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글로벌 AI 랠리에 힘입어 코스피 9000선 돌파라는 기록적인 외형 성장을 이뤄냈으나 특정 대형주 중심의 쏠림 현상과 양대 시장 간 불균형은 과제로 남았다. 국내 증시가 진정한 선진 자본시장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시스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2주년을 맞은 가운데 국내 증시가 외형적으로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주주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추진한 세 차례의 상법 개정이 증시 상승의 배경으로 보인다.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추진한 세부 입법 과제는 △주주 충실의무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자기주식 원칙적 소각 의무화 등이다. 여기에 글로벌 인공지능(AI) 랠리가 더해지며 코스피 지수는 8000선을 넘어 9000선을 돌파하는 강세를 기록했다.
밸류업 계획 공시에 참여한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은 양대 증시 전체의 81.8%에 달한다.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도 증시 상승을 강하게 이끌고 있다. 거래소는 △시장 대표성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PBR) △자본효율성(ROE) 등을 종합 평가한다. 이를 통해 실적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에 앞장서는 100개 종목을 편입해 지수를 구성한다. 이렇게 산출된 해당 지수는 처음 공표된 이후 273.9% 급등했다.
하지만 가파른 지수 상승 이면에는 극심한 시장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지난해 1월 2일 1832조원에서 지난달 29일 6527조원으로 256.2% 폭등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은 333조원에서 580조원으로 74.2%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수 상승의 온기가 증시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특정 대형 종목에만 과도하게 집중된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3일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은 코스피 565개와 코스닥 912개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 해당 기업들의 가치를 장부상 순자산가치보다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코스피200 지수 모두에서 소수 종목 쏠림 현상도 관찰된다. 지난 19일 기준 코리아 밸류업 지수 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합산 74%에 달했다. 코스피200 지수 역시 상위 5개 종목의 합산 비중이 65.58%를 기록하며 60%를 초과했다.
소수 종목에 대한 극단적인 집중 현상 탓에 해당 지수들은 미국 금융당국(CFTC)으로부터 소수집중형 지수로 분류됐다. 이에 오는 7월 2일부터 미국 국적 투자자들의 해당 지수 선물 거래가 전면 제한된다.
정부와 관계 기관은 이 같은 시장의 불안 요소를 잠재우고 국내 증시 하방을 지지하기 위해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오는 7월 1일부터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상향 적용한다. 이로써 과거 증시 급등기마다 기계적으로 쏟아지던 매도 물량을 줄여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시장의 혁신기업 성장 기능을 회복하고자 우량기업을 상위 시장으로 이동시키는 승강제 도입을 추진한다. 코스닥 기업들의 자발적인 공시 참여를 유도해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다.
역대 최대 규모인 36조6900억원에 달하는 신용공여 잔고(일명 '빚투'·빚내서 투자한다) 등 시장 과열 우려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단기적인 증시 부양을 넘어 자본시장 시스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소수주주 과반결의 제도(MoM) 도입 △쪼개기 상장 시 모회사 주주 신주 배정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등 핵심 견제 법안 통과가 향후 과제로 꼽힌다.
코스피 지수가 진정한 선진 자본시장으로 도약하려면 반도체 산업에 국한된 실적 호조가 △전력기기 △금융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산해야 할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기업의 잉여 현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지속적인 자본 효율성 개선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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