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 아시아 경제시장의 맥을 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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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한 방울 안 나는데 유럽 간다…한국산 경유 9만t '1만9000㎞ 수출길'
[경제일보] 원유가 한 방울도 생산되지 않는 한국에서 정제한 경유가 1만9000㎞ 떨어진 유럽으로 향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으로 글로벌 정제유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세계 5위 수준의 정제능력을 갖춘 한국 정유업계가 유럽의 공급 공백을 메울 대체 공급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4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유조선 '프리아모스(Priamos)'호는 이달 한국산 경유 약 9만t을 싣고 북서유럽으로 향할 예정이다. 최종 목적지로는 영국이나 네덜란드 로테르담이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 중개업체 트라피구라가 거래를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프리아모스호는 한국에서 출발해 수에즈운하를 거쳐 1만9000㎞ 이상을 항해할 전망이다. 한국산 경유가 유럽까지 향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생산한 석유제품은 운송비 등을 고려해 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수출된다. 하지만 최근 유럽의 경유 가격이 아시아보다 크게 뛰면서 장거리 운송비를 감수하고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에너지 중개업체 PVM에 따르면 유럽과 아시아 경유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2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배경에는 글로벌 경유 공급난이 있다. 세계 2위 경유 수출국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 등에 따른 자국 내 연료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경유 수출 금지 조치를 오는 9월 30일까지 연장했다. 여기에 중동 전쟁으로 현지 정유시설과 해상 운송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유럽이 기존에 공급받던 경유 물량까지 줄어들었다. 유럽의 경유 수입량은 지난 1월 하루 197만배럴에서 7월 156만배럴까지 감소했다. 공급 부족은 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유럽의 경유 크랙스프레드(원유와 석유제품 가격 차이)는 배럴당 100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부족한 경유 공급량은 하루 130만~140만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을철 유럽 정유시설의 정기보수와 겨울철 난방유 수요까지 겹칠 경우 수급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제유 공급 부족은 국내 정유업계에는 기회다. 한국은 원유를 사실상 전량 수입하지만 하루 320만 배럴이 넘는 정제능력을 갖춘 세계 5위 수준의 정유 강국이다.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대규모 정제·고도화 설비를 기반으로 원유를 들여와 경유와 휘발유, 항공유 등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으로 만들어 수출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실제 경유는 국내 정유업계의 최대 수출 제품이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정유사가 수출한 석유제품은 1억8801만 배럴로 이 가운데 경유가 7636만 배럴로 40.6%를 차지했다. 이번 유럽행이 일회성 거래를 넘어 추가 수출로 이어질 경우 국내 정유사 입장에서는 높은 정제마진과 수출 물량 확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정유업계에서는 국내 수급에 차질이 없는 범위에서 잉여 경유의 수출을 보다 탄력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경유 소비가 감소하면서 수출하지 못한 물량은 재고로 쌓일 수밖에 없는 만큼 글로벌 공급 부족으로 한국산 석유제품 수요가 커진 시기를 수출 확대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경유 수급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수출을 늘릴 기회가 될 수 있는데 정부의 수출 제한이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다만 유럽 수출이 새로운 고정 시장으로 자리 잡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 확대나 러시아·중동의 공급 정상화로 유럽과 아시아의 가격 차이가 좁혀질 경우 1만9000㎞에 달하는 장거리 운송의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글로벌 경유 공급난이 얼마나 장기화하는지와 국내 수급 안정을 전제로 한 수출 운용의 탄력성이 한국 정유업계의 유럽 시장 확대를 좌우할 전망이다.
2026-09-04 17:39:05
러시아 경유 막히자 마진 급등…韓 정유사에게 찾아온 '기회'
[경제일보] 세계 2위 경유 수출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정유시설에 피해를 입자 경유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러시아산 물량이 시장에서 빠지는 가운데 중동 지역의 정제시설 복구 지연과 호르무즈 해협 불안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망에서 국내 정유사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8일 경유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 앞서 휘발유와 항공유 수출을 제한한 데 이어 경유까지 통제 대상에 포함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주요 정유시설의 가동에 차질이 발생한 상황에서 여름철 내수 수요까지 늘어나자 자국 내 공급을 우선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러시아발 공급 충격은 곧바로 국제 경유 시장에 반영됐다. 미국의 경유 제품 마진은 지난달 26일 배럴당 62.84 달러에서 이달 8일 80 달러를 넘어섰다. 유럽 경유 제품 마진도 지난달 말 배럴당 60 달러 안팎에서 주춤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60 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국내 정유사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경유 마진도 뛰었다. 국내 정유사가 주로 도입하는 두바이유와 경유 제품 가격의 차이는 지난 10일 기준 배럴당 55.1달러로 집계됐다. 불과 이틀 만에 5.2달러 상승한 수준이다. 러시아의 수출 중단뿐 아니라 중동 지역의 공급 불안도 석유제품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일부 정제시설의 정상화가 늦어지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도 다시 높아지면서 주요 정유국들은 부족한 물량을 메우기 위해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경유와 휘발유, 항공유의 해외 공급을 늘리고 있다. 중국 역시 최근 석유제품 수출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 정유사의 수출을 재개하는 등 공급 확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내 정유업계도 글로벌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경우 수출 시장에서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하루 약 320만 배럴의 정제능력을 갖춘 세계 5위 수준의 정제국으로, 정유사들이 생산한 석유제품 가운데 상당량을 해외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올해 1~5월 총 1억8801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이 가운데 경유는 7636만 배럴로 전체 수출 물량의 40.6%를 차지했다. 러시아와 중동의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정유사의 수출 경쟁력이 더욱 부각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국제 경유 가격과 제품 마진 상승이 국내 정유사의 수출 증가로 그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정부가 중동 전쟁 이후 국내 석유제품 수급 안정을 위해 수출 물량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출 관리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0% 수준으로 제한돼 있어 국제 시황이 좋아지더라도 정유사가 추가 수출을 크게 늘리는 데는 제약이 있다. 정유업계는 러시아의 수출 제한과 중동 정세, 호르무즈 해협 통항 상황 등을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 글로벌 공급 공백이 이어질수록 한국 정유사의 공급 능력은 주목받을 수 있지만 국내 수급 안정과 수출 수익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수급 안정 정책에 맞춰 국내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도입선 다변화와 공급망 점검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유지하면서 중동 상황과 시장 변화를 면밀히 살펴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2026-07-14 17: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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