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3건
-
"HBM만 바라볼 수 없다"…삼성·SK하이닉스, 중국 D램의 역습에 맞서다
[경제일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역대급 실적을 올리는 사이 중국이 또 다른 전선에서 추격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에 생산능력을 집중하는 동안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모바일 메모리의 공정 미세화와 생산성 개선을 앞세워 시장 확대에 나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CXMT는 전날 중국 허페이에서 열린 세계제조업대회에서 5세대 D램 기술 플랫폼인 ‘G5’의 양산을 공식 발표했다. G5를 적용한 24기가비트(Gb) LPDDR5X 제품 2종도 공개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주도해 온 시장에 중국산 첨단 D램 공급을 늘리겠다는 선언이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생산성이다. CXMT는 네 차례 패터닝하는 공정 기술을 활용해 메모리 배열 내 특정 구조의 반간격을 11.95나노미터까지 줄였다고 밝혔다. 8Gb 제품으로 환산한 웨이퍼당 생산 가능한 칩 수는 이전 세대보다 최소 50% 늘었다는 설명이다. 단일 칩 용량도 기존 동급 제품보다 50% 증가한 24Gb로 높였다. 다만 이를 한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 해소로 단정할 수는 없다. 11.95나노미터는 메모리 배열의 특정 구조를 측정한 값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사용하는 공정 세대 명칭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웨이퍼당 칩 수 증가도 불량품을 제외한 양품 수율과 다르다. CXMT는 G5의 실제 수율과 월간 생산량, 고객사별 공급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1세계 D램 4위까지 올라온 중국…공백 파고드는 생산능력 CXMT의 추격은 기술 발표에만 머물지 않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매출 점유율은 삼성전자 39.4%, SK하이닉스 24.9%, 미국 마이크론 23.3%, CXMT 9.5% 순이었다. CXMT의 점유율은 1분기 7.6%에서 한 분기 만에 1.9%포인트 상승했다.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4위 공급업체의 존재감이 커진 것이다. 중국 업체에 기회가 생긴 배경에는 기존 강자들의 생산능력 재배치가 있다. HBM과 고용량 서버용 D램 수요가 폭증하자 주요 업체들이 수익성이 높은 제품에 설비를 우선 배정했다. 상대적으로 모바일·PC용 제품의 공급 여력이 줄면서 CXMT를 비롯한 후발 업체들이 고객을 확보할 공간이 넓어졌다. 그렇다고 범용 D램 시장이 이미 가격 폭락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트렌드포스는 지난 7일 보고서에서 2분기 D램 업계 매출이 전분기보다 59.5%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3분기 일반 D램 계약가격 역시 13~18%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확인되는 것은 중국산 공급 확대에 따른 잠재적 경쟁 압력이지, 한국산 제품의 가격 하락이 현실화됐다는 사실은 아니다. 당장의 접점은 스마트폰이다. CXMT가 이번에 내놓은 G5 기반 제품은 저전력 모바일 D램인 LPDDR5X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공급처를 다변화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가격뿐 아니라 전력 효율, 품질, 안정적인 공급 능력으로 고객을 붙잡아야 한다. 실제 경쟁 강도는 신제품의 양산 수율과 고객사 채택 규모가 확인돼야 판단할 수 있다. 삼성은 제품 포트폴리오, SK는 고객 밀착…서로 다른 방어전 삼성전자는 HBM과 일반 D램을 동시에 고도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 7월 30일 발표한 2분기 실적 자료에서 HBM4 공급 확대와 업계 최초 HBM4E 샘플 출하를 강조하는 한편, DDR5와 저전력 서버 메모리 규격인 SOCAMM2도 고부가 제품군으로 제시했다. 서버용 제품 매출 비중도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폭넓은 제품군을 확보한 삼성의 과제는 제한된 설비를 어디에 배정하느냐다. HBM과 서버용 제품의 호황에 대응하면서도 모바일 고객이 요구하는 물량과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HBM 투자 확대가 범용 D램 포기를 뜻하지는 않지만, 수요가 다른 제품군 사이에서 생산능력을 조정하는 부담은 커졌다. SK하이닉스는 HBM과 고부가 서버 메모리에 무게를 싣고 고객과의 장기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2분기 HBM4 대량 출하를 시작했고 약 10개 주요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10나노급 6세대 공정 기반 D램 출하와 SOCAMM2 판매도 확대하고 있다. HBM에 집중하면서 서버용 일반 메모리까지 묶어 고객 수요에 대응하는 구조다. 두 기업의 차이는 경쟁의 출발점이다. 삼성은 폭넓은 메모리 제품군과 생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하고, SK하이닉스는 HBM을 중심으로 구축한 고객 관계와 고부가 제품 판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중국 업체가 모바일과 일반 D램에서 공급을 늘리면 기존 제품의 수익성과 시장 기반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中 LPDDR6까지 상용화…승부는 ‘양산 발표’ 다음에 CXMT의 행보는 LPDDR5X에 그치지 않는다. 회사는 지난 7일 차세대 모바일 메모리인 LPDDR6의 양산과 샤오미 플래그십 스마트폰 적용을 발표했다. 이번 G5 발표에 앞서 차세대 규격의 상용화를 알린 셈이다. 중국 업체의 경쟁 영역을 과거 세대의 저가 D램에만 한정해 볼 수 없는 이유다. 사업영역도 넓히고 있다. 실제 CXMT는 베이징 신규 시설에 낸드플래시 연구개발 생산라인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계획 단계로, 상업 생산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D램에서 확보한 자본과 고객 기반을 다른 메모리 분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한국 기업에 필요한 것은 HBM 투자를 줄이는 단순한 대응이 아니다. AI 서버는 HBM뿐 아니라 고용량 일반 D램도 사용한다. HBM의 기술 우위를 강화하는 동시에 서버용 DDR5와 저전력 메모리에서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가격·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G5 양산 발표가 글로벌 가격 질서를 바꿀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며 “앞으로 확인해야 할 지표는 생산라인의 실제 양품 수율, 월간 출하량, 해외 고객사 확보 여부”라고 했다. 이어 “한국 기업에는 여기에 제품별 수익성과 생산능력 배분이라는 과제가 더해진다”면서 “AI 호황이 한국 메모리 산업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고 있지만, 그 사이 일반 D램 시장의 경쟁 구도도 달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HBM을 앞세운 성장과 폭넓은 D램 시장의 기반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느냐. 중국의 추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 두 가지 과제를 함께 던지고 있다”고 했다.
2026-09-21 15:30:00
-
코스피가 멈춘 날, AI 반도체의 두 번째 승부가 시작됐다
코스피가 하루 만에 10.84% 무너졌다. 개장 6분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곧이어 서킷브레이커가 시장을 멈춰 세웠다. 지수는 6023.66까지 밀렸고 외국인은 약 5조원어치를 팔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락하자 한국 증시 전체가 흔들렸다. 이날 사태를 중국 메모리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상장 충격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편리하지만 정확하지 않다. 중국의 메모리 산업 육성, 노광장비 자립 가능성,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부담, 국내 증시의 과도한 반도체 집중과 레버리지가 동시에 반응한 결과다. 해외에서 시작된 작은 균열이 국내 수급 구조를 만나 거대한 충격으로 확대됐다. CXMT는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466% 뛰었다. 기업가치는 약 3조3000억위안까지 치솟았고 86억달러를 조달했다. 세계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7∼9% 수준이지만 자금과 내수시장, 정부 지원을 한꺼번에 확보했다는 점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CXMT가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사업을 위협한다고 보는 것도 성급하다. 기업공개 투자계획의 중심은 기존 D램 생산라인과 공정 개선이다. HBM은 기술과 수율, 고객 인증에서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있다. 중국의 공격은 가장 높은 산봉우리보다 넓은 평지에서 먼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DDR5와 LPDDR5X 같은 범용·모바일 D램을 중국 PC와 스마트폰, 서버 기업에 공급하며 시장을 잠식하는 방식이다. 중국산 제품이 내수시장을 차지하면 한국 기업은 범용 D램의 물량과 가격에서 압박을 받는다. HBM에서 번 돈을 범용 제품의 가격 하락이 갉아먹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중국산 이머전 DUV 노광장비 생산 보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올해 생산계획으로 알려진 물량은 5대에 불과하다. 해상도와 처리 속도, 수율, 안정적인 유지보수 능력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장비 한 대를 만드는 것과 반도체 공장에서 연중 가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러나 중국 산업을 평가할 때 현재의 완성도만 보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산업도 처음에는 품질과 수율에서 조롱받았다. 중국의 경쟁력은 출발점보다 개선 속도, 거대한 내수시장과 장기간의 자본 투입에서 나왔다. DUV 장비 5대가 당장 ASML을 대체하지는 못해도 5년 뒤 공급망의 일부를 바꿀 가능성은 남는다. 알파벳의 실적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알파벳은 2분기 매출 1198억달러를 기록했고 클라우드 매출은 82% 증가했다. AI가 돈을 벌지 못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시장을 긴장시킨 것은 매출이 아니라 투자비였다. 알파벳은 연간 설비투자 전망을 1950억∼2050억달러로 높였다. 데이터센터와 서버에 막대한 자금을 쏟으면서 분기 잉여현금흐름은 약 59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AI 산업이 소프트웨어의 외양을 쓰고 있지만 실상은 발전소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이 결합된 자본집약 산업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앞으로 시장이 요구할 답은 GPU를 몇 장 확보했느냐가 아니다. 그 GPU가 얼마나 가동됐고 고객이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했으며 투자한 자본이 언제 현금으로 돌아오는지를 묻게 될 것이다. AI 경쟁은 기술 성능에 이어 자본 효율성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한국 증시는 이런 변화에 유난히 취약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데다 레버리지 ETF와 신용거래가 상승 속도를 더욱 높였다. 오를 때는 효율적인 구조였지만 방향이 바뀌자 외국인 매도, ETF 헤지, 반대매매가 서로를 자극했다. 기업의 본질가치가 하루 만에 10% 이상 사라졌다기보다 수급의 체력이 먼저 무너진 것이다. 이번 폭락을 AI 반도체 시대의 종말로 규정할 이유는 없다. 빅테크의 투자는 여전히 확대되고 있고 HBM 수요와 데이터센터 건설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모든 AI 투자가 성공하고 모든 반도체 기업이 같은 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믿음은 수정될 때가 됐다. 확인해야 할 숫자도 달라졌다. 빅테크의 설비투자 계획뿐 아니라 AI 서비스 매출과 현금흐름, HBM 주문과 가격, CXMT의 실제 생산량과 수율, 중국산 장비의 고객사 투입 여부를 함께 봐야 한다. 피보나치나 엘리엇 파동이 제시하는 가격대는 시장 심리를 설명할 수는 있어도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지 못한다. 코스피가 멈춘 날 드러난 것은 AI 황금기의 붕괴가 아니다. 공급 부족과 기대만으로 주가가 오르던 첫 번째 장이 끝나고, 기술과 자본, 생산성으로 승자를 가리는 두 번째 장이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한국 기업에 필요한 것은 중국의 추격을 과장하는 공포도, HBM 우위를 영원한 성벽처럼 믿는 낙관도 아니다. 앞선 기술을 다음 기술로 연결하고, 벌어들인 현금을 연구개발과 생산성 향상에 다시 투입해야 한다. 시장이 멈춘 시간은 짧았다. 산업의 시계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2026-07-29 07:5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