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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갈지자 공천, 국민의힘은 스스로 지방선거를 버리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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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갈지자 공천, 국민의힘은 스스로 지방선거를 버리려 하는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양규현 사장
2026-03-19 06:00:00
 
양규현 경제일보 사장
양규현 경제일보 사장
[경제일보] 정당이 선거를 앞두고 가장 먼저 세우는 것은 원칙이다. 기준이 있어야 사람을 세울 수 있고, 절차가 있어야 조직이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공천 과정을 바라보면, 이 가장 기본적인 정치의 상식이 완전히 무너진 듯하다.

혁신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방향도 기준도 없는 ‘갈지자 공천’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모습이라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당은 과연 선거를 치르려는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패배를 예약하려는 것인가.

불과 며칠 전 박형준 부산시장에 대한 컷오프 방침이 하루 만에 번복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현직 광역단체장을 근거도 명분도 없이 배제하려다 여론의 반발이 일자 슬그머니 철회하는 모습은 정치라기보다 즉흥적인 권력 놀음에 가까웠다. 공천은 정당 정치의 심장이다. 그런데 심장이 이렇게 오락가락한다면 그 정당의 몸 전체가 제대로 움직일 리 없다.

이 사태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문제의 뿌리는 지도부가 내세우는 ‘혁신’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있는 계파 정치에 있다. 당 대표인 장동혁은 겉으로는 과거 권력과의 단절을 말하지만 실제 공천 현장에서는 특정 세력과 극단적 지지층이 공천 판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이른바 ‘윤 어게인’이라는 구호가 다시 정치의 전면에 등장하는 장면을 보며 많은 보수 유권자들은 이미 10년 전의 기억을 떠올린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졌던 ‘진박 감별’의 광풍은 결국 보수 정치의 참패로 끝났다. 그때도 명분은 개혁이었지만 실제로는 내부 권력 다툼이었다. 그 결과 보수 정당은 역사상 가장 큰 패배를 경험했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의 실패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증거다.

서울의 정치적 상징인 오세훈이 공개적으로 지도부를 향해 경고를 던진 것도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당이 극단적 정치와 단절하지 못한 채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그의 발언은 단순한 개인의 불만이 아니라 보수 진영 내부에서 울리는 구조적 경고음에 가깝다. 정치가 상식에서 멀어질수록 유권자는 등을 돌린다. 그것이 지난 수십 년 한국 정치가 반복해서 보여준 냉혹한 법칙이다.

정당의 공천은 권력의 배분이 아니라 정치의 책임을 맡길 사람을 고르는 과정이다. 그런데 지금의 국민의 힘 공천 과정에서는 책임 정치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어떤 지역은 단수 공천을 하고, 어떤 지역은 무더기 컷오프를 한다. 기준도 설명도 없다. 그때그때 권력의 기류에 따라 칼이 내려가는 모습이다. 이것은 공천이 아니라 정치적 즉흥극에 가깝다.

정치의 고전은 오래전부터 같은 교훈을 반복해 왔다. 권력은 원칙 위에서만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기준 없는 권력은 결국 내부에서부터 무너진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혼란은 바로 그 전조일지도 모른다.

선거는 세 가지 요소로 결정된다. 구도와 바람, 그리고 인물이다. 지금 보수 진영은 구도에서도 불리하고 민심의 바람도 차갑다. 그렇다면 마지막 남은 것은 인물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그 인물마저 계파 논리로 난도질하고 있다. 이는 전략이 아니라 자해에 가깝다.

정당이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방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원칙을 버리고 권력만 남길 때다. 지금 국민의힘이 걷고 있는 길이 바로 그 길처럼 보인다. 정치의 역사는 오만한 권력이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수없이 보여주었다.

지방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공천 혼란이 계속된다면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정말 선거를 치를 생각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 공천의 기준을 세우고 절차를 투명하게 하며 계파 정치와 결별해야 한다.

정치는 결국 국민의 신뢰 위에서만 존재한다. 그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정당은 간판만 남는다. 지금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은 권력을 나누는 일이 아니라 신뢰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지방선거의 패배는 단순한 선거 결과가 아니라 보수 정치 전체의 또 한 번의 붕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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