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1건
-
-
58억 달러 美제철소 첫삽 뜬 날…현대제철·포스코, 워싱턴선 '관세 재심'
[경제일보]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58억 달러를 투자하는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을 연 날, 워싱턴에서는 두 기업이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부식방지강판(Corrosion-Resistant Steel Products·CORE)을 다시 관세 심사대에 올리는 절차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 직접 철강을 생산해 관세와 공급망 위험을 줄이려는 양사의 현지화 전략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간 가운데 기존 한국산 제품은 반덤핑(AD)과 상계관세(CVD)라는 미국의 무역구제 장벽을 계속 넘어야 하는 셈이다. 7일 본지가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청(ITA)의 연방관보를 확인한 결과, 미 상무부는 지난 4일 한국산 부식방지강판에 대한 새로운 AD·CVD 행정재심 개시를 공식화했다. 사건번호는 각각 A-580-878(반덤핑)과 C-580-879(상계관세)다. 미 상무부는 이번 행정재심의 최종 결과를 늦어도 2027년 7월 31일까지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덤핑 재심 대상 기간은 2025년 7월 1일부터 2026년 6월 30일까지다. 조사대상 명단에는 현대제철(Hyundai Steel Company)과 POSCO뿐 아니라 POSCO International Corporation, POSCO STEELEON 등 포스코 계열사가 포함됐다. KG스틸과 동국씨엠, 세아 계열사 등 국내 다른 철강업체들도 이름을 올렸다. 상계관세 재심의 조사대상 기간은 2025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여기에도 현대제철과 POSCO, POSCO International, POSCO Steeleon 등이 나란히 포함됐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동일 품목을 놓고 AD와 CVD 두 종류의 재심 절차에 동시에 들어간 것이다. AD 직전 확정치는 ‘0%’…새 조사기간 다시 계산한다 다만 이번 행정재심 개시를 현대제철과 포스코에 대한 새로운 ‘덤핑 적발’이나 ‘보조금 위반 판정’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행정재심은 이미 내려져 있는 AD·CVD 명령을 토대로 일정 기간 실제 미국 수입물량에 어느 정도의 관세를 부과해야 하는지를 다시 계산하는 연례 절차다. 미 상무부는 행정재심 결과를 통해 과거 수입분에 실제로 부과할 관세와 앞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적용할 새로운 현금예치율(cash deposit rate)을 산정한다고 설명한다. 새 관세율은 예비 결과가 아니라 최종 결과가 연방관보에 발표된 이후 적용된다. 때문에 이번 재심에서 주목할 대목은 직전 확정 결과와 얼마나 달라지느냐다. 미 상무부가 지난 5월 14일 확정한 2023년 7월~2024년 6월 한국산 CORE 반덤핑 행정재심에서는 현대제철의 가중평균 덤핑마진이 0.00%였다. 당시 의무조사 대상은 현대제철과 동국씨엠이었으며 양사 모두 0%가 나오면서 개별 심사를 받지 않은 POSCO, POSCO International, POSCO Steeleon 등에도 0.00%가 적용됐다. 상무부는 해당 조사기간 한국산 CORE가 미국에서 정상가격보다 낮게 판매되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이는 포스코의 0%가 현대제철과 동일한 방식으로 개별 조사돼 산출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대제철은 의무응답기업으로 직접 조사받아 0%를 받았고, POSCO는 비선정기업으로 의무응답기업의 결과를 토대로 0%가 적용됐다. 이 구분은 이번 행정재심에서 상무부가 어떤 회사를 의무응답기업으로 선정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CVD 쪽에서는 다른 숫자가 나온다. 가장 최근 확정된 2023년분 한국산 CORE 상계관세 행정재심에서 미 상무부는 현대제철에 1.28%의 순상계가능 보조금률을 확정했다. POSCO와 POSCO International, POSCO Steeleon 등 개별 심사를 받지 않은 업체에는 2.88%가 적용됐다. 당시 상무부는 현대제철과 KG동부제철을 의무응답기업으로 조사하고 두 기업의 결과를 토대로 비선정업체의 적용률을 계산했다. 이번에는 조사기간 자체가 달라진다. AD는 2025년 7월~2026년 6월, CVD는 2025년 한 해 전체의 거래가격과 지원 프로그램 등이 심사 대상이다. 따라서 직전 CORE AD 재심에서 나왔던 현대제철·포스코 0%가 유지될지, 최근 확정된 CVD의 현대제철 1.28%·POSCO 2.88%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이번 재심 절차를 거쳐야 알 수 있다. 재심 개시만으로 추가 관세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결과에 따라 향후 미국 수출물량의 비용 구조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양사에는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다. 워싱턴선 관세 재심, 루이지애나선 58억 달러 현지화 공교로운 것은 미 상무부가 재심 개시를 연방관보에 게재한 4일 루이지애나주 어센션 패리시에서는 현대제철과 포스코 등이 공동 투자하는 HPLS(Hyundai-POSCO Louisiana Steel)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이 열렸다는 점이다. HPLS에는 총 58억 달러가 투입된다. 지분구조는 현대제철 50%, 포스코 20%,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다. 생산능력은 연간 270만t으로 자동차용 180만t, 일반용 90만t을 생산한다. 제품군에는 열연강판과 냉연강판뿐 아니라 이번 미 상무부 행정재심의 대상 품목과 맞닿아 있는 도금강판도 포함된다. 2029년 상업생산이 목표다. 다만 4일 행사는 기공식으로 현대제철의 공식 계획상 실제 공사는 올해 4분기 착수할 예정이다. HPLS는 철광석과 천연가스로 직접환원철(DRI)을 생산한 뒤 전기로와 연속주조, 열연·냉연 공정까지 하나의 생산기지에서 연결하는 일관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현대제철은 이를 미국 최초의 전기로 기반 자동차강판 전문 일관제철소로 육성할 계획이다. 현지화의 목적도 분명하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를 50%로 인상했다. POSCO 역시 2025년도 연결재무제표에서 미국의 50%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회사의 재무 추정에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명시했다. HPLS 기공식을 전후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루이지애나 주정부에 미국에서 조달하기 어려운 제철설비의 관세 완화를 요청한 것 역시 이런 통상환경을 반영한다. 한국 철강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조차 수입설비에 붙는 관세가 사업비 변수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제철과 포스코 입장에서는 HPLS가 완공되면 미국 자동차강판 시장의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한국에서 생산한 철강을 배에 실어 미국으로 보내는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에서 쇳물부터 완성 강판까지 생산해 현대차·기아는 물론 미국 완성차업체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류비와 환율 위험을 줄이는 효과에 더해 수입 제품을 겨냥한 관세와 무역구제 조치에 대한 노출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 현대제철은 HPLS를 통해 2029년부터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미국 완성차업체의 자동차강판 공급망에도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는 철강에서 완성차까지 이어지는 미국 내 공급망을 구축하는 효과가 있다. ‘수출해서 파는 미국’에서 ‘미국에서 만드는 미국’으로 4일 미국에서 동시에 벌어진 두 장면은 한국 철강업계가 맞닥뜨린 통상환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행정재심이 곧 관세 인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직전 확정된 CORE 반덤핑 재심에서는 현대제철과 POSCO 모두 결과적으로 0%를 적용받았다. 그렇다고 행정재심 자체가 기업에 의미 없는 절차인 것도 아니다. 자료 제출과 검증, 법률 대응이 반복되고 최종 결과에 따라 관세율과 현금예치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HPLS가 실제 제품을 생산하는 시점은 2029년이다. 그때까지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미국 현지공장을 건설하는 동시에 한국에서 생산한 철강재를 수출해야 한다. 미국 현지화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미국에서 생산할 물량’과 ‘한국에서 수출할 물량’이 서로 다른 통상환경에 놓이는 과도기를 통과해야 하는 셈이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국내에서 경쟁 관계임에도 미국 제철소에 함께 투자한 것도 이런 산업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포스코는 미국 제철소 투자를 북미 철강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친환경 자동차강판 생산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설명해 왔다. 결국 미국 시장의 문법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진 지금은 생산설비와 공급망 자체를 미국 안에 두는 능력이 시장 접근성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8억 달러짜리 HPLS는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그 변화에 내놓은 답”이라면서도 “공장이 가동되는 2029년까지 한국산 철강은 여전히 워싱턴의 관세 심사대를 지나야 한다”고 했다. 이어 “루이지애나에서 미국산 철강 공급망을 새로 세우는 동안 워싱턴에서는 기존 한국산 물량의 통상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두 개의 싸움’이 동시에 시작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6-09-07 11:10:11
-
-
-
-
IPO부터 약가·관세까지…제약·바이오 '규제 격변기'
[경제일보] 제약·바이오 업계를 둘러싼 정책과 규제가 전방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기업공개(IPO) 공시 강화부터 약가 개편, 글로벌 무역 규제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산업 전반에 새로운 기준을 요구하는 모습이다. 업계는 투명성 제고라는 명분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내놓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당국은 IPO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기존에도 투자설명서에는 예상 시장 규모, 임상시험 성공 확률, 허가 리스크, 개발 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앞으로는 중단된 파이프라인까지 공개하도록 요구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기업의 기술력과 연구개발 이력을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기술이전 계약과 관련된 공시 기준 강화는 현실적인 난관이 예상된다. 총 계약 규모, 계약금, 조건부 마일스톤, 로열티 등을 세분화해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은 투명성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협상 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상에서는 조건 공개가 향후 계약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약가 제도 역시 큰 변화를 맞았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약가 개편안은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은 기존 오리지널 대비 5.55% 수준에서 최대 45%까지 인하 폭이 확대됐다. 단순히 제네릭뿐 아니라 개량신약, 복합제, 염 변경 및 이성체 의약품 등 특허 회피 전략으로 개발된 제품들도 유사한 가격 압박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국내 제약사 대부분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수출 비중이 높거나 신약 매출 비중이 큰 기업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이다. 반면 내수 중심의 제네릭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반에 걸쳐 가격 경쟁 심화와 사업 구조 재편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환경도 변수다. 미국은 무역법 301조에 따라 ‘강제 노동 관세’를 도입하고 7월 24일부터 적용을 시작했다. 한국에 대한 기본 관세율은 12.5%로 설정됐지만 제네릭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관련 원료는 일단 무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희귀의약품과 첨단 치료제 역시 예외가 적용되면서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정치적 변수에 따라 향후 관세가 대폭 인상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주요 제약사들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면서 시장은 ‘관망 국면’에 접어들었다. 통상적으로 3분기는 기술이전 계약이 감소하는 비수기로 꼽히는 만큼 당분간은 뚜렷한 모멘텀이 부족할 전망이다. 여기에 코스닥 지수가 약세를 보이면서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 역시 수급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4분기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기술이전 계약 재개, 학회 발표, 실적 회복 등 펀더멘털 요인과 함께 세제 회피 수요, 정책적 지원 기대감이 맞물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 전략을 점검하는 시기”라며 “규제 변화에 대응하면서 체질 개선에 나서는 기업이 향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6-08-11 14:01:24
-
미국 무역법 301조 관세, 대미 투자로 면죄부 살 수는 없다
[경제일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의 무역법 301조 추가 관세 결정을 앞두고 22일(현지시간) 워싱턴을 찾았다. 김 장관은 미국 상무·에너지부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통상 현안과 대미 전략투자, 조선·에너지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우리 기업의 관세 부담을 줄이고 한미 교역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것은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관세를 낮추기 위해 대미 투자 약속을 계속 확대하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 관세를 낮추기 위해 대미 투자를 늘릴 수는 있다. 그렇다고 수익성과 국내 산업 효과가 불분명한 사업에 국민 자본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 관세 감면을 대가로 부실 투자 위험을 떠안는다면 통상 협상이 아니라 손해 보는 거래를 한 것이다. 미국은 강제노동 문제와 관련해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진행하고 추가 관세를 검토해 왔다. 최종 세율과 대상 품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자동차·철강·배터리·기계 등 대미 수출 업종에는 큰 부담이다. 정부는 협상에 최선을 다하되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한 업종별 피해와 대응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대규모 대미 전략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에너지, 제약, 조선 등 미국 전략산업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상업성이 있는 사업을 선별하겠다고 하지만 안보와 공급망을 이유로 경제성이 낮은 사업까지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대미 투자 규모가 크다고 국익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면 현지 생산과 고용은 늘어난다. 반면 국내 설비투자와 협력업체 발주가 줄면 한국의 산업 기반과 일자리는 약해질 수 있다. 대기업 생산시설 하나가 해외로 이동하면 수많은 소재·부품·장비 업체와 지역경제도 영향을 받는다. 정부는 대미 투자 사업별 예상 수익과 회수 기간, 미국 측 분담 비율, 정부 보증과 정책금융 규모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사업이 실패했을 때 누가 손실을 부담하는지도 분명해야 한다. ‘전략적 필요’나 ‘동맹 강화’라는 추상적인 명분만으로 수십억달러의 투자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투자 심사도 정부 부처의 재량에만 맡겨서는 곤란하다. 산업·금융·통상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심사체계를 마련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정부 보증이나 정책금융이 투입되는 사업은 국회와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사후 수익률과 국내 고용 효과도 정기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대미 투자에는 국내 산업을 지키는 조건을 붙여야 한다. 미국 현지 생산이 불가피하더라도 핵심 연구개발과 설계, 소재·부품 생산은 국내에 남겨야 한다. 해외 공장과 국내 협력업체 간 장기 공급계약을 유도하고, 대기업이 국내 인력 양성과 중소 협력업체의 기술 전환에도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미국에도 기존 합의의 예측 가능성과 상호성을 요구해야 한다. 한국이 대규모 투자와 조선·에너지 협력을 약속한 뒤에도 새로운 조사와 관세가 반복된다면 안정적인 교역 질서를 기대하기 어렵다. 동맹은 한쪽이 관세를 위협하고 다른 쪽이 투자를 내놓는 관계가 아니다. <손자병법>에는 “먼저 이길 수 있는 형세를 갖춘 뒤 싸움을 구한다”는 뜻의 ‘선승이후구전(先勝而後求戰)’이 나온다. 통상 협상도 마찬가지다. 관세 결정이 임박한 뒤 투자 약속을 서둘러 내놓을 것이 아니라 업종별 피해와 대응 수단, 투자 원칙과 손실 방지 장치를 먼저 갖춰야 한다. 통상 협상의 목적은 관세율을 몇 퍼센트 낮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과 협력업체, 일자리를 지키고 국민 자본을 안전하게 운용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정부는 대미 투자를 관세 면제권을 사기 위한 백지수표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관세는 협상할 수 있지만 국민의 세금과 산업 기반은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2026-07-23 12:01:23
-
EU 중국산 타이어 관세 본격화…한국·금호·넥센, 누가 웃을까
[경제일보] 국내 타이어업계가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승용차·경트럭용 타이어 반덤핑 관세 부과로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업체들의 유럽 시장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유럽 생산거점과 생산 여력에서 차이를 보이는 만큼 실제 점유율 확대 여부는 업체별로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일 중국산 승용차·경트럭용 타이어에 4.3~45.3%의 확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해 중국산 제품은 EU 승용차·경트럭용 타이어 시장의 약 28%를 차지했다. 국내 업체 가운데서는 중국 생산 물량 기준으로 한국타이어가 4.3%,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각각 24.4%의 반덤핑 관세를 적용받는다. 한국타이어는 EU 조사 과정에서 표본조사 대상에 포함돼 개별 관세율을 적용받았고,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표본에 포함되지 않은 협조 기업으로 분류돼 ‘기타 협조 기업’에 적용되는 평균 관세율을 부과받았다. 중국산 타이어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유럽 완성차 업체와 유통업체들의 공급선 재편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타이어는 국내 대전·금산과 중국 가흥·강소·충칭, 헝가리, 미국, 인도네시아 등 5개국 8개 생산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헝가리 공장은 유럽 시장을 담당하는 핵심 생산기지다. 올해 1분기 유럽 매출은 1조2090억원으로 전체 타이어 매출의 약 47%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국내 공장 평균 가동률은 95.6%, 해외 공장은 90.6%를 기록했다. 해외 공장의 가동률이 국내보다 낮아 추가 생산 여력이 있다는 점은 관세 시행 이후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넥센타이어는 양산·창녕과 중국 청도, 체코 자테츠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유럽 매출은 375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45%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생산능력은 1158만2000본, 생산실적은 1072만1000본으로 평균 가동률은 92.8%다. 공장별 가동률은 양산 90.6%, 창녕 94.1%, 청도 87.8%, 체코 98.9%다. 넥센타이어는 유럽 판매 물량 가운데 중국산 비중을 지난해 약 15%에서 올해 약 4% 수준까지 낮춘 상태다. 체코와 국내 공장을 중심으로 공급을 전환하며 관세 부담을 줄이고 있다. 다만 체코 공장 가동률이 98.9%에 달해 단기간 생산 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금호타이어는 국내 광주·곡성·평택과 중국 남경·천진·장춘, 미국, 베트남 등 8개 생산거점을 운영한다. 올해 1분기 유럽 매출은 3373억원으로 북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올해 1분기 생산능력은 국내 414만8000본, 해외 970만본이며 실제 생산량은 각각 409만1000본과 948만9000본을 기록했다. 국내외 공장 모두 가동률이 100% 안팎으로 기존 생산설비를 대부분 활용하고 있는 상태다. 유럽 판매 물량의 약 절반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한국과 베트남 공장으로 생산 물량을 전환하고,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추진 중인 폴란드 공장을 통해 유럽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반덤핑 관세는 국내 업체들에 단기적인 반사이익보다 유럽 시장에서 거래처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실적 개선 여부는 관세 자체보다 중국산 물량을 얼마나 빠르게 대체하고 신규 완성차 고객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2026-07-20 17:23:07
-
미국 이어 유럽도 철강 빗장…제네바서 시작된 '쿼터 전쟁'
[경제일보] 유럽연합(EU)의 철강 수입 규제 강화 시행을 앞두고 한국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리는 모습이다. EU가 무관세 철강 쿼터를 기존 3500만톤에서 1830만톤으로 절반 가까이 줄이고, 초과 물량 관세를 50%로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관건은 관세율보다 줄어든 무관세 물량을 국가별로 어떻게 나누느냐다. 정부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브뤼셀에 잇따라 보내 EU 측과 협의에 나섰지만, 일본·튀르키예·인도·영국·우크라이나 등 경쟁국들도 쿼터 확보전에 뛰어들면서 이달 스위스 제네바 협상이 한국 철강 수출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 본부장은 지난 1~2일 벨기에 브뤼셀을 찾아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안보 집행위원을 비롯한 집행위원회·유럽의회 핵심 인사들과 연쇄 면담을 가졌다. 여 본부장은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는 철강 수입 규제 강화 방안을 두고 EU 측과 논의했다. 무관세로 들어갈 수 있는 철강 쿼터는 3500만톤에서 1830만톤으로 47%가량 줄고, 이를 넘는 물량에는 종전의 두 배인 50% 관세가 매겨진다. 빗장은 분명해졌지만, 정작 수출국들의 시선이 쏠린 곳은 관세율이 아니라 '누가 무관세 물량을 얼마나 가져가느냐'다. 이 배분의 향방은 이달 중 스위스 제네바에서 가려진다. 세계무역기구(WTO) 본부가 있는 이곳에서 EU와 주요 철강 수출국들이 마주 앉아 국가별 무관세 쿼터를 확정한다. 한정된 물량을 두고 치열한 자리 다툼이 예상된다. 한국도 그 테이블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정부는 여 본부장을 브뤼셀에 두 차례 보내며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파트너이자 공급망 안정에 기여해 온 우방이라는 명분이 한국이 쥔 카드다. 하지만 같은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가 만만치 않다. 일본, 튀르키예, 인도, 영국, 우크라이나가 저마다 사활을 걸고 달려들었고, 손에 쥔 패도 한국 못지않게 두툼하다. 튀르키예는 EU와 관세동맹을 맺은 사이, 우크라이나는 EU 가입을 앞둔 후보국, 일본은 경제동반자협정(EPA)으로 묶인 동반자다. 명분 싸움에서 한국이 우위를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3500만톤이 1830만톤으로…EU 철강 쿼터 전쟁 현재 확정된 것은 EU 전체 무관세 물량을 줄인다는 사실뿐이다. 국가별·품목별 쿼터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국가별 쿼터가 어떻게 배분될지 구체적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며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조건을 받지 않도록 업계 차원에서도 꾸준히 건의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철강업계가 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유럽 시장이 결코 작지 않아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국내 철강재 월평균 수출량은 236만4444톤이다. 이 가운데 EU 27개국과 영국으로 향한 물량이 월평균 33만6682톤으로, 전체의 14%를 차지했다. 줄어든 파이를 누가 더 크게 떼어 가느냐가 향후 유럽 수출 경쟁력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관세율 인상보다 국가별 쿼터가 더 큰 변수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유럽도 철강부터 막는다…거세지는 보호무역 업계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통상 현안으로만 보지 않는다. 철강은 보호무역의 파고가 높아질 때 가장 먼저 규제의 표적이 되는 산업이다. 미국은 지난해 철강·알루미늄에 부과하던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를 50%로 끌어올렸고, EU는 이번에 쿼터 초과 물량 관세를 25%에서 50%로 두 배 높이려 한다. 미국과 유럽이 나란히 빗장을 걸어 잠근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남아도는 물량을 해외로 쏟아내고 있다. 값싼 중국산이 밀려 들어오면서 미국과 유럽 철강업계의 위기감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EU가 이번 조치의 명분으로 역내 산업 보호를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럽 철강업계는 경기 둔화에 고에너지 비용, 탈탄소 투자 부담까지 겹치며 수익성이 바닥을 기고 있다. 결국 미국과 유럽 모두 자국 산업을 지키기 위한 선택에 나섰다. 문제는 이 흐름이 한때의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관세 강화와 EU의 세이프가드 확대가 맞물리면서, 세계 철강 시장은 자유무역보다 공급망 안정과 산업 보호를 앞세우는 쪽으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 한국 철강업계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국가별 쿼터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기업별 타격을 가늠하기는 이르다. 업계는 일단 제네바 협상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규제 강화는 단순한 관세 인상이 아니다. 줄어든 무관세 물량을 둘러싼 각국의 다툼이 본격화하면서, 세계 철강 시장의 질서도 다시 짜이고 있다.
2026-06-08 18:03:35
-
EU, 중국산 타이어 관세 칼날…K-타이어 공급망 재편 압박
[경제일보] 유럽연합(EU)이 중국산 타이어를 겨냥한 고율 관세 부과에 나서면서 국내 타이어 업계의 생산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 공장 생산 비중이 높은 업체와 유럽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한 업체 간 영향 차이가 뚜렷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1분기 국내 타이어 3사가 모두 유럽 판매 확대를 바탕으로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간 가운데, 향후 관세 정책이 수익성과 점유율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중국산 승용·경트럭용 타이어를 대상으로 반덤핑 관세 부과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의 중국 생산 물량에 29.9% 수준의 잠정 관세율이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는 헝가리 현지 생산 비중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3.4% 수준이 거론된다. EU 기존 기본 관세 4.5%까지 포함할 경우 실제 부담은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가 최대 34.4%, 한국타이어는 약 7.9%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종 관세율은 오는 6월 중순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중국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에 적용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중국 공장을 활용해 유럽 시장에 수출해온 국내 업체들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타이어 업계는 최근 수년간 유럽 시장 판매 비중을 확대해왔다. 전기차 전환과 고인치 타이어 수요 증가, 교체용(RE) 시장 확대가 이어지면서 유럽은 국내 업체들의 핵심 수익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3139억원, 영업이익 506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0%, 42.9% 증가한 수치다. 타이어 부문 매출은 2조5657억원으로 전년 대비 9.3%, 영업이익은 4375억원으로 31.1% 올랐다. 전기차·하이브리드차 신차용 타이어 공급 확대와 유럽 교체용 타이어 판매 증가가 실적 개선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타이어는 헝가리 공장을 중심으로 유럽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해왔다. 올해 1분기 기준 헝가리 공장의 생산능력은 5만1907백만HUF, 생산실적은 5만753백만HUF로 집계됐다. 생산실적이 생산능력의 대부분을 채운 수준으로, 유럽 수요 대응을 위한 현지 공장 가동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유럽 현지 공급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이번 EU 관세 정책 영향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1678억원, 영업이익 147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2.6% 수준이다. 고인치 타이어 판매 확대와 프리미엄 제품 중심 믹스 개선 효과가 반영됐다. 다만 금호타이어는 남경·천진·장춘 등 중국 3개 공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생산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장춘공장은 연간 약 630만개 생산 능력을 갖춘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중국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향후 EU 관세 정책 영향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넥센타이어도 유럽과 북미 판매 증가를 바탕으로 성장 흐름을 이어갔다. 올해 1분기 매출은 8383억원, 영업이익은 542억원으로 집계됐다. 넥센타이어는 중국 청도 공장을 생산 거점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체코 공장을 중심으로 유럽 현지 공급 체계 확대에 나서고 있다. 체코 공장 2단계 증설을 추진하며 연간 5000만본 규모의 글로벌 생산 체계 구축을 진행 중이다. 유럽 현지 생산 비중 확대가 향후 EU 관세 리스크를 줄이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타이어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단순 관세 이슈가 아니라 공급망 재편 신호로 보는 분위기다.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면서 생산 거점 전략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의미다. 특히 타이어 산업은 교체용 시장 비중이 높아 가격 민감도가 큰 구조다. 관세 부담이 판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유럽 시장 점유율 경쟁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 생산기지를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 모두 공급망과 원산지 이슈를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며 “향후에는 유럽 현지 생산 비중과 물류 대응 역량이 수익성과 점유율에 더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26-05-15 17:55: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