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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가 TSMC를 닮았다고?…닛케이가 주목한 '분업의 힘'
[경제일보] "K-뷰티는 대만의 TSMC를 닮았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최근 한국 화장품 산업을 두고 내놓은 평가다. 처음 들으면 화장품과 반도체가 무슨 관계냐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산업 구조를 들여다보면 두 산업은 의외로 닮은 점이 많다. 한국 화장품 산업은 지난해 수출액 114억 달러를 넘어서며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K-팝과 K-드라마에 이어 K-뷰티가 한국의 대표 수출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브랜드는 팔고, ODM은 만든다 닛케이가 주목한 것은 화장품 자체보다 산업 생태계다. 과거 화장품 기업은 제품 기획부터 연구개발(R&D), 생산, 마케팅, 유통까지 대부분 직접 담당했다. 일본의 시세이도와 가오 같은 전통 화장품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반면 한국은 역할을 과감하게 나눴다. 브랜드 기업은 제품 기획과 마케팅, 판매에 집중하고, 한국콜마·코스맥스 같은 전문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은 연구개발과 원료 조달, 생산, 품질관리를 맡는다. 이는 반도체 산업에서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와 제조를 담당하는 파운드리의 관계와 비슷하다. TSMC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으로 성장하며 반도체 생태계를 바꿨듯, 한국의 ODM 기업들도 K-뷰티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공장 없는 화장품 회사'가 늘어난 이유 이 같은 분업 구조 덕분에 화장품 창업 방식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브랜드를 만들려면 생산시설부터 갖춰야 했다. 하지만 제도 개선 이후 제조시설 없이도 책임판매업자로 등록할 수 있게 되면서 브랜드 창업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덕분에 소규모 스타트업도 공장을 직접 짓지 않고 ODM 기업과 협업해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됐다. 사업 방식도 바뀌었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품을 먼저 출시한 뒤 시장 반응을 확인하고, 잘 팔리는 제품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이다. 초기 투자 부담은 줄이고 성공 가능성이 확인된 제품에는 빠르게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 구조다. ODM 기업도 여러 브랜드의 주문을 동시에 생산하면서 원료를 대량 구매하고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브랜드는 브랜드대로, 제조사는 제조대로 경쟁력을 키우는 '윈윈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아마존이 만든 K-뷰티의 새 공식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도 K-뷰티 성장의 또 다른 축이다. 대표 사례가 에이피알(APR)의 메디큐브다. 메디큐브는 미국 아마존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북미 시장에서 대표 K-뷰티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코스알엑스(COSRX) 역시 아마존 스킨케어 분야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글로벌 인지도를 키웠다. 여기에 틱톡, 세포라, 울타뷰티 등 글로벌 플랫폼이 더해지면서 K-뷰티는 해외 소비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곧바로 신제품을 내놓는 구조를 갖추게 됐다. 예전에는 해외 진출을 위해 현지 유통망을 확보하는 데 수년이 걸렸다면, 이제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곧바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품질보다 생태계가 경쟁력 물론 K-뷰티를 TSMC와 동일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TSMC의 경쟁력은 초미세 반도체 공정과 막대한 설비투자, 제조 기술에 있다. 반면 K-뷰티의 강점은 빠른 제품 개발과 트렌드 대응, ODM 생태계, 디지털 마케팅이 결합된 산업 구조다. 닛케이가 말한 'TSMC형'이라는 표현도 제품이 아니라 산업의 분업 구조를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K-뷰티의 성공을 단순히 화장품 품질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브랜드는 기획과 마케팅에 집중하고, ODM은 연구개발과 제조에 집중한다. 여기에 글로벌 플랫폼이 소비자 반응을 빠르게 전달하면서 '아이디어→제품 개발→출시→시장 검증→성공 제품 확대'라는 선순환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좋은 공장을 가진 회사가 경쟁력이었다면 지금은 좋은 아이디어를 가장 빠르게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생태계가 경쟁력"이라며 "K-뷰티의 진짜 강점은 특정 기업 하나가 아니라 수많은 브랜드와 ODM 기업, 글로벌 플랫폼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산업 구조에 있다"고 말했다. 결국 K-뷰티의 경쟁력은 '잘 만드는 기술'만이 아니다. 시장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읽고, 가장 빠르게 제품으로 구현해 세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생태계 자체가 한국 화장품 산업의 가장 큰 무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2026-08-09 08: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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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원전 후보지 선정…건설업계, 중장기 플랜트 먹거리 부상
[경제일보] 정부가 15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 부지를 정하면서 건설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이 동시에 추진되기 시작한 만큼 원전 시공 경험을 보유한 건설사들의 중장기 사업 기회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신규 원전 건설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지난 17일 경북 영덕군을 총 2.8GW 규모의 1.4GW급 대형 원전 2기 후보지로, 부산 기장군을 0.7GW 규모 SMR 1기 후보지로 각각 선정했다. 신규 원전 부지 선정은 2011년 강원 삼척 대진원전과 경북 영덕 천지원전 후보지 선정 이후 약 15년 만이며 대형 원전 2기는 오는 2037~2038년, SMR 1기는 2035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원전 건설은 토목과 건축 등 복합 공종이 장기간 투입되는 대형 플랜트 사업이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핵심 기자재는 원전 주기기 업체의 몫이지만 실제 발전소를 짓는 과정에서는 원전 시공 경험을 갖춘 대형 건설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부지 조성부터 원자로 건물, 부대시설 등까지 공사 범위가 넓어 건설사의 수주잔고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이번 계획 가운데 영덕에 조성될 대형 원전은 한국형 원전인 APR-1400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APR-1400은 국내 원전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적용된 노형이다. 부산 기장에 들어설 SMR은 국내 첫 SMR 프로젝트라는 상징성도 갖췄다. 인허가와 설계, 시공 단계가 진행되면 국내 건설사들은 글로벌 SMR 시장 진출을 위한 초기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원전보다 공사 규모는 작더라도 향후 산업단지, 데이터센터, 해외 소형 전력망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작지 않다. 신규 원전 조성의 수혜 후보로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이 거론된다. 현대건설은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 건설을 시작으로 신한울 1·2호기와 신한울 3·4호기 등 다수의 국내 원전 시공 경험을 갖고 있다. 해외에서는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사업을 수주한 후 수행했다. 최근에는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유럽 원전 시장에 대한 공략을 확대하는 중이다. 삼성물산은 새울 3·4호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최근에는 루마니아 SMR 사업에서 미국 뉴스케일을 비롯한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들과 기본설계 단계에 참여하며 차세대 원전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SMR이 AI 데이터센터와 산업단지 전력원으로 주목받는 만큼 국내 첫 SMR 후보지 선정은 삼성물산 등 플랜트·에너지 사업을 확대하는 건설사들에게도 중요한 신호로 읽힌다. 대우건설도 원전 관련 경험을 갖춘 건설사 중 하나이며 신월성 1·2호기를 준공했다.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는 한수원과 함께 팀코리아에 참여하며 역량을 입증했다. 향후 신규 원전 주설비공사 발주가 본격화될 경우 원전 시공 실적을 갖춘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컨소시엄 구성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사업이 곧바로 수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원전은 부지 확정 이후에도 환경영향평가와 인허가, 설계·발주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사업기간도 10년 이상 소요돼 실제 매출 반영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당장 올해 실적에 반영될 수주보다 중장기 플랜트 파이프라인으로 보는 게 현실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부지 선정은 원전 생태계에 분명한 신호를 주고 있다. 탈원전 이후 장기간 위축됐던 국내원전 발주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대형 원전과 SMR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시공·기자재·정비를 아우르는 산업 기반도 재가동될 수 있어 보인다. 인공지능(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가로 안정적인 전력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원전 생태계 회복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주택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신규 원전은 대형 건설사들이 플랜트와 에너지 인프라로 중장기 사업 축을 넓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후보지가 정해졌다고 곧바로 공사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지만 원전 사업을 다시 장기 프로젝트로 검토할 수 있는 출발점이 마련된 셈”이라며 “대형 원전과 SMR이 함께 추진되는 만큼 단순 시공 경쟁을 넘어 설계 이해도, 안전관리 역량, 장기 공정 관리 능력이 향후 경쟁의 핵심일 것 같다”고 말했다.
2026-06-19 09:4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