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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대신 내부 확장…태평양이 종합로펌이 된 방법
[경제일보] 1980년 12월 서울 서소문.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은 김인섭 변호사가 자신의 이름을 건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해외 로스쿨이나 외국 로펌 경력은 없었다. 김 변호사가 내세운 목표는 한국 법률시장에서 출발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로펌을 만드는 것이었다. 6년 뒤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배명인 변호사와 이정훈 변호사 등이 합류하면서 태평양합동법률사무소가 출범했다. 영문명 ‘BKL(Bae, Kim & Lee)’은 배명인·김인섭·이정훈 세 창업자의 성에서 따왔다. 1987년 법무법인으로 전환했고 1995년 지금의 법무법인 태평양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46년이 흐른 현재 태평양은 김앤장에 이어 국내 매출 2위 로펌이다. 2025년 법무법인 매출은 4402억원, 특허법인과 해외법인을 합친 매출은 470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약 25% 늘었다. 국내 변호사는 지난 6월 기준 628명으로 김앤장 다음으로 많다. 김앤장이 국제금융과 외국 기업 자문에서 출발했고 광장이 서로 다른 두 로펌의 합병으로 기업자문과 송무를 결합했다면 태평양의 길은 달랐다. 국내 송무에서 시작해 기업자문과 M&A를 붙이고 국제중재와 공정거래, 조세, 노동, 기업형사로 영역을 넓혔다. 외부 로펌과의 대형 합병 없이 필요한 분야를 조직 안에서 키워온 것이 태평양 성장사의 한 축이다. ◆ 법정에서 시작한 ‘한국형 로펌’ 창업자 김인섭 변호사는 1963년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법조 생활을 시작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고법 판사를 거쳐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교수를 지냈다. 1980년 법원을 떠나 변호사 개업을 할 때 김 변호사가 구상한 조직은 몇 명의 변호사가 사무실을 함께 쓰는 합동사무소와는 달랐다. 당시 한국 법률시장은 개인 변호사의 송무가 중심이었다. 대기업이 성장하면서 기업법무 시장도 열리고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대형 종합로펌은 막 걸음을 떼던 시기였다. 김 변호사는 자신의 법관 경험을 토대로 송무를 맡으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법률서비스를 조직적으로 제공하는 로펌을 만들기 시작했다. 1986년 태평양합동법률사무소 출범은 개인사무소에서 조직형 로펌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됐다. 배명인·김인섭·이정훈을 비롯해 이재식·황의인 변호사 등이 초기 조직을 만들었고 이후 기업법무를 담당할 변호사들이 잇달아 합류했다. 송무에서 시작한 조직에 기업자문과 금융, 지식재산권 분야가 하나씩 붙었다. 태평양이 당시 내세운 말은 ‘한국적인 국제로펌’이었다. 외국 로펌의 운영방식을 그대로 옮겨오는 대신 국내 법률시장과 법조 실무에 뿌리를 두고 국제 업무까지 처리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김인섭 변호사는 훗날 이를 ‘한국적 국제로펌’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 외환위기, 송무 로펌이 기업 안으로 들어갔다 태평양의 업무가 크게 넓어진 시기는 1990년대 후반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기업 매각과 구조조정, 워크아웃이 한꺼번에 진행됐다. 기업의 생존 문제가 법률 문제로 이어지면서 송무뿐 아니라 금융과 M&A, 기업회생을 함께 다룰 변호사들이 필요해졌다. 태평양은 기아자동차 파산 처리와 대우그룹 계열사의 워크아웃 등에 참여했다. 법원에서 분쟁을 처리하던 변호사들이 기업의 재무상태와 채권관계, 구조조정 과정까지 들여다보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기업회생과 M&A 업무 경험도 쌓였다. 1998년에는 서소문을 떠나 강남 테헤란로로 본사를 옮겼다.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모이는 곳으로 로펌의 중심도 이동했다. 태평양이 송무를 중심으로 성장한 법률사무소에서 기업의 거래와 경영 문제까지 다루는 종합로펌으로 몸집을 키우던 때였다. 외환위기는 태평양에 새로운 숙제도 안겼다. 국내 기업을 둘러싼 분쟁의 상대가 외국 기업과 해외 자본으로 넓어지면서 국내 법원만 알아서는 처리하기 어려운 사건이 늘었다. 태평양은 다음 승부처로 국제분쟁을 택했다. ◆ 2002년 국제중재팀 만들고 해외로 태평양은 2002년 국내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국제중재팀을 만들었다. 당시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와 수출이 늘면서 계약 분쟁을 해외 중재기관에서 해결하는 사건이 증가하고 있었다. 국제중재가 지금처럼 대형 로펌의 주요 업무로 자리 잡기 전이었다. 2009년에는 현대 측을 대리해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에 넘어갔던 현대오일뱅크 경영권을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를 통해 되찾는 사건에 참여했다. 국제중재팀을 만든 지 7년 만이었다. 기업 간 국제분쟁을 넘어 국가를 상대로 한 투자분쟁으로 업무 범위도 넓어졌다. 대표적인 사건이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이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2012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약 6조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자 태평양은 정부 측 대리를 맡았다. 13년에 걸쳐 진행된 사건은 2025년 원 판정이 취소되면서 한국 정부가 배상 책임에서 벗어나는 결과로 끝났다. 해외 거점도 늘렸다. 2004년 국내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에 사무소를 열었고 이후 상하이와 홍콩, 하노이, 호찌민, 두바이, 싱가포르 등으로 진출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로 이동하는 곳을 따라 법률서비스의 범위도 넓혔다. ◆ 기업의 싸움이 바뀌자 ‘경영권 분쟁’을 따로 떼냈다 기업분쟁의 양상도 달라졌다. 단순한 계약 위반이나 손해배상 소송을 넘어 기업 지배권을 두고 주주와 경영진, 국내 기업과 해외 펀드가 맞붙는 사건이 늘었다. 태평양이 일찍부터 공을 들인 분야 가운데 하나가 경영권 분쟁이다. 2000년대 초 SK그룹과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영권 분쟁에서 태평양은 SK 측을 대리했다. 소버린이 최태원 회장을 이사회에서 밀어내기 위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법원에 소집 허가까지 신청하자 태평양은 SK 측 변호인단에 참여했다. 법원이 소버린의 신청을 기각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SK 측에 유리하게 끝났다. 태평양은 2012년 대형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별도의 경영권 분쟁팀을 만들었다. M&A 변호사와 송무 변호사를 한 조직에 모아 주주총회와 이사회, 가처분, 공개매수 등 경영권 싸움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문제를 처리하도록 했다.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도 참여하며 이 분야를 주요 업무로 이어가고 있다. 경영권 분쟁은 태평양의 출발점이었던 송무와 이후 키운 기업자문이 만나는 분야이기도 하다. 회사법과 자본시장법을 알아야 하고 주주총회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도 대응해야 한다. 태평양이 오랫동안 두 분야를 함께 키운 효과가 드러나는 시장이다. ◆ 로펌도 회사처럼 운영했다 업무 분야만 넓힌 것은 아니었다. 조직 운영에서도 몇 차례 변화를 먼저 시도했다. 2007년에는 국내 대형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법무법인(유한)으로 조직을 바꿨다. 법무법인(유한)은 구성원 변호사의 책임을 일정 범위로 제한하고 규모가 커진 로펌을 조직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든 형태다. 변호사 개인의 사무실을 크게 만든 수준에서 벗어나 수백 명의 전문가가 일하는 조직에 맞는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려는 선택이었다. 공익활동도 조직 안에 넣었다. 2001년 공익활동위원회를 만들었고 2009년에는 공익법률지원 활동을 전담하는 재단법인 동천을 설립했다. 체임버스앤파트너스는 태평양이 국내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내부 프로보노 조직을 만든 뒤 별도 공익재단까지 설립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2020년에는 22년간 머물던 강남을 떠나 종로 센트로폴리스로 본사를 옮겼다. 당시 약 650명의 전문가를 포함해 1300여 명이 여러 건물에 나뉘어 근무하던 조직을 한 건물에 모았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금융기관, 법원 등과의 접근성을 고려한 이전이었다. ◆ 송무와 자문을 함께 키운 46년 태평양의 현재 업무를 보면 처음부터 키워온 송무와 이후 확대한 기업자문이 함께 남아 있다. 체임버스앤파트너스는 2026년 태평양의 기업·M&A와 송무, 조세, 공정거래 등을 국내 주요 분야로 평가하고 있다. 기업·M&A에는 200명이 넘는 변호사가 참여하고 있다. 최근 대형 사건도 한 분야에 몰리지 않는다. 론스타 ISDS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아일리아 특허 분쟁,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한전KPS 중대재해 사건 등을 맡았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형사재판에도 김앤장과 함께 참여해 대법원 무죄 확정까지 변론했다. 실적도 회복됐다. 태평양의 2025년 법무법인 매출은 4402억원으로 2024년 3918억원보다 12.4% 늘었다. 김앤장을 제외한 법무법인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며 6년 만에 2위로 올라섰고 올해 상반기 성장률도 약 25%로 주요 대형 로펌 가운데 가장 높았다. 현재 업무집행대표는 이준기 변호사가 맡고 있다. 1996년 태평양에 입사한 이 대표는 M&A와 해외투자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삼성·한화 빅딜과 금호타이어 인수 등 대형 거래를 자문했다. 외부에서 경영자를 데려오기보다 조직 안에서 성장한 변호사가 경영을 맡고 있다는 것도 태평양의 세대교체를 보여준다. ◆ 2위 탈환했지만 격차는 사라졌다 매출 2위 복귀만으로 앞으로의 경쟁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2025년 태평양 매출은 4402억원이었지만 세종은 4363억원, 광장은 4309억원이었다. 2위부터 4위까지 불과 93억원 안에 들어와 있다. 한두 건의 대형 사건이나 인재 이동으로 순서가 달라질 수 있는 격차다. 기업 고객의 평가에서도 태평양이 모든 분야를 앞서는 것은 아니다. 한국경제와 한국사내변호사회가 실시한 2025년 조사에서 태평양은 종합과 전문성, 서비스 평가에서 각각 4위를 기록했다. 민사·송무와 형사·수사기관 대응, 조세·관세, 금융 등 주요 분야에서도 4위권이었다. 세종은 최근 공격적인 인재 영입을 바탕으로 매출을 빠르게 늘렸고 광장과 율촌 역시 M&A와 송무, 규제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대형 로펌 사이의 변호사 이동도 잦아졌다. 태평양이 2025년 되찾은 2위 자리를 지키려면 과거에 쌓은 송무 경쟁력과 최근 확대하는 기업자문을 동시에 끌고 가야 한다. 태평양도 사람을 늘리고 있다. 지난 6월 국내 변호사는 628명으로 1년 전보다 41명 증가해 주요 대형 로펌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AI와 디지털금융, 공급망, 통상, 중대재해 등 새로운 규제 분야에도 별도 조직을 두고 있다. ◆ 국내 법정에서 시작해 바다를 건넜다 태평양의 출발점에는 국제금융 계약서도, 두 대형 로펌의 합병도 없었다.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변호사가 1980년 서소문에 연 작은 법률사무소가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송무를 했다. 기업이 커지자 기업자문과 금융, M&A를 붙였고 외환위기가 터지자 구조조정 업무를 키웠다. 국내 기업의 분쟁이 해외로 넘어가자 국제중재팀을 만들었고 기업 경영권을 둘러싼 싸움이 늘자 경영권 분쟁팀을 따로 꾸렸다. 그 과정에서 다른 대형 로펌을 합병하거나 조직을 나눠 새 로펌을 만드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필요한 분야를 내부에서 만들고 사람을 영입해 조직 안에 쌓았다. 1980년 김인섭 변호사가 말했던 ‘한국적인 국제로펌’도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의 태평양으로 이어졌다. 법정에서 출발한 로펌은 이제 국제중재와 M&A, 공정거래, 조세, 기업형사를 함께 다룬다. 태평양이 46년 동안 넓혀온 영역이다.
2026-09-11 09: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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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독립유공자 후손·보훈가족 주거환경 개선 外
GS건설은 경기도 수원보훈원에서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윤홍 GS건설 대표, 여승수 초록우산 사무총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원보훈원 환경개선사업을 준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수원보훈원은 국가보훈부 산하 보훈복지시설로 부양의무자가 없는 고령의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에게 양로·의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GS건설은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GS건설과 GS그룹 공익재단인 남촌재단은 수원보훈원 원내에 다양한 수목과 조경시설을 갖춘 야외 산책로와 휴게공간을 새롭게 조성했다. 사업에 필요한 재원은 GS건설과 남촌재단이 초록우산을 통해 지원했으며 산책로 조성 공사는 조경 전문기업인 LF디앤엘이 맡았다. 또 수원보훈원에서 생활하는 분들의 건강한 여름나기와 생활 편의를 지원하기 위해 여름 침구와 선풍기, 건강식, 제철 과일 등도 전달했다. 이와 함께 건설현장에서 사용한 폐안전모 약 1000개를 재활용해 제작한 업사이클링 벤치를 후원하며 자원순환과 환경보호의 의미도 더했다. 이어 GS건설은 한국해비타트가 주최하는 기부 러닝 캠페인 ‘815런’에 후원기업으로 참여한다. 회사는 후원기업으로서 독립유공자 후손의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지원하고 사전 신청을 통해 선발된 임직원들은 올해 처음 기부 러닝 캠페인에 직접 나설 예정이다. 이번 815런 참여는 임직원의 자발적인 캠페인 참가와 회사의 후원을 연계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단순 기부를 넘어 임직원들이 직접 캠페인에 참여함으로써 광복절과 보훈의 의미를 되새기고, 국가유공자 지원에 대한 사내 공감대를 확산한다는 취지다. GS건설 관계자는 “오늘 우리가 누리는 일상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용기와 희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라며 “독립유공자 및 후손,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이 보다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IPARK현대산업개발, 양천구 신월동 서서울어르신복지관서 건강식 나눔·배식 봉사 IPARK현대산업개발은 말복을 맞아 서울 양천구 서서울어르신복지관에서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건강 먹거리 기부와 배식 봉사활동을 진행했다고 14일 밝혔다.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서서울어르신복지관에서 열린 이번 봉사활동은 여름철 무더위에 지친 지역 어르신들의 건강을 살피고 따뜻한 한 끼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IPARK현대산업개발은 양천구 및 서서울어르신복지관과 함께 지역 어르신들에게 건강 먹거리를 전달하고 식사를 지원했다. 이날 봉사활동에는 박명희 양천사랑복지재단 사무총장, 엄영수 신월종합사회복지관장, 장은경 서서울어르신복지관장, 신왕섭 IPARK현대산업개발 실장을 비롯해 IPARK현대산업개발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임직원들은 복지관을 찾은 어르신들에게 건강 먹거리를 전달하고 직접 배식에 참여하며 식사를 도왔다. 이번 활동은 지역사회와 지속해서 소통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전하기 위한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이다. 특히 지자체와 지역 복지기관과 협력해 지역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나눔의 의미를 더했다. IPARK현대산업개발 직원은 “40℃에 육박하던 더위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아직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어르신들께서 건강하게 여름을 보내시길 바란다”며 “지역사회와 꾸준히 소통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실질적인 힘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LH, 중앙보훈병원에 국가유공자·가족 위한 휴게공간 조성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내 국가유공자 및 가족을 위한 휴게공간 조성을 마치고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국가에 헌신한 국가유공자에 대한 사회적 존경을 담아 국가유공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편안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자 추진됐다. 그간 LH는 ‘명예를 품은 집’ 사업을 통해 누적 300가구에 달하는 국가유공자 대상 노후주택 시설개선 사업을 추진해 왔다. 올해는 일일 방문객 1만명에 달하는 보훈의료기관 시설 개선까지 사업범위를 넓혀 보훈문화를 더욱 확산한단 방침이다. 새롭게 마련된 휴게공간의 명칭은 ‘LH Lounge for Heroes’로 총 360m2 규모이다. 김재경 LH 경영관리본부장은 “이 공간에는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영웅들과 그 곁을 지켜온 가족분들께 전하는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담겼다”며 “보훈문화 확산을 위한 사회공헌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6-08-14 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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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넘어 요양시설까지…보험업계, 시니어 시장 경쟁 지속
[경제일보] 보험업계가 사업 영역을 사망·질병 보장에서 노후 건강관리와 요양 서비스 등 고령층 특화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보험상품도 고령층 대상 서비스를 포함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으며, 생명보험업계는 요양사업 자회사를 설립해 요양시설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1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주민등록 인구 5109만1769명 가운데 65세 이상은 1118만8748명으로 전체의 21.9%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말(1084만822명)보다 3.2% 증가한 규모다. 국내 고령인구 증가세는 앞으로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국가데이터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2년 17.4%에서 2030년 25.3%, 2036년 30.9%로 높아지고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맞춰 보험업계는 고령화 추세를 반영한 보험상품과 요양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보험상품은 치매 진단 이후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에서 조기 검사와 치료, 장기 간병·요양까지 보장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치매 정밀검사와 표적치매약물 치료비 보장을 추가하고 입원 간병인 사용일당 보장 기간을 최대 365일로 늘렸다. 한화생명은 초기 치매 단계 보장과 간병 보장을 강화했으며 NH농협생명은 방문요양과 복지용구 등 재가급여 관련 보장을 확대했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에 그치지 않고 건강관리와 치료·회복 지원을 결합한 서비스도 도입했다. KB손해보험은 보험상품과 헬스케어 서비스를 연계해 △건강상담과 건강검진 연계 △병원 예약 △간호사 동행 △퇴원 후 돌봄 지원 등을 제공한다. 생보업계에서는 대형 금융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요양시설 분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한 KB라이프를 시작으로 신한라이프, 하나생명, 삼성생명 등이 요양사업 전담 자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KB라이프는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설립하고 △5개 요양시설 △4개 주·야간보호센터 △1개 노인복지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2028년에는 서울 송파구에 요양시설 개소를 계획하고 있으며 현재 생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시니어 시설을 운영 중이다. 신한라이프는 지난 2024년 신한라이프케어를 출범한 후 주간보호센터와 노인요양시설을 개소했다. 부산 해운대와 서울 송파구에 요양시설을 추가로 개소할 예정이며, 은평구에서는 요양시설과 노인복지주택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생명은 지난해 하나더넥스트라이프케어를 설립하고 내년까지 경기도 고양시에 노인요양시설 개소를 추진하고 있다. 같은 해 삼성생명은 시니어사업 전담 자회사 삼성노블라이프를 출범시킨 뒤 올해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실버타운 '삼성노블카운티'를 편입했다. 삼성노블라이프는 삼성노블카운티 리모델링과 함께 신규 시설 오픈 및 신상품·서비스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요양시설 사업에 뛰어드는 배경으로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수요 확대와 새로운 고객층 확보 가능성이 꼽힌다. 평균수명이 늘고 경제력을 갖춘 50·60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시니어·요양 사업이 보험사의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요양시설을 기반으로 금융·생활 서비스를 추가로 연계할 수 있다는 점도 사업 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요양사업은 토지 매입과 건물 건축 등에 대규모 초기 비용이 필요하고 공공성이 강해 단기간의 수익성만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다. 이에 업계는 장기적인 고객 관리와 생애주기 서비스 확대 차원에서 요양시설 사업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시설 확대에도 중산층이 이용할 수 있는 중간 가격대 시설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보험사가 운영하는 요양시설의 1·2인실 비중은 96.8%로 전국 노인요양시설 평균 20.3%를 크게 웃돌았다. 월 이용료도 250만~480만원으로 일반 요양시설의 월 100만원대 초반보다 2~4배 높은 수준이다. 연구원은 도심 부지 가격과 조달금리 등 초기 투자 부담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상급 침실료에 반영되면서 고가 시설과 기존 저가 시설 사이의 공급 공백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고가 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중산층이 영세·공공시설이나 가족 돌봄에 의존하면서 소득에 따른 돌봄 접근성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간 가격대 시설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요양시설의 소유와 운영을 분리하고 민간 부지 임차와 장기 임대, 마스터리스 등 다양한 진입 방식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헬스케어 리츠와 장기요양 인프라펀드의 투자 대상을 요양시설로 넓혀 보험사의 초기 자본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보험계약과 요양서비스를 연계해 이용자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과제로 꼽혔다. 주요 방안은 사망보험금 선지급이나 해약환급금·연금의 요양비 전환, 간병보험금의 시설 이용 연계 허용이다. 업계도 요양시설 사업 확대 과정에서 부지 매입과 건축 등에 드는 높은 초기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현재는 사업 초기 단계인 데다 시설 확충에 따른 자본 투입이 지속되고 있어 매출은 늘고 있지만 수익성을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업계는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보유한 만큼 향후 성과는 서비스 경쟁력과 운영 방식 등 회사별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양시설은 부지를 매입하고 건축까지 해야 해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관련 규제도 진입 장벽인 측면이 있다"며 "현재는 사업 초기 단계로 매출은 늘고 있지만 부지 매입 등에 투입한 자본이 계속 반영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서비스 경쟁력과 운영, 회사별 전략에 따라 성과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16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16 08: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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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전북 금융타운 개소…국민연금 연계 자산운용 거점 조성
[경제일보] KB금융그룹이 전북혁신도시에 자산운용 특화 금융거점을 마련했다. 국민연금공단과 연계한 자산운용 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역 주민과 기업을 위한 종합금융서비스, 창업 지원 기능을 함께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은 전북혁신도시에 위치한 '전북 KB금융타운'에서 개소식을 열었다고 8일 밝혔다. 개소식에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조지훈 전주시장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전북 KB금융타운은 국민연금공단을 중심으로 자산운용 특화 금융생태계를 구축하고 청년과 중소기업, 혁신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지역 금융거점으로 조성됐다. KB금융타운에는 △KB국민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 △KB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가 입주한다. 이들 계열사는 국민연금공단과 연계한 자산운용 업무를 지원하고 지역 내 금융서비스 확대와 기업 성장 지원을 추진한다. 이번 개소로 전북혁신도시에는 현지 채용 인력 약 150명을 포함해 약 350명의 KB금융그룹 직원이 상주할 예정이다. KB금융은 자산운용 중심 금융생태계 조성을 위해 KB자산운용 전주사무소와 KB증권 전주 CIB센터를 운영한다. 지역 주민과 기업을 위한 은행·증권 복합점포, 시니어 특화 금융 상담을 제공하는 KB골든라이프센터도 마련했다. 서민·취약계층의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는 KB희망금융센터와 인공지능(AI) 기반 비대면 자산관리 상담센터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과 기업이 자산관리, 투자, 채무조정 등 종합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중소기업과 청년 창업 지원도 강화한다. KB금융은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인 'KB 이노베이션 HUB'를 중심으로 계열사 협업과 투자 연계를 확대하고, 혁신기업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전북의 강점인 기후·에너지·농생명 분야와 연계한 기후테크 벤처기업 육성 펀드에도 신규 투자한다. 탄소저감과 재생에너지, 스마트농업 등 유망 기업의 지역 내 창업과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다.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지원 △컨설팅 △금융교육 △문화 프로그램 등 사회공헌 사업도 이어간다. 국민은행은 오는 9일까지 현대백화점, 국민연금공단과 함께 'NPS X KB금융타운 오픈스토어'를 운영하고 지역 소상공인 판로 확대와 경영 컨설팅을 지원한다. 미래 금융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기반도 확대한다. KB금융공익재단 전문강사와 국민연금공단 강사진이 함께 초·중·고 경제금융교육을 운영하고 'NPS 오픈캠퍼스' 연계 우수 학생 장학금 지원도 추진한다. 양 회장은 "전북 KB금융타운은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금융과 산업,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자산운용 특화 금융생태계의 출발점"이라며 "청년과 중소기업, 혁신기업이 지역에서도 충분한 기회를 얻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금융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7-08 1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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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번 사람과 존경받는 사람 사이
[경제일보]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수면 위아래를 오가고, 미국의 군사자산이 걸프만에 묶여 있는 동안,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이 좁은 해협은 국제 에너지 시장의 심장부로 떨리고 있다. 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유가는 오르고 선박 운임도 함께 치솟는다. 누군가는 그것을 공포로 기억하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시장의 기회로 바꾼다. 냉정하게 말하면 해운업은 원래 그런 세계다. 세계의 불안 위에서 수익을 만든다. 그러나 같은 돈을 벌어도 세상은 어떤 기업인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어떤 기업인에게는 차가운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부를 숫자로만 생각하지만 실제 사회는 숫자보다 태도를 기억한다. 그 돈이 어디를 향했는지,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남겼는지, 위기 속에서 어떤 얼굴을 보여줬는지를 더 오래 붙들고 산다. 요즘 해운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름 가운데 하나가 장금상선의 정태순 회장이다. 호르무즈 리스크와 VLCC 운임 급등 속에서 장금상선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VLCC, 즉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길이 300미터를 넘는 거대한 선박으로 단 한 번의 항해로 2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실어 나른다. 중동과 아시아를 잇는 원유 수송의 대동맥이자, 시황이 불안할 때는 바다 위의 원유 저장고가 된다. 장금상선은 세계 최대 수준의 VLCC 선대를 확보했고 최근에는 100척 규모의 초대형 발주까지 추진하며 시장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냉혹한 시장 판단만 놓고 보면 대단한 승부사다. 그런데 정태순 회장에 대한 업계 안팎의 시선은 의외로 우호적이다. 해운업은 원래 국민적 호감을 얻기 어려운 산업이다. 배는 바다 위에 있고 돈은 숫자로 움직인다. 일반 국민에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태순 회장이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그가 번 돈을 어디에 썼느냐와 관련이 있다. 정 회장은 해양 인재 양성 지원과 공익재단 활동, 기부와 사회공헌을 꾸준히 이어왔다. 거창한 이름을 앞세운 자선이 아니었다. 산업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조용하게 쌓아왔다. 시장은 결국 그것을 읽는다. "함께 가는 기업인"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기업인은 사회 안에서 존재한다. 공동체가 등을 돌리면 아무리 많은 배를 가져도 고립된다. 반대로 공동체와 호흡하면 부는 비로소 존경으로 이어진다. 완벽한 기업인이라는 말이 아니다. 어느 기업주에게나 그늘은 있다. 다만 정태순 회장의 이름 앞에 지금 붙는 수식어는 '탈세'가 아니라 '해양'이다. 그 차이는 작지 않다. 바로 그 지점에서 한 인물이 떠오른다. 한때 '선박왕'으로 불렸던 시도그룹 권혁 회장이다. 권혁 회장의 사업은 VLCC와는 결이 다르다. 벌크선과 컨테이너 피더선을 중심으로 인트라아시아 항로를 누볐다. 정태순 회장과는 다른 바다에서 다른 배로 싸운 사람이다. 그러나 해운업 안에서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이름이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행로는 오늘의 주제와 함께 놓일 수밖에 없다. 권혁 회장은 한국 해운업 역사에서 빼놓기 어려운 이름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십수 년간 국내 조선소에 총 121척의 선박을 발주했다. 계약 규모는 약 9조 원, 직·간접 경제효과는 13조원을 넘는다는 추산도 있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조선 빅3와 중소 조선소까지, 일감 가뭄에 시달리던 현장에 권혁 회장의 발주서는 단비였다. 수천 명의 용접공과 설계사, 협력업체 직원들이 그 계약서 한 장에 생계를 얹었다. 공격적 투자와 승부사 기질만 놓고 보면 한국 조선·해운업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선박왕'이라는 이름도, 한국판 오나시스라는 수식어도 그 시절에 붙었다. 그러나 세상이 권혁 회장을 기억하는 방식은 안타깝게도 그 이름 쪽으로 굳어지지 않았다. 2010년 국세청이 권혁 회장에게 4101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역외탈세 혐의였다. 언론은 앞다퉈 보도했고 '선박왕'은 하루아침에 '탈세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왕 시리즈' 보도의 대표 사례가 됐다. 1심에서는 징역 4년에 벌금 2340억원이 선고됐다. 물론 법적으로 볼 부분은 냉정하게 봐야 한다. 최종 확정심에서 실제 유죄로 인정된 세액은 약 7억원 수준이었다. 핵심 쟁점이었던 법인세 포탈 혐의는 무죄로 확정됐다. 수천억 원짜리 세금 폭탄이 7억원짜리 판결로 귀결된 것이다. 국제 해운업의 특수성도 있다. 선박은 편의치적국에 등록하고 운영은 다국적 법인 네트워크를 통한다. 이 구조가 조세 회피를 위한 것인지 글로벌 해운업의 통상 관행인지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재단되지 않는다. 당시 국세청 역외탈세 수사가 실적 압박 속에서 과도하게 진행됐다는 비판도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조세 정의와 산업 현실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 사건은 남겼다. 그러나 기업인의 평판은 판결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은 판결문보다 기억을 더 오래 붙들고 산다. 언론이 처음 보도한 4101억원짜리 헤드라인은 기억되고, 대법원에서 사실상 뒤집어진 결론은 기억되지 않는다. 더구나 권혁 회장은 재판 기간 내내 언론을 통해 억울함을 간간이 피력했다. 그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과 사회적 신뢰를 쌓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전자는 자신의 서사를 방어하는 행위이고 후자는 공동체에 무언가를 내어주는 행위다. 사회는 자신을 향한 해명보다 타인을 향한 행동을 더 오래 기억한다. 결국 권혁 회장에게 남은 것은 "수천억 원대 조세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라는 그림자였다. 바로 그 지점에서 기업인의 운명이 갈린다. 세상에는 돈 많은 사람이 많다. 그러나 존경받는 부자는 드물다. 한국 사회는 부 자체보다 "어떻게 벌었는가"와 "어디에 쓰는가"를 더 집요하게 본다. 국민은 생각보다 냉정하다. 많이 번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혼자만 가지려는 사람에게 등을 돌릴 뿐이다. 성경 누가복음에는 "무릇 많이 받은 자에게는 많이 요구할 것이요, 많이 맡은 자에게는 많이 달라 할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재산은 권리인 동시에 책임이라는 뜻이다. 법구경은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하나 덕의 향기는 사방으로 퍼진다"고 말한다. 돈은 항구에 묶이지만 덕은 사람 사이를 건넌다. 선박은 바다를 건너지만 사람의 이름은 결국 마음 위에 남는다. 노자의 도덕경은 더 직설적이다. "천도는 남는 곳의 것을 덜어 부족한 곳을 채운다(損有餘而補不足)" 동양 고전은 오래전부터 부의 순환을 말해왔다. 오늘날 ESG니 사회적 책임이니 하는 개념도 결국 이 오래된 상식의 현대적 표현에 불과하다. 세계의 거상들은 결국 그 지점에서 이름이 달라졌다. 그리스의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는 단지 배를 많이 가졌기 때문에 전설이 된 것이 아니다. 부와 영향력을 문화와 공공 영역으로 확장했기 때문에 그 이름이 남았다. 록펠러는 독점기업의 탐욕이라는 비판 속에 살았지만 거대한 기부와 재단 활동으로 결국 이름의 방향을 바꿨다. 카네기는 "부자로 죽는 것은 수치"라고 말했다. 극단적인 표현처럼 들리지만 본질은 단순하다. 재산은 결국 사회 안에서 의미를 얻는다는 것이다. 해운업은 특히 그렇다. 바다는 세계를 연결한다. 한 척의 배에는 원유와 철광석만 실리는 것이 아니다. 국가 경제와 산업의 운명이 함께 움직인다. 부산과 울산, 거제의 조선소가 돌아가는 것도, 정유공장이 멈추지 않는 것도 결국 이 배들이 항로를 지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운 재벌은 일반 기업인보다 더 큰 사회적 상징성을 가진다. 국민은 그들에게 단순한 부자가 아니라 국가 산업의 얼굴 역할까지 기대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부자에게 두 가지 얼굴을 동시에 요구한다. 냉혹한 시장의 승부사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책임자이기를 바란다. 이것이 위선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그런 긴장 위에서 유지된다. 시장은 탐욕으로 움직이지만 사회는 도덕으로 균형을 잡는다. 그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결국 기업인의 이름을 가른다. 정태순 회장이 지금 박수를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정태순 회장이 돈을 벌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계 시장에서 한국 해운기업이 이기는 모습을 반긴다. 다만 그 성공이 사회와 연결돼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반면 권혁 회장은 아직 그 연결고리를 복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생은 판결문 한 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업인의 마지막 평가는 법원이 아니라 시간이 내린다. 권혁 회장은 이미 산업사에 이름을 남겼다. 9조 원의 발주 실적은 조선소 현장에, 협력업체에, 수천 명의 생계에 새겨져 있다.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기록이 사회적 존경으로 전환되려면 다른 종류의 기록이 필요하다. 법정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의 귀환이 그것이다. 더 늦기 전에 사회 앞으로 나와야 한다. 해양 인재를 위한 장학사업도 좋고 조선업 기술 인력 지원도 좋다. 지방 항만도시 청년들을 위한 교육재단도 가능하다. 바다에서 번 돈을 다시 사회의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한국판 오나시스라는 이름에 걸맞은 마지막 장이 완성된다. 배는 항구에 머물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바다로 나가기 위해 존재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과거 논란의 그늘 속에 있는다고 이름이 회복되지는 않는다. 세상 앞으로 나와야 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사회와 나눌 때 비로소 사람들은 그를 다시 보기 시작한다. 진짜 선박왕은 배의 숫자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동체와 함께 항해할 때 비로소 그 이름이 남는다.
2026-05-13 18:5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