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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은 예고하고 온다…통상도 먼저 움직여야 한다
[경제일보] 세계 철강시장의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철강에 50%의 고율 관세를 매기고 있고 유럽연합(EU)은 지난 7월부터 무관세 수입 물량을 대폭 줄였다. 여기에 미국 철강업계가 최근 한국산 철강 수입 증가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나섰다. 지난달 28일 미국철강협회(AISI)는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산 철강 수입 증가에 대응해 달라고 요구했다. AISI에 따르면 한국산 장척 철강제품의 미국 수입량은 2024년 7월 2만2100톤(t)에서 올해 7월 14만5300t으로 늘었다. 철근을 포함한 일부 품목의 급증세가 미국 철강산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아직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에 추가 규제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업계가 정부에 조치를 요구한 단계다. 그럼에도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다. 미국은 지난해 철강 관세를 25%에서 50%로 올렸고, 한국이 2018년부터 적용받았던 무관세 쿼터도 지난해 3월 폐지됐다. 유럽의 장벽도 높아졌다. EU는 지난 7월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를 새로운 관세할당제도(TRQ)로 대체했다. 전체 무관세 물량은 연간 3382만t에서 1835만t으로 약 46% 줄었고 쿼터를 넘어선 물량에는 50%의 관세가 붙는다. 한국은 협상을 통해 전용 쿼터 207만3000t을 확보했다. 이전보다 19.7% 줄었지만 EU 전체 쿼터가 크게 축소된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가 시장 접근 기반을 상당 부분 방어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EU 집행위원회를 상대로 우리 업계의 우려를 전달하고 협상을 벌였다. 이 대목은 분명히 평가해야 한다.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질 때마다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철강을 둘러싼 세계의 움직임은 개별 국가와 벌이는 관세 협상의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달 3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 포럼에 참여한 28개 시장경제국은 공급과잉에 공동 대응하는 이른바 ‘밀워키 프레임워크’를 내놓았다. 반덤핑과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 무역구제 수단을 적극 활용하고 공급과잉을 키우는 보조금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OECD는 세계 철강 과잉생산능력이 지난해 6억100만t에서 올해 7억4500만t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과잉에 대응하겠다는 명분 아래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의 시장 방어가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한국에는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중국발 저가 철강의 유입을 막아야 하는 동시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한국산 제품이 규제 대상이 되지 않도록 방어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보호가 필요하고 해외에서는 시장 개방을 요구해야 하는 난처한 위치에 놓여 있다. 통상당국의 능력이 시험받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문제가 터질 때마다 협상단을 보내는 대응을 넘어 주요 시장의 정책 변화를 먼저 읽는 시스템이다. 미국 철강업계와 의회에서 어떤 요구가 나오고 있는지, EU가 탄소와 공급과잉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무역규제에 연결하는지 상시적으로 추적해야 한다. 특정 품목의 수출이 급증하면 현지에서 어떤 반작용이 생길지도 미리 살펴야 한다. 이번 미국 철강업계의 문제 제기가 좋은 사례다. 7월 한국산 철강의 미국 수입량은 55만6000t으로 전월보다 32% 늘었다. 미국 철강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라면 정부와 업계가 수출 증가의 배경과 품목별 영향을 미리 분석해 둘 필요가 있었다. 통상은 상품을 많이 파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출이 빠르게 늘 때 상대국 산업과 정치권이 어떻게 움직일지까지 읽어야 한다. 철강 문제를 철강만의 문제로 다뤄서도 안 된다. 한국은 미국에서 자동차와 배터리, 반도체, 조선, 방산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알래스카 LNG와 에너지 프로젝트를 둘러싼 협력도 논의되고 있다. 미국 역시 한국의 조선과 제조업 역량을 필요로 한다. 철강 협상도 이 큰 판에서 볼 필요가 있다. 한국산 철강이 미국 자동차·조선·에너지 산업의 공급망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구체적인 숫자로 보여주고,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와 고용 효과까지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철강 수입량 하나만 놓고 방어하는 협상보다 산업협력 전체의 이해관계 속에서 문제를 푸는 편이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유럽에서는 또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EU는 단순한 수입규제를 넘어 탄소배출까지 무역의 조건으로 만들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대표적이다. 앞으로 유럽 시장에서 철강의 경쟁력은 가격과 품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적은 탄소를 배출해 생산했는지도 상품 경쟁력의 일부가 된다. 결국 통상정책과 산업정책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정부가 기업에 시장 다변화와 고부가가치화를 주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시장의 인증과 규제 정보를 제공하고 무역보험과 금융, 현지 투자, 통상법률 지원을 묶어야 한다. 기업도 범용재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자동차강판과 조선·에너지용 특수강 등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제품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저탄소 철강 기술 역시 수출 경쟁력을 좌우할 요소가 됐다. 정부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도 거창한 새 조직보다 이런 변화를 조기에 포착하고 움직이는 체계다. 미국의 관세와 의회 동향, EU의 쿼터와 환경규제, 주요국의 보조금과 무역구제 조치를 상시 분석하고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수치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위험 수준에 따라 기업과 관계부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다. 통상에도 금융시장의 스트레스 테스트와 비슷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가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EU 철강 쿼터 협상에서는 정상급과 고위급, 실무 채널을 가동해 한국 전용 물량을 확보했다. 미국 관세에도 정부와 기업이 대응해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대응의 속도와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일이다. 보호무역은 더 이상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미국의 관세, EU의 쿼터와 탄소규제, 각국의 보조금 정책이 뒤섞이면서 새로운 통상질서 자체가 되고 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결하는 방식만으로는 따라가기 어렵다. 철강은 그 변화가 가장 먼저 나타난 산업일 뿐이다. 다음은 자동차가 될 수도 있고 배터리와 반도체가 될 수도 있다. <손자병법>은 “승병선승이후구전(勝兵先勝而後求戰)”이라 했다. 이기는 군대는 먼저 이길 조건을 만들어 놓은 뒤 싸움에 나선다는 뜻이다. 통상도 다르지 않다. 협상장에 앉은 뒤 대응책을 찾기 시작해서는 늦다. 상대국 산업과 정치권이 어떤 요구를 꺼낼지 예상하고 우리가 내놓을 카드와 지켜야 할 선을 미리 정해둬야 한다. 한국은 수출로 성장한 나라다. 보호무역의 파고를 피할 수 없다면 적어도 파도가 어디에서 얼마나 높게 올지는 먼저 읽어야 한다. 정부의 통상 역량도 이제 ‘얼마나 잘 수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먼저 알고 움직였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2026-10-06 14: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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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 광물외교, 악수는 끝났다…이제 광물이 와야 한다
[경제일보] 서울에서 손을 맞잡았다고 광물이 한국 공장에 도착하는 것은 아니다. 광산에서 원료를 캐내고, 정제시설에서 산업용 소재로 가공한 뒤 국경과 바다를 건너 수요 기업에 공급하기까지는 긴 시간과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자원외교가 공동선언보다 어려운 이유다.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이 16일 서울에서 첫 다자 정상회의를 열었다.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정상은 이재명 대통령과 ‘서울선언’을 채택하고 핵심광물·에너지 공급망 협력에 뜻을 모았다. 정상회의를 2년마다 개최하고 산업장관 협의체도 신설하기로 했다. 한국의 기술과 중앙아시아의 자원을 연결할 정상급 협의의 틀을 마련한 것이다. 외교적 의미는 분명하다. 자원 확보는 기업의 구매계약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광업권과 투자 인허가, 수출규제와 통관, 도로와 철도 건설에는 자원 보유국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 정상 간 합의는 민간기업이 넘기 어려운 제도적 장벽을 낮추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번 회의와 연계한 비즈니스 서밋에서도 19건의 협력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카자흐스탄 국립야금광석연구소는 희소금속 분야의 단계별 공급망 협력모델을 발굴하기로 했다. 별도의 기업 상담회에서는 1400만 달러 규모의 수출계약도 성사됐다. 다만 이 계약은 소비재 등 여러 분야를 포함한다. 핵심광물의 구매량과 인도 시점을 확정한 실적으로 계산할 수는 없다. 협력 문서에 서명하는 것과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광물외교의 실질적인 경제적 성과를 판단하려면 외교적 합의가 어느 단계까지 사업으로 이어졌는지 살펴봐야 한다. 탐사 결과가 투자 결정으로 이어졌는지, 채굴한 원료를 어디에서 정제할 것인지, 한국 기업이 어느 가격에 얼마를 구매하기로 했는지, 실제 납품은 언제 시작되는지가 그 기준이다.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지하자원만으로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 광산에 자원이 묻혀 있다는 사실과 경제성 있는 광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부터 다르다. 품위와 매장량을 확인하고 사업성을 검증해야 한다. 채굴권을 확보한 다음에는 전력과 용수, 도로와 철도를 갖춰야 한다. 광석을 캤더라도 산업용으로 가공하지 못하면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생산에 곧바로 사용할 수 없다. 중국의 공급망 지배력이 보여주는 교훈도 이 대목에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글로벌 핵심광물 전망 2026’에 따르면 중국의 2025년 희토류 정제시장 점유율은 약 85%였다. 희토류를 제외한 주요 에너지 광물에서도 세계 최대 정제국의 평균 점유율은 2023년 70%에서 2025년 72%로 높아졌다. 지난해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로 일부 해외 자동차업체가 생산시설 가동률을 낮추거나 일시적으로 공장을 멈춘 사례도 나타났다. 광산을 확보해도 정제를 중국에 의존한다면 공급망의 취약성은 온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원료의 생산국을 다변화하는 것과 최종 산업소재의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광물을 한국에서 정제하는 것이 유일한 답인 것도 아니다. 광물의 종류와 생산 규모, 현지 전력비와 환경규제, 한국 기업의 기술력을 따져 가공시설의 입지를 정해야 한다. 중앙아시아 현지에서 경제성 있게 정제할 수 있다면 그곳에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도 가능하다. 자원 보유국의 이해관계도 중요하다. 중앙아시아 국가들 역시 원료만 수출하는 경제에서 벗어나 가공산업과 제조업을 육성하려는 수요가 있다. 한국이 광물을 확보하고 현지에는 일자리와 기술, 설비가 남는 협력 구조라면 장기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할 여지가 커진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양측이 원료 교역을 넘어 탐사부터 최종 제품 제조까지 이어지는 협력을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여기에 중앙아시아 특유의 물류 문제가 더해진다. 내륙의 광산에서 생산한 광물을 한국으로 들여오려면 여러 나라의 철도와 도로, 통관·환적 체계를 거쳐야 할 수 있다. 광산 개발비뿐 아니라 운송비와 운송 기간, 경유국의 정책 변화까지 공급계약의 경제성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광산 지분을 확보한 기업이 반드시 안정적인 공급처까지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운송로가 막히거나 정제시설이 지연되면 장부상의 자원은 생산현장의 원료가 되지 못한다. 이런 사업을 추진할 때 정부와 기업의 역할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정상외교는 자원 보유국과의 협의 통로를 마련하고 투자·통관·물류와 같은 제도적 문제를 다룰 수 있다. 그러나 매장량과 품위, 정제수율, 생산원가와 판매가격을 검증하는 일은 개별 사업의 경제성 판단에 속한다. 특히 자원사업은 초기 투자비가 크고 회수 기간이 길다. 외교적 합의가 사업의 위험을 없애주지는 않는다. 수요기업의 장기구매 계약이 없는 광산은 생산을 시작하고도 판로를 걱정할 수 있다. 반대로 구매처가 확실해도 정제 기술과 운송 조건이 맞지 않으면 약속한 가격에 납품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협력의 진척은 MOU 체결 건수와 함께 탐사, 사업성 검증, 투자 확정, 정제시설 건설, 장기구매 계약, 실제 인도 물량을 구분해 살펴볼 때 확인할 수 있다. ‘순자’ 권학편에는 ‘불적규보 무이치천리(不積蹞步 無以致千里)’라는 구절이 있다. 작은 걸음을 쌓지 않으면 천 리에 이를 수 없다는 뜻이다. 자원외교에도 들어맞는 말이다. 정상회의가 첫걸음이라면 광산 개발과 정제시설, 물류망과 구매계약은 그다음 걸음이다. 어느 하나를 건너뛰어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수는 없다. 다음 한·중앙아 정상회의는 2028년 카자흐스탄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번에 마련한 정상급 협력체계의 진척을 살펴볼 자연스러운 시점이기도 하다. 그때는 협력 문서가 몇 건 더 늘었는지만으로는 사업의 진행 상황을 알기 어렵다. 어느 광산에서 탐사가 끝났고, 어떤 기업이 투자를 확정했으며, 정제시설과 물류망은 어디까지 구축됐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구매계약이 체결됐다면 광종과 물량, 공급기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 선적이 이뤄졌다면 성과는 더욱 구체적이다. 이번 정상회의를 두고 공급망 다변화가 이미 완성됐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반대로 아직 광물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외교적 합의의 의미를 부정할 수도 없다. 장기 자원사업에는 그에 걸맞은 준비와 시간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 동안 무엇이 달라지는가다. 자원외교의 최종 목적은 광산에 한국 기업의 이름을 새기거나 협약서에 서명을 남기는 데 있지 않다. 한국 산업이 필요할 때 필요한 광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데 있다. 서울에서 맺은 약속은 이제 광산과 정제시설, 철도와 항만에서 구체적인 사업으로 이어질 차례다. 중앙아 광물외교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회담장이 아니라 공급망의 마지막 현장, 한국의 공장이다.
2026-09-17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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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美핵심공장, 유해폐기물 관리 '구멍'…美환경당국 18개 항목 지적
[경제일보] 현대자동차의 미국 핵심 생산거점인 앨라배마공장이 유해폐기물 관리 문제로 현지 환경당국의 제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앨라배마 환경관리국(ADEM)은 현대차 미국생산법인(Hyundai Motor Manufacturing Alabama·HMMA)에 대해 유해폐기물의 처리·보관·표시·출입통제 등 18개 항목에서 규정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1만6760달러의 민사제재를 포함한 합의명령을 추진 중이다. 다만 현대차 측은 위반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일부 폐기물은 사후 분석 결과 실제로는 유해폐기물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지적사항을 현장점검 당일 또는 곧바로 시정했고, 올해 2월까지 모든 사안을 개선했다고 ADEM에 밝혔다. 4일 본지가 ADEM이 공개한 15쪽 분량의 Proposed Consent Order(합의명령 초안)를 확인한 결과, 당국은 지난해 9월 23일 현대차 앨라배마 몽고메리공장에 대한 규정준수평가검사(CEI)를 실시했다. 공장의 미국 환경보호청(EPA) 식별번호는 ALR000025486이다. 조사 결과 ADEM은 모두 18개 항목을 문제 삼았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9일 현대차에 위반통지서(NOV)를 발송했고, 현대차는 2월 18일 시정조치 내용을 담은 답변서를 제출했다. ADEM은 지난 8월 5일 합의명령안을 공개하고 30일간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페인트공장부터 엔진공장까지…폐기물 보관·표시·비상대응 지적 ADEM이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폐기물 처리 경로다. 당국은 F005 오염 개인보호장비(PPE)와 걸레·필터 등이 유해폐기물을 받을 수 있도록 지정되지 않은 폐기물 집하센터로 보내졌다고 판단했다. 공장 집하센터와 엔진공장 2동에 있던 전자폐기물에 대해서도 유해폐기물 여부를 정확하게 판정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생산 현장 관리에서도 여러 문제가 지적됐다. 수성 페인트 혼합실에서는 유해폐기물을 담은 5갤런 용기 4개가 닫히지 않은 상태였고, 일부 용기에는 ‘Hazardous Waste’ 등의 필수 표시가 없었다. 솔벤트 페인트 혼합실에서는 55갤런 드럼 1개가 열린 상태로 발견됐다. 인화성 유해폐기물이 보관된 집하센터에는 ‘금연’ 표지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ADEM은 밝혔다. 폐기물 저장구역의 물리적 관리 문제도 포함됐다. 솔벤트 페인트 혼합실과 폐기물 집하센터의 일부 콘크리트 바닥에는 균열이나 틈이 있어 유출물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불침투성 바닥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당국은 판단했다. 수성 페인트 혼합실과 일반조립공장의 중정비 구역에서는 허가받지 않은 사람의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가 충분하지 않았고, 일부 중앙집적구역 입구에는 ‘위험-관계자 외 출입금지’ 경고표지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폐램프·폐배터리·폐에어로졸 캔 관리도 지적 대상이었다. ADEM은 폐램프 상자가 열려 있었고 배터리와 에어로졸 캔 일부에는 규정에 따른 폐기물 표시가 없었다고 밝혔다. 각각의 폐기물이 얼마나 오랫동안 보관됐는지를 입증하는 관리기록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엔진공장 2동에서는 폐유가 담긴 5갤런 용기가 열린 상태였고, 폐수처리장 외부에 설치된 1만갤런 폐유 저장탱크와 엔진공장의 55갤런 드럼 등에 ‘Used Oil’ 표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는 내용도 합의명령 초안에 포함됐다. 문서관리도 빠지지 않았다. 페인트공장 폐기물 업무를 맡는 일부 직책의 직무기술서에 유해폐기물 관련 책임이 충분히 기재돼 있지 않았고, 비상상황에 대비한 비상계획과 요약 안내서를 경찰·소방서·병원 등 지역 긴급대응기관에 전달했다는 자료도 당국 조사 당시 제시하지 못했다. ADEM은 제재 수준을 산정하면서 이번 사안들을 “non-technical and easily avoidable”, 즉 “전문적인 기술상의 문제가 아니라 비교적 쉽게 예방할 수 있었던” 사안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관리 수준이 적용되는 환경규제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현대차 “전부 시정…폐기물 업체 교체·전담직원 신설” 현대차의 반론도 합의명령 초안에 상세하게 담겼다. HMMA는 ADEM의 주장을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는다는 입장을 명시했다. 동시에 합의명령 조건을 따르고 최종 확정될 경우 민사제재금을 납부하는 데 동의했다. 현대차 측에 따르면 18개 지적사항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해 9월 23~24일 ADEM 현장검사 과정에서 즉각 수정됐다. 나머지 폐기물 판정과 직무기술서, 비상대응 문서 관련 문제 역시 올해 2월 16일까지 개선을 완료했다는 설명이다. 외부 폐기물 관리업체도 교체했다. 기존 제3자 폐기물관리업체가 담당하던 업무 가운데 일부가 지적된 만큼 새로운 전문업체로 변경하고, 공장 내부에도 고형폐기물 규정준수를 전담하는 폐기물 전문직을 새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특히 ADEM이 지적한 일부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내놨다. 당국이 승인되지 않은 시설로 보냈다고 판단한 폐기물 가운데 일부는 당초 유해폐기물로 분류돼 있었지만, 현장점검 이후 독립 시험기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실제로는 비유해폐기물이었다는 것이 현대차 측 주장이다. 회사는 폐기물을 보수적으로 과잉 분류했을 뿐 실제 유해폐기물을 무허가 시설로 보낸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ADEM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 현재까지 알려진 환경 피해는 없고, 당국 기록상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에 유사한 위반 전력도 없다고 명시했다. 위반으로 현대차가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는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ADEM은 규정준수 책임 자체를 별도로 판단해 1만6760달러의 민사제재를 제안했다. 합의명령이 최종 발효되면 HMMA는 발효일부터 45일 이내 제재금을 납부하고 앨라배마주 유해폐기물 관련 규정을 계속 준수해야 한다. 최종 승인은 현재 진행 중인 공고·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앨라배마공장은 현대차가 미국에 세운 첫 완성차 생산공장이다. 현재 투싼·싼타페·싼타페 하이브리드·싼타크루즈 등을 생산하고 약 4200명을 고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공식 자료상 최대 생산능력은 연간 39만9500대 수준이다. 현대차는 최근 북미 현지생산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는 2030년까지 북미 생산능력을 추가로 50만대 늘리고 현지 부품조달 비율도 기존 목표 60%에서 80%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차종의 앨라배마공장 생산계획도 공개했다. 생산 현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미국 사업장을 둘러싼 환경·안전 규정 준수 역시 그룹의 현지 경쟁력을 평가하는 또 다른 잣대가 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앨라배마공장이 ISO 14001 환경경영시스템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합의명령 초안에서도 HMMA는 이 인증과 오랜 환경규정 준수 이력을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핵심은 제재액 자체보다 완성차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폐기물을 현장 단계에서 얼마나 촘촘하게 관리했느냐에 있다”며 “ADEM이 지적한 사안에는 거대한 환경사고가 아니라 용기 뚜껑, 라벨, 경고표지, 저장구역 출입통제와 같은 기본적인 현장 관리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 생산 확대를 핵심 성장전략으로 내건 현대차에는 첨단 생산설비만큼 현지 환경규제의 ‘기본’을 얼마나 빈틈없이 지키느냐가 또 하나의 숙제로 남게 됐다”고 덧붙였다.
2026-09-04 1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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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채권 이어 광물도 토큰화…우라늄까지 블록체인에 담는다
[경제일보] 주식과 채권을 넘어 금·구리·니켈·코발트·우라늄 같은 실물자산도 블록체인 기반 토큰화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광산업체와 기술기업들이 금속의 소유권을 디지털 토큰으로 쪼개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토큰화 대상은 이미 채굴된 금속에 그치지 않는다. 일부 기업은 아직 땅속에 묻혀 있는 광물까지 토큰화해 광산 개발자금을 조달하려 하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 열기를 금속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광산업체에는 새로운 자금조달 통로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른바 실물자산 토큰화, 즉 RWA(real-world assets) 시장이 광물 분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토큰화된 금속 상품은 투자자가 실물을 직접 보관하지 않고도 해당 금속의 소유권이나 가격 움직임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광산업체와 기술기업들은 금과 구리, 우라늄을 비롯한 각종 금속과 연계된 가상화폐 토큰을 개발하고 있다. FT는 금속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기업들이 가상화폐 투자 수요와 광물 투자 수요를 결합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프로젝트는 기존 상품거래보다 손쉽게 실물 금속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홍보되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자에게는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서 실물자산 시장에 진입하는 통로로, 광산 개발기업에는 신규 자금조달 수단으로 제시되고 있다. ◆금 ETF와 다른 ‘디지털 금’…수요는 아직 제한적 금속 토큰화 흐름은 주식과 채권에 이어 실물자산까지 블록체인으로 옮기려는 금융시장 변화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월가가 블록체인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가운데, 영국도 런던의 금 거래 중심지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디지털 금 관련 규제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다만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일부 전문가는 비전문 투자자에게 토큰화 구조와 광산업의 복잡성이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온라인 금 거래 플랫폼 불리온볼트의 리서치 책임자 애드리언 애시는 FT에 “토큰화된 금의 흐름은 실제 수요라기보다 토큰화된 금 상품을 출시하려는 움직임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도 수십 개의 금 연계 토큰이 등장했다가 사라졌다며 시장 수요가 충분한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현재 투자자들은 금을 실물로 보유하지 않고도 금 가격에 투자할 수 있다. 대표적인 수단이 금 상장지수펀드(ETF)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금 ETF의 전체 시장가치는 약 5300억달러에 달했고, 이들 ETF는 4000톤이 넘는 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토큰화된 금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ETF 투자가 금 가격에 노출되는 방식일 뿐 금 자체의 소유권을 갖는 것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현재 가장 큰 금 연계 가상화폐 토큰으로는 테더의 ‘테더 골드’와 팍소스의 ‘팍스 골드’가 꼽힌다. 두 상품은 토큰 1개가 금 1트로이온스, 약 31.1g을 나타내도록 설계됐고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실물 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하지만 규모는 여전히 금 ETF와 비교하기 어렵다. FT에 따르면 테더 골드의 시장가치는 약 27억달러, 팍스 골드는 약 19억달러 수준이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의 규제·컴플라이언스 책임자 케이틀린 바넷은 FT에 “금에 투자하는 사람은 전통적인 투자자일 가능성이 높고, 자신이 잘 아는 전통적 방법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 투자자가 굳이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야 할 유인이 아직 크지 않다는 의미다. ◆구리·니켈·코발트·우라늄도 토큰화 대상 기업들은 금뿐 아니라 수요가 강하고 가격이 상승하는 다른 금속도 토큰화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 광물인 코발트와 니켈, 원자력발전 연료인 우라늄 등이 대표적이다. FT에 따르면 금속 거래 플랫폼 메탈스닷아이오(Metals.io)는 우라늄·니켈·코발트 토큰을 발행했다. 일정 조건과 관련 인허가를 충족한 보유자는 실물 금속으로 교환할 수 있다. 다만 우라늄은 고도로 규제되는 품목인 만큼 실제로 토큰을 실물 우라늄으로 인도받은 구매자는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Metals.io를 구축한 소프트웨어 기업 트릴리테크의 대체자산 부문 책임자 벤 엘비지는 FT에 “선물거래에 따르는 비용과 복잡성 없이 상품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며 금속 토큰이 투자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코발트와 우라늄 거래는 전통적으로 쌍방 간 장기계약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니켈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지만, LME 거래 방식은 일반 개인투자자에게 친숙한 구조는 아니다. 금속 토큰화 기업들은 바로 이 틈을 파고들고 있다. 엘비지는 금속 토큰 수요가 크게 두 부류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가상화폐에 익숙한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실물자산에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 한다. 다른 하나는 기관투자자들이다. 다만 실제 거래 규모는 아직 작다. Metals.io의 누적 거래액은 2024년 12월 이후 약 2400만달러, 토큰 보유자는 약 900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땅속 광물’까지 토큰화…광산 개발자금 조달 시도 보다 급진적인 시도도 나오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이미 채굴된 금속이 아니라 아직 땅속에 있는 광물까지 토큰화하려 한다. 브라질 마투그로수의 모리아 금광 등 일부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나스닥 상장 금광기업 블루 골드는 금을 “광산에서 당신의 가상화폐 지갑까지” 직접 전달한다는 개념을 내세우고 있다. 이 회사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수천 개의 토큰을 발행했다고 앤드루 캐번 최고경영자 겸 회장이 밝혔다. 다만 블루 골드는 현재 새로운 장기 광산 프로젝트를 찾고 있다. 기존의 유일한 광산과 관련해 가나 정부가 2024년 광산개발 허가를 취소하면서 분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광산 토큰화가 단순한 디지털 금융상품이 아니라 실제 광산 개발 리스크와 맞물려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나스닥 상장기업 데이터볼트 AI도 구리와 안티몬 등을 아직 채굴 전 상태에서 토큰화해 광산 개발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안티몬은 미사일, 배터리, 난연제 등에 사용되는 전략 광물이다. 나다니엘 브래들리 데이터볼트 AI 최고경영자는 FT에 이를 “선물 거래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기존 광산업체와 협력해 자금이 필요한 광산 개발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투자자는 토큰을 거래할 수도 있고, 광물이 실제로 채굴된 뒤 실물 금속으로 교환할 때까지 보유할 수도 있다. 브래들리 CEO는 전통 상품거래에 필요한 막대한 서류작업을 “토큰이 소프트웨어로 압축한다”고 주장했다. ◆복잡한 광산업 구조…개인투자자 이해 쉽지 않아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모델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광산개발은 지질 조사, 인허가, 환경규제, 지역사회 협의, 생산비, 품질, 운송, 판매계약 등 수많은 변수가 얽힌 산업이다. 일반 투자자가 토큰 하나만 보고 광산 프로젝트의 실제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금협회의 글로벌 시장구조·혁신 책임자 마이크 오스윈은 FT에 “개인투자자들이 금 가치사슬의 일부를 자금조달하는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세계금협회도 디지털 금을 개발하고 있지만, 올해 1분기 실시하려던 시범사업을 3분기로 연기했다. 산업용 금속의 대체 가능성도 문제로 꼽힌다. 금은 일정한 순도와 형태를 갖추면 상대적으로 서로 대체하기 쉽다. 그러나 구리, 니켈, 코발트 등 산업용 금속은 최종 수요자가 원하는 순도, 품질, 생산지, 원산지 조건이 다를 수 있다. 같은 금속이라도 실제 시장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엘비지는 향후 시장 수요가 온체인으로 이동하면 금속의 사양과 품질에 따라 Metals.io에서 서로 다른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이는 금속 토큰 시장이 커질수록 가격 산정과 공시, 품질 검증 체계가 더 중요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호운용성도 과제…거래 플랫폼 제각각 거래 접근성과 유통성도 해결 과제로 꼽힌다. 구리, 알루미늄, 니켈 같은 주요 금속은 이미 LME나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의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고 있다. 반면 새롭게 등장한 금속 토큰은 거래 플랫폼이 제각각이다. 블루 골드의 토큰은 현재 제3자 거래소가 아니라 자사 앱에서만 거래된다. 데이터볼트는 토큰 출시 이후 핀테크 기업 퍼페추얼스닷컴이 운영하는 업사이드온리 플랫폼에서 거래를 시작할 계획이다. Metals.io의 우라늄 토큰은 크라켄, 게이트, 쿠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된다. 체이널리시스의 바넷은 금속 토큰화 시장의 주요 과제로 상호운용성을 꼽았다. 특정 자산을 특정 거래소나 플랫폼에서만 살 수 있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장기적으로는 모든 자산이 블록체인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블록체인이 자산의 소유권과 거래 기록을 남기는 데 적합한 기술이라는 이유에서다. 금속 토큰화는 금융시장과 원자재 시장, 광산개발 금융이 만나는 새로운 실험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시장 규모는 아직 작고, 투자자 보호 장치와 실물 인도 구조, 품질 검증, 거래 플랫폼의 신뢰성도 검증 단계에 있다. 금속 토큰화가 새로운 원자재 투자 통로가 될지, 한때 등장했다 사라진 금 연계 토큰의 전철을 밟을지는 실제 수요와 규제 체계, 광산 프로젝트의 성과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6-08-1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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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마린솔루션, 조선 호황의 '뒷단' 잡았다…AM이 새 수익원
[경제일보] HD현대마린솔루션이 조선 호황의 ‘뒷단’에서 수익을 키우고 있다. 선박을 새로 짓는 조선사와 달리 이미 바다 위에서 운항 중인 선박을 대상으로 부품, 정비, 개조,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 구조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선업의 수익 구간이 건조 이후 선박 생애주기 전반으로 넓어지는 흐름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 27일 올해 2분기 영업실적을 공시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2분기 매출은 5804억원, 영업이익은 9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1%, 17.6% 증가했다. 선박 부품·서비스를 담당하는 AM 부문과 친환경 개조, 디지털 솔루션 등 핵심사업이 전반적으로 성장한 데다 벙커링 사업 매출도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적을 이끈 것은 AM 부문이다. AM은 선박 인도 이후 필요한 부품 공급과 정비, 기자재 교체, 기술 서비스를 뜻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2분기 AM 부문 매출은 27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6% 증가했다. 부품 출고량은 전년 평균보다 약 27% 늘어 6만건을 넘었고, AM 서비스를 제공한 선박은 누적 1만168척에 달했다. AM 부문 성장은 단순히 신조선 인도가 늘어난 영향에 그치지 않는다. 서비스 대상 선박이 확대되면서 엔진 부품과 정비 수요가 함께 늘어난 점이 핵심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 관계자는 “신조선과 DF엔진 탑재 선박이 늘어나면서 엔진 부품·정비 수요가 증가했고, 장기 유지보수 계약인 LTSA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며 “설치 기반이 커질수록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부품·서비스 수요를 기대할 수 있고, 신조선 인도 증가로 누적 서비스 선박 척수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반복 매출이다. 선박은 인도 이후 약 25~30년 동안 운항되는 자산이다. 운항 기간에는 엔진 부품 교체와 기자재 수리, 정비, 성능 개선 수요가 계속 발생한다. 친환경 선박 확대도 AM 사업의 단가와 서비스 범위를 키우는 요인이다. 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 차세대 연료 선박은 기존 선박보다 엔진과 연료공급 시스템이 복잡하다. 같은 부품이라도 적용되는 엔지니어링이 달라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고, 유지관리 시스템 공급 범위도 넓어진다. 회사 관계자는 “차세대 연료 선박의 유지보수 시장은 기존 선박보다 고부가가치 시장”이라고 했다. 친환경 개조사업도 다음 성장축으로 꼽힌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2분기 친환경 솔루션 매출은 4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1% 증가했다. 회사는 선박평형수처리장치와 탈황설비 설치 같은 1세대 개조사업에서 벗어나 친환경 연료 전환과 탄소저감 개조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제 환경규제가 강화될수록 선주들은 신조 발주뿐 아니라 기존 선박 개조를 통해 규제에 대응하는 선택지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솔루션은 AM 사업과 결합되는 흐름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2분기 디지털 솔루션 매출은 3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5% 증가했다. 회사는 디지털관제센터에서 스마트솔루션이 장착된 선박의 실시간 운항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사전 예방 정비를 권고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AM 서비스로 연결되는 구조다. 장기적으로는 데이터가 새로운 정비 수요를 만드는 방식으로 사업이 확장될 수 있다. 선박 운항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상 징후를 분석한 뒤, 예방 정비와 부품 교체, LTSA 수요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다. 단순히 고장이 난 뒤 수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고장을 예측하고 미리 정비하는 서비스 모델로 이동하는 셈이다. 이는 조선 3사 실적과 다른 수익모델이다.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는 고선가 선박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건조해 이익을 남기느냐가 핵심이다. 반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건조가 끝난 뒤 선박이 실제 운항되는 기간에 수익을 낸다. 조선 호황의 효과가 신조선 수주잔고에서 끝나지 않고, 부품·정비·개조·디지털 서비스 시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관건은 서비스 기반을 얼마나 넓히고, 반복 매출을 안정적으로 쌓을 수 있느냐다. AM 사업은 운항 선박이 늘어날수록 매출 기반이 커질 수 있지만, 선박 가동률과 글로벌 운임, 선주들의 정비 투자 여력에 영향을 받는다. 친환경 개조사업도 규제 속도와 선주들의 투자 판단에 따라 수요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HD현대마린솔루션의 2분기 실적은 조선업 수익 구조의 변화를 보여준다. 배를 지어 인도한 뒤에도 부품과 정비, 개조와 운항 솔루션에서 새로운 매출이 발생한다. 조선 호황의 무게중심이 신조선 수주와 건조에만 머물지 않고, 선박 생애주기 전반의 서비스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2026-07-29 15: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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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3사, '수주 호황' 넘어 '이익 호황' 진입하나
[경제일보] 국내 조선 3사가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올해 1분기에는 고선가 선박 인도와 고부가 선종 확대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며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2분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실제 성적표는 후판가와 인건비, 외주비, 환율 등 원가 변수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이달 말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번 실적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영업이익 규모 자체보다 수주잔고의 질(quality)이다. 조선사는 선박을 수주한 뒤 설계와 건조, 인도 과정을 거치며 매출과 이익을 나눠 인식하는 구조다. 수주 당시 선가와 원가 구조가 실제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2021년 이후 선가 상승기에 확보한 선박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면서, 과거 쌓아둔 수주잔고가 실제 이익 체력으로 전환되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가가 낮았던 시기의 저가 수주 물량이 줄고, 선가가 오른 뒤 확보한 선박 비중이 커지면서 같은 매출에서도 더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는 의미다. 이미 1분기 실적에서 변화는 확인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8조1409억원, 영업이익 1조35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2%, 영업이익은 57.8% 증가했다. 조선 부문은 생산성 확대와 제품 믹스 개선 효과에 힘입어 매출 6조6963억원, 영업이익 1조1107억원을 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한화오션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2099억원, 영업이익 441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 매출 2조9023억원, 영업이익 273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2% 늘었다. 다만 2분기 실적은 아직 발표 전인 만큼 구체적인 수치를 예단하기 어렵다. 회사들도 미공개 실적에 대해서는 확인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실적의 핵심은 “얼마를 벌었느냐”보다 “수익성이 좋아질 수 있는 구조가 얼마나 본격화됐느냐”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등 계열 조선소의 고선가 물량 인도와 제품 믹스 개선 효과가 주요 변수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규제와 해운업계 선대 교체 수요 확대에 맞춰 친환경 선박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주잔고와 수익성 위주의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선가 물량들이 반영되며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LNG운반선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 상선 수주잔고가 수익성 개선의 기반으로 꼽힌다. 한화오션의 2026년 6월 말 기준 전체 수주잔량은 153척·기·건, 337억7000만 달러다. 이 가운데 상선 수주잔량은 125척, 252억5000만 달러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LNG운반선 수주잔량만 57척, 144억6000만 달러에 달한다. 고선가 국면에서 확보한 LNG운반선 물량이 향후 매출로 반영될수록 상선 부문의 이익 체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플랜트와 특수선도 또 다른 축이다. 한화오션은 에너지플랜트 부문에서 13척·기·건, 36억5000만 달러, 특수선 및 기타 부문에서 15척·기·건, 48억7000만 달러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LNG운반선과 FLNG 등 고부가 프로젝트의 공정 진행이 매출과 수익성 개선을 뒷받침하는 구조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저가 수주 물량은 지난해 대부분 해소됐다”며 “LNG운반선 비중이 높아지는 점이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가 부담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선가가 올라가 있고 환율도 높은 수준이어서 과거보다 수익성이 나올 수 있는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오는 24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선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수익성 개선의 지속 여부다. 과거 조선업 호황기에는 수주잔고 규모가 중요한 지표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히 얼마나 많이 수주했는지보다 어떤 선박을 어떤 조건으로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건조하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고선가 물량이 실적으로 반영되는 속도와 생산 안정화 여부가 조선사의 이익 체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올랐다. 변수도 적지 않다. 후판 가격과 인건비, 외주비 부담은 여전히 수익성을 좌우하는 요인이다. 조선소 인력난이 장기화하면서 외주비 부담이 커질 수 있고, 고부가 선박 건조가 늘어날수록 공정 관리 능력도 중요해진다. 환율 역시 실적 변수다. 선박 계약은 대부분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원화 약세는 원화 환산 매출과 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헤지 비용과 평가손익도 함께 살펴야 한다. 하반기 신규 수주 흐름도 관건이다. 고선가 수주잔고가 이익으로 반영되는 구간에 들어섰더라도, 향후 발주가 둔화하면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질 수 있다. LNG선과 친환경 연료 추진선, 해양플랜트, 특수선 수주가 이어질지가 조선사의 실적 흐름을 가르는 다음 변수가 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도 하반기 실적 변수에 대해 특정 요인 하나보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시장 상황 변동 등 복합 요인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선가 물량 인도 효과가 수익성 개선을 이끌고 있지만, 글로벌 선박 발주 흐름과 원가 부담, 환율,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2분기 성적표는 단순한 이익 규모보다 국내 조선업이 수주잔고를 실제 수익으로 전환하는 단계에 들어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 수주 호황이 생산성과 원가 관리 개선을 바탕으로 이익 호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이번 실적 발표에서 확인할 부분이다.
2026-07-20 16: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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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블록체인 '팀 코리아' 띄운다…유럽 무대서 수출길 찾는다
[경제일보] 정부가 국내 블록체인 기업의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팀 코리아’ 체제를 가동한다. 가상자산 가격 중심으로 소비되던 블록체인 산업을 ESG, 물류, 공공서비스 등 실물 산업 영역으로 확장해 해외 수요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독일 메쎄 베를린에서 열리는 ‘GITEX AI EUROPE 2026’에 국내 블록체인 기업 참가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올해 행사는 6월 30일부터 7월 1일까지 베를린에서 열린다. AI, 사이버보안, 딥테크, 디지털 인프라를 다루는 유럽권 기술 전시회다. 과기정통부와 KISA는 부산시, 대구시와 협력해 행사장에 ‘블록체인 한국관’을 조성한다. 참가 기업은 총 23개사다. KISA 추천 7개사, 부산시 추천 9개사, 대구시 추천 7개사로 구성됐다. 이들 기업은 탄소감축 실적 관리, 해운 물류, 온라인 투표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한 블록체인 기술과 서비스를 현지 투자자와 바이어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가 주목되는 배경에는 유럽 시장의 규제 환경 변화가 있다. 유럽연합은 2023년 가상자산시장규제법(MiCA)을 발효했고 유럽 집행위원회는 MiCA가 가상자산 발행과 관련 서비스에 대한 통합 규율 체계를 제공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 부담이 커졌지만 반대로 신뢰성과 추적성을 갖춘 기업에는 제도권 시장 진입 기회가 열리는 구조다. 국내 기업 2개사의 스타트업 경진대회 준결승 진출도 현지 검증의 시험대다. 블록체인 기반 탄소감축 실적 관리 및 탄소배출권 거래 지원 플랫폼을 개발한 리드포인트시스템과 해운 물류 환경규제 대응 솔루션을 제공하는 마리나체인이 ‘슈퍼노바 챌린지’ 준결승에 올랐다. GITEX AI EUROPE 공식 홈페이지도 슈퍼노바 올스타즈 피치 경쟁을 주요 스타트업 프로그램으로 소개하고 있다. 정부는 전시 참가에 그치지 않고 현지 네트워킹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KOTRA, 베를린시 산하 혁신지원 기관인 아시아 베를린과 협력해 투자사와 바이어, 기업 관계자 등 약 200명이 참여하는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국·독일 스타트업 생태계 소개, 국내 기업 IR 피칭, 1대1 비즈니스 미팅 등이 포함된다. 시장 시선은 실제 계약과 투자 유치로 이어질지에 쏠린다. 유럽은 개인정보 보호, 금융 규제, 탄소공시, 공급망 투명성 기준이 엄격한 시장이다. 기술 시연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지 규제 대응 능력, 레퍼런스, 파트너 확보, 사후 운영 역량이 함께 검증돼야 한다. 한편 블록체인의 해외 진출은 더 이상 코인 상장이나 거래소 사업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기록을 위·변조하기 어렵게 만들고 거래와 인증의 신뢰 비용을 낮추며 국가 간 산업 데이터를 연결하는 기술로 자리 잡아야 한다. 정부가 한국관을 만들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무대에서 어떤 계약과 표준, 장기 파트너십을 남기느냐다. 유럽 시장은 홍보 문구보다 검증된 실적을 요구한다. 이번 베를린 행사는 한국 블록체인 산업이 그 질문에 답해야 하는 첫 관문이다.
2026-06-29 13: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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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베트남 순방길 오르는 현대차…정의선, 생산·전동화 투자 가속화하나
[경제일보] 현대자동차그룹이 인도·베트남 순방 경제사절단에 참여한다. 정의선 회장이 직접 인도 일정을 챙기면서 생산 거점과 전동화 전략을 동시에 점검하는 행보다. 공급망 재편과 친환경 정책 변화가 겹친 시점에서 투자 속도와 사업 확장 방향이 구체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오는 19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되는 대통령 인도·베트남 순방 일정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사절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인도 일정에만 동행하고, 베트남 방문에는 현대차그룹 대외협력 총괄을 맡고 있는 성 김 사장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와 베트남을 모두 대상으로 사업 협력 논의를 이어가되, 최고경영진의 직접 참여 지역을 구분해 투자와 전략 실행의 우선순위를 나눠 대응하는 모습이다. 인도는 현대차그룹의 핵심 생산 및 수출 거점이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과 소득 수준 상승에 따라 경소형차 중심 구조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중형급 차량 비중이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현지 시장 집계 기준으로 인도 자동차 판매는 2022년 382만대에서 2023년 413만대로 증가했고, 2024년에는 432만대를 기록한 데 이어 2025년에는 450만대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성장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점유율 방어 과제를 안고 있다. 사업보고서 기준 현대차 인도 판매는 2024년 약 60만대에서 2025년 약 57만대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치백 등 일부 차종 판매 축소 영향으로, 크레타를 중심으로 한 SUV 판매 증가에도 전체 물량 감소를 상쇄하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생산 측면에서는 인도 내 공급 능력이 확대되고 있다. 기존 첸나이 공장에 더해 푸네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연간 25만대 생산능력이 추가됐고, 이를 통해 인도 내 연간 100만대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이는 인도를 단순 판매 시장이 아닌 글로벌 생산·수출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전략과 맞물린다. 정의선 회장의 인도 동행은 이러한 생산 확대와 시장 대응 전략을 점검하는 일정으로 해석된다. 경제사절단 일정은 정상 간 협의와 기업 투자 논의가 병행되는 구조로 진행되는 만큼, 생산능력 확대나 전기차 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그룹 내 기아도 인도 시장 대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기아의 인도 판매는 2025년 약 28만대로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셀토스 중심의 기존 라인업에 더해 시로스와 카렌스 상품성 개선 모델이 판매를 견인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기아는 셀토스를 중심으로 한 볼륨 모델 전략을 유지하는 동시에 전기차 경쟁력 확보를 통해 현지 환경규제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인도 정부의 연비·배출 기준(CAFE) 강화에 맞춰 전동화 비중을 확대하고, 딜러망 운영을 통해 판매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베트남은 아세안 시장 공략의 전진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CKD(반조립) 방식의 생산과 판매를 확대해왔으며, 2025년 기준 연간 생산능력은 11만3000대 수준이다. 기존 생산 기반을 토대로 완성차 생산 확대와 전기차 도입 여부가 중장기 과제로 거론된다. 이번 순방에서 베트남 일정에 성 김 사장이 참여하는 것은 대외협력과 정책 조율 기능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참여하지 않는 대신 정부 간 협력 기반을 유지하면서 사업 환경을 점검하는 방식이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전동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기반으로 고수익 중심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하이브리드 모델은 18종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사절단 동행은 단순한 일정 참여를 넘어 투자와 정책 환경을 동시에 조율하는 과정”이라며 “생산 확대와 전동화 전환이 맞물린 시점에서 현지 정부와의 협력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되는지가 향후 사업 속도를 좌우할 변수”라고 말했다.
2026-04-17 16:4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