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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예금까지 옮긴다…美은행 5000억달러 흔들 '에이전트 뱅크런' 경계
[경제일보] 인공지능(AI)이 고객을 대신해 금융상품을 비교하고 더 높은 수익을 주는 곳으로 자금 이동까지 지원하는 시대가 다가오면서 은행의 전통적인 예금 사업 모델이 시험대에 올랐다. 고객이 낮은 금리에도 돈을 그대로 두는 ‘예금 관성’이 AI 에이전트에 의해 약해질 경우 은행들은 고객을 붙잡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하고, 이는 조달비용 상승과 순이자마진 축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자율적으로 복수의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금융시장에 확산하면 미국 은행권이 그동안 누려온 저원가 핵심예금의 경제적 가치 약 5000억달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상장 은행 전체 시가총액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5000억달러는 AI로 인해 은행에서 당장 빠져나가는 현금도, 실제 발생이 확정된 손실액도 아니다. AI가 예금자의 금리 민감도를 높여 저원가 예금이 고금리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이동하면 은행은 예금금리를 높여야 한다. 그 결과 조달비용이 증가하고 미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저원가 예금이 제공해온 경제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의미다. ◆AI가 깨우는 ‘잠자는 예금’…은행 조달구조 바뀌나 은행의 저원가 조달 기반 가운데 하나는 고객이 낮은 금리에도 예금을 장기간 유지하는 데서 형성돼 왔다. 수시입출금식 예금이나 무이자성 예금이 많이 쌓일수록 은행은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과 채권 등 수익자산에 운용할 수 있다. AI가 바꿀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기존에는 고객이 여러 은행의 금리와 상품 조건을 직접 찾아 비교하고 계좌까지 옮겨야 했다. 금리 차이가 크지 않으면 번거로움 때문에 기존 계좌에 돈을 그대로 두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AI 에이전트가 이용자의 동의와 권한 범위 안에서 금융상품을 상시 비교하고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자금 이동까지 지원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금리가 조금이라도 높은 상품을 찾는 비용과 계좌 이동에 필요한 시간이 크게 낮아진다. 고객에게는 유리하지만 은행에는 부담이다. 고객 자금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보다 높은 예금금리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저원가 예금 감소→예금금리 상승→조달비용 증가→순이자마진(NIM) 축소→미래 이익 감소→기업가치 하락이라는 경로가 형성될 수 있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에이전틱 뱅크런(agentic bank run)’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전통적인 뱅크런이 금융회사에 대한 불안으로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인출하는 현상이라면, 에이전틱 뱅크런은 AI가 금리와 조건을 계속 비교해 자금을 더 유리한 곳으로 이동시키면서 은행의 예금 경쟁을 급격하게 높이는 상황에 가깝다. ◆美 3대 은행 무이자예금 1.6조달러…3%면 비용 470억달러 미국 대형은행이 보유한 저원가 예금 규모를 보면 AI가 가져올 변화의 파급력을 가늠할 수 있다. FT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가 보유한 무이자 예금은 약 1조6000억달러에 달한다. 세 은행 전체 부채의 약 16% 수준이다. FT는 이들 예금에 평균 연 3%의 금리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 경우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은 연간 약 470억달러로 계산된다. 현재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조달하는 자금에 금리를 붙여야 한다는 의미다. 은행 입장에서 예금금리 1~2%포인트 변화가 수십억달러의 비용 차이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AI가 금융상품 비교와 계좌 이동의 장벽을 낮추면 금리 차이가 몇십bp(1bp=0.01%포인트)에 불과하더라도 자금 이동이 지금보다 민감해질 가능성이 있다.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높이거나 수수료를 낮추고 부가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붙잡아야 할 수 있다. ◆5000억달러는 저원가 예금의 ‘경제적 가치’ FT가 제시한 5000억달러도 이 같은 저원가 조달 효과를 계량화한 것이다. 계산에는 은행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활용되는 ‘핵심예금 무형자산(CDI·Core Deposit Intangible)’ 개념이 사용됐다. CDI는 은행이 안정적인 핵심예금을 통해 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낮은 금리의 예금이 많이 유지될수록 은행 입장에서는 조달 경쟁력이 높아진다. 금융자문회사 Mercer Capital에 따르면 올해 미국 은행 M&A에서 평가된 CDI는 핵심예금의 평균 2%대 중반 수준이었다. 최근 거래에서는 대체로 핵심예금의 2~3% 범위에서 평가됐다. FT는 이런 비율을 미국 은행권의 핵심예금에 적용해 저원가 조달이 제공하는 경제적 가치를 약 5000억달러로 추산했다. 따라서 5000억달러를 ‘AI가 은행에서 빼내는 돈’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AI 확산으로 은행들이 시장금리에 가까운 수준까지 예금금리를 높여야 할 경우 저원가 핵심예금이 제공해온 조달비용 우위가 약해지고 미래 수익과 기업가치가 그만큼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보면 그동안 은행에 귀속됐던 저원가 예금의 경제적 가치 일부가 더 높은 예금금리와 낮은 수수료 형태로 고객에게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AI 뱅크런’ 현실화까진 신뢰·규제 장벽 AI가 당장 대규모 예금 이동을 촉발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금융거래는 일반 온라인 쇼핑과 달리 본인 인증과 고객 동의, 거래 한도, 금융사별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 규제를 거친다. AI가 임의로 고객의 돈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고객이 자신의 금융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어디까지 AI에 넘길지도 변수다. AI가 잘못된 판단으로 자금을 옮기거나 부적절한 상품을 선택했을 경우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도 해결해야 한다. 개인정보와 계좌정보 보호, 금융사기 방지, AI의 투자 판단에 대한 설명 책임도 풀어야 할 과제다. 따라서 AI가 예금 경쟁을 강화할 가능성은 있지만 금융불안에 따른 전통적인 뱅크런과 같은 현상이 단기간에 현실화될 것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도 AI 활용…비용 절감으로 맞대응 은행이 AI 확산의 일방적인 피해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 은행들은 이미 AI를 고객 상담과 신용평가, 자금세탁방지, 이상거래 탐지, 내부 업무 자동화 등에 활용하고 있다. 대출심사를 정교하게 하고 인적 오류를 줄이면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은행이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면 높아진 예금 조달비용을 일부 상쇄할 여지도 생긴다. 고객별 신용위험을 세분화해 대출금리를 정교하게 설정하거나, 반복 업무와 사후관리 비용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AI는 한쪽에서는 은행의 저원가 예금 기반을 흔들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비용구조를 낮춰주는 양면적인 기술인 셈이다. 당장 시장이 더 민감하게 보는 변수 역시 AI만은 아니다. 미국 금리와 경기 방향, 대출 부실 가능성, 기업의 신용위험 등이 여전히 은행 실적과 주가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AI는 기존 위험요인을 대신하기보다 은행의 예금 경쟁 구조를 중장기적으로 바꿀 새로운 변수에 가깝다. ◆한국 은행도 예외 아니다…‘저원가성 예금 경쟁’ 달라질 수도 이 같은 변화는 미국 은행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국내 은행 역시 요구불예금과 저축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 규모가 순이자마진과 수익성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이다. 은행들은 저원가성 예금을 확대하기 위해 급여이체와 카드, 각종 생활금융 서비스를 묶어 고객을 주거래은행에 붙잡아 왔다. 하지만 AI가 은행별 예금금리와 수수료, 우대조건을 실시간으로 비교하고 자금 이동까지 지원하는 단계로 발전하면 기존의 ‘주거래은행’ 개념도 달라질 수 있다. 고객이 한 은행에 자금을 장기간 묶어두기보다 AI가 가장 유리한 조건에 따라 여러 금융회사로 자금을 나눠 이동시키는 환경에서는 은행도 브랜드나 고객 충성도만으로 저원가성 예금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AI가 ‘잠자는 예금’을 깨우기 시작하면 은행이 오랫동안 누려온 저비용 자금 조달의 이점 일부가 예금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며 “AI 시대 은행의 경쟁은 대출을 얼마나 많이 늘리느냐뿐 아니라 예금을 어떤 가격과 서비스로 확보하느냐에서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6-10-13 08: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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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는 비트코인이 아니라 블록체인을 원한다"…토큰화가 바꾸는 금융 배관
[경제일보] 한때 가상화폐 투기의 기반 기술로 여겨졌던 블록체인이 세계 금융산업의 새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월가의 대형 은행과 증권거래소,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금과 예금, 채권, 펀드, 주식 등 전통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할 수 있는 디지털 토큰으로 바꾸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월가가 블록체인 사랑하기를 배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금융회사들은 블록체인이 거래 비용을 낮추고 결제 시간을 줄이며, 개인과 기관투자자가 하루 24시간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 시장도 2025년 초 40억달러 미만에서 최근 160억달러 이상으로 커졌다고 FT는 전했다. 월가의 관심은 가상화폐 자체보다 ‘토큰화(Tokenisation)’에 쏠려 있다. 토큰화는 현금, 예금, 채권, 주식, 펀드, 원자재, 부동산 등 실물·금융자산의 권리를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으로 표현해 거래하는 방식이다. 기존 금융시장이 은행, 예탁결제기관, 청산소, 거래소, 수탁기관 등 여러 중개기관을 거쳐 움직였다면 토큰화 금융은 거래와 결제, 권리 이전, 이자·배당 지급을 하나의 디지털 장부와 스마트계약으로 자동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패했던 블록체인 거래소, 10년 뒤 다시 주류로 금융권의 블록체인 실험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FT는 2016년 호주증권거래소가 기존 거래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소프트웨어 설계와 대규모 거래 처리 문제 등이 겹치며 결국 프로젝트가 중단됐다고 짚었다. 당시에는 스마트계약, 확장성, 금융규제, 기관투자가 활용 경험이 모두 미성숙한 단계였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면서 환경은 달라졌다.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화폐 거래소와 스테이블코인, 디지털자산 수탁, 온체인 결제 등을 거치며 성숙했고, 금융당국도 제도권 금융 인프라로서 분산원장기술(DLT)을 다루기 시작했다. 기업 경영진 입장에서도 규제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관련 투자를 결정하기 쉬워졌다. 미국 증권시장 청산·결제 인프라를 담당하는 DTCC도 움직이고 있다. DTCC는 올해 5월 토큰화 서비스를 개발 중이며, 2026년 7월 제한적 실거래를 거쳐 10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TCC는 미국 주식과 채권 거래의 청산·결제를 맡는 핵심 기관으로, 금융권에서는 DTCC의 참여를 토큰화가 실험 단계를 넘어 시장 인프라 단계로 이동하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은행의 경쟁자는 은행만이 아니다 전통 금융회사가 토큰화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경쟁 압박도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와 핀테크 플랫폼은 이미 24시간 거래, 즉시 결제, 낮은 수수료를 앞세워 젊은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은 가상화폐를 넘어 주식, 채권, 원자재, 사모신용 등 기존 금융상품까지 토큰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스닥도 토큰화 주식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나스닥은 올해 3월 토큰화가 “항상 열려 있는 금융 생태계”의 이점을 열 수 있다며, 발행회사를 중심에 둔 주식 토큰 설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나스닥은 이 구상이 규제된 기존 주식시장과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투명한 시장 구조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도 변화의 압박을 인정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다이먼 CEO는 주주 서한에서 스테이블코인, 스마트계약, 토큰화 플랫폼을 새로운 경쟁자로 거론하며 자체 블록체인 기술 확대 필요성을 밝혔다. 비트코인을 강하게 비판해 온 월가 대표 은행가마저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는 외면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토큰화된 돈부터 커진다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는 ‘토큰화된 돈’이다. 대표적으로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이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유로 등 법정통화 가치에 1대1로 연동되도록 설계된 디지털자산이다. 토큰화 금융시장에서는 법정통화와 블록체인 자산을 이어주는 결제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은행권도 토큰화 예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웰스파고가 올가을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토큰화 예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토큰화 예금은 기존 은행 예금을 블록체인에서 이전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든 것으로, 은행권이 스테이블코인에 대응하면서도 예금 기반 결제 질서를 유지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이 함께 쓰는 토큰화 결제 인프라를 실험하고 있다. BIS의 ‘프로젝트 아고라(Project Agorá)’는 토큰화된 중앙은행 준비금과 상업은행 예금을 결합해 도매 국제결제를 더 빠르고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공공·민간 공동 프로젝트다. BIS는 이 프로젝트가 기존 자금세탁방지, 결제완결성, 개인정보보호 규칙을 준수하면서도 국제결제의 비효율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효율성 뒤에 새 리스크도 토큰화 지지자들은 거래비용 절감과 결제시간 단축, 담보 활용 효율화, 24시간 거래를 장점으로 든다. 예를 들어 국채를 토큰화해 환매조건부채권, 즉 레포(Repo) 거래의 담보로 활용하면 담보가 묶이는 시간을 줄이고 자금 회전율을 높일 수 있다. 스마트계약을 활용하면 이자나 배당, 권리 행사도 자동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국제기구는 속도가 곧 안정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IMF는 지난달 발표한 토큰화 관련 보고서에서 토큰화가 금융시장 구조와 리스크 관리, 금융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 금융은 속도, 집중, 분절화 문제를 통해 금융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으며, 자동 실행과 연속 결제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금 유출을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스크는 여러 갈래다. 첫째는 자동화 리스크다. 스마트계약이 조건 충족 시 즉시 실행되면 평상시에는 효율적이지만, 위기 때는 인간의 재량적 개입이 사라질 수 있다. 마진콜과 담보 청산이 자동으로 이어질 경우 시장 충격이 더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인프라 리스크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특정 금융기관이 직접 통제하지 않는 네트워크다. 해킹, 코드 결함, 검증인 구조, 네트워크 장애가 금융시장 인프라의 위험으로 전이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은 공개형 블록체인보다 내부 통제가 가능한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선호하고 있다. 셋째는 상호운용성 문제다. 각 은행과 플랫폼이 서로 다른 토큰화 예금과 자산 네트워크를 만들면 유동성은 커지기보다 쪼개질 수 있다. JP모건 토큰이 다른 은행 시스템에서 곧바로 결제되지 않는다면, 토큰화는 하나의 통합 시장이 아니라 여러 개의 닫힌 시장을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주식 토큰’은 진짜 주식인가 투자자 보호 문제도 남아 있다. 로빈후드는 지난해 유럽 이용자를 대상으로 오픈AI와 스페이스X 관련 주식 토큰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오픈AI는 해당 토큰이 자사의 실제 지분이 아니며, 회사와 제휴한 상품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로이터도 오픈AI가 로빈후드의 주식 토큰과 파트너십을 맺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사례는 토큰화 금융의 핵심 쟁점을 보여준다. 투자자가 토큰을 보유했을 때 실제 주주권을 갖는지, 배당과 의결권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발행회사가 이를 승인했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느 나라 법과 감독당국이 관할하는지 명확하지 않으면 투자자 혼란이 커질 수 있다. 결국 월가가 원하는 것은 비트코인이 아니라 금융시장의 ‘배관’을 새로 까는 블록체인이다. 토큰화는 낡은 결제·청산 구조를 바꾸고 금융상품의 유통 방식을 혁신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은 속도만으로 움직이는 산업이 아니다. 신뢰, 규제, 결제 안정성, 투자자 보호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한 금융시장 전문가는 “토큰화는 금융산업의 인터넷화에 가까운 변화지만, 모든 자산을 24시간 거래하게 만든다고 시장이 자동으로 더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금융당국은 혁신을 막기보다 토큰의 권리 구조, 결제 자산, 플랫폼 책임, 위기 시 중단 장치까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08-09 08:2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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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1분기 당기순이익 1873억원…전년 比 36% ↑
[경제일보] 카카오뱅크가 올해 1분기 비이자수익 3000억원을 넘기며 전년 동기 대비 30% 넘게 증가한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고객 수와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가운데 중·저신용자와 개인사업자 대출을 중심으로 포용금융도 확대했다. 6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873억원으로 전년 동기(1374억원) 대비 36.3% 증가했다. 영업수익은 8193억원으로 전년 동기(7845억원)보다 4.4%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76억원으로 전년 동기(1830억원) 대비 13.9% 감소했으나 인도네시아 디지털뱅크 슈퍼뱅크 상장에 따른 투자 평가차액 933억원이 영업외손익으로 반영되면서 당기순이익이 늘었다. 1분기 말 기준 고객 수는 2727만명으로 3개월 만에 57만명 증가했다. 1분기 MAU는 2032만명, 주간활성이용자수(WAU)는 1502만명으로 집계됐다. 수신 잔액은 69조356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원 넘게 늘었다. 국내 증시 활황 영향으로 정기적금 잔액은 줄었으나 요구불예금과 정기예금 잔액이 증가하면서 전체 수신 규모가 확대됐다. 모임통장 순 이용자 수는 1290만명, 잔액은 1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여신 잔액은 47조6990억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는 1분기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금융상품과 서민금융상품, 개인사업자 대출을 중심으로 여신 성장을 이어갔다. 중·저신용 대출 공급도 확대됐다. 카카오뱅크는 1분기 4500억원 규모의 중·저신용 대출을 공급했다. 중·저신용 대출 신규 취급 비중은 45.6%, 잔액 비중은 32.3%로 집계됐다. 출범 이후 지난 1분기까지 공급한 중·저신용 대출 규모는 16조원에 달한다.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3480억원 증가한 3조4030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연체율은 0.51%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3%, 대손비용률은 0.55%로 이전 분기와 같은 수준을 보였다. 비이자수익은 분기 기준 처음으로 3000억원을 돌파했다. 1분기 여신이자수익을 제외한 비이자수익은 30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다. 전체 영업수익에서 비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37%로 높아졌다. 수수료·플랫폼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808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카카오뱅크를 통해 제휴 금융사의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한 금액은 1조3280억원이다. 투자 플랫폼 부문도 확대됐다. MMF박스와 펀드 합산 판매 잔고는 지난해 9월 1조원을 돌파한 뒤 6개월 만에 1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체크카드 결제액은 4분기 연속 6조원 수준을 유지했다. 카카오뱅크는 하반기부터 맞춤형 혜택 체크카드, 청소년·외국인 전용 카드, 두 번째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등 신규 카드 상품을 출시해 결제 영역을 강화할 계획이다. 자금운용손익은 1520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수익증권 손익 감소 영향으로 전년 동기보다 128억원 줄었으나 직전 4분기보다는 개선됐다. 카카오뱅크는 인도네시아 슈퍼뱅크, 태국 가상은행, 몽골 MCS그룹과의 협력 등 아시아 주요 시장에서 글로벌 사업 확장 전략을 추진한다. 연내 외국인을 위한 금융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주주환원 확대도 이어간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회계연도 주주환원율을 45% 수준으로 확대한 데 이어 올해 회계연도 이익에 대한 주주환원율을 50%까지 높일 방침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불확실성과 변동성 높은 외부 환경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며 "올해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바탕으로 포용금융을 확대하고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여 고객에게 첫 번째로 선택받는 금융 생활 필수앱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2026-05-06 16: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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