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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사상 최악의 기후재난, '네팔 대홍수'가 묻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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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사상 최악의 기후재난, '네팔 대홍수'가 묻는 것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선재관 기자
2026-08-31 14:52:19
네팔 누와코트 지역서 실종된 가족 기다리며 우는 여성 사진AP 연합뉴스
네팔 누와코트 지역서 실종된 가족 기다리며 우는 여성 [사진=AP 연합뉴스]

[경제일보] 산에서 얼음과 바위가 무너졌다. 강이 넘쳤다. 마을이 사라졌다. 발전소가 묻혔다. 사람들은 터널 안에 갇혔다.

불과 닷새 만에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 지역에서 수백 명이 숨지고 3000명 넘게 실종됐다. 네팔에서만 700명이 넘는 시신이 수습됐고, 8000명 이상이 구조됐다. 아직 숫자를 ‘최종 피해’라고 부를 수도 없다. 수색이 진행될수록 희생자는 늘고 있다.

이번 재난을 단순한 홍수라고 부르기에도 부족하다. 빙하가 무너지고 암석과 얼음이 계곡을 타고 내려오면서 거대한 토사 흐름을 만들었다. 강의 물길 자체가 바뀌었다. 여기에 폭우가 더해졌다. 자연이 한 번에 몇 겹의 재난을 겹쳐놓은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산사태가 강을 막아 새로운 자연댐 호수를 만들었다. 호수가 무너지면 제2의 홍수가 될 수 있다. 실제 중국 측에서도 추가 산사태로 새로운 자연댐이 만들어지는 사실이 확인됐다. 구조대가 사람을 구하는 동시에 또 다른 재난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다.

이런 재난 앞에서 국제사회의 연대는 선택이 아니다. 생존자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도는 터널 구조 전문인력 11명을, 중국은 9명을 파견했다. 한국 역시 전문인력과 정부 합동 대응체계를 가동했다. 미국·영국·호주·일본·EU 등은 구호자금과 장비 지원에 나섰다. 유엔과 국제적십자도 현장 지원에 들어갔다. 국제사회가 움직인 것은 인도주의 때문만이 아니다. 히말라야는 한 국가의 영토로만 설명할 수 없는 위험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번 참사는 또 하나의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왜 더 빨리 알지 못했는가.

재난 발생 석 달 전 네팔과 중국 당국은 재해 위험을 줄이기 위한 협의를 했다. 네팔 측은 빙하 움직임과 수위 등에 대한 더 많은 정보 공유를 요구했다. 중국은 필요한 예보자료를 적시에 제공했다고 반박한다. 

책임 공방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히말라야의 물과 얼음에 관한 데이터가 국경을 넘나드는 실시간 안전망으로 연결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네팔은 앞으로 중국과 실시간 정보 공유 협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번 재난을 기후변화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도 빙하 붕괴의 직접 원인을 단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온난화로 히말라야의 빙하가 빠르게 줄고 고산지대가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로이터는 네팔의 빙하 얼음이 지난 30년간 거의 3분의 1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전했다. 기후변화가 위험을 키우는 배경이라는 데에는 과학계의 경고가 누적돼 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네팔이 기후변화의 주범이 아니라는 점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한 나라들과 달리 네팔의 책임은 작다. 그런데 피해는 국경 안으로 쏟아진다. 그리고 이제 그 피해를 복구하는 데 네팔 경제의 약 10%에 해당하는 40억~50억달러가 필요할 것이라는 추산까지 나왔다.

이것이 기후재난의 잔인한 계산서다. 배출은 세계가 함께 하고, 피해는 국경 안에서 감당한다. 그래서 기후변화 대응은 더 이상 환경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다. 재난정보를 공유하고, 조기경보 시스템을 만들고, 국경을 넘는 구조 체계를 갖추는 안보의 문제가 됐다.

우리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인 9명이 이번 재난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이들은 관광객이 아니라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던 우리 기업의 직원들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헬기와 구조인력을 보내려 했지만 현지 항공 운항 제한으로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 국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 앞에서는 ‘우리 국민 구조’조차 국제적 협력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

재난은 국경을 모른다. 그러니 구조도 국경을 넘어야 한다. 데이터도 넘어야 한다. 돈도 넘어야 한다. 그리고 책임도 넘어야 한다.

네팔의 산에서 무너진 얼음은 그 나라만의 재앙이 아니다. 우리가 얼마나 촘촘한 국제적 안전망을 만들어 놓았는지 시험하는 경고음이다.

사람을 살리는 데 국적이 무슨 소용인가. 기후 앞에서 국경이 무슨 방패인가.

이번 네팔 대홍수가 남겨야 할 가장 중요한 유산은 복구된 도로와 발전소가 아니다. 다음 재난을 한 시간이라도 먼저 알아채고,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낼 수 있는 국제적 시스템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은 재난을 당한 나라 혼자 질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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