양행은 자체 연구만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외부 바이오벤처와 대학, 연구기관과 협력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연구 분야가 세분화될수록 모든 역량을 내부에서 해결하기는 어렵다. 필요한 기술은 함께 개발하고 유망 후보물질은 과감히 도입하는 방식이 글로벌 제약업계의 흐름이기도 하다. 해외 시장 확대 역시 중요한 과제다. 국내 제약 시장은 인구 구조 변화와 건강보험 재정 통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면 글로벌 시장은 규모가 크고 성공 신약의 파급력도 훨씬 크다. 유한양행이 기술수출과 해외 파트너십 확대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한양행의 경쟁력은 여러 층위에서 나온다. 오랜 업력에서 비롯된 신뢰도, 전문경영인 체제의 안정성, 탄탄한 기존 사업 기반, 연구개발 투자 여력,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는 쉽게 따라 만들기 어렵다. 창업주의 정신이 기업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경영 체계에 녹아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과제도 있다. 신약 개발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성공 확률은 높지 않다. 글로벌 빅파마와 경쟁해야 하는 시장에서는 자본력과 임상 경험의 격차도 존재한다. 국내 시장 성장세 둔화, 우수 연구 인력 확보 경쟁, 규제 환경 변화 역시 꾸준히 관리해야 할 변수다. 유한양행은 전통 제약사의 안정성과 연구개발 기업의 성장성을 함께 갖추려는 길을 걷고 있다. 기존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이를 혁신 신약과 미래 파이프라인에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국내 시장 중심 회사에서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유일한 박사의 시대가 의약품 보급과 기업 윤리의 기초를 세운 시기였다면 지금 유한양행의 과제는 한국 제약 기술의 경쟁력을 세계 시장에서 증명하는 일이다. 민족기업의 꿈에서 출발한 이 회사가 글로벌 신약 무대에서 어떤 다음 장면을 만들어낼지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2026-04-22 16: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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