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5건
-
금감원,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해킹 현장점검…유출 경위 확인
[경제일보] 금융감독원이 해킹으로 고객정보가 유출된 예가람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착수했다. 사고 원인과 개인정보 유출 경위를 확인한 뒤 필요할 경우 검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두 저축은행에 인력을 보내 최근 발생한 해킹 사고의 경위와 피해 규모, 금융사의 대응 과정 등을 살펴보고 있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지난달 30일 해킹 공격을 받아 고객 개인정보 약 5만건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출 정보에는 성명과 생년월일, 연락처뿐 아니라 계좌번호와 주민등록번호, 직장명, 주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유출 규모는 현재 확인 중이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지난 2일 처음 사고를 공지할 당시 성명과 생년월일, 연락처를 유출 항목으로 안내했다. 이후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 주소 등 추가 정보의 유출 사실이 확인되면서 안내 내용을 보완했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지난달 27일 해킹으로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와 법인명, 대표자 이름, 회사 연락처, 휴대전화번호, 이메일주소 등이 외부로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은 유출된 데이터 2370건 가운데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가 2299건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현장 점검에서 확인되는 사고 내용과 금융회사 대응 수준 등을 토대로 정식 검사 전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금감원은 고객 약 2만5000명의 정보가 유출된 신한은행을 대상으로 지난 6일부터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객 119명의 정보 유출이 확인된 KB국민은행에는 정기검사 중이던 정보기술(IT) 검사 인력을 지난 1일부터 투입해 사고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 고객 89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하나은행과 주택대출 모집인 146명의 일부 정보가 유출된 현대캐피탈에 대해서는 현재 별도 현장 점검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정보 유출 규모와 사고 성격 등을 고려해 피해가 큰 금융회사부터 점검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2026-10-13 13:13:06
-
현대차 美핵심공장, 유해폐기물 관리 '구멍'…美환경당국 18개 항목 지적
[경제일보] 현대자동차의 미국 핵심 생산거점인 앨라배마공장이 유해폐기물 관리 문제로 현지 환경당국의 제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앨라배마 환경관리국(ADEM)은 현대차 미국생산법인(Hyundai Motor Manufacturing Alabama·HMMA)에 대해 유해폐기물의 처리·보관·표시·출입통제 등 18개 항목에서 규정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1만6760달러의 민사제재를 포함한 합의명령을 추진 중이다. 다만 현대차 측은 위반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일부 폐기물은 사후 분석 결과 실제로는 유해폐기물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지적사항을 현장점검 당일 또는 곧바로 시정했고, 올해 2월까지 모든 사안을 개선했다고 ADEM에 밝혔다. 4일 본지가 ADEM이 공개한 15쪽 분량의 Proposed Consent Order(합의명령 초안)를 확인한 결과, 당국은 지난해 9월 23일 현대차 앨라배마 몽고메리공장에 대한 규정준수평가검사(CEI)를 실시했다. 공장의 미국 환경보호청(EPA) 식별번호는 ALR000025486이다. 조사 결과 ADEM은 모두 18개 항목을 문제 삼았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9일 현대차에 위반통지서(NOV)를 발송했고, 현대차는 2월 18일 시정조치 내용을 담은 답변서를 제출했다. ADEM은 지난 8월 5일 합의명령안을 공개하고 30일간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페인트공장부터 엔진공장까지…폐기물 보관·표시·비상대응 지적 ADEM이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폐기물 처리 경로다. 당국은 F005 오염 개인보호장비(PPE)와 걸레·필터 등이 유해폐기물을 받을 수 있도록 지정되지 않은 폐기물 집하센터로 보내졌다고 판단했다. 공장 집하센터와 엔진공장 2동에 있던 전자폐기물에 대해서도 유해폐기물 여부를 정확하게 판정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생산 현장 관리에서도 여러 문제가 지적됐다. 수성 페인트 혼합실에서는 유해폐기물을 담은 5갤런 용기 4개가 닫히지 않은 상태였고, 일부 용기에는 ‘Hazardous Waste’ 등의 필수 표시가 없었다. 솔벤트 페인트 혼합실에서는 55갤런 드럼 1개가 열린 상태로 발견됐다. 인화성 유해폐기물이 보관된 집하센터에는 ‘금연’ 표지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ADEM은 밝혔다. 폐기물 저장구역의 물리적 관리 문제도 포함됐다. 솔벤트 페인트 혼합실과 폐기물 집하센터의 일부 콘크리트 바닥에는 균열이나 틈이 있어 유출물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불침투성 바닥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당국은 판단했다. 수성 페인트 혼합실과 일반조립공장의 중정비 구역에서는 허가받지 않은 사람의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가 충분하지 않았고, 일부 중앙집적구역 입구에는 ‘위험-관계자 외 출입금지’ 경고표지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폐램프·폐배터리·폐에어로졸 캔 관리도 지적 대상이었다. ADEM은 폐램프 상자가 열려 있었고 배터리와 에어로졸 캔 일부에는 규정에 따른 폐기물 표시가 없었다고 밝혔다. 각각의 폐기물이 얼마나 오랫동안 보관됐는지를 입증하는 관리기록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엔진공장 2동에서는 폐유가 담긴 5갤런 용기가 열린 상태였고, 폐수처리장 외부에 설치된 1만갤런 폐유 저장탱크와 엔진공장의 55갤런 드럼 등에 ‘Used Oil’ 표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는 내용도 합의명령 초안에 포함됐다. 문서관리도 빠지지 않았다. 페인트공장 폐기물 업무를 맡는 일부 직책의 직무기술서에 유해폐기물 관련 책임이 충분히 기재돼 있지 않았고, 비상상황에 대비한 비상계획과 요약 안내서를 경찰·소방서·병원 등 지역 긴급대응기관에 전달했다는 자료도 당국 조사 당시 제시하지 못했다. ADEM은 제재 수준을 산정하면서 이번 사안들을 “non-technical and easily avoidable”, 즉 “전문적인 기술상의 문제가 아니라 비교적 쉽게 예방할 수 있었던” 사안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관리 수준이 적용되는 환경규제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현대차 “전부 시정…폐기물 업체 교체·전담직원 신설” 현대차의 반론도 합의명령 초안에 상세하게 담겼다. HMMA는 ADEM의 주장을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는다는 입장을 명시했다. 동시에 합의명령 조건을 따르고 최종 확정될 경우 민사제재금을 납부하는 데 동의했다. 현대차 측에 따르면 18개 지적사항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해 9월 23~24일 ADEM 현장검사 과정에서 즉각 수정됐다. 나머지 폐기물 판정과 직무기술서, 비상대응 문서 관련 문제 역시 올해 2월 16일까지 개선을 완료했다는 설명이다. 외부 폐기물 관리업체도 교체했다. 기존 제3자 폐기물관리업체가 담당하던 업무 가운데 일부가 지적된 만큼 새로운 전문업체로 변경하고, 공장 내부에도 고형폐기물 규정준수를 전담하는 폐기물 전문직을 새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특히 ADEM이 지적한 일부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내놨다. 당국이 승인되지 않은 시설로 보냈다고 판단한 폐기물 가운데 일부는 당초 유해폐기물로 분류돼 있었지만, 현장점검 이후 독립 시험기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실제로는 비유해폐기물이었다는 것이 현대차 측 주장이다. 회사는 폐기물을 보수적으로 과잉 분류했을 뿐 실제 유해폐기물을 무허가 시설로 보낸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ADEM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 현재까지 알려진 환경 피해는 없고, 당국 기록상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에 유사한 위반 전력도 없다고 명시했다. 위반으로 현대차가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는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ADEM은 규정준수 책임 자체를 별도로 판단해 1만6760달러의 민사제재를 제안했다. 합의명령이 최종 발효되면 HMMA는 발효일부터 45일 이내 제재금을 납부하고 앨라배마주 유해폐기물 관련 규정을 계속 준수해야 한다. 최종 승인은 현재 진행 중인 공고·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앨라배마공장은 현대차가 미국에 세운 첫 완성차 생산공장이다. 현재 투싼·싼타페·싼타페 하이브리드·싼타크루즈 등을 생산하고 약 4200명을 고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공식 자료상 최대 생산능력은 연간 39만9500대 수준이다. 현대차는 최근 북미 현지생산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는 2030년까지 북미 생산능력을 추가로 50만대 늘리고 현지 부품조달 비율도 기존 목표 60%에서 80%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차종의 앨라배마공장 생산계획도 공개했다. 생산 현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미국 사업장을 둘러싼 환경·안전 규정 준수 역시 그룹의 현지 경쟁력을 평가하는 또 다른 잣대가 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앨라배마공장이 ISO 14001 환경경영시스템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합의명령 초안에서도 HMMA는 이 인증과 오랜 환경규정 준수 이력을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핵심은 제재액 자체보다 완성차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폐기물을 현장 단계에서 얼마나 촘촘하게 관리했느냐에 있다”며 “ADEM이 지적한 사안에는 거대한 환경사고가 아니라 용기 뚜껑, 라벨, 경고표지, 저장구역 출입통제와 같은 기본적인 현장 관리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 생산 확대를 핵심 성장전략으로 내건 현대차에는 첨단 생산설비만큼 현지 환경규제의 ‘기본’을 얼마나 빈틈없이 지키느냐가 또 하나의 숙제로 남게 됐다”고 덧붙였다.
2026-09-04 10:10:30
-
-
업비트·빗썸, 비용 전략 엇갈렸다… 거래 침체에 과세·규제 부담까지 겹쳐
[경제일보] 국내 양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의 1분기 비용 전략이 엇갈렸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광고와 전산 운영, 매출 연동 비용을 늘리며 시장 점유율 방어에 나섰고 빗썸은 판매촉진비와 광고비를 줄이며 비용 통제에 집중했다. 그러나 양사 모두 거래대금 감소라는 본질적 부담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두나무의 올해 1분기 영업비용은 14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반면 빗썸의 1분기 영업비용은 7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줄었다. 빗썸은 판매촉진비를 670억원에서 181억원으로 줄였고 광고선전비도 96억원에서 45억원 수준으로 낮췄다. 비용 흐름은 실적 부진 속에서 더욱 뚜렷하게 갈렸다. 두나무의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수익은 23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80억원으로 78% 줄었다. 빗썸도 1분기 매출이 8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9억원으로 95.8% 급감했다. 당기순손실은 86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두나무 비용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매출연동수수료다. 1분기 매출연동수수료는 3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늘었다. 원화마켓 입출금 수수료와 디지털자산 이동 수수료 등 매출과 연동되는 비용이다. 특히 디지털자산 이동 수수료는 이용자 대신 거래소가 부담하는 가스비 성격이 있어 가상자산 시세와 네트워크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일반 마케팅비와 달리 거래대금과 반드시 같은 흐름으로 움직이는 구조는 아니다. 전산 운영비도 양사 모두 증가했다. 두나무의 1분기 전산운영비는 약 2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늘었다. 회사 측은 아마존웹서비스(AWS) 운영 비용 증가 영향을 설명했다. 빗썸도 클라우드 서비스 비용과 전산 관련 라이선스 비용 등이 포함된 지급수수료가 전년 동기 대비 약 5% 증가한 247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에서 전산비 증가는 피하기 어려운 구조적 비용이다. 거래소는 24시간 거래와 실시간 시세 처리, 대량 주문 대응, 지갑 관리, 보안 관제, 이상거래 탐지, 트래블룰 대응 등을 유지해야 한다. 거래대금이 줄어도 기본 인프라 비용은 쉽게 낮추기 어렵다. 시장 침체기에는 고정비 부담이 수익성을 더 빠르게 압박한다. 광고비 전략은 정반대였다. 두나무의 1분기 광고선전비는 약 1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했다. 시장이 위축된 국면에서도 이용자 유입과 거래 활성화를 위해 공격적인 비용 집행을 이어간 셈이다. 반면 빗썸은 광고선전비를 53% 줄였고 거래대금 규모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하는 멤버십 리워드 중심의 판매촉진비도 73% 축소했다. 문제는 거래소 비용 전략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외부 환경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거래대금과 보유금액이 동시에 줄고 있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더블록 집계 기준 국내 5대 거래소의 올해 1분기 누적 거래대금은 2228억달러로 지난해 1분기보다 56.8% 감소했다. 4월 거래대금은 550억9000만달러로 2023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한국은행 통계에서도 올해 2월 말 국내 가상자산 보유금액은 60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1월 정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 같은 자금 이동의 배경에는 주식시장 호황도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는 반도체와 AI 기대감, 대형주 실적 개선 등을 바탕으로 강한 흐름을 보였다. 반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은 정책 기대감이 가격에 선반영된 이후 조정을 받으면서 투자 매력이 약화됐다. 일부 시장 분석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로 자금이 쏠리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머물던 개인투자자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봤다. 과세 불확실성도 시장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상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 과세는 2024년 말 법 개정으로 2년 유예돼 2027년 1월1일 이후 발생분부터 적용된다.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가상자산 소득에는 기타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쳐 총 22% 세율이 적용될 예정이다. 주식 과세와의 형평성 논란도 다시 불붙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무산된 상황에서 가상자산에만 22% 과세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 3월 개인투자자 디지털자산 양도차익 과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일부에서는 과세 인프라가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득세 과세를 밀어붙일 경우 투자자 이탈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거래세 논의 역시 시장에는 부담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확정된 제도는 거래세가 아니라 기타소득 과세지만 과거 세원 파악의 어려움 때문에 거래세를 먼저 도입한 뒤 소득세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가상자산 시장은 매매 회전율이 높기 때문에 거래세가 도입될 경우 단기 매매와 시장 유동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과세 방식이 소득세든, 거래세든 제도 설계가 불명확한 상태가 길어질수록 투자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규제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통제와 전산 안정성, 고객확인 절차, 이상거래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감독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위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5분 주기 잔고 검증 의무화 등 이용자 자산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금감원은 빗썸 현장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부통제와 전산 시스템 문제를 점검해 제재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처럼 거래소 내부통제와 전산 운영 문제가 드러난 사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규제가 산업 육성보다 제재 중심으로 기울 경우 거래소와 투자자 모두 위축될 수 있다. 거래소는 보안과 컴플라이언스 비용 부담이 커지고, 이용자는 과세·규제 불확실성 속에서 주식 등 다른 투자처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나무와 빗썸의 비용 전략 차이는 이런 환경 속에서 나온 선택이다. 두나무는 침체기에도 광고와 인프라 투자를 늘리며 시장 점유율 방어와 이용자 접점 확대를 택했다. 반면 빗썸은 판매촉진비와 광고비를 줄이며 손실 확대를 막는 방어적 전략을 선택했다. 하지만 거래대금 감소와 코인 과세 논란, 규제 강화, 주식시장 호황이라는 외부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비용 전략만으로 실적 반등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이 대목에서 다시 짚어야 할 부분은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 방향이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질서 확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가상자산을 투기 억제 대상으로만 보고 과세와 제재를 앞세울 경우 국내 거래소의 경쟁력과 시장 유동성은 더 약해질 수 있다. 주식시장에는 활성화 정책과 세제 논의가 병행되는 반면, 가상자산 시장에는 과세 시행과 제재 강화 신호가 먼저 전달되고 있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디지털자산 시장은 이미 글로벌 금융 인프라 경쟁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은 규제 틀을 강화하면서도 기관투자자 참여와 법인 거래,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자산 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한국 역시 단순히 거래소를 규제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와 산업 경쟁력 사이의 균형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1분기 실적 부진은 단순히 광고비를 많이 썼느냐, 리워드를 줄였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거래대금 감소와 투자자 자금의 주식시장 이동, 과세·규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시장 전체 활력이 약해진 결과다. 정부가 내년 과세 시행을 앞두고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는다면 거래소의 비용 효율화만으로는 침체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6-05-22 17:36:34
-
보이스피싱은 왜 항상 노인을 고르나 — 통신사의 책임
2025년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30.6%가 60대 이상이었다. 2020년 16%에서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뛴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감소했다. 범죄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고령 피해자 비율은 매년 올랐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고령층을 집중 표적으로 삼는 방향으로 범행 전략을 고도화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전략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주체가 있다. SKT, KT, LGU+ — 이동통신 3사다. 피해액의 무게는 더 무겁다. 1억 원 이상 고액 피해자의 44%가 60대였다. 건당 평균 피해액은 5,000만 원을 넘어섰다. 한 번의 전화 사기로 노후 자금 전부가 사라지는 것이다. 2025년 한 해 전체 피해액은 1조 원을 돌파했다. 이 숫자들 앞에서 통신 3사는 여전히 침묵한다. 범행의 출발점은 통신망이다 보이스피싱의 핵심 기술은 발신번호 변작이다. 금융감독원, 검찰, 경찰청 번호로 전화를 걸면서 실제 발신번호는 해외 VoIP 서버나 조작된 번호로 표시되도록 한다. 피해자가 어디에 전화를 걸어도 범죄 조직으로 연결되도록 실제 기관 번호 80여 개를 목록화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 모든 조작은 통신망을 통해 이루어진다. 발신번호 변작을 기술적으로 탐지하고 차단하는 것은 이미 가능하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4조의2는 통신사업자에게 발신번호 거짓표시 방지 기술 조치를 이행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장검사를 통해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왜 발신번호 변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작동하고 있는가. 법적 의무는 있다. 기술도 있다. 그러나 고령 피해자는 매년 늘고 있다. 이 모순의 중간 어딘가에 통신 3사가 있다. '신청해야 쓸 수 있는 차단' — 구조적 방조 SKT, KT, LGU+ 모두 번호도용 차단 서비스를 제공한다. 무료다. 신청하면 문자 발신번호 도용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직접 신청해야만 작동한다. 홈페이지에 접속하거나, 앱을 켜거나, 고객센터에 전화하거나, 대리점을 방문해야 한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이용자가 이 절차를 자발적으로 밟을 가능성은 낮다. 통신 3사는 이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신청자에게만 제공'되는 보호는, 보호가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가장 닿지 않는 구조다. 기본값을 '차단 없음'으로 설정해 놓은 채, 개인의 선택 실패를 방패 삼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경찰청이 2025년 말 SKT·KT·LGU+·삼성전자와 협력해 범죄에 악용된 전화번호를 통신망 접속 즉시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기술 협력이 가능하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이 협력이 왜 범죄가 정점에 달한 뒤에야, 그것도 수사기관의 요청으로 이루어졌느냐는 것이다. 고령층은 수익성 높은 고객이자 보호받지 못하는 이용자다 통신 3사의 60대 이상 고객 비중은 전체 이용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요금제를 자주 바꾸지 않고, 해지율이 낮으며, 장기 고객으로 남는다. 통신사 입장에서 수익성이 안정적인 고객군이다. 그러나 디지털 보안 서비스의 혜택은 가장 늦게, 가장 좁게 닿는다. 번호도용 차단 서비스는 무료지만 자동 적용이 아니다. 고령 이용자를 위한 보안 기본값 설정 강화, 이상 발신 패턴 탐지 시 선제적 알림, 고위험 번호 자동 차단 등은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조치들이다. 통신 3사가 이를 자발적으로 도입하지 않는 것은 의지의 문제다. 수익 구조를 보호하면서 책임은 피하는 선택의 결과다. '개인 부주의' 프레임을 걷어내야 한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보도될 때마다 따라오는 문장이 있다. "주의가 필요합니다." 피해자의 부주의를 암묵적으로 소환하는 이 프레임은, 범행의 구조적 조건을 만든 주체들의 책임을 희석시킨다. 6만 명 이상의 금융감독원 직원이 전화를 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속는 것은, 발신번호가 실제 금융감독원 번호로 표시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개인의 인지 실패가 아니라 통신망 인프라의 실패다. 법원은 이미 일부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통신사의 과실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개별 소송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피해자에게 이중의 부담이다. 제도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지금 당장 가능한 제도적 조치 세 가지 방향이 즉각 검토되어야 한다. 첫째, 번호도용 차단 서비스의 기본값을 '적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원하지 않는 이용자가 해제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가장 간단하고 가장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조치다. 둘째, 국제 발신 전화에 대한 실시간 변작 탐지 의무를 법제화해야 한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의 '기술적 조치' 의무를 구체적인 탐지·차단 기준으로 명문화하고, 미이행 시 실질적인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 셋째, 60대 이상 고령 이용자에 대한 보안 알림 의무화를 도입해야 한다. 이상 발신 패턴이 탐지될 경우 이용자와 지정 보호자에게 선제적으로 고지하는 체계는 이미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하다. 2025년 피해액 1조 원. 60대 이상 피해 비율 30.6%. 이 숫자들은 캠페인 예산이나 홍보 문구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통신망을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인프라 책임을 묻는 것, 보호의 기본값을 바꾸는 것 — 이것이 정책이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 하는 일이다. 어르신들이 전화 한 통에 노후 자금을 잃는 동안, 통신 3사의 면피는 너무 오래 계속됐다.
2026-05-10 1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