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3건
-
-
-
히말라야 빙하 붕괴가 만든 재앙…中 티베트도 7명 사망·554명 실종
[경제일보] 히말라야 산악지대를 덮친 대규모 빙하 붕괴와 토석류로 중국 티베트자치구에서도 인명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네팔과 중국 국경을 따라 발생한 이번 재해로 중국 측에서만 7명이 숨지고 554명이 실종됐다. 구조 당국은 실종자 수색과 함께 추가 붕괴와 언색호(堰塞湖·자연적으로 형성된 호수) 범람 가능성까지 감시하며 총력 대응에 나섰다. 29일 중국 신화통신은 티베트자치구 응급관리당국을 인용해 이날 오전 1시 기준 시짱자치구 르카쩌시 지룽현의 토석류 재해로 7명이 사망하고 554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실종자로 분류됐던 르쒀촌 주민 2명은 구조됐다. 현장에는 각급 전담·비전담 구조인력 2141명이 배치됐다. 자연자원 분야 전문인력 86명도 투입돼 주변 산악지대와 도로의 지질재해 위험을 조사하고 있다. 소방구조대원과 향·진 간부 등 505명이 최일선에서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피해 지역 접근을 위해 도로 1.02㎞도 우선 복구됐다. 구조 방식도 육상과 수상, 공중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확대됐다. 중국 응급관리부는 쓰촨성 소방구조총대 등의 전문 수색인력을 투입해 폐허 지역을 중심으로 정밀 수색을 벌이고 있다. 드론을 활용한 공중 정찰과 고무보트를 이용한 수상 접근, 산악지대 도보 수색 등이 병행되고 있다. 중국 응급관리부는 29일에도 구조대가 피해 핵심 지역에서 폐허 수색과 위험지역 점검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재해의 발생 경로를 놓고는 중국 당국의 설명과 위성영상에 기반한 외부 분석 사이에 표현 차이가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6일 오전 네팔 측에서 발생한 토석류가 국경을 넘어 지룽항을 덮쳤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이를 ‘네팔 측에서 발생한 토석류 재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로이터가 플래닛랩스 위성영상을 분석하고 지질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재해의 직접적인 출발점은 히말라야 고지대의 빙하 붕괴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에 따르면 약 5200m 고도에 있던 빙하 하단부가 붕괴해 약 1200m 아래 계곡으로 떨어졌고, 이 과정에서 얼음과 암석, 토사가 함께 쓸려 내려가면서 대규모 토석류가 형성됐다. 로이터는 위성영상 분석 결과 붕괴한 빙하가 랑탕 리룽 인근에 위치한 것으로 파악했으며, 이후 얼음과 암석의 눈사태가 르헨데 코라(Lhende Khola) 계곡을 따라 이동하면서 네팔과 티베트 양쪽에 피해를 입힌 것으로 분석했다. 로이터의 위성영상 기반 지도에서도 빙하 붕괴→얼음·암석 눈사태→토석류→하류 대규모 홍수로 이어지는 과정이 확인된다. 특히 초기에는 지진이 빙하 붕괴의 원인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당시 감지된 지진 신호가 별도의 지진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빙하의 암석·얼음 붕괴와 토석류 과정에서 발생한 지진 에너지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빙하 자체가 왜 붕괴했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기후변화와의 연관성 역시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로이터는 재해 직전 해당 지역에서 눈이 빠르게 녹아 빙하가 상당 부분 노출된 정황을 위성영상에서 확인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온난화가 빙하 불안정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지만, 이번 붕괴를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결론 내리기에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측에서는 현재 구조와 동시에 2차 재해에 대한 경계도 강화하고 있다. 산사태 과정에서 계곡을 막아 형성된 언색호 주변에는 5명으로 구성된 관측초소를 설치해 수위와 유출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언색호가 다시 붕괴할 경우 하류 지역에 추가적인 홍수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주변 지질환경과 수리 상황을 함께 점검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고지대 특유의 급경사 지형과 불안정한 암반, 추가 산사태 위험 때문에 구조 작업 자체가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중국 응급관리부도 현장 산체와 토질이 불안정해 산사태와 낙석 등 2차 재해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재해는 국경을 사이에 둔 한 국가의 단순한 홍수가 아니라 히말라야 고지대에서 발생한 빙하·암석 붕괴가 하천을 따라 확산되면서 네팔과 중국 티베트에 동시에 대규모 피해를 남긴 초대형 산악재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500명이 넘는 실종자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만큼 향후 구조 과정에서 중국 측 사망·실종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2026-08-29 13:53:31
-
-
-
40도 폭염에 야외 레저 발길 끊겼다…티맵, 수상레저 목적지 설정 52% 급감
[경제일보] 기록적인 폭염이 여름 이동 지도를 바꿔놨다. 물가와 산으로 향하던 발길이 대형마트와 극장으로 옮겨갔고, 관광지가 몰린 비수도권이 수도권보다 큰 타격을 받았다. 티맵모빌리티는 폭염이 본격화한 7월 27일부터 8월 2일까지 전국 주요 방문지의 목적지 설정 건수를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여행·레저 카테고리가 16.5% 줄고 쇼핑은 5.2% 늘었다고 5일 밝혔다. 야외 체류 시간이 긴 장소일수록 낙폭이 컸다. 수상·해양스포츠 시설이 52.5%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고 전망대 50.4%, 호수 49.1%, 폭포·계곡 47.9% 순이었다. 테마파크와 온천도 각각 37.7%, 23.4% 감소했다. 반나절 이상 햇볕 아래 머물러야 하는 곳부터 이용자가 빠져나갔다는 얘기다. 예외는 해수욕장이었다. 감소율이 11.2%에 그쳐 다른 야외 시설과 격차가 컸다. 물에 들어가 더위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 발길을 붙잡은 것으로 보인다. 올여름 티맵 이용자가 많이 찾은 곳으로는 강릉 안목해변, 부산 송도해수욕장, 제주 함덕해수욕장, 충남 만리포해수욕장, 울산 진하해수욕장이 꼽혔다. 빠져나간 수요는 냉방이 되는 실내로 흘러갔다. 극장이 52.1%, 과학관이 42.7%, 공연장이 39.2% 늘었다. 쇼핑 카테고리에서는 대형마트가 26.2%, 백화점이 4.5% 증가했다. 여름방학 기간 국립과천과학관과 국립부산과학관 등이 가족 단위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도 과학관 방문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수도권 외 지역의 목적지 설정 건수는 9.2% 줄어든 반면 수도권은 0.8% 감소에 그쳤다. 열 배 넘는 차이다. 여름 성수기 매출이 몰리는 자연휴양지와 해안 관광지가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만큼, 장거리 이동을 접은 소비자가 늘수록 지역 상권이 먼저 흔들린다. 수도권은 생활권 안에 실내 대체지가 촘촘해 이동 자체가 크게 줄지 않았다. 배경에는 관측 사상 유례없는 더위가 있다. 지난 2일 경남 양산의 낮 최고기온은 42.5도로 국내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밀양과 김해, 경주 등 남부 내륙에서 40도를 넘는 기록이 잇따랐다. 같은 날 전국 235개 육상 특보구역 가운데 228곳에 폭염특보가 발효됐고, 경남과 전남 등 24개 지역에는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졌다. 한낮 야외 활동 자제 권고가 전국 단위로 나간 상황이었다. 티맵은 실내로 이동한 수요에 맞춰 '추천 장소'의 팝업·전시 탭에서 쇼핑몰과 전시, 팝업스토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방문 전 장소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숏폼 콘텐츠도 최근 추가했다. 회사는 숏폼이 내비게이션 사용 중에는 노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26-08-05 11:00:56
-
'5대짜리 혁명'의 진실…중국 DUV, ASML 성벽에 첫 균열
[경제일보] 중국이 올해 생산한다는 액침형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는 5대다. 네덜란드 ASML이 올해 출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액침형 DUV 장비 약 130대와 비교하면 4%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첨단 반도체 공장 한 곳에 필요한 장비 수를 감안하면 생산라인을 바꾸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그런데 세계 증시는 이 5대에 크게 흔들렸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액침형 DUV 장비 생산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자 ASML 주가는 장중 8% 넘게 떨어졌다가 5.8% 하락 마감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각각 13%, 14% 넘게 급락했다.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CXMT)의 증시 상장과 AI 산업의 투자 수익성 논란, 외국인 매도와 레버리지 청산이 겹쳤지만 중국산 DUV 소식이 불안을 증폭한 것은 분명하다. 시장의 반응만 보면 중국이 당장 ASML을 대체하고 한국 메모리 산업을 추월할 것처럼 보인다. 이는 과장이다. 반대로 장비 5대를 만들어낸 일을 선전용 행사로만 치부하는 것도 위험하다. 중국산 DUV의 현재 사업 가치는 작지만 그것이 가리키는 산업의 방향은 가볍지 않다. ◆ 노광장비 한 대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문제 노광은 반도체 회로가 그려진 마스크에 빛을 쏘아 웨이퍼 위 감광액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이다. 반도체 제조에서 사진 인화와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요구되는 정밀도는 전혀 다르다.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분의 1에 해당하는 회로를 웨이퍼 위 수십 개 층에 반복해 정확히 포개야 한다. DUV는 193나노미터 파장의 불화아르곤 레이저를 사용한다. 액침형 DUV는 렌즈와 웨이퍼 사이에 초순수를 채워 빛의 굴절률과 렌즈의 개구수를 높인다. 같은 파장의 빛으로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릴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이다. ASML의 최신 액침형 DUV 장비는 시간당 300장 이상의 웨이퍼를 처리하면서 1나노미터 이하 수준의 오버레이 정밀도를 목표로 한다. 오버레이는 여러 차례 노광한 회로가 얼마나 정확하게 겹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해상도가 좋아도 위아래 회로가 어긋나면 칩은 작동하지 않는다. 노광장비의 경쟁력은 ‘몇 나노를 찍었느냐’만으로 판정할 수 없다. 시간당 웨이퍼 처리량, 장비 가동률, 오버레이 오차, 초점 제어, 결함 밀도, 장비 간 편차, 유지보수 시간과 소모품 수명까지 모두 맞아야 한다. 연구실에서 회로 하나를 그리는 것과 매일 수천 장의 웨이퍼를 같은 품질로 생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ASML의 진입장벽도 장비 설계도 한 장에 있지 않다. 독일 자이스가 공급하는 초정밀 광학계, 레이저 광원과 웨이퍼 스테이지, 계측 장비, 보정 소프트웨어, 수십 년간 축적한 공정 데이터와 글로벌 유지보수망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여 있다. 장비가 고장 났을 때 몇 시간 안에 복구할 수 있는 현장 인력과 부품 공급망도 경쟁력이다. ASML의 시장 지위는 기계 한 대가 아니라 거대한 산업 생태계가 만든 결과다. ◆ 863계획에서 아이성나까지 이어진 20년 중국의 노광장비 개발은 최근 시작된 프로젝트가 아니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초 국가 첨단기술 개발계획인 ‘863계획’을 통해 노광장비 국산화에 착수했다. 2002년 설립된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는 건식 DUV 장비를 개발한 뒤 액침형 장비로 영역을 넓혀왔다. 초기 중국 장비는 90나노급 공정에 머물렀다. 해상도를 높이더라도 처리량과 오버레이, 장시간 안정성이 부족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주력 생산라인에 투입하기 어려웠다. 중국은 이후 광학, 정밀 스테이지, 광원, 계측과 제어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기업과 연구기관을 나눠 육성했다. 이번에 주목받은 아이성나는 2023년 상하이에 설립된 국유자본 지원 기업으로 알려졌다. 설립된 지 2∼3년에 불과한 회사가 갑자기 액침형 DUV를 만들어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SMEE와 별도 장비업체, 연구기관에 축적된 인력과 기술을 결집한 프로젝트에 가깝다. 기업의 나이는 짧아도 기술 계보는 20년 이상 이어진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아이성나는 올해 5대, 2027년 20대의 액침형 DUV 장비를 생산할 계획이다. 초기 공급 대상으로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와 화훙반도체, D램 업체 CXMT가 거론된다. 다만 장비의 공식 성능표와 고객사 양산 인증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생산을 시작했다’는 표현과 ‘상업적 대량생산에 사용할 수 있다’는 평가는 구분해야 한다. ◆ 28나노 장비를 7나노 장비로 부를 수 없는 이유 중국 장비의 목표는 단일 노광 기준 28나노급으로 알려졌다. 28나노는 액침형 DUV가 한 번의 노광으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정 구간이다. DUV로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리는 방법도 있다. 한 장의 복잡한 회로를 두 개나 네 개의 단순한 패턴으로 나눈 뒤 노광과 식각을 반복하는 다중 패터닝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14나노와 10나노 이하 회로도 구현할 수 있다. 중국이 수입산 DUV를 활용해 7나노급 반도체를 생산한 것도 이러한 공정 기술과 관련돼 있다. 그러나 28나노 장비로 7나노급 회로를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과 7나노 전용 장비를 확보했다는 말은 같지 않다. 노광 횟수가 늘면 마스크와 식각·증착 공정도 증가한다. 생산시간이 길어지고 장비 사용량과 전력, 소재 비용이 커진다. 매번 회로를 정밀하게 포개야 하므로 오버레이 오차가 누적되고 수율도 떨어질 수 있다. 반도체 생산비는 노광장비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한 장의 웨이퍼가 생산라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양품 칩의 비율이 더 중요하다. 동일한 7나노급 칩을 만들더라도 EUV를 활용한 공정과 DUV 다중 패터닝 공정의 원가와 생산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중국산 DUV가 28나노 회로를 한 번 찍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 최첨단 반도체 양산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 장비 출하 뒤에 기다리는 ‘죽음의 계곡’ 새 장비가 반도체 공장에 들어가면 설치 직후 생산에 투입되지 않는다. 우선 장비가 제시된 해상도와 오버레이 성능을 반복해 구현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다른 장비에서 생산한 웨이퍼와 결과가 일치하는지도 검증한다. 특정 장비만 다른 결과를 내면 전체 공정을 따로 설계해야 해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결함 검증은 더 까다롭다. 미세한 입자나 온도 변화, 진동, 렌즈 왜곡과 광원 불안정이 웨이퍼 수율에 영향을 미친다. 하루나 일주일 동안 정상 작동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수개월 이상 연속 가동하면서 성능과 부품 수명, 고장 빈도와 복구 시간을 입증해야 한다. 고객사의 공정 레시피와 연결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노광장비는 식각·증착·세정·검사 장비와 맞물려 작동한다. 노광 결과가 달라지면 전후 공정의 조건도 다시 조정해야 한다. 장비 인증에는 제조사뿐 아니라 팹의 공정 엔지니어, 소재 업체, 마스크와 계측 기업이 함께 참여한다. 중국산 장비가 넘어야 할 벽은 최초의 5대를 조립하는 일이 아니라 이 장비를 고객 생산라인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가동하는 일이다.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5대는 연구·시험 장비에 머문다. 반대로 초기 장비에서 발생한 오류와 수율 데이터를 축적해 20대, 50대로 개선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 왜 하필 5대인가 중국이 올해 5대만 생산하는 이유는 수요가 없어서라기보다 공급망과 조립 역량이 아직 제한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노광장비에는 수만 개의 정밀 부품이 들어간다. 렌즈와 광원, 스테이지, 모터, 센서, 진동 제어장치와 정밀 계측 부품 가운데 하나만 공급이 늦어져도 완제품을 만들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산 장비에는 아직 일본 등 해외에서 들여오는 일부 핵심 부품이 사용되고 있으며 중국 내 부품업체의 납기와 품질 문제도 생산 확대를 제약하고 있다. ‘국산 장비’라는 표현이 모든 부품의 100% 중국산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장비는 부품만 있다고 대량 조립할 수도 없다. 완성된 장비마다 광학계와 스테이지를 정밀하게 보정해야 한다. 생산량을 늘릴수록 장비 간 편차를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이 단계에서 제조 노하우와 숙련 인력의 차이가 드러난다. ASML이 장기간에 걸쳐 공급망과 생산설비를 확충하고도 연간 액침형 DUV 출하량을 100여 대 수준으로 관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의 목표가 2026년 5대에서 2027년 20대로 늘어난다는 것은 생산능력이 네 배로 커진다는 의미이지만 ASML과의 규모 차이는 여전히 크다. ◆ ‘낡은 28나노’가 중국에는 중요한 까닭 28나노를 최첨단 기술과 비교해 낡은 공정으로 보는 시각도 바로잡아야 한다.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AI 가속기는 3나노·5나노 공정에서 생산되지만 자동차와 산업기기, 통신장비, 가전에는 28나노 이상 성숙 공정 반도체가 대량으로 사용된다. 전력관리반도체, 디스플레이 구동칩, 마이크로컨트롤러, 네트워크칩과 각종 센서는 최신 공정을 사용할 필요가 없거나 최신 공정을 적용했을 때 오히려 비용이 증가한다. 세계 반도체 수요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성숙 공정에서 발생한다. 중국이 28나노급 장비를 안정적으로 양산하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곳도 이 시장이다. 중국 팹은 수입 장비의 추가 공급과 유지보수가 제한되더라도 국내 장비로 생산설비를 늘릴 수 있다. 중국 정부와 국유기업은 성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국산 장비를 의무적으로 구매해 초기 시장을 만들어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을 장비가 중국 내수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다. 장비업체는 확보한 매출과 생산 데이터를 다시 연구개발에 투입할 수 있다.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이 기술 격차를 줄이는 시험장이 되는 구조다. ◆ 한국을 먼저 압박할 곳은 HBM이 아닌 범용 D램 중국산 DUV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사업을 단기간에 위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HBM은 미세공정에서 D램 셀을 만드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여러 개의 D램 다이를 얇게 가공해 수직으로 쌓고 TSV로 연결해야 한다. 적층·접합, 발열 제어와 신호 무결성, 패키징 수율, 고객사의 GPU·가속기 인증이 모두 필요하다. HBM4 이후에는 로직 베이스 다이와 파운드리 공정, 첨단 패키징 기술의 결합이 더욱 중요해진다. DUV 한 종류를 확보했다고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미국의 대중국 HBM 수출통제까지 고려하면 중국이 한국 기업을 곧바로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한국이 주의 깊게 볼 곳은 일반 D램이다. CXMT는 이미 세계 D램 출하량의 약 8%를 차지하는 4위 업체로 성장했다. 아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기술 및 수익성 격차가 있지만 DDR4와 DDR5, 모바일용 LPDDR 시장에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중국산 DUV가 양산 인증을 통과하면 CXMT는 수입 장비에 대한 불확실성을 낮추고 증설을 지속할 수 있다. 중국 스마트폰과 PC, 서버업체가 자국산 메모리 채택을 늘리면 CXMT는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중국 내수만으로도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 기업에 나타날 첫 충격은 시장점유율 상실보다 가격 하락일 가능성이 높다. CXMT가 범용 D램 공급을 늘리면 국제 가격의 하단이 낮아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에서 높은 수익을 거두더라도 일반 D램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전체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중국산 DUV는 HBM 왕좌를 빼앗는 무기라기보다 범용 메모리 시장의 가격 질서를 바꾸는 기반시설로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미국은 2022년 이후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제한하기 위해 노광과 식각·증착·계측 장비, 설계 소프트웨어와 첨단 AI 반도체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네덜란드와 일본도 일부 장비 수출 제한에 동참했다. 2024년에는 HBM과 장비 생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까지 통제 범위가 확대됐다. 수출통제는 효과가 있었다. 중국은 최첨단 장비를 제때 확보하기 어려워졌고 기존 수입 장비의 유지보수와 부품 공급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중국이 EUV를 활용한 대규모 첨단공정을 구축하는 시점도 늦어졌다. 하지만 통제에는 반대 방향의 힘도 작용한다. 해외 장비를 살 수 없게 되면 중국 팹은 성능이 부족해도 국산 장비를 시험해야 한다. 정부는 투자 실패를 감수하면서 자금을 공급하고, 고객사는 초기 제품의 결함을 함께 고친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선택받기 어려운 장비가 보호된 시장 안에서 성장할 수 있다. 수출통제가 중국의 개발 비용과 시간을 늘릴 수는 있어도 기술 개발 의지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 오히려 노광장비 국산화를 경제성의 문제가 아닌 국가안보 과제로 바꿨다. 중국 기업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해도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 미국과 동맹국도 통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우위를 지킬 수 없다. 중국의 기술 진전을 늦추는 동안 차세대 기술과 공급망, 고객 생태계의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 통제가 시간을 벌어주는 정책이라면 혁신은 그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드는 정책이다. ◆ 한국 반도체주 급락, 공포와 현실을 구분해야 중국산 DUV 5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를 하루아침에 10% 이상 떨어뜨릴 만큼 직접적인 실적 충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 올해와 내년 생산량만 놓고 보면 한국 반도체 공장의 생산능력이나 HBM 수주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 지난 28일 주가 급락은 여러 불안이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에 가깝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비해 빅테크 기업의 수익 창출이 더디다는 우려, CXMT의 자금 조달과 증설 가능성, 중국 장비 국산화, 외국인 대규모 매도와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이 겹쳤다. 그럼에도 시장의 과민 반응에는 읽어야 할 메시지가 있다. 투자자들은 장비 5대의 매출 효과가 아니라 ASML 독점과 한국 메모리 지배력이 영구적이지 않을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했다. 지금까지 거의 0으로 보던 중국 장비의 성공 가능성을 아주 낮은 확률이나마 계산에 넣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급락을 전적으로 비이성적 공포라고 단정하는 것도, 중국이 곧 한국을 추월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단기 주가는 과도하게 움직였을 수 있지만 중국 공급망 자립이라는 장기 변수가 현실로 다가온 것은 사실이다.
2026-07-29 16:16:24
-
-
-
시네마부터 다이닝까지…디에이치 방배가 보여준 하이엔드 주거
[경제일보] “디에이치 현장으로는 일곱 번째, 대형 현장으로는 개포 이후 두 번째입니다. 이번 단지는 조경과 커뮤니티, 주거 서비스 특화에 중점을 뒀습니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 방배’ 현장에서 만난 김기만 현대건설 방배5구역 현장소장은 단지의 차별화 요소를 이렇게 설명했다. 통상 건설사들은 준공 직전 완성된 단지를 공개하지만 디에이치 방배는 입주자 사전점검을 앞두고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 공사가 진행 중인 구간은 남아 있음에도 조경과 커뮤니티, 주거 서비스는 먼저 공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읽혔다. 디에이치 방배는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 재건축 사업을 통해 조성되는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단지다. 지하 4층~지상 33층, 29개 동, 총 3064가구 규모로 들어선다. 전 세대 남측향 배치와 동 간 거리 확보를 통해 채광과 개방감을 높였고 방배동 정비사업지 가운데 유일하게 최고 33층으로 계획됐다. 준공은 내달 말, 입주는 오는 9월 1일 예정이다. 단지가 내세운 차별화 지점은 단순한 고급 마감보다 입주 이후의 생활 경험에 가까웠다. 현대건설은 조경과 커뮤니티 시설뿐 아니라 문화·식음·생활지원 서비스를 묶어 하이엔드 주거의 운영 방식을 선보였다. 하이엔드 아파트 경쟁이 외관과 마감재 중심에서 입주 이후 서비스 운영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장 관람은 단지 내 프라이빗 영화관인 ‘디에이치 시네마’에서 시작됐다. 40석 규모의 이 공간은 리클라이너 시트와 대형 스크린, 레이저 프로젝터, 7.1채널 스피커 시스템을 갖췄다. 연간 120일 영화 상영이 예정돼 있으며 강연회나 소규모 공연도 가능한 입주민 전용 문화공간으로 운영된다. 단순한 커뮤니티 시설이라기보다 정기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단지 내 문화공간에 가깝다. 시네마를 나서자 단지 중앙부로 이어지는 조경 가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디에이치 방배는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조경 개념에 왕실 정원의 이미지를 더한 ‘로열 보타닉’ 콘셉트로 조성됐다. 관람 동선은 클럽하우스에서 워터게이트까지 이어지는 ‘H 아트밸리’를 따라 이어졌다. 양쪽 커뮤니티 시설 사이에는 계곡 경관과 벽천, 미디어 파사드가 배치돼 있었다. 조경 규모도 눈에 띄었다. 조경 규모도 눈에 띄었다. 단지에는 수백년 수령의 팽나무가 자리했고 함양 살구나무와 강릉 소나무도 곳곳에 식재돼 있었다. 진입도로 양쪽에는 340m 길이의 석가산과 특화 수형 소나무가 이어졌다. 현대건설은 이를 국내 공동주택 최장 규모 석가산으로 설명했다. 단순히 나무와 수경시설을 배치한 수준이 아니라 단지 진입부터 커뮤니티 공간까지 이어지는 장면을 설계한 셈이다. 이어 이동한 웰니스 라운지는 휴식과 건강 관리를 결합한 공간이었다. 입주민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기기와 휴식형 케어 시설이 설치될 예정이며 입주자 사전점검 기간에는 현대백화점과 협업한 체험형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현장에서는 입주민이 이용할 프로그램 일부가 시연됐다. 상층부 펜트하우스 타입으로 올라가자 세대 내부 상품성이 강조됐다. 천장고는 2700㎜로 설계됐고 현관문을 두 곳에 둬 세대 분리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히든도어, 유럽산 세라믹 타일, 수입 주방가구 등도 적용됐다. 거실과 복도, 주방에는 벽지 대신 세라믹 타일을 사용해 마감 수준을 높였다. 현대건설 관계자의 보이스 홈 시스템 시연도 이뤄졌다. 호출어를 말하면 조명과 에어컨, 환기, 가스 차단, 보일러 등을 제어할 수 있으며 외출 시 조명과 전자기기를 끄고 엘리베이터를 호출하는 기능도 소개됐다. 각 침실의 스피커가 위치를 인식해 해당 공간의 조명과 냉난방만 제어하는 점도 특징이다. 다시 저층부로 내려와 이동한 클럽하우스 ‘큐브 아틀리에’는 라운지와 갤러리 기능을 함께 갖춘 공간으로 구성됐다. 이탈리아 명품 가구와 박선기 작가의 작품, 아트 퍼니처가 배치됐다. 이후 33층 스카이라운지 ‘클라우드 33’으로 올라서자 단지의 또 다른 강점인 조망이 드러났다. 옥상정원에서는 관악산과 여의도 스카이라인이 보였고 프라이빗 다이닝 공간에서는 남산과 롯데월드타워 방향 조망이 가능했다. 북카페는 아크앤북과 협업해 운영된다. 약 6000권의 도서를 비치하고 2주마다 110~120권가량의 신간과 큐레이션 도서를 교체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찾은 다이닝 라운지에서는 현대그린푸드와 정호영 셰프가 협업한 입주민 식음 프로그램이 소개됐다. 디에이치 방배의 핵심은 현대건설이 새롭게 선보이는 주거 서비스 플랫폼 ‘H 컬처클럽’이다. 입주민은 전용 플랫폼을 통해 문화강좌, 인문·예술 콘텐츠, 피트니스 프로그램, 어린이 전문 프로그램, 취미 클래스 등을 신청할 수 있다. 현대건설 직원이 세대를 방문해 가구·제품 설치와 세대 점검 등을 지원하는 ‘H 헬퍼’도 운영된다. 김 소장은 “아파트 생활에서 입주민들이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을 20가지 이상 주거 서비스로 연결했다”며 “디에이치 방배를 시작으로 반포1·2·4주구와 한남3구역, 압구정 등 디에이치 단지에도 이 같은 문화와 서비스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6-07-11 10:00:00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