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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투자 압박에 끌려갈 것인가, 국민 돈 지킬 협상력은 있는가
[경제일보] 한미 통상협상이 결국 ‘대미 투자 청구서’로 돌아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국의 대미 전략투자 계획을 직접 공개하며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텍사스 가스발전소, 미국 내 원전 건설 등을 거론했다. 이 가운데 알래스카 LNG에는 50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미국 측이 설명했다. 지난해 한미 통상 합의에서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고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기로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관세를 낮추기 위해 투자하기로 했다는 것과 특정 사업에 국민 돈을 쏟아붓기로 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적 통상정책은 이미 동맹과 경제를 하나의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 미국이 자국 산업과 일자리, 에너지 안보를 위해 한국의 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국익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첫 번째 책무는 미국의 국익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과 미래를 지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정부의 협상력이다. 지난 수개월간 협상을 벌였지만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대규모 투자계획을 먼저 발표하고, 정작 한국 정부는 일부 사업을 ‘추후 검토’ 대상으로 설명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은 이미 성과를 발표하는데 한국은 뒤늦게 사업의 조건과 상업성을 따지는 모양새다. 이것이 과연 치밀한 협상 전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알래스카 LNG는 단순한 투자사업이 아니다. 약 1300㎞에 달하는 파이프라인과 액화시설 등을 건설해야 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총사업비가 445억~545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비용 초과와 사업 지연, 장기적인 LNG 가격 경쟁력 등에 대한 의문도 제기돼 왔다. 현재까지 확보된 장기 구매 의향 가운데 상당 부분이 구속력이 없는 데다 추가 물량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사업이라면 답은 간단하다. 경제성이 있으면 투자하고, 경제성이 없으면 하지 않는 것이다. 동맹이라는 이유로 경제성 검토의 잣대를 낮춰서는 안 된다. 더욱이 정부가 직접 돈을 넣거나 공기업이 투자하고 정책금융이 뒤를 받친다면 위험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 사업이 성공하면 수익을 누릴 수 있지만 실패하면 손실은 정부 재정과 공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납세자의 부담이 된다. 수십조 원 규모의 해외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지부터 국민에게 답해야 한다. 미국이 원하는 사업과 한국에 필요한 사업은 다를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이 에너지 생산과 수출 확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전략적 가치가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투자를 미국의 에너지 인프라와 에너지 지배력 확대의 성과로 강조했다. 그렇다면 한국이 그 사업에 참여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권리와 수익, 공급권, 가격 경쟁력, 위험 분담 구조를 확보해야 한다. 미국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동안 한국은 투자원금과 위험만 떠안는 구조라면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정부가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약속 이행’이라는 명분에 매몰되는 것이다. 이미 3500억 달러라는 거대한 투자 틀이 합의됐다고 해서 세부 사업까지 자동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정부도 알래스카 LNG와 원전 사업에 대해서는 상업적 타당성을 검토한 뒤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가 진짜 협상이다. 정부는 미국에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첫째, 사업별 투자수익률과 현금흐름을 공개하라. 둘째, 건설비 상승과 공기 지연, LNG 가격 하락 등 최악의 상황에 대한 위험분담 장치를 마련하라. 셋째, 한국 기업의 지분과 경영권, 장기 LNG 구매권 등 실질적인 반대급부를 확보하라. 넷째, 손실 발생 시 미국 측도 일정 부분 위험을 부담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돈은 한국이 내고 결정권과 이익은 미국이 갖는 거래라면 그것은 투자가 아니라 국부 이전이다. 대미 투자를 무조건 반대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미국 시장은 한국 기업에 중요한 전략적 시장이고, 원전·조선·반도체·AI·배터리 등 양국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얼마를 투자했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가고 누가 위험을 부담하느냐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 협상 성과를 포장하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투자 규모가 아니라 손실을 막을 안전장치다. 수십조 원의 국민 자산을 걸고 벌이는 협상이라면 국회와 국민에 대한 투명한 설명과 검증도 필수다. 한미동맹은 반드시 굳건해야 한다. 그러나 동맹은 굴종이 아니다. 관세 인하도 국익이고, 투자도 국익을 위해 하는 것이다. 미국의 압박이 거셀수록 한국 정부는 더 냉정하고 치밀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보여줘야 할 것은 미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예스’가 아니다. 국익에 맞으면 투자하고, 수익성이 없으면 멈추며, 위험이 과도하면 조건을 다시 협상하는 당당한 ‘노’의 능력이다. 협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상대의 압박이 아니다. 압박을 이겨낼 전략도 없이 서둘러 합의부터 하고 보는 무능한 협상이다. 국민의 세금과 미래 세대의 부담이 걸린 만큼 정부는 이제 숫자가 아니라 원칙으로 협상해야 한다. 알래스카 LNG가 그 시험대다.
2026-10-01 10: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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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쿠팡 주식 거래…美 정·관계 전방위 연결 주목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 운용사를 통해 쿠팡 주식을 거래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쿠팡을 둘러싼 미국 정치권과의 연결고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쿠팡이 미국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확대해온 가운데 통상·외교 핵심 인사들의 자문 이력까지 드러나면서 향후 한미 통상 현안에서도 쿠팡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측은 투자 결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5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윤리청(OGE)이 최근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신고 자료에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쿠팡 주식을 모두 18차례 매수·매도한 내역이 포함됐다. 거래는 대통령이 직접 운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외부 운용사가 관리하는 투자계좌를 통해 이뤄졌다. 공개된 신고서는 정확한 거래금액 대신 일정 금액 구간만 기재한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보유한 쿠팡 주식은 최대 13만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전체 자산 규모를 감안하면 비중은 크지 않지만, 최근 쿠팡이 한미 통상 현안의 중심에 선 상황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의 투자계좌 운용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실제 거래도 외부 운용사가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미국 행정부가 쿠팡 관련 사안을 직접 거론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쿠팡 주식이 포함된 점을 두고 이해충돌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각도 나온다. 특히 거래 시점이 쿠팡을 둘러싼 한미 갈등 국면과 일부 겹친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해 말 국내에서 쿠팡 관련 국회 논의가 이어졌고, 올해 들어서는 미국 정치권이 한국 정부의 쿠팡 규제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는 쿠팡 문제를 포함한 한국의 미국 기업 규제와 관련한 조사와 보고서를 잇달아 내놨다. 쿠팡과 미국 행정부 핵심 인사들의 과거 업무 관계도 확인됐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로펌 킹앤드스폴딩 파트너로 재직하던 2024년 쿠팡으로부터 강연·자문 사례금 1만달러를 받은 사실을 재산신고서에 기재했다. USTR은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받는 차별이나 비관세장벽 문제를 다루는 핵심 통상 부처다. 엘리슨 후커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도 취임 전 컨설팅 회사 재직 당시 쿠팡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은 것으로 신고했다. 후커 차관은 SK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에도 같은 형태의 자문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이력만으로 현재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통상과 외교를 담당하는 핵심 인사들이 과거 쿠팡과 업무 관계를 맺었던 사실이 공개되면서 국내에서는 미국 정부의 쿠팡 관련 대응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배경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미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 1일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공개하며 쿠팡 사례를 비중 있게 다뤘다. 이어 백악관도 한국 정부가 쿠팡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통상 현안으로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한국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와 소비자 보호 등 국내 법령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측이 기업의 입장을 중심으로 사안을 해석하고 있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통상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규제 취지와 법 집행 배경을 미국 측에 지속적으로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대미 네트워크가 단기간에 구축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도 주목한다. 쿠팡은 미국 연방 로비공개법에 따라 올해 1분기 약 109만달러(약 17억원)를 로비 자금으로 지출했다고 신고했다. 로비 대상에는 의회뿐 아니라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 무역대표부(USTR), 농무부, 중소기업청 등 주요 정부 기관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이해를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것은 일반적인 통상 전략으로 볼 수 있지만, 향후 쿠팡을 둘러싼 논란이 한미 통상 협상과 별개 사안으로 보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한다. 정부와 국회 역시 법적 근거와 규제 목적을 보다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대미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6-07-05 13:5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