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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국민 실망에 책임 인정…검찰개혁 완수·집값 안정 약속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지지율 하락 등으로 나타난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의 실망을 자신의 책임으로 인정하고 민생 개선과 개혁 완수, 국민 통합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을 추진하면서 경찰에 대한 견제 장치를 강화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과 국토 균형발전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연임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명확히 했다. 이 대통령은 18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지난 472일간 경제·사회·외교·안보 분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 실망과 걱정에 직면해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숙고와 성찰 끝에 내린 결론으로 "언제나 국민이 옳다"는 생각을 제시하며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산적한 국정 과제를 처리하는 데 마음이 앞서 국민 개개인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정책의 당위성을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행을 통해 결과를 증명하려는 과정에서 민생과 개혁, 통합에 수반되는 갈등과 고통에 제대로 공감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거둔 성과와 국민의 성원 속에서 대통령에게 필요한 두려움과 겸손함이 줄어들었다는 반성도 내놨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국민을 더욱 섬기는 자세로 국정에 임하고 세심하고 치열하게 민생을 챙기겠다"고 했다. 특히 경제지표 개선이 국민의 실제 생활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문제를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과 성장 회복에 주력하는 동안 국민이 느끼는 생활의 어려움에 충분히 답하지 못했다"며 "성장을 회복하는 일과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일 모두 중요한 국정 과제인 만큼, 앞으로는 성장 못지않게 민생 개선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거시경제 지표의 개선뿐 아니라 성장의 기회와 성과가 국민에게 얼마나 폭넓게 돌아가는지도 중요한 국정 과제로 삼겠다는 의미다. 다만 구체적인 소득 지원이나 재정 확대 방안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개혁의 가치 유지하면서 추진 방식 재점검…검찰 수사권 분리와 경찰 견제 병행 대통령은 국정 운영 과정에 미흡함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개혁의 목표와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거쳐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지향해 온 사회 개혁의 목표에는 변화가 없고, 지금은 국가 최고 책임자로서 실제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설명이다. 개혁이 어려운 이유로는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조직적인 저항을 들었다. 변화를 통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의 지지는 분산돼 있는 반면,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는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은 강하게 결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이 같은 저항을 극복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일이 대통령의 역량과 책임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개혁을 추진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입장을 설명했다. 강경한 표현과 추진 방식으로 개혁 의지를 부각하다가 오히려 저항을 키우고 정책 실행이 지연되거나 실패할 가능성을 경계해 왔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이전 정부의 의료개혁을 사례로 거론하면서 "정책의 실질적인 성과 없이 사회적 혼란만 초래하는 상황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가급적 조용히 성과를 만들어 국민의 평가를 받는 데 집중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개혁의 속도와 통합의 범위를 조화시키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 "통합을 강조하면 개혁이 흐려진다는 비판을 받았고, 개혁을 추진하면 통합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상황도 있었다"고 했다. 앞으로는 개혁에 따른 이해관계자들의 고통과 상실감을 줄이면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소통과 존중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입장이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검사를 수사에서 배제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분리하는 개혁 과제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다"며 "검찰개혁의 목적은 수사·소추 기관의 권한이 정치적 수사와 기소에 악용되는 것을 막고 국민의 인권과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검찰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보완 장치를 통해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찰에 수사권이 집중되면서 새로운 권력기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경찰개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 통합과 관련해서는 "정치적 지향과 개혁의 방법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 출범에 힘을 모았던 사람들이 서로 비난과 혐오의 언어를 주고받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자신의 지지자들이 개혁과 진보라는 공통의 가치를 바탕으로 함께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당원이자 국정 최고 책임자인 자신의 책임이 크다며 더 많이 듣고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민생, 개혁, 통합은 결국 하나의 길로 수렴한다"면서, 개혁은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수단이고, 통합은 개혁을 지속하기 위한 토대라는 인식을 제시했다. 집값 안정·행정수도 완성 약속…개헌 추진 속 연임에는 선 긋기 경제 분야에서는 부동산 시장 안정과 국토 균형발전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회복과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성장의 기회와 성과를 국민 모두가 누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장기적인 경제 침체를 피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수도권 집값 문제의 구조적인 원인으로 수도권 집중을 지목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성장 동력을 다른 지역으로 분산하고 지역별 성장 거점을 육성하는 국토 균형발전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주택 공급과 규제, 세제 정책을 신속하게 집행하면서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소통해 정책 추진 과정의 혼란과 반발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행정수도 건설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속하게 완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울을 경제수도, 세종을 행정수도로 하는 이른바 경제·행정 2수도 체제를 구축해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국토 균형발전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뉴욕과 워싱턴의 역할 분담을 사례로 제시했다. 개헌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치적 타협의 결과로 만들어진 1987년 헌법이 변화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개헌 과제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반영, 국민 기본권 강화, 대통령 권한 일부의 국회·지방정부 분산, 대통령 연임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개헌은 여야 정치권의 합리적 토론과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신의 연임을 위한 개헌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의 연임을 가능하게 하는 헌법 개정은 헌법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저는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도 부인했다. 인사 논란과 관련해서는 인사권을 포함한 국가권력의 원천이 국민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으로 인사 행정과 국가권력을 행사할 때 국민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인사 시스템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을 마무리하면서 안보와 경제의 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단결과 지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되새기며 민생 개선, 개혁 과제 해결, 국민 통합을 위해 국정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6-09-18 11: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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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은 뛰는데 왜 서민 경기는 뛰지 않는가
[경제일보] 한국 경제의 성적표만 놓고 보면 요즘처럼 반가운 때도 드물다. 수출이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반도체가 수출 증가를 이끌면서 대외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월간 수출액이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상반기 수출도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7월 수출 역시 988억9000만 달러로 역대 2위였으며 반도체 수출은 410억1000만 달러에 달했다. 숫자만 보면 한국 경제가 힘차게 질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시장과 골목의 표정은 그만큼 밝지 않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줄었다고 말한다. 가계는 월급보다 빠르게 오르는 생활비에 지갑을 닫고 있다. 수출은 역대급인데 왜 국민이 느끼는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가. 문제는 거시경제 지표와 실물경제의 체감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반도체의 선전은 분명 축하할 일이다. AI 산업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우리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6월 반도체 수출은 448억2000만 달러로 사상 처음 4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1924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러나 경제 전체를 반도체 하나의 성적표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는 고도의 자동화와 자본집약적 생산구조를 갖고 있어 수출 증가가 고용과 내수 확대로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반도체 수출이 늘었다고 동네 식당 매출이 함께 증가하는 것도, 대기업의 수출 호황이 청년 일자리로 곧바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성장의 미스매치’다. 수출이 늘고 기업 실적이 좋아지는 것은 분명한 호재다. 문제는 성장의 과실이 어디로 흘러가느냐다. 대기업과 첨단산업에 집중된 성과가 중견·중소기업과 서비스업, 자영업자, 근로자에게 충분히 확산되지 않는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풍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수출 호황을 내수 회복으로 연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첨단산업의 성과가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중소·중견기업으로 확산되도록 공급망을 강화하고,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해외시장 진출까지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에게도 단기 일자리 숫자보다 AI·반도체·바이오·로봇·에너지 등 미래 산업과 연결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내수와 서비스업을 살리는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자영업자에 대한 일회성 지원을 넘어 임대료와 금융비용 등 고정비 부담을 낮추고 생산성이 낮은 부문의 구조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 관광·문화·의료·콘텐츠·돌봄 등 고용 효과가 큰 서비스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 가계의 실질소득을 높여 소비 여력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숫자에 취해서는 안 된다. 수출이 잘된다고 경제가 저절로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체감경기가 어렵다고 수출 호조의 가치를 깎아내려서도 안 된다. 두 현실을 함께 보는 것이 경제를 제대로 보는 상식이다. 수출은 우리 경제의 엔진이고 내수는 그 엔진이 움직이는 도로다. 엔진만 아무리 좋아도 도로가 무너지면 자동차는 제대로 달릴 수 없다. 진짜 경제 회복은 수출 통계표에서 끝나지 않는다. 청년이 첫 직장을 얻고, 직장인이 월급의 실질가치를 체감하며, 자영업자가 저녁 장사를 걱정하지 않고, 평범한 가정이 내일을 불안해하지 않을 때 비로소 성장의 의미가 완성된다. 경제는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다. 반도체 수출의 기록을 축하하되 그 기록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수출의 온기가 산업 전반으로, 기업에서 가계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퍼져 나가야 한다. ‘수출은 잘되는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든가’라는 국민의 질문에 경제정책이 답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화려한 경제지표도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성장만이 아니다. 성장의 과실이 더 넓고 깊게 국민에게 돌아가는 성장, 그것이야말로 진짜 경제성장이다.
2026-08-23 1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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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700원, 이제는 인상률보다 제도 개혁을 논할 때다
[경제일보]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7% 오른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1만 원대 중반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는 상징성은 있지만, 정작 결정 과정과 결과는 또다시 우리 사회의 깊은 갈등만 확인시켰다. 법정 시한을 넘긴 밤샘 협상과 막판 표결, 노사 양측의 극한 대립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풍경이 됐다. 사용자 측은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호소하고, 노동계는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반발한다. 누구도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은 현행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음을 웅변한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다. 그러나 아무리 선한 제도라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경우 부작용은 불가피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고금리와 내수 부진, 소비 위축이라는 복합 불황 속에 놓여 있다. 특히 골목상권의 편의점과 음식점, 숙박업, 미용업 등 영세 서비스업은 인건비 부담과 임대료, 원자재 가격 상승을 동시에 떠안으며 생존 자체를 걱정하는 처지다.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은 것은 제도의 실효성과 시장의 수용 능력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존재한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취약 업종에서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3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난다. 법을 준수하고 싶어도 지급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영세 사업주를 잠재적 범법자로 만드는 제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최저임금의 목적이 근로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면, 그 제도가 오히려 일자리 축소와 폐업 증가를 초래하는 상황 또한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시장이 감당하지 못하는 임금은 결국 고용 감소와 근로시간 축소, 무인화 투자 확대라는 형태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피해는 결국 가장 보호받아야 할 취약계층 근로자에게 집중된다. 이제는 정치적 금기처럼 여겨졌던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다. 현행 법률 역시 사업의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이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됐다. 수도권 대기업과 지방 영세기업의 생산성은 물론 물가와 임금 수준, 지불 능력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동일한 기준을 전국 모든 업종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보다 불균형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주요 선진국들도 지역이나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임금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차등 적용이 곧 노동자 차별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세 서비스업과 농림어업, 지방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한 유연한 제도 설계가 오히려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지키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획일적 평등보다 지속 가능한 공정이 더 중요하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운영 방식 역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의 결정 구조는 노·사·공익위원이 이해관계를 앞세워 줄다리기를 벌이는 정치적 협상 테이블에 가깝다. 객관적인 경제지표보다 협상력과 여론전이 결과를 좌우하는 구조에서는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제는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노동생산성, 고용 여건, 중소기업의 지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객관적인 산식을 마련하고, 전문가 중심의 독립적인 심의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정치적 흥정이 아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결정 시스템만이 반복되는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최저임금 논쟁의 본질은 숫자 자체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근로자의 삶을 보호하면서도 기업이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노동자 없는 기업도 없지만 기업 없는 일자리 역시 존재할 수 없다. 어느 한쪽의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은 결국 모두를 어렵게 만든다.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지 어느덧 40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은 크게 달라졌지만 제도는 과거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는 해마다 반복되는 인상률 논쟁을 넘어 시장 현실과 경제 여건을 반영한 제도 개혁에 나설 때다.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 객관적 산식에 기반한 결정 구조, 생산성과 지급 능력을 함께 고려하는 합리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노동자의 삶을 지키고 자영업자의 생존을 보호하며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길이다. 최저임금의 미래는 인상률이 아니라 제도의 신뢰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2026-07-19 10: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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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XT에 몰린 '퇴근 후 매매'… KRX, 밤 8시 장으로 맞불
[경제일보]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에서 이뤄지는 주식 거래 10건 중 4건 이상이 한국거래소 정규장 전후 시간대에 체결되고 있다. 미국 증시 움직임에 맞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사고팔려는 투자자가 출근 전과 퇴근 뒤 NXT로 몰린 것이다. NXT가 ‘출퇴근길 매매’를 앞세워 빠르게 세를 키우자, 한국거래소(KRX)도 오는 9월 장 마감 뒤 4시간 동안 주식을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애프터마켓을 열기로 했다. 국내 주식시장의 경쟁이 정규장 밖으로 번지고 있다. 2일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을 합친 정규장 외 거래 비중은 지난해 7월 29.56%에서 지난달 중순 45.47%로 높아졌다. 넥스트레이드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절반 가까이가 오전 9시~오후 3시 30분 정규장 밖에서 사고팔린 셈이다. 거래가 몰린 곳은 반도체 대형주였다.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마이크론 등 반도체주가 급등락하면, 국내 투자자는 다음 날 정규장을 기다리지 않고 NXT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문을 냈다. 미국 장 마감 뒤 나온 기업 실적과 경제지표, 환율 변화에 즉시 대응하려는 수요도 시간외시장으로 향했다. NXT에는 거래량 규제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지난달 NXT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한국거래소의 19% 수준에 이르렀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대체거래소의 최근 6개월 일평균 거래량이 한국거래소의 15%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한 달 거래량만으로 규제 위반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NXT로서는 거래량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NXT는 1일 프리마켓부터 코스피 20개, 코스닥 12개 등 32개 종목을 거래 대상에서 뺐다. LG씨엔에스, 대한항공, 삼성E&A, 카카오, 한화솔루션 등이 포함됐다. 이번 정기 변경에서는 새로 편입한 종목이 없었다. 거래 종목을 줄여 규제 한도를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거래량이 늘면서 두 시장의 거래 방식 차이도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달 8일 국내 증시가 급락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을 때다. 거래 재개 과정에서 한국거래소와 NXT 사이에 약 2초의 시차가 생겼다. 한국거래소는 단일가매매를 거쳐 가격을 정한 뒤 거래를 재개했다. 반면 NXT는 기존에 남아 있던 호가를 바로 체결했다. 당시 한국거래소의 삼성전자 예상 체결가보다 낮은 가격에 NXT 주문이 남아 있었고, 이를 이용하면 단순 계산으로 삼성전자 한 종목에서만 2억6000만원가량의 차익거래가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 투자자가 대응하기 어려운 짧은 시간이지만, 알고리즘 매매를 이용하는 기관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NXT는 오는 9월 14일부터 서킷브레이커 해제 뒤 거래를 재개할 때 단일가매매를 적용하기로 했다. 급변하는 장에서 두 거래소의 가격 형성 방식이 달라 생길 수 있는 혼선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도 반격에 나선다. 당초 오전 7시 프리마켓과 오후 4시 애프터마켓을 함께 열 계획이었지만, 증권사 전산 개발 부담과 노동계 반발 등을 고려해 프리마켓 도입은 2027년 말로 미뤘다. 대신 애프터마켓은 예정대로 9월 14일 문을 연다. 한국거래소의 애프터마켓은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운영된다. 지금처럼 10분 단위로 주문을 모아 한 가격에 체결하는 시간외단일가매매는 없어진다. 정규장처럼 매수·매도 호가가 맞으면 바로 체결되는 시간외접속매매가 도입된다. 매매 방식이 NXT와 같아지면 종목별 거래 제한도 풀릴 가능성이 있다. 현재 NXT 경쟁매매 대상인 638개 종목은 한국거래소 시간외단일가매매에서 거래할 수 없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두 시장의 거래 방식이 통일되면 이런 제한을 계속 둘 이유가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싸움터는 ETF다. 한국거래소는 애프터마켓에서 ETF·ETN 유동성공급자(LP)가 호가를 낼 수 있도록 하고, 헤지 목적 공매도에는 업틱룰 예외를 인정할 방침이다. 시간외시장에서도 ETF 가격이 순자산가치와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NXT는 오는 11월 ETF 거래를 시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 거래와 한국거래소보다 낮은 수수료를 내세울 계획이다. 개별 주식에서 시작된 두 거래소의 경쟁이 ETF로 옮겨가는 셈이다. 거래 시간을 늘린다고 유동성이 저절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장이 길어질수록 증권사 주문 시스템, 시장감시 인력, 유동성공급자 운용 체계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지난달 서킷브레이커 뒤 발생한 2초의 시차는 거래소 간 경쟁이 빨라질수록 시장 안전장치도 그만큼 촘촘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2026-07-02 18: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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