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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리면 회사 휘청"…유럽 뛰어넘는 '매출 10%' 징벌적 과징금 온다
[경제일보]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실무진의 실수나 IT 부서의 책임으로 꼬리 자르던 관행에 마침표가 찍힌다. 앞으로 중대한 개인정보 침해 사고를 낸 기업은 전체 매출액의 최대 10%에 달하는 징벌적 과징금을 물어야 하며 최고경영자(CEO)가 최종 책임자로 명시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을 10일 공포하고 오는 9월11일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9일 밝혔다. 공공 및 민간 주요 기관에 대한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P) 인증 의무화 규정은 준비 기간을 고려해 2027년7월1일부터 적용된다. 이번 법 개정은 최근 수년간 끊이지 않고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의 초강수다. 기존 사후 처벌 위주의 솜방망이 제재에서 벗어나 기업의 지배구조(거버넌스) 자체를 '보안 우선'으로 뜯어고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가장 파장이 큰 변화는 징벌적 과징금 제도의 도입이다. 기존 법 체계에서는 과징금 상한선이 '전체 매출액의 3% 이하'였으나 이번 개정으로 '반복적이거나 중대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상한선이 전체 매출액의 10%까지 대폭 상향됐다. 이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개인정보 규제로 꼽히는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과징금 상한선(전체 매출의 4%)을 훌쩍 뛰어넘는 강력한 제재다. 10% 과징금이 적용되는 '중대 위반'의 기준도 명확히 했다. 최근 3년간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위반 행위를 반복한 경우나 1000만명 이상의 대규모 피해를 초래한 경우 그리고 시정명령을 불이행해 유출 사고가 발생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국내 대형 플랫폼과 통신사 등 국민 대다수를 회원으로 둔 기업들에게는 사활이 걸린 리스크가 생긴 셈이다. ◆ '유출 가능성'만 있어도 즉시 통지…랜섬웨어 피해도 포함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기업의 대응 매뉴얼도 전면 개편된다. 과거에는 기업이 내부 조사를 거쳐 '유출 사실이 확실히 확인된 후'에야 정보주체(이용자)에게 통지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앞으로는 '유출 등의 가능성이 있음을 알게 된 때' 즉시 이용자에게 알려야 한다. 사고 초기부터 이용자가 비밀번호를 변경하거나 2차 금융 사기에 대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또한 유출의 개념을 확장해 랜섬웨어 공격 등으로 인한 개인정보의 위조·변조·훼손도 신고 및 통지 대상으로 명문화했다. 데이터를 외부로 빼돌리지 않고 내부 서버를 암호화해버리는 최신 사이버 범죄 트렌드를 법망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더불어 기업은 유출 통지 시 이용자에게 손해배상 청구나 분쟁조정 신청 등 구체적인 피해 구제 방법도 의무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내부 책임 구조의 변화는 기업 지배구조에 상당한 파장을 예고한다. 개정법은 CEO를 개인정보 처리 및 보호의 '최종 책임자'로 규정하고 관리·감독 의무를 법에 명시했다. 보안 사고 발생 시 경영진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퇴로를 원천 차단한 것이다. 최고개인정보책임자(CPO)의 위상도 대폭 강화된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CPO를 지정하거나 해임할 때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개인정보위에 신고해야 한다. CPO에게는 전문 인력 관리와 예산 확보 권한이 부여되며 관련 사항을 대표와 이사회에 직접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CPO가 경영진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인 보안 통제 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패막이를 쳐준 조치다. 산업계는 바짝 긴장하면서도 전사적인 보안 체계 재구축에 돌입할 전망이다. 징벌적 과징금이라는 거대한 '채찍'과 함께 사전 예방 투자에 대한 '당근'도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기업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예산과 인력 및 설비를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운영한 사실이 입증되면 고의·중과실이 아닌 이상 과징금을 필수적으로 감경해주도록 규정했다. 보안업계 전문가는 이번 개정안이 정보보안 시장의 퀀텀점프를 이끌 것으로 내다본다. 과징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들까지 보안 솔루션 도입과 인프라 확충에 지갑을 열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또한 2027년부터 주요 기관의 ISMS-P(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이 의무화됨에 따라 관련 컨설팅 및 시스템 통합(SI) 산업도 특수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다가오는 9월은 대한민국 산업계가 '데이터 수집을 통한 이윤 창출'에서 '안전한 데이터 관리를 통한 신뢰 확보'로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026-03-09 18: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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