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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의 독립, 권력의 선의에 맡길 수 없다
[경제일보] 법의 권위는 권력자의 의지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데서 나온다. 힘 있는 사람이라고 감싸지 않고, 힘없는 사람이라고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성경 레위기 19장 15절도 재판에서 공의를 지킬 것을 강조한다. 법 집행의 공정성이 흔들리면 수사기관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 지난 14일 열린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남긴 질문도 결국 여기에 있다. 지난 2일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은 검찰에 집중됐던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분리해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를 구축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그러나 수사와 기소를 분리했다고 해서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저절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간판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력의 부당한 개입을 막고 수사권 남용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과거 검찰 재직 당시 감찰 민원 처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직무배제 반대 성명 참여 경위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 후보자는 감찰 민원을 묵살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당시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직무배제 반대 성명에 참여한 데 대해서는 당사자의 소명 절차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정치적 중립성을 검증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책무다. 다만 의혹은 구체적인 사실과 증거로 판단해야 한다. 후보자의 해명 역시 같은 기준으로 검증받아야 한다. 어느 진영에 가까운 인물인지를 따지는 데 그친다면 정작 국민이 확인해야 할 수사기관장의 자질과 독립성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청문회에서 더욱 주목할 대목은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이다. 중수청법 제6조는 행안부 장관이 중수청장과 소속 직원을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하되,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중수청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관의 감독권 자체가 법률에 근거한 권한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모든 지휘와 감독을 정치적 외압으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반대로 법률상 권한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행사가 언제나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지난 11일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고, 중수청은 이튿날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 감찰의 필요성과 적법성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다만 이번 사례는 장관의 감독권이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사되고, 그 적절성을 누가 검증할 것인지라는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수사기관의 독립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정당한 감독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감독권이 개별 사건의 수사 방향이나 결론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통로가 돼서도 안 된다. 법률이 허용한 지휘권과 정치적 개입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권한 행사에 대한 기록과 사후 통제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권력의 선의에 기대는 제도는 권력이 바뀔 때마다 흔들릴 위험이 있다. 수사 독립을 청장 개인의 소신이나 조직 내부의 결의에만 맡길 수 없는 이유다. 우선 인사 절차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현행 제도에는 후보추천위원회와 청장 임기 규정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추천위원회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위원회 구성의 객관성과 심사 기준의 투명성을 높이고, 후보자의 전문성과 도덕성, 정치적 중립성을 일관된 기준으로 검증해야 한다. 청장의 신분을 보호하되 법률에 따른 정당한 책임 추궁 절차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사건 배당과 수사 진행 과정 역시 외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객관적인 배당 기준을 마련하고 담당자 교체나 수사 종결에는 합리적인 사유를 기록하도록 해야 한다. 사건의 특수성과 수사 전문성을 고려한 예외가 필요하더라도 그 판단 근거는 남겨야 한다. 표적 수사나 부당한 사건 지연, 선택적 수사 논란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수사권이 커질수록 통제의 책임도 무거워진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법원의 영장 심사와 적법절차를 엄격히 따라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발생하면 실효성 있는 구제와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한다. 국회 역시 기관 운영과 권한 남용 여부를 감시하되 개별 사건의 수사 결론을 정치적으로 요구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독립은 감시받지 않을 권리가 아니다.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수사하되 법과 절차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게 책임지는 것이 수사기관의 독립이다. 중수청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조직의 실질적인 수사 역량이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인력 확보율이 약 66%, 물적 인프라 확보 수준은 60∼70% 정도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기관이 법률상 권한을 갖췄더라도 인력과 시설,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 수사 공백을 막기 위한 인력 확보와 전문성 강화도 서둘러야 한다. 중수청 개혁의 성패는 과거 검찰의 문제를 얼마나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권력의 향배에 따라 수사 강도가 달라지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선택적으로 처리한다는 의혹이 반복된다면 조직 개편의 의미는 퇴색한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새로운 권한 집중이나 책임 회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관 사이의 역할과 통제 절차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도 본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후보자의 자질과 과거 행적을 철저히 검증하되 같은 기준을 여야 모두에게 적용해야 한다. 의혹을 제기할 때는 근거를 제시하고, 해명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청문회가 정치적 공방에만 머문다면 국민이 판단할 정보는 오히려 부족해진다. 공직 후보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특정 권력자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을 지킬 의지다. 특히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의 수장이라면 정치적으로 불편한 사건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중수청은 정권의 칼도, 정치권의 방패도 돼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독립 선언이 아니다. 지휘·감독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권한 행사의 근거를 기록하며, 위법하거나 부당한 개입에는 책임을 묻는 제도다. 동시에 수사권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장치도 갖춰야 한다. 진리와 정의의 저울을 권력자의 손에 맡겨둘 수는 없다. 새 수사기관에 대한 평가는 조직을 얼마나 크게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권력 앞에서도 법과 원칙을 지켰느냐로 내려질 것이다. 중수청의 독립은 권력의 선의가 아니라 권력조차 함부로 넘을 수 없는 제도적 경계에서 출발해야 한다.
2026-10-15 10: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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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만 앞세운 '중수청'의 자중지란, 기본과 상식이 먼저다
[경제일보] 국가 형사사법 체계를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재편하겠다며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열흘여 만에 내부 갈등과 운영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중대범죄를 엄정하게 수사해야 할 기관이 정작 조직의 기초를 다지는 일부터 삐걱거린다면 국민이 무엇을 믿어야 하겠는가. 검찰개혁이라는 거창한 깃발을 앞세웠지만, 정작 그 깃발을 받쳐야 할 행정 역량과 조직 운영의 기본은 갖췄는지 의문이다. 제도 개편의 명분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준비 부족과 권력 다툼으로 얼룩진다면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출범 과정부터 문제다. 현장에서는 핵심 수사 인력 부족과 주요 보직 공백, 수사 기밀을 다룰 전산망 등 필수 인프라의 미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이라면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중대범죄 수사는 전문 인력과 정보 보안, 증거 관리, 기관 간 공조 체계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런 기반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채 정치 일정에 맞춰 조직부터 출범시켰다면 그 자체가 무책임한 행정이다. 간판을 먼저 달고 내부를 나중에 채우겠다는 식의 개문발차는 국가 수사기관이 취할 방식이 아니다. 수사기관의 부실은 일반 행정기관의 시행착오와 다르다. 증거 확보가 늦어지고 수사 정보가 유출되거나 사건 처리에 공백이 생기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범죄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수사의 완결성이 훼손되면 그 책임은 누구도 대신 질 수 없다. 정부는 출범 당시 인력과 시설, 예산, 전산 보안, 사건 이관 및 공조 절차를 얼마나 면밀하게 점검했는지 공개해야 한다. 준비가 미흡했다면 누가 어떤 판단으로 출범을 강행했는지부터 규명해야 한다. 제도 개편의 속도가 수사의 질과 국민의 권리를 희생시키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인사와 감찰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다. 조직 출범 초기에는 지휘 체계를 안정시키고 구성원 간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초대 청장 인선을 둘러싼 논란에 이어 감찰과 인사 조치를 둘러싼 갈등까지 불거졌다면 지도부의 관리 능력을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감찰이 비위 규명을 위한 정당한 절차인지, 내부 비판을 억누르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 위한 수단인지 의혹이 제기된다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사실관계를 가리지 않은 채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도 안 된다. 중수청의 존립 근거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이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특정 인물이나 세력에는 관대하고 반대편에는 엄격하다면 국민은 그 기관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내부 비판을 무조건 조직 흔들기로 몰아붙이거나 감찰권을 사적으로 행사한다면 기강 확립이라는 명분도 설 자리가 없다. 인사는 전문성과 청렴성, 실적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하며 감찰은 명확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장치가 없다면 조직 개편으로 간판만 바뀌었을 뿐 권력 수사의 고질적 문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무겁다. 검찰개혁의 당위만 강조하며 제도 설계와 현장 준비의 허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개혁의 성패는 조직을 얼마나 빨리 출범시켰느냐가 아니라 범죄를 얼마나 정확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느냐로 판가름 난다. 정부는 출범 준비 과정과 인사·감찰 논란을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전산 보안과 전문 인력 확보, 사건 처리 기준 등 운영 전반의 취약점을 공개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중수청 지도부 역시 책임을 실무진에 떠넘기지 말고 조직 혼란을 초래한 의사결정과 지휘 체계부터 돌아봐야 한다. 정치권도 수사기관을 정쟁의 전리품으로 삼으려는 유혹을 버려야 한다. 권력구조 개편이 특정 정권의 이해에 따라 흔들리고 기관의 독립성이 정치적 유불리에 좌우된다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중수청이 신뢰를 얻으려면 외부의 정치적 간섭을 차단하는 동시에 내부의 전횡과 무능에도 엄격해야 한다. 독립성은 책임을 면제하는 특권이 아니며, 기강 확립은 비판을 봉쇄하는 명분이 아니다. 중수청 출범 이후의 혼란은 정부가 추진한 제도 개편이 현장의 수사 역량과 조직 운영 체계를 충분히 갖췄는지 되묻게 한다. 국회와 정부는 정치적 명분을 앞세우기보다 수사기관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 전산망, 지휘 체계를 안정시키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조직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함께 확보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깃발이 제도를 대신할 수 없고, 명분이 실력을 대신할 수도 없다. 중수청은 지금이라도 출범의 속도보다 운영의 완성도를 우선해야 한다. 정부는 졸속 준비와 인사 난맥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지도부는 공정한 인사와 투명한 감찰, 전문적인 수사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기본과 상식이 무너진 개혁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중수청이 진정한 개혁의 성과를 입증하는 길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수사,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시작된다.
2026-10-13 1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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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장관 청문회, 이게 제대로 된 인사검증인가
[경제일보] 국회가 15일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승원 법무부 장관,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동시에 연다. 경제정책과 사법행정, 중소기업·벤처정책을 책임질 세 장관 후보자가 같은 날 국회의 검증대에 오르는 것이다. 이번 주에는 전날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6일 국방부·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18일 특별감찰관 후보자 청문회까지 이어진다. 말 그대로 ‘인사청문 슈퍼위크’다. 문제는 청문회가 많다는 데 있지 않다. 하루에 장관 후보자 세 명을 동시에 검증하는 방식으로 국민이 원하는 제대로 된 인사검증이 가능하느냐는 것이다. 세 후보자에게는 각각 검증해야 할 쟁점이 적지 않다. 이형일 후보자는 부동산 문제와 미래대응기금·세제개편 등 경제정책, 김승원 후보자는 신약 관련 청탁 의혹과 형사사법체계 개편, 이소영 후보자는 부동산·용역계약 논란과 중소기업 정책 전문성 등이 청문회 쟁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청문회가 이런 의혹을 확인하는 데만 그쳐서도 안 된다. 경제부총리 후보자에게는 고유가와 금융시장 불안, 재정 운용과 부동산·세제 정책을 물어야 한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는 형사사법체계 개편과 검찰·경찰 관계, 법치주의와 정치적 중립에 대한 철학을 확인해야 한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에게는 소상공인 부채와 벤처투자, 창업 생태계와 중소기업 경쟁력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따져야 한다. 장관 청문회의 본질은 과거의 흠결을 찾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맡길 능력과 판단력을 검증하는 데 있다. 세 청문회는 각각 다른 상임위원회에서 진행된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청문회가 같은 날 몰리면 언론과 시민사회의 감시, 국민의 관심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한 후보자의 중요한 정책 답변이나 새로운 의혹이 다른 청문회의 정치적 공방에 묻힐 가능성도 커진다. 결국 자극적인 한두 장면이나 여야 충돌만 부각되고 정작 정책과 자질에 대한 깊이 있는 검증은 뒷전으로 밀릴 우려가 있다. 인사청문회의 목적은 흠을 많이 찾는 것이 아니라 적임자인지를 제대로 가려내는 데 있다.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도 문제다.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도 야당은 다수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고 여당은 정치공세라며 맞섰다. 증인을 무더기로 불러 세우는 것도 문제지만 필요한 증인마저 정쟁 때문에 부르지 못한다면 청문회는 후보자의 일방적인 해명만 듣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증인은 여당이 후보자를 보호하거나 야당이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정책적 판단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이어야 한다. 자료 제출을 둘러싼 공방도 달라져야 한다. 청문회 때마다 야당은 후보자가 핵심 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후보자 측은 개인정보나 자료 부존재 등을 이유로 맞서는 일이 반복된다. 청문회 당일 새로운 자료를 들이밀고 즉답을 요구하는 방식만으로도 제대로 된 검증은 어렵다. 후보자가 제출해야 할 자료의 범위와 기한을 보다 명확히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핵심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묻는 장치가 필요하다. 국회 역시 검증과 직접 관계없는 가족의 사생활이나 정치적 공격을 위한 자료까지 무차별적으로 요구하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 자료 제출을 놓고 며칠씩 싸우다 정작 정책 검증 시간을 잃는다면 청문제도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도덕성 검증과 정책 검증의 균형도 되찾아야 한다. 장관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만큼 재산 형성 과정과 이해충돌, 법 위반 여부, 공직 윤리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 그러나 도덕성 검증이 정책 검증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흠결이 없는 사람을 찾는 것과 국가를 제대로 운영할 사람을 찾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후보자가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만이 아니라 장관이 된 뒤 무엇을 할 사람인지다. 우리 인사청문회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장면을 되풀이해 왔다. 여당은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를 지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야당은 어떻게든 낙마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는 일이 적지 않았다.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까지 후보자의 능력보다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반복됐다. 이래서는 청문회가 고위공직자를 검증하는 제도가 아니라 정치적 승패를 겨루는 무대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청문회 일정 역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조속한 내각 구성이 중요하다고 해서 핵심 장관 후보자들을 같은 날 한꺼번에 검증하는 것이 관행이 돼서는 곤란하다. 일정의 효율성보다 검증의 충실성이 우선이다. 최소한 경제·사법·산업처럼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처 장관들의 청문회는 국민이 충분히 지켜보고 평가할 수 있도록 일정을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를 국회가 ‘통과시켜 주는’ 절차가 아니다. 야당이 후보자를 흠집 내는 정치무대도 아니다. 국민을 대신해 고위공직자의 도덕성과 전문성, 정책 역량을 확인하는 국회의 중요한 견제 장치다. 오늘 세 청문회에서 여야가 누구를 더 몰아붙였고 누가 더 잘 방어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세 후보자가 경제부총리와 법무부 장관, 중기부 장관으로서 어떤 원칙과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하루에 장관 세 명을 불러놓고 몇 시간씩 공방을 벌인 뒤 ‘청문회를 했다’고 해서는 안 된다. 인사청문회의 성패는 몇 명을 통과시키고 몇 명을 낙마시켰느냐가 아니라, 국민이 그 사람에게 국가의 중요한 권한을 맡겨도 되는지를 얼마나 제대로 밝혀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2026-09-15 09: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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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무리한 '슈퍼SOL' 키우기… 직원들 "앱팔이 내몰려" 불만
신한금융그룹의 통합 금융 플랫폼 ‘신한 슈퍼SOL’을 둘러싼 내부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은행·카드·증권·보험 등 계열사 금융서비스를 하나로 묶겠다는 전략 자체는 디지털 금융 경쟁에서 피할 수 없는 방향이다. 그러나 플랫폼 경쟁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단기 가입자 수 확대와 현장 영업 부담이 부각되면서 직원들의 반발이 표면화하고 있다. 신한금융 내부에서는 실적 목표와 핵심성과지표(KPI)를 앞세워 직원들을 영업 경쟁으로 내모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슈퍼SOL 가입 영업은 이런 불만이 수면 위로 드러난 계기가 됐다. 내부에서는 특정 앱 가입자 확대를 넘어 경영진이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만들기 위해 가장 손쉽게 숫자로 확인되는 영업실적에 조직 역량을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 계열사로 번진 ‘앱 가입’ 압박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달 공동성명을 내고 슈퍼SOL 가입 영업 중단을 촉구했다. 노조 측은 임직원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지인까지 동원해 가입자를 늘리도록 요구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신한은행뿐 아니라 신한카드, 신한투자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까지 가입 확대에 참여하면서 그룹 전반으로 불만이 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조협의회는 슈퍼SOL 신규 가입 목표가 360만좌로 제시됐다며, 지주 산하 노동자 전체가 이른바 ‘앱팔이’로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직원들이 중고거래 플랫폼 등을 통해 사비를 지급하고 신규 앱 설치자를 섭외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신한은행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과도한 목표와 지나친 비정도·불건전 영업 때문에 직원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현장 감찰과 목표 하향 요구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영업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지인까지 동원되는 방식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에게 슈퍼SOL은 그룹 디지털 경쟁력을 상징하는 주력 사업으로 꼽힌다. 취임 이후 강조해온 성과 중심 경영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이기도 하다. 문제는 플랫폼 경쟁력이 단순 가입자 수가 아니라 실제 이용률, 거래 활성화, 고객 편의성으로 평가된다는 점이다. 가입자 수 확대에만 매달리면 디지털 전략의 본질이 흔들릴 수 있고, 현장의 반발이 계속될 경우 성과 중심 리더십 자체에 대한 재점검 요구로 번질 소지도 있다. 신한금융이 슈퍼SOL과 쏠링크 가입 확대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은행 고객을 증권 서비스로 연결해 그룹 안에 묶어두려는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은행 부문에서는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에서는 KB금융에 비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증시 호조에도 신한투자증권의 실적 개선 폭이 경쟁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캠페인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실제 슈퍼SOL 관련 그룹 차원의 마케팅 비용이 300억원 수준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본업보다 숫자 맞추기…내부 피로감 확산 영업 압박은 신한은행을 넘어 계열사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서는 영업점뿐 아니라 IB(투자금융), 리서치, 채권 등 본사 부서와 관리직,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컴플라이언스 조직까지 슈퍼SOL과 SOL LINK 가입자 확보 요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컴플라이언스는 무리한 영업이나 규정 위반을 점검하는 조직인 만큼, 이런 부서까지 동원됐다면 단순 캠페인을 넘어선 조직 운영 방식의 문제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애초 직원 1인당 50건 기준으로 부서별 목표를 제시했다가 이후 가입 건수를 점수로 환산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개인별 공식 KPI가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부서 단위로 실적이 관리되면 직원 입장에서는 사실상 개인 부담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한은행 “공식 할당·불이익 없다”…그래도 남는 질문 신한은행은 노조 주장에 선을 긋고 있다. 신한은행은 “슈퍼SOL과 관련해 직원 개인별 가입 목표를 공식적으로 부여하거나, 목표를 채우지 못했을 때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그룹 통합 플랫폼인 만큼 초기 이용 경험을 확대하기 위한 홍보와 마케팅은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상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여 고객이 자발적으로 찾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 해명에도 이번 논란은 신한금융에 숙제를 남겼다는 평이다. 직원 가족과 지인, 외부 섭외로 늘린 가입자가 실제 거래 활성화와 고객 충성도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금융권 안팎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디지털 플랫폼 캠페인 자체는 자연스럽지만 단기간에 가입자 수를 늘리는 방식이 반복되면 직원들이 본업보다 숫자 맞추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 플랫폼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금융서비스는 고객의 자산과 신용, 개인정보와 직결되는 만큼 영업 방식도 신뢰와 자발성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현장이 납득하지 못하는 방식의 외형 확대는 오래가기 어렵고 피로감으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다”며 “이번 논란은 신한금융의 디지털 전환 전략이 안고 있는 구조적 과제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08월 18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8-18 09: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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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실수보다 무서운 것은 조직적 은폐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서울 송파·강남·서초구 선관위 등을 압수수색했다. 합수본은 선관위 실무자들이 투표자 수를 잘못 입력한 뒤 정식 보고와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산 통계를 임의로 수정한 정황을 수사하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공전자기록위작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직원들이 오입력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수치를 나눠 입력하자는 취지의 내부 대화를 나눈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아직 수사기관이 확인 중인 혐의다. 실제로 누가 어떤 수치를 왜 수정했는지, 투표 결과나 최종 집계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압수물 분석과 관계자 조사를 통해 규명돼야 한다. 성급한 부정선거 주장이나 정치적 예단은 경계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의혹은 단순한 전산 입력 실수로 넘길 일이 아니다. 선거 현장에서 숫자를 잘못 입력할 수 있다. 그러나 오류를 발견하고도 정해진 보고·승인 절차를 피한 채 전산상 숫자를 임의로 맞췄다면 문제의 차원이 달라진다. 실수는 고칠 수 있지만 은폐는 선거관리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를 무너뜨린다. 선관위는 앞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지역별 분배 실패에서 비롯된 실수라고 설명했다. 송파구 전체로는 투표용지가 남았지만 일부 투표소에 충분히 배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투표용지 관리 부실에 이어 투표율 통계까지 임의로 수정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번 사태는 현장 직원 몇 명의 착오가 아니라 조직의 보고·통제 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사건으로 봐야 한다. 선거관리의 핵심은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 대한 신뢰다. 국민은 자신의 한 표가 정확히 발급되고 집계되며 모든 수정 과정이 기록으로 남는다고 믿어야 투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다. 선거기관 직원이 필요에 따라 통계 수치를 바꿀 수 있고 그 과정이 사후 검증되지 않는다면 선거 결과가 정확하더라도 불신과 음모론을 막기 어렵다. 합수본은 통계 수정이 이뤄진 범위와 지시·보고 체계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특정 지역이나 시간대에 한정된 일인지, 비슷한 방식이 다른 선거나 다른 통계에도 사용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최종 투표자 수와 개표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객관적인 전산 자료를 통해 설명해야 한다. 정치권 역시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의혹을 정략적으로 확대하거나 축소해서는 안 된다. 수사와 별개로 선거관리 시스템의 전면 개편도 필요하다. 첫째, 투표자 수와 투표율을 수정할 때 입력자와 승인자, 수정 전후 수치, 변경 사유와 시간이 자동으로 기록되도록 해야 한다. 수정 기록은 담당자가 삭제하거나 덮어쓸 수 없는 방식으로 보존해야 한다. 둘째, 통계 오류는 숨길 일이 아니라 즉시 공개할 일이라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선관위는 오류 발생 지역과 원인, 수정 시각과 절차를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잘못된 숫자를 잠시 공개한 것보다 그 사실을 감추려 한 것이 더 큰 불신을 낳는다. 셋째, 전산 수치 수정에는 이중 승인제를 적용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변경은 중앙선관위 감사·감찰 부서에 자동 통보하도록 해야 한다. 현장 직원 한두 명이 수치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구조라면 내부통제라고 부를 수 없다. 넷째, 선관위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외부 검증을 제도화해야 한다. 정당과 정보기술·통계·보안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검증기구를 구성해 선거가 끝난 뒤 전산 로그와 수정 내역을 점검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외부 감시가 서로 충돌하는 가치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었다. 독립은 견제를 받지 않을 권리가 아니라 정치권의 부당한 압력에서 벗어나 법과 절차를 지킬 책임이다. 다섯째, 오류와 비위를 스스로 신고한 직원은 보호하되 은폐나 무단 수정에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실수를 처벌할까 두려워 보고하지 못하는 조직문화가 있다면 바꿔야 한다. 반대로 조직의 체면을 위해 오류를 감춘 행위까지 관행으로 용인해서는 안 된다. 이번 수사는 부정선거 논란을 부추기는 방식이 아니라 사실과 기록으로 불신을 해소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수사기관은 혐의를 입증할 자료와 그렇지 않은 자료를 구분해 설명하고 선관위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침묵해서는 안 된다. 확인된 사실과 기존 절차의 문제점, 개선 계획을 국민에게 단계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다. 그 독립성은 선거를 권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부여된 것이다. 관리 부실과 내부 비위를 외부 검증에서 보호하기 위한 방패가 아니다. 선거 통계까지 임의로 손댄 사실이 확인된다면 몇몇 직원의 징계로 끝낼 수 없다. 지휘·감독 책임과 전산 통제 체계, 조직문화까지 모두 수술해야 한다. 선거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한 번의 실수가 아니다. 실수를 숨기기 위해 숫자를 바꾸고 조직이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선관위가 신뢰를 되찾는 길은 의혹을 방어하는 데 있지 않다. 모든 기록을 공개하고 누구도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제도를 만드는 데 있다.
2026-07-24 11: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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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 공방, 검찰도 경찰도 아닌 국민을 보라
[경제일보] 수사는 처음부터 완전하지 않다. 확보하지 못한 영상 하나, 조사하지 않은 참고인 한 명, 잘못 해석한 진술 한 줄이 사건의 결론을 바꾼다. 경찰이 송치한 기록을 검사가 다시 들여다보고 부족한 부분을 확인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추진했지만 당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려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도 없애야 한다는 주장과 경찰 수사를 교정할 최소한의 권한은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성폭력과 아동학대, 스토킹,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에는 예외적으로 보완수사를 허용하자는 법안도 나왔다. 형사사법제도는 한번 바꾸면 수많은 사건과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의 출범 시점을 오는 10월 2일로 정해 놓고도 형사절차의 핵심인 보완수사 구조를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조직을 먼저 나눈 뒤 그 조직들이 어떻게 사건을 처리할 것인지를 뒤늦게 논의하는 순서가 됐다. 보완수사권과 보완수사요구권은 구별해야 한다. 보완수사권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직접 추가 조사하는 권한이다. 보완수사요구권은 검사에게 부족한 부분을 발견했을 때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이다. 전면 폐지론은 검사에게 직접 조사권을 남기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무너진다고 본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내세워 송치된 혐의와 관계없는 사실까지 들여다보거나 별건 수사로 확대할 위험도 지적한다. 검찰은 이런 불신을 스스로 키웠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행사하면서 표적수사와 별건수사, 과도한 압수수색, 피의사실 유출 논란을 반복했다. 직접수사권을 축소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요구는 검찰권 남용에 대한 사회적 반작용이었다. 과거와 같은 포괄적 수사권을 검사에게 돌려줄 수는 없다. 그러나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는 문제와 경찰 수사의 오류를 교정하는 기능을 없애는 문제는 같지 않다. 보완수사요구권만 남기면 충분하다는 주장은 실제 수사 과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처음 수사를 부실하게 한 수사관에게 같은 사건을 다시 조사하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빠진 증거가 저절로 발견되지는 않는다. 수사팀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특정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면 같은 조직에 보완수사를 맡기는 방식만으로 잘못을 바로잡기 어렵다. 검사가 경찰 수사기록만 검토해서는 기록 밖에 있는 증거를 찾을 수도 없다. 경찰이 확보하지 않은 영상, 조사하지 않은 참고인, 누락한 압수물은 기록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피해자나 참고인을 직접 만나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해야 수사의 빈틈이 드러나는 사건도 있다. 전남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은 이런 우려를 보여줬다. 경찰은 피의자를 단순 살인 혐의로 송치했지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성범죄 목적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추가로 확인됐다. 이후 경찰 수사팀 내부에서 중요 증거 확보와 보고를 막고 수사 내용을 축소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개별 사건 하나로 모든 제도를 설계할 수는 없다. 다만 경찰 내부에서 수사 축소나 증거 누락이 발생했을 때 같은 경찰 조직에 다시 수사를 맡기는 것만으로 충분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검찰 비리를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던 것처럼 경찰의 내부 감찰도 경찰 수사에 대한 외부 통제를 대신하기 어렵다. 보완수사권 문제를 검찰과 경찰 사이의 권한 다툼으로만 보면 가장 중요한 당사자가 사라진다. 성폭력과 가정폭력, 아동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피해자는 처음부터 모든 사실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에게 경제적·정서적으로 종속돼 있거나 보복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진술만 기계적으로 비교하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 어렵다. 주변 정황과 디지털 증거, 반복되는 범행의 구조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경찰 수사가 부실하면 피해자는 같은 일을 여러 번 진술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바뀔 때마다 피해 사실을 다시 설명하고, 뒤늦게 발견된 증거가 이미 사라지는 일도 생긴다. 보완수사권 폐지는 검사 한 사람의 권한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가 수사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를 잃을 수 있는 문제다. 피의자의 권리도 다르지 않다. 경찰이 혐의를 과도하게 구성하거나 불리한 진술만 골라 기록했다면 검사의 재검토 과정에서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보완수사는 유죄 증거를 추가로 찾는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경찰 수사가 공판에 넘길 만큼 충분하고 적법한지 다시 확인하는 절차여야 한다. 검사가 기소권을 가진 채 직접 보완수사까지 하면 유죄 판단에 치우칠 위험이 있다. 반대로 기소를 결정하는 검사가 증거의 신빙성과 수사 과정의 문제를 확인할 수 없다면 부실한 경찰 수사가 그대로 재판으로 넘어갈 수 있다. 입법자는 두 위험을 함께 줄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선택지는 전면 폐지와 현행 유지뿐이 아니다. 검사의 독자적인 수사 개시는 금지하되 경찰이 송치한 사건 가운데 제한된 범위에서만 직접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성폭력과 아동학대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피의자가 구속된 사건,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 대규모 민생침해 범죄, 경찰 수사 과정에서 증거 누락이나 인권침해가 의심되는 사건을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예외 범위는 법률에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필요한 경우’처럼 폭넓게 해석될 수 있는 문구를 두면 보완수사권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우회적으로 복원하는 통로가 된다. 수사 범위도 경찰이 송치한 범죄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가 같은 범위로 제한해야 한다.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에는 공소청장이나 상급자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보완수사의 사유와 범위, 조사 내용은 모두 기록에 남겨 피의자와 변호인이 다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사 기간과 횟수도 제한해야 한다. 위법한 별건 수사로 취득한 증거는 재판에서 배제하고 수사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는 장치도 필요하다. 전면 폐지를 선택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통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까지 공소청에 보내 다시 검토받도록 하는 전건송치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모든 사건을 공소청이 다시 심사하면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기록을 형식적으로 훑는 데 그칠 가능성이 있다. 전건송치는 중대범죄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부터 적용하거나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한 사건을 중심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의 논의도 구호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당은 보완수사권 폐지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를 검찰 기득권 옹호나 개혁 후퇴로 몰아서는 안 된다. 수사 실무를 경험한 법조인과 범죄피해자 지원단체가 지적하는 문제는 검찰 조직을 지키자는 요구가 아니다. 경찰 수사가 잘못됐을 때 피해자가 기댈 절차가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경찰의 부실수사 사례를 검찰권 복원의 근거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경찰이 잘못했다고 과거 검찰의 수사권 독점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보완수사권을 유지하자고 주장하려면 별건 수사와 과잉수사를 막을 구체적인 통제 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 검찰개혁은 검찰 조직에 대한 응징이 아니다. 경찰에 더 많은 권한을 주는 일도 아니다. 잘못된 수사를 줄이고 피해자와 피의자의 권리를 지키는 형사절차를 만드는 일이다. 수사기관의 권한은 어느 기관이 더 신뢰받느냐에 따라 배분할 일이 아니다. 검찰과 경찰 모두 잘못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서로의 판단을 검증하고 법원과 변호인이 그 과정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정 기관의 선의를 기대하는 대신 권한의 범위와 책임을 법률로 정해야 한다. 정치권은 공소청과 중수청 출범일을 정해 놓고도 보완수사 구조를 두고 합의하지 못했다. 시행일이 다가온다는 사정이 졸속 입법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입법이 늦어진 책임을 피하려고 충분한 검토 없이 전면 폐지나 현행 유지를 선택한다면 그 부담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국민이 떠안는다. 검찰개혁의 성과는 검사에게서 몇 개의 권한을 빼앗았는지로 평가할 수 없다. 경찰의 부실수사가 줄었는지, 억울하게 묻힌 사건을 다시 살펴볼 수 있는지, 무고한 사람이 잘못 기소되는 일을 막았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보완수사권 공방에서 기준이 돼야 할 사람은 검사도 경찰도 아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일상과 명예, 때로는 삶 전체가 달라지는 피해자와 피의자다. 정치권이 그들의 권리를 외면한 채 수사기관의 권한만 나눈다면 검찰청의 이름을 바꾸고 조직을 둘로 나누더라도 개혁의 목적은 달성되지 않는다.
2026-07-16 11: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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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EDA 회장 조사로 번진 中 산업협회 사정…한중 경제교류 창구도 '투명성 시험대'
한·중 경제교류를 지원해 온 조선족 출신 권순기(權順基·중국명 취안순지) 중국아주경제발전협회(CAEDA) 회장이 기율·법률 위반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이 올해 산업 협회를 반부패 중점 분야로 지정한 이후 전국 단위 업계 협회 수장이 조사 대상에 오른 대표적 사례로, 산업 협회에 대한 고강도 사정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8일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권 회장은 엄중한 기율·법률 위반 혐의로 당국의 기율 심사 및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 구체적인 혐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에서 '기율·법률 위반'은 부패와 관련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CAEDA는 중국 외교부의 지도 아래 민정부에 등록된 국가급 비영리 사회단체다. 한중 수교 초기인 1993년 '중한(한중) 경제발전협회'로 출범해 이후 2009년 '중일한(한중일) 경제발전협회'로 명칭을 바꿨고 2016년부터 현재의 이름을 쓰고 있다. 그동안 한중 경제인 포럼과 투자유치 행사 등을 개최하며 양국 기업 간 교류 창구 역할을 해왔다. 권 회장은 20년 넘게 CAEDA에서 활동하며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과 투자 협력, 민간 경제 교류를 지원해왔으며, 2019년 협회장에 선출됐다. 2021년엔 조선족 기업인 최초로 대한민국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권 회장 개인의 활동 자체보다 협회의 조직 운영, 임원 구성, 산하기관 관리, 회비 관리 등을 문제점으로 지목하고 있다. 중국신문주간은 권 회장이 협회장으로 선출된 2019년 이사회 회의에서 한꺼번에 부회장 100명을 선출했다며 "감투를 대량으로 나눠줬다"고 꼬집었다. 협회의 방만한 조직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산하에만 인공지능업무위원회, 공급망협력업무위원회, 조선족연합발전업무위원회 등 45개 분과를 운영하며 민간 기업인을 책임자로 앉힌 후 이들로부터 법인회원 명목으로 회비를 거둬왔다. 협회 회비 기준에 따르면 법인회원은 연간 10만 위안, 부회장은 4만 위안, 이사는 2만 위안, 일반 개인회원은 1만 위안을 납부한다. 또 협회 임원으로 활동하는 민간 기업인들은 협회 직함을 앞세워 지방정부와 대학 교류 행사에 활발히 참석해 왔다. 권 회장도 한중을 오가며 각종 경제 협력 행사와 세미나, 지방정부 교류, 투자 유치 설명회 등에 참석해 협회의 대외 영향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중국신문주간은 이러한 과정에서 협회 직함이 개인이나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CAEDA처럼 사회단체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정책 기조가 강해졌다. 중국 당국은 올해 전국 산업협회와 학회를 반부패 중점 분야로 지정한 데 이어 직함 남발, 분과의 무분별한 설치, 과도한 회비 징수 등을 대표적인 부패 유형으로 규정하고 집중 단속해왔다. 오는 8월 1일부터는 '사회단체 지부(分支)기구 및 대표기구 관리방법'도 시행하는 등 사회단체 관련 규정도 강화할 방침이다. 새 규정은 분과 아래 또 다른 분과 설치를 금지하고, 분과 책임자도 회장·부회장 대신 주임위원 등의 명칭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한·중 경제 협력 자체를 겨냥한 조치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사회단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들도 협회 등 민간단체와 협력할 때 운영 투명성과 준법 여부를 더욱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09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09 07:5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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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택 '민주당 본진' 굳히기냐, 김관영 '현직의 반격'이냐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후보와 무소속 김관영 후보의 맞대결 구도로 재편됐다. 이 후보는 재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민주당 공천장을 받아 전북 정치의 본류를 자임하고 있다. 김 후보는 현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로, 민주당에서 제명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며 도민의 직접 판단을 받겠다고 나섰다. 전북은 오랫동안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말이 통했던 지역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과거와 다르다. 민주당 후보와 민주당 출신 현직 지사가 정면으로 맞붙으면서 선거 구도는 △정당 대 인물 △공천 대 현직 △교체 대 연속성의 복합전으로 바뀌었다. 이 후보는 민주당 조직력과 중앙정치 네트워크를 앞세워 전북 발전의 새 동력을 만들겠다고 주장하고, 김 후보는 현직 지사로서 추진해온 도정 성과와 연속성을 내세워 반격에 나서고 있다. 여론 흐름 이원택 ‘근소 우위’...김관영 ‘오차범위 내 추격’ 현재 공개된 최근 여론조사 흐름은 이 후보의 근소 우위, 김 후보의 오차범위 내 추격으로 요약된다. 새전북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4월 30일부터 5월 1일까지 전북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원택 후보는 39.6%, 김관영 후보는 36.6%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3.0%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이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 양정무 후보는 3.0%, 기타 후보 2.8%, 지지 후보 없음 6.6%, 잘 모름 11.4%로 나타났다. 조사는 무선 가상번호 ARS 100%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7.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로 공표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조사는 전북지사 선거가 민주당 후보의 일방 우세 구도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 후보가 앞서고는 있지만, 김 후보가 현직 지사로서 상당한 지지 기반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 제명과 감찰 논란이 선거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김 후보는 ‘무소속 현직’이라는 불리함 속에서도 일정한 반등 공간을 확보한 모습이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윤리감찰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공정했다는 응답보다 높게 나타난 점도 주목된다. 이는 김 후보가 선거 프레임을 ‘민주당 대 무소속’이 아니라 ‘중앙당 결정 대 도민 판단’으로 전환할 여지를 보여준다. 반대로 이 후보 입장에서는 민주당 지지층을 얼마나 빠르게 결집시키느냐가 승부의 핵심 과제가 됐다. 이원택, 민주당 공천장 ‘강점’...도덕성 검증 ‘부담’ 이원택 후보의 가장 큰 강점은 전북 민주당의 본류에 서 있다는 점이다. 그는 군산·김제·부안을을 지역구로 둔 재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전북 정무부지사, 청와대 행정관, 국회의원 경험을 거치며 중앙정치와 지방행정을 모두 경험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 후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뒤 “도민이 직접 전북의 미래를 설계하는 도민주권참여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며 민주당 원팀 구상을 밝혔다. 전북에서 민주당 조직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지역 국회의원, 지방의원, 당원 조직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경우 이 후보는 선거 막판 지지층 결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책 면에서도 이 후보는 ‘전북형 성장동맹’을 내세우고 있다. 핵심은 전북이 외부 지원만 기다리는 지역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동력을 만드는 지역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 공약은 20조원 규모 메가펀드 구상이다. 5조원 규모 전북미래성장펀드와 15조원 국민성장펀드를 유치해 지역 자본이 지역 기업에 투자되고, 그 수익이 다시 전북으로 돌아오는 자본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새만금 개발도 이 후보의 주요 승부수다. 그는 현대자동차의 새만금 9조원 투자 계획 조기 실행, 국가예산 확보, 산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해 왔다. 새만금을 전북의 미래 산업기지로 만들고, 농생명·재생에너지·이차전지·미래차 산업을 연결하는 성장축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후보에게도 약점은 있다. 먼저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생긴 내상이다. 김관영 후보가 민주당에서 제명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전북 민주당 내부의 균열이 선거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후보가 민주당 후보라는 점은 강점이지만 동시에 공천 공정성 논란을 방어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도덕성 검증도 부담이다. 전북경찰청이 이 후보의 식비 대납 의혹을 수사 중인 점은 선거 막판 리스크다. 이 후보 측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김 후보 측이나 무당층 유권자 입장에서는 검증 소재로 삼을 수 있다. 전북 유권자가 후보 선택 기준으로 정책과 공약뿐 아니라 도덕성과 청렴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다. 이 후보의 기회요인은 분명하다. △민주당 지지층 결집 △중앙정부·국회와의 정책 동행론 △ 새만금 개발 기대감 △전북특별자치도 권한 확대 등이 모두 이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위협요인은 김관영 후보의 무소속 바람, 민주당 감찰 형평성 논란, 도덕성 이슈 재점화, ‘민주당 독점 피로감’의 확산 등을 꼽을 수 있다. 김관영, 현직 프리미엄 ‘강점’...무소속 한계 ‘부담’ 김관영 후보의 가장 큰 강점은 현직 도지사라는 점이다. 그는 이미 전북 도정을 운영해 본 사람이다. 유권자에게 새로운 약속만 제시하는 후보가 아니라,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과 성과를 근거로 다시 선택을 호소할 수 있다. 지방선거에서 현직 프리미엄은 결코 작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도정 경험, 행정 조직 이해도, 지역 현안에 대한 즉시 대응 능력은 김 후보가 내세울 수 있는 핵심 자산이다. 김 후보는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며 “민주당 공천장이 아니라 도민의 판단을 받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이는 이번 선거에서 김 후보가 잡으려는 핵심 프레임이다. 자신을 특정 정당의 후보가 아니라 ‘도민 소속 후보’로 규정하고, 중앙당 결정이 아닌 전북 민심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책 면에서 김 후보는 도정 연속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추진해온 새만금 개발, 기업 유치, 국가예산 확보, 농생명산업 육성, 문화관광 기반 강화 등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논리다. 유권자에게 “진행 중인 사업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안정론을 제시하는 것이다. 김 후보에게 유리한 대목은 이번 선거가 단순한 정당 대결로만 흐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신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인 것은 김 후보 개인의 인지도와 현직 평가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민주당 감찰의 공정성에 의문을 갖는 유권자층이 적지 않다면, 김 후보는 이를 ‘부당한 제명에 맞서는 현직’ 프레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김 후보의 약점 역시 뚜렷하다. 가장 큰 부담은 민주당 제명 사유가 된 현금 지급 논란이다. 김 후보는 대리기사비 명목의 현금 지급 논란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됐고 이후 무소속 출마를 택했다. 이 사안은 김 후보에게 공천 불공정 논란을 제기할 수 있는 근거인 동시에 도덕성 검증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무소속이라는 선거운동의 한계도 크다. 조직, 자금, 메시지 확산력에서 정당 후보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 전북에서 민주당 조직은 여전히 촘촘하다. 선거가 막판으로 갈수록 민주당 중앙당과 지역 조직이 총력전에 들어가면 김 후보는 현직 프리미엄만으로는 방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김 후보의 기회요인은 민주당 내부 분열, 감찰 형평성 논란, 현직 성과에 대한 긍정 평가, 정당보다 인물을 보겠다는 유권자 흐름이다. 위협요인은 민주당 조직의 총력 견제, 제명 사유에 대한 도덕성 공세, 무소속 후보의 확장성 한계, 당선 이후 정치적 진로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이원택 ‘전북형 성장동맹’...김관영 ‘도민 선택론’ 격돌 남은 선거 기간 이원택 후보의 히든카드는 ‘전북형 성장동맹’이다. 단순히 민주당 후보임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이 후보가 승기를 굳히려면 20조원 메가펀드, 새만금 9조원 투자, 국가예산 확보, 전북특별자치도 권한 확대를 하나의 성장 패키지로 묶어야 한다”며 “중앙정부와 국회, 전북도가 동시에 움직이는 성장 엔진이라는 그림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일자리, 산업단지 정주 여건, 농생명·재생에너지·이차전지 밸류체인을 구체적 숫자와 일정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관영 후보의 히든카드는 ‘도민 선택론’이다. 김 후보는 선거 프레임을 민주당 공천의 정당성 논쟁에만 묶어두면 안 되고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현직 성과를 전면에 세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정치컨설팅 관계자는 “기업 유치, 새만금 개발, 국가예산 확보, 전북특별자치도 기반 구축 등 재임 중 추진한 성과를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며 “하던 일을 끝까지 마무리할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05-10 08: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