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5건
-
한국경제 3주체를 다시 짜라 ③정부편
[경제일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정부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정부 역할이 산업 지원과 규제 정비에 집중됐다면, AI 시대에는 데이터, 전력망, 인재, 안전망, 소비자 보호, 공공서비스, 국가 안보까지 포괄하는 종합 설계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AI가 기업의 생산 방식과 소비자의 생활 방식을 동시에 바꾸면서 정부도 단순한 규제자나 투자자를 넘어 국가 운영체제의 설계자로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 진흥, 규제 설계, 인프라 구축, 인재 양성, 소비자 보호를 따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묶어야 한다는 것이다. 11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AI는 이미 산업정책의 핵심 축으로 올라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16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AI 데이터센터(AIDC), 피지컬 AI, K-반도체를 3대 메가프로젝트로 제시하고, 해외 투자 유치를 포함해 총 550조원 규모의 민간투자로 기가와트급 초거대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예약과 결제 등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서비스를 고도화해 ‘1인 1 AI 에이전트’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AI 제도 정비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은 올해 1월 22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을 시행했다. 이 법은 AI 연구개발과 학습용 데이터 구축, AI 활용 확산, 창업 지원, 인재 양성, 데이터센터 구축 지원 등의 근거를 담고 있다. 동시에 고영향 AI에 대한 투명성, 안전성, 인간 감독 등 신뢰 확보 장치도 포함했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은 속도가 생명인 만큼 과도한 규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도 “설명 책임과 안전장치가 없으면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어 산업 진흥과 신뢰 구축을 동시에 설계하는 정부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AI 산업정책, 지원금 경쟁으로 끝나선 안 돼 정부의 AI 산업정책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반도체는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이고, 피지컬 AI는 로봇과 자율주행, 제조 자동화와 연결된다. AI 데이터센터는 모든 AI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컴퓨팅 인프라다. 정부가 이 세 분야를 묶어 국가 프로젝트로 제시한 것은 AI를 단순한 소프트웨어 산업이 아니라 제조업, 에너지, 지역경제, 안보가 결합된 복합 산업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대형 프로젝트가 성과로 이어지려면 재정 투입과 세제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데이터센터 입지, 전력망 확충, 용수 확보, 지역 주민 수용성, 전문 인력 공급이 함께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1일 정부가 수도권 밖 호남에 조성하려는 반도체 산업단지를 두고 대규모 전력·용수 수요와 지역 주민 반발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산업단지 조성에는 800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되며, 계획대로면 4개 반도체 공장의 전력 수요만으로도 광주·전북·전남 지역의 현재 연간 전력 소비량의 70∼80%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는 기업 투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전력망, 용수, 도로, 대학 인력, 지역 민원 조정까지 정부가 함께 풀어야 실제 착공과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데이터·전력·인재가 새 국가 인프라로 부상 AI 시대의 국가 인프라는 도로와 항만, 공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데이터, 클라우드, GPU, 전력망, 고급 인재가 새로운 국가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AI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려면 대규모 학습 데이터와 안정적인 컴퓨팅 자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AI 정책은 과학기술 정책인 동시에 에너지 정책, 교육 정책, 지역균형 정책의 성격을 함께 띠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전력 수요와 직결된다. AI 연산은 기존 인터넷 서비스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정부가 권역별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더라도 전력망 보강과 재생에너지, 원전, 송전선로 문제를 동시에 조정하지 못하면 투자 계획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재 문제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AI 전문인력은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대기업, 스타트업이 동시에 확보 경쟁을 벌이는 분야다. 대학 교육만으로는 산업 현장의 수요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12개 부처와 함께 514만명을 대상으로 AI 교육을 실시하고, AI디지털배움터를 전국 69개 거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 서울 소재 대학 교수는 “AI 인재 정책은 박사급 연구자 양성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중소기업 직원, 공무원, 교사, 금융·제조 현장 인력까지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재교육 체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와 신뢰 구축 병행 요구 AI 기본법 시행으로 한국은 AI 산업 진흥과 신뢰 기반 조성을 함께 추진할 법적 틀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은 고영향 AI에 대해 투명성과 안전성 확보를 요구하고, 생성형 AI 결과물에 대한 표시 의무 등도 규정하고 있다. 의료, 금융, 교통, 채용, 교육처럼 국민의 생명과 기본권, 재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에서는 AI 활용에 더 높은 수준의 설명 책임과 인간의 감독이 요구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AI 기본법과 시행령이 현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인증, 문서화, 영향평가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소비자와 시민사회에서는 AI가 신용평가, 채용, 보험, 의료 판단에 활용될 경우 설명 가능성과 이의제기 절차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AI 기본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초기 기업에 대기업 수준의 문서화와 검증 부담이 부과되면 서비스 출시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며 “위험도가 낮은 서비스와 고영향 AI를 구분해 규제를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AI가 금융 심사나 채용, 보험료 산정에 쓰일 경우 소비자는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알기 어렵다”며 “기술 발전을 이유로 설명 책임과 이의제기 절차가 약화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과제는 이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있다. AI 산업을 키우기 위해 규제를 무조건 늦추면 신뢰가 약해질 수 있고, 신뢰 확보를 이유로 규제를 과도하게 설계하면 혁신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분야별 위험 수준에 따라 규제를 달리 적용하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공부문 AI, 행정 혁신의 시험대 정부 자체도 AI 전환의 대상이다. 행정 민원, 복지 심사, 세금 신고, 재난 대응, 교통 관리, 보건의료, 교육 행정 등 공공서비스 전반에서 AI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I를 활용하면 반복 민원을 줄이고 행정 처리 속도를 높이며,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을 더 빨리 찾아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다만 공공부문 AI에는 민간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의 AI 판단은 국민의 권리와 직접 연결될 수 있어서다. 복지 수급 대상 선정, 세무 조사, 채용·평가, 치안·감시 분야에서 AI가 활용될 경우 오류나 편향이 발생하면 피해가 클 수 있다. 공공 AI는 효율성뿐 아니라 투명성, 책임성, 감사 가능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처별 정책 넘어 국가 조정 능력이 관건 AI 시대 정부의 역할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산업을 키우면서도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고, 투자를 촉진하면서도 전력과 지역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기업의 혁신을 막지 않으면서도 고영향 AI의 위험을 관리해야 하고, 청년에게는 새 일자리를 만들고 기존 노동자에게는 전환 교육과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전환의 성패가 개별 부처의 정책 경쟁이 아니라 정부 전체의 조정 능력에 달려 있다고 본다. 과학기술, 산업, 금융, 교육, 노동, 복지, 에너지 정책이 따로 움직이면 AI 전환이 성장보다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대로 인프라, 인재, 규제, 안전망, 신뢰 체계를 하나의 전략으로 묶을 경우 AI가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AI 시대 정부는 돈을 나눠주는 투자자나 기업을 단속하는 규제자에 머물 수 없다”며 “국가 데이터 인프라와 전력망, 인재 양성, 소비자 보호, 일자리 전환을 함께 설계하는 운영체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08-11 11:22:24
-
칩에서 지능산업으로…샌프란시스코 선언이 연 한국 AI의 미래
[경제일보] 10년 뒤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은 무엇으로 평가받을까. 젠슨 황과 샘 알트만, 다리오 아모데이, 혹 탄이 한국 기업인들과 한자리에 섰던 장면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날 발표된 투자액도 시간이 지나면 낡은 숫자가 된다. 한국에서 태어난 AI 기업과 제품, 일자리와 수출이 남아야 비로소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 행사의 의미는 참석자의 면면보다 산업 질서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엔비디아와 오픈AI, 앤트로픽, 브로드컴은 서로 다른 시장에서 경쟁하지만 모두 같은 제약에 맞닥뜨렸다. AI의 성장 속도를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날 때마다 더 많은 칩을 달라는 요구를 받는다고 전한 것은 이 변화를 상징한다. 과거에는 반도체 기업이 수요처를 찾아다녔다. 지금은 AI 기업이 생산되지도 않은 칩과 아직 지어지지 않은 데이터센터의 연산 자원까지 먼저 확보하려 한다. AI 산업은 소프트웨어의 얼굴로 출발했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중공업의 속성을 띤다. 모델을 고도화하려면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필요하다. 서비스를 확장하려면 발전설비와 변전소, 냉각장치, 통신망이 따라붙는다. 최첨단 알고리즘도 전기와 반도체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AI 기술 패권이 제조 역량과 자본조달 능력의 경쟁으로 넓어진 것이다. 이 변화는 한국에 드문 기회다. 한국은 HBM과 메모리,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자동차·조선·배터리·로봇·바이오 등 AI가 적용될 산업 현장도 폭넓다. 통신망과 클라우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기업까지 보유했다. 반도체 생산과 산업 실증을 한 국가 안에서 연결할 수 있는 조건이다.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은 이 자산을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묶겠다는 약속에 가깝다. 한국이 반도체를 납품하는 공급국에서 벗어나 컴퓨팅 인프라를 운영하고, 산업용 AI를 개발하며, 세계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풀스택 AI 국가로 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구상을 가장 구체적인 사업으로 옮긴 기업 중 하나가 네이버다. 엔비디아는 10억달러를 투자해 네이버 지분 약 4.5%를 확보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글로벌 투자사 브룩필드와도 최대 90억달러 규모의 GPU·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조달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100억달러가 모두 네이버 계좌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의 10억달러는 지분 투자이고, 브룩필드의 최대 90억달러는 프로젝트금융 등을 활용한 인프라 조달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이 네이버의 주주가 되고, 글로벌 대체투자사가 데이터센터 금융에 참여한다는 사실은 의미가 작지 않다. 네이버는 2027년 상반기 55MW 규모 AI 팩토리를 가동하고 2028년 200MW, 장기적으로 1GW급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200MW 시설에는 블랙웰과 베라 루빈 등 약 10만개의 엔비디아 GPU가 투입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각 세종’,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클로바X, 검색과 지도·커머스 서비스를 연결해 아시아·태평양과 유럽, 중동의 소버린 AI 수요를 흡수한다는 구상이다. 네이버의 도전은 한국 AI 산업이 가야 할 방향을 압축해 보여준다. 반도체를 구매해 데이터센터에 설치하는 데서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GPU 임대와 모델 학습, 추론, AI 에이전트 개발, 산업별 서비스까지 하나의 체계로 제공해야 한다. 포털 기업이 AI 시대의 컴퓨팅·서비스 사업자로 체질을 바꾸는 실험이다. 소버린 AI의 의미도 여기서 분명해진다. 모든 장비와 기술을 국산화하는 것이 주권은 아니다. 엔비디아 GPU와 글로벌 자본을 활용하더라도 데이터와 모델, 운영 권한을 국내 기업과 고객이 통제하고 그 위에서 독자적인 서비스를 만든다면 산업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외국 기술을 쓰지 않는 나라보다 외국 기술을 자국의 가치로 전환하는 나라가 강하다. 네이버의 AI 팩토리가 성공하려면 시설 규모만큼 고객 구성이 중요하다. 해외 빅테크의 연산 수요만 채우는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과 제조기업, 대학과 공공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컴퓨팅 기반이 돼야 한다. 그곳에서 한국의 산업 데이터로 학습한 모델과 에이전트가 나오고, 다시 세계 시장으로 수출돼야 투자 의미가 완성된다. 이 지점에서 최태원 회장이 제시한 세 가지 방향과 네이버의 투자가 만난다. 최 회장은 국민 1인당 하나 이상의 AI 에이전트를 사용하는 ‘AI 네이티브 국가’, 메모리 생산과 데이터센터 확충을 통한 토큰 비용 절감, 일자리와 환경을 포괄하는 AI 거버넌스를 제안했다. SK가 HBM과 데이터센터로 공급 기반을 만들고 네이버가 클라우드와 모델, 서비스로 활용 경로를 넓힌다면 한국형 풀스택 AI의 윤곽도 선명해질 수 있다. 정부의 ‘모두의 AI’는 이 구상을 대규모 수요로 연결할 수 있는 정책이다. 5000만 국민이 일상과 업무에서 AI를 활용하면 한국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AI 테스트베드가 된다. 국내 모델과 스타트업에는 초기 시장이 생기고 공공·교육·의료·제조 현장에서는 다양한 사용 사례가 축적될 수 있다. 정책의 목표는 무료 이용자 수가 아니다. 국민이 자신에게 필요한 에이전트와 서비스를 만들고, 기업이 생산공정과 업무 방식을 재설계하도록 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그 결과를 제품으로 만들어 해외에 팔아야 한다. 사용 경험이 창업과 수출로 이어질 때 모두의 AI는 보급 정책을 넘어 성장 정책이 된다. 이를 뒷받침할 자원이 데이터다. 한국은 제조와 의료, 금융, 교육, 행정 분야에 높은 품질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이 기관과 기업 내부에 흩어져 있다. 개인정보와 산업기밀을 보호하면서도 AI 학습과 검증에 활용할 수 있는 규칙과 기술 기반을 갖춰야 한다. 데이터 개방을 무조건 확대하자는 뜻은 아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데이터를 사용했고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보안형 데이터 공간과 비식별 처리, 접근권한 관리, 사용 이력 기록을 결합하면 보호와 활용을 함께 추구할 수 있다. 데이터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산업 현장의 경험도 수출 가능한 AI 제품으로 전환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확인된 것은 한국의 가능성이다. 세계 AI 기업들은 한국을 반도체 공급처로만 보지 않기 시작했다. 제조 역량과 인프라, 산업 수요를 갖춘 전략적 파트너로 평가하고 있다. 네이버의 AI 팩토리는 그 가능성을 실제 사업과 매출로 증명해야 하는 첫 시험대 가운데 하나다. AI 시대의 선진국은 칩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 칩 위에서 새로운 지능을 만들고 산업을 바꾸며, 완성된 제품과 서비스를 세계에 판매하는 나라다.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은 한국이 그 길로 들어섰음을 알린 신호다. 다음 10년의 목표는 분명하다. 세계에 반도체를 공급해 온 나라에서 세계가 사용하는 지능과 서비스를 수출하는 나라로 나아가는 것이다.
2026-07-27 14:19:27
-
오찬을 넘어 국정 협력으로, 지금은 대한민국을 재설계할 때다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오찬은 전·현직 대통령의 예우를 넘어 우리 정치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상징적 자리다. 여권 내부에서는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다양한 의견과 노선이 제기되고 있다. 집권 여당에서는 정책 방향과 국정 운영 방식을 둘러싼 토론이 이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이 마주한 현실을 생각하면 정치의 중심은 내부 경쟁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 강화에 맞춰져야 한다. 세계는 거대한 전환기에 들어섰다. 생성형 AI는 산업과 일자리, 교육과 행정, 국방과 금융까지 국가 시스템 전반을 바꾸고 있다. 여기에 미·중 전략 경쟁, 중동 정세의 불안,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공급망 재편, 저출생과 고령화, 지방 소멸 등 복합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과거의 정치 문법만으로는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어렵다. 이제 대한민국은 부분적인 보수나 미세한 조정보다는 국가 운영 시스템을 시대 변화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수준의 혁신을 고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용어가 아니라 내용이다. 국민이 체감하는 성장 전략을 마련하고, AI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육성하며, 산업과 교육, 행정과 규제를 미래 환경에 맞게 혁신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다. 집권 세력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선거를 치르는 정당과 국정을 운영하는 집권 세력은 역할이 다르다. 집권 이후에는 지지층의 기대를 존중하는 동시에 국민 전체의 삶을 책임지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국정 운영은 통합과 협력, 그리고 실용적 해법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민주개혁 진영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다. 국정 경험을 가진 전직 대통령의 조언과 협력은 국가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전임 정부의 성과와 경험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적 연속성과 시대적 혁신은 상충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추구할 수 있는 목표다. 민주당 역시 내부 경쟁을 미래 비전 경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다양한 의견은 민주주의의 힘이지만, 그것이 소모적 갈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집권당의 책무는 정권의 성공이 아니라 국민의 성공이며, 국정의 안정이 곧 국민의 안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AI 시대 국가 경쟁은 더 이상 특정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와 피지컬 AI, 교육 혁신과 규제 개혁, 지역 균형발전과 인재 양성은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은 물론 사회 각계의 협력이 절실하다. 오늘의 오찬이 단순한 정치 일정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국정 운영을 위한 신뢰를 쌓고, 미래를 위한 협력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과거를 둘러싼 논쟁보다 미래를 향한 공동의 비전이다. 정치는 갈등을 확대하는 기술이 아니라 국가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지혜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새로운 도약의 문 앞에 서 있다. 정치가 시대의 변화를 읽고 국민을 하나로 모을 때,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도 비로소 힘을 얻게 될 것이다.
2026-07-01 15:24:00
-
재보궐 '민주 9·국힘 4·무소속 1'…교육감 '진보 11·보수 5' 재편
[경제일보] 6·3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교육감 선거 결과가 4일(오전 8시 기준) 모두 확정됐다. 재보궐선거 14곳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9곳, 국민의힘이 4곳, 무소속이 1곳을 차지했다. 교육감 선거는 진보 성향 후보 11곳, 보수 성향 후보 5곳으로 정리됐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확인된 민주당 우세 흐름이 재보궐과 교육감 선거에도 상당 부분 이어졌지만, 상징성이 큰 일부 지역에서는 보수계 후보들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재보궐선거의 전체 구도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 우세했다. 14곳 가운데 9곳을 확보해 의석 수에서 분명한 비교우위를 점했다. 다만, 부산 북갑에서는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당선됐고, 경기 평택을에서는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승리했다. 전체 판세는 민주당 쪽으로 기울었지만, 보수 진영도 상징 지역에서는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가장 눈길을 끈 곳은 부산 북갑이다. 이곳에서는 한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부산 북갑은 선거 기간 내내 국민의힘 공천 갈등과 보수 표 분산, 무소속 돌풍 가능성이 겹치며 주목을 받았던 곳이다. 결과적으로 한 후보가 깃발을 꽂으면서 보수 진영 내부 재편 논의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단순한 1석 확보를 넘어 향후 보수 정치의 주도권 경쟁과도 맞물릴 수 있는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기 평택을도 의미가 적지 않다. 평택을에서는 국민의힘 유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 지역은 선거 막판까지 3자 초박빙 구도로 분류됐지만, 실제 개표에서는 유 후보가 경쟁 후보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야권 표심 분산이 현실 정치에서 어떤 파괴력을 가지는지 보여준 사례로 읽힌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같은 공간에서 경쟁할 경우 보수 진영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다시 확인됐다. 민주당은 상징 지역 일부를 내줬지만 전체 재보궐 판세에서는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인천 연수구갑과 계양구을, 경기 안산시갑과 하남시갑, 광주 광산구을, 충남 아산시을, 전북 군산시김제시부안군갑과 을, 제주 서귀포시 등에서 승리하며 조직력과 지역 기반을 재확인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부산 북갑, 평택을 외에 대구 달성군, 울산 남구갑,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에서 승리했다. 결과적으로 재보궐은 민주당이 양적으로 앞서고, 보수계가 질적으로 일부 상징 지역을 건졌다. 교육감 선거는 보다 선명한 흐름을 보여줬다. 진보 성향 후보가 16개 시도 가운데 11곳에서 당선되며 보수 성향 후보 5곳을 앞섰다. 4년 전보다 진보 우위가 한층 뚜렷해졌다는 점에서 교육정책 지형의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에서는 정근식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고, 부산과 광주, 전남, 전북, 울산, 강원, 충남, 경남, 제주 등에서도 진보 성향 후보들이 승리했다. 수도권과 호남, 일부 영남 지역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폭넓게 당선된 점은 향후 교육정책 논쟁의 주도권이 다시 진보 진영으로 기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수 성향 후보들은 대구, 경북, 충북, 세종, 대전 5곳에서 승리했다. 대구에서는 강은희 후보가 3선에 성공했고, 경북에서는 임종식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다. 충북은 윤건영 후보, 세종은 강미애 후보, 대전은 오석진 후보가 각각 승리했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 선거가 아니지만, 지역별 정책 성향과 교육 철학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앞으로의 교육행정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신호다.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는 단순한 인물 경쟁을 넘어 정책 경쟁의 재편을 뜻한다.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다수 지역에서 승리하면서 학생인권, 민주시민교육, 무상교육 확대, 고교체제 개편, 학교 자치 강화 같은 의제가 다시 힘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반대로 보수 성향 후보가 승리한 지역에서는 기초학력 강화, 교권 회복, 평가체계 정비, 학업 성취도 관리 강화 같은 정책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 현장은 앞으로 4년 동안 지역별로 더 뚜렷한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으로 보면 재보궐과 교육감 선거 결과는 광역단체장 선거의 연장선이면서도 별도의 메시지를 던졌다. 재보궐에선 민주당이 전체 판세를 가져갔지만, 부산 북갑 한동훈과 평택을 유의동이라는 상징적 승리가 보수 진영에 숨통을 틔워줬다. 교육감 선거에선 진보 성향 후보가 11곳을 차지하며 교육 분야에서 다시 우위를 점했다. 지방권력 재편이 행정 영역에서 벌어졌다면, 재보궐과 교육감 선거는 각각 국회와 교육 현장으로 그 파장이 번진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재보궐 9곳 확보와 교육감 선거 진보 우위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지방권력 전반에서 우세를 주장할 수 있게 됐지만, 부산 북갑과 평택을 같은 상징 지역을 놓친 점은 여전히 부담"이라면서 "재보궐은 국회 의석과 차기 정치 재편의 단초를 남겼고, 교육감 선거는 향후 4년간 지역 교육정책의 방향을 갈랐다"고 했다.
2026-06-04 09:22:23
-
한-베 인프라 협력 확대…국토부, 도시·철도 사업 진출 교두보 확보
[경제일보] 한국과 베트남 간 도시·교통 인프라 협력이 구체적인 사업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정상외교를 계기로 신도시 개발과 철도, 금융 협력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기반도 한층 넓어지는 분위기다. 단순 시공을 넘어 개발과 투자까지 아우르는 협력 구조가 본격적으로 구축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을 계기로 도시개발과 철도, 인프라 사업 전반에서 협력 범위를 넓혔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방문에는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동행해 현지 정부와 주요 프로젝트 협의를 진행했다. 김 장관은 지난 21일 쩐 홍 민 베트남 건설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박닌성 동남신도시 조성사업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해당 사업은 한국형 신도시 개발 모델을 적용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로 이른바 ‘K-신도시’ 수출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같은 날 열린 ‘한-베 상생 발전 협력 포럼’에서는 양국 간 인프라 협력 방향이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베트남 측은 도시와 교통 인프라 개발 정책을 소개했고 한국 측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가철도공단, 코레일,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등이 참여해 역할과 협력 방안을 공유했다. 도시개발과 주택, 철도 등 주요 분야에서 협력 확대 필요성도 강조됐다. 22일에는 하노이 스타레이크 시티 내 복합단지 준공식이 열리며 협력 성과가 가시화됐다. 김 장관은 행사에 참석해 사업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양국 협력의 상징적 성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스타레이크 시티는 하노이 서호구 일대 약 186만㎡ 규모로 조성되는 대형 신도시 프로젝트다. 주거와 상업, 오피스, 교육, 행정 기능이 결합된 복합 개발 사업으로 한국 기업이 기획부터 투자, 시공, 운영까지 참여하고 있다. 이번에 준공된 복합단지는 오피스와 호텔, 상업시설을 포함한 대형 시설로 한국 건설사의 기술력과 개발 역량이 집약된 사례로 평가된다. 현지 랜드마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향후 추가 개발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베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철도 분야 협력을 위한 호찌민시 2호선 도시철도 차량 공급 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국내 기업이 베트남 철도 차량 시장에 처음 진출한 사례로 향후 고속철도 등 대형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을 열어준 계기로 평가된다. 금융 협력 기반도 함께 구축됐다. KIND는 베트남 국영은행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하나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현지 인프라 사업 발굴과 금융 지원 연계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확대하고 자금 조달 구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은 단일 프로젝트 중심에서 벗어나 도시개발과 교통, 금융이 결합된 종합 진출 모델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된다. 현지 사업 발굴부터 투자, 시공, 운영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마련되면서 한국 기업의 역할도 한층 넓어졌다. 김윤덕 장관은 “베트남과의 협력이 실질적인 사업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참여 기반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4-24 10:5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