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8건
-
-
카카오, 공공혁신 사례 30곳 선정… '공공혁신' 지원 확대
[경제일보] 카카오톡과 카카오맵 등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민간 플랫폼이 의료·에너지·생활 인프라 등으로 확대되고, 인공지능(AI)까지 결합하면서 공공서비스의 효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카카오는 공공기관의 활용 사례를 발굴하고 후속 교육까지 지원하며 공공부문과의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9일 카카오는 서울 용산구 나인트리 프리미어 로카우스 호텔에서 '2026 카카오 공공혁신 어워즈'를 개최하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30개 기관의 공공혁신 사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올해 처음 열린 것으로 카카오톡·카카오맵·카카오내비 등을 공공업무에 활용해 국민 편의와 행정 효율성을 높인 사례를 발굴하고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어워즈에서 선정된 사례는 행정 불편 해소, 행정 효율성 증대, 예산 절감, 민관 협력, 사회문제 대응, 국민 안전 강화, 취약계층 지원, 지역정보 제공, 사회 지속가능성 제고 등 9개 분야다. 중앙부처 10곳, 지방자치단체 10곳, 공공기관 9곳, 기타 기관 1곳이 각각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선정된 사례들은 카카오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공개자료 등을 기반으로 100여개 공공혁신 사례를 검토해 선별됐다. 카카오는 공공혁신 중 카카오 서비스 활용이 알림을 넘어 인증·결제·상담 등으로 넓어졌으며 사이버 보안과 재난 대응, 복지 등으로 적용 분야도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및 공공혁신 어워즈 선정위원장은 "카카오 서비스를 활용한 100여개 공공혁신 사례와 실무자 인터뷰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며 "심사 과정에서 서비스 활용이 단순 알림을 넘어 인증·결제·상담 등으로 확장되고, 공공혁신의 영역도 행정 효율화에서 사이버 보안·재난 대응·복지 등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꼽은 대표적인 사례는 전남대학교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다. 협력기관 의료진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모자의료 진료협력 기관 핫라인'으로 활용해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이송 가능한 병원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별도의 새로운 소통 수단을 만드는 대신 의료진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메신저를 업무에 접목해 긴급한 상황에서 의사소통 속도를 높인 사례로 평가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한국전력공사가 AI와 카카오톡 알림톡을 결합한 '전기요금 AI 안심 알리미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전력 사용량을 바탕으로 전기요금 증가 가능성이 예상되는 고객에게 미리 알림을 제공해 사용자가 에너지 소비를 조절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단순히 요금이 많이 나온 뒤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변화 가능성을 먼저 안내하는 방식으로 공공서비스의 선제적 대응 범위를 넓힌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 등의 민간 플랫폼이 공공서비스에 활용되는 배경에는 기존 플랫폼의 높은 접근성과 서비스 인프라가 있다. 공공기관이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이나 시스템을 새로 구축할 경우 개발과 운영에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지만, 이미 많은 국민이 사용하는 플랫폼을 활용하면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면서 별도의 이용 교육 부담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카카오는 이번 어워즈를 단순한 시상 행사로 끝내지 않고 공공부문과의 협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수상 기관에 총 3억원 상당의 광고 비즈쿠폰을 제공하고 톡채널 메시지 등 디지털 기반의 대국민 소통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수상 기관을 대상으로 공공부문의 AI 활용 역량 강화를 위한 '카카오테크 공공부문 AI 클래스'도 진행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올해 선정된 사례를 포함해 공공부문의 서비스 혁신 사례와 성과를 담은 '카카오 공공혁신 리포트 2026'을 오는 11월 말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 2024년 처음 발간된 이후 세 번째로 발간되는 보고서를 통해 공공기관에서의 카카오 서비스 활용 현황과 혁신 사례를 지속적으로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전현수 카카오 비즈니스 성과리더는 "우수사례로 선정된 기관의 공공혁신 성과가 더 많은 국민에게 닿고, 새로운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카카오는 공공부문의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전환을 지원하고,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 혁신을 위해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권대열 카카오 CA협의체 그룹ESG 담당은 "AI와 디지털 중심으로 공공기관이 빠르게 진화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공공혁신 과정에서 카카오 그룹의 서비스와 기술을 업무와 정책 환경에 맞게 활용해 주신 데 대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2026-09-09 10:59:26
-
정점식, 정기국회 대여공세 본격화…'정책 전환' 압박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서 이재명 정부의 경제·안보·인사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제1야당의 대여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치안과 부동산, 주식시장, 법치, 국방, 국가 재정, 국민 안전 등 7대 분야를 중심으로 현 정부 국정운영의 문제점을 짚고 ‘정상화 과제’를 제시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며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그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며 이같이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에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주요 공약을 제시했다. 정 원내대표는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와 관련,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 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사기'"라고 비판하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 원에서 56조 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며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정부 주도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에 대해서는 "최악의 기업 약탈", "재벌 납치"라고 표현하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특정인을 당선시키고 낙선시키기 위한 전격전이었다"고 비판했다. 이후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걸림돌이 되자 쟁의 기준을 시행 지침으로 적용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노란고무줄법"이라고 지적하며 "국민의힘이 노란봉투법에서 원청의 사용자성과 교섭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도록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가채무 증가 속 확장 재정 기조도 지적, "휘발유를 뿌려 불을 끄겠다는 소리다. 미래 대응이 아니라 미래 약탈"이라며 "국가의 재정을 지키겠다. 초과 세수가 생기면 나랏빚부터 갚고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정부 개입을 차단하고, 수익성과 안전성을 원칙으로 운용될 수 있게 하겠다"며 "근로소득에 따른 노령연금 감액도 폐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원내대표는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의 도발에 맞서 한미 간 핵 공유,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F-35 전투기 전술핵 탑재 훈련 등으로 핵 억제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에 대해선 "대북 굴종 노선은 대국민 사기극으로 시작해서 대국민 인질극으로 끝난 것"이라고, 국방 정책에 대해선 방첩사 해체와 사관학교 통합 등을 언급하며 "국방을 안으로부터 썩어들어가게 할수록 환호하는 사람은 북한 김정은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의 이번 연설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힘이 정기국회에서 어떤 야당의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연설을 시작으로 오는 9일부터 대정부질문이 이어지고, 이후 개각 인사청문회까지 예정돼 있어 정기국회 초반부터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정부 정책의 허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반면 민주당은 국정운영의 성과와 민생 정책을 앞세워 맞설 가능성이 크다.
2026-09-08 10:31:42
-
호르무즈 파병, 동맹 중요하지만 국익도 계산하라
[경제일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둘러싼 정부의 태도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그동안 신중론을 펴던 정부가 미국의 공개적인 압박 속에 파병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등 군사적 자산의 파견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국가의 군사적 판단이 국제정세와 동맹의 요구에 따라 크게 흔들린다면 국민은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외교·안보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잘못된 선택 못지않게 원칙 없는 정책 변화다. 파병 여부를 결정한다면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국익이라는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부정할 국민은 많지 않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인 상황에서 미국과의 안보협력은 대한민국의 핵심적인 전략자산이다. 그렇다고 동맹국의 요구라면 우리의 군대를 어디든 보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동맹에도 각자의 국익이 있고 각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과 위험에도 차이가 있다. 미국이 자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판단하듯 대한민국 역시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냉정하게 따져야 할 것은 경제적 손익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경제의 핵심 에너지 수송로다. 이곳의 안정과 항행의 자유가 흔들리면 국제유가와 해상운임, 보험료 등이 뛰어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호르무즈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분명 대한민국의 중요한 국익이다. 그러나 해협의 안전을 지키는 것과 군사적 충돌의 당사자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우리 군의 파병이 실제로 항행의 안전을 높이는지, 아니면 중동의 군사적 긴장을 키워 유가와 해상보험료를 오히려 끌어올리는지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최악의 경우 한국이 군사적 대립의 한쪽으로 인식되면서 이란의 보복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원유 수급을 안정시키려던 파병이 오히려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경제적 이해관계도 간단하지 않다. 한국 기업들은 중동 곳곳에서 건설·플랜트·에너지·물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수십 년간 쌓아온 경제적 관계가 군사적 선택 하나로 흔들릴 가능성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현지 교민과 기업의 안전 역시 정부가 우선적으로 따져야 할 변수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얻는 외교적 이익이 파병에 따른 경제적 위험과 장병의 안전 문제를 상쇄할 만큼 큰지 국민 앞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정말 파병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다면 무엇을 얻고 무엇을 감수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미국이 무엇을 요구했는지, 우리에게 어떤 외교·안보상의 실익이 있는지, 원유 수송과 에너지 안보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파병에 따른 경제적 비용과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공개해야 한다. 우리 장병의 임무와 교전 상황 발생 시 대응 범위, 교민과 기업 보호 대책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호르무즈 문제를 한미동맹의 충성도 시험으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동맹은 일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관계가 아니다. 동맹을 지키는 것과 동맹국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다르다. 오히려 어려운 사안에서 우리의 국익과 국민적 우려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협상하는 것이 성숙한 동맹의 모습이다. 지금 세계는 자국의 경제와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치열한 국익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자국의 이익을 철저하게 계산한다. 대한민국만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손익계산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특히 군사적 파병은 명분만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끝까지 따져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에 기여하는 방법이 반드시 우리 군의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외교적 협력과 국제적 해상안전 활동은 물론 원유 수입선 다변화, 비축유 확대, 대체 수송로 확보 등 다양한 수단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는 군함 한 척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공급망 전체를 지키는 종합 전략에서 나온다. 무엇보다 파병 여부는 국민과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할 사안인 만큼 충분한 설명과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도 정부가 파병 검토의 배경과 실익을 국회에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제 미국의 표정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손익계산서를 펼쳐놓고 결정해야 한다. 파병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국민을 설득하고 당당하게 추진하면 된다. 반대로 위험과 비용이 편익보다 크다면 동맹국에도 그 이유를 설명하고 다른 방식의 기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주권국가의 외교다. 호르무즈 파병 논란은 정부 외교의 시험대다. 동맹을 중시하되 동맹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 에너지 안보를 지키되 군사적 위험을 무분별하게 떠안아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우리 장병의 생명과 국민의 안전, 국가 경제의 이익보다 우선하는 외교적 명분은 없다. 정부는 더 이상 정치적 유불리에 흔들리지 말고 분명한 원칙과 냉정한 손익계산으로 국민 앞에 서야 한다.
2026-09-07 10:31:25
-
-
-
모듈러는 가야 한다. 그러나 특별법은 지름길이어선 안 된다
건설 현장은 이미 한계 신호를 보내고 있다. 생산성 저하가 고착화한 데다 숙련인력 부족, 고령화, 청년층 신규 유입 감소가 겹치며 예전 방식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그래서 탈현장 건설(OSC)과 모듈러 건축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공장에서 주요 부재를 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은 공기를 줄이고, 품질의 일관성을 높이며, 고소작업을 줄여 안전사고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이다. 정부가 2025년 12월 “더 빠르고, 보다 안전하게”를 내걸고 특별법 제정을 본격 추진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속도와 방식이다. 혁신은 필요하지만, 법이 혁신의 이름으로 책임의 질서를 허물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모듈러 건축 활성화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입법예고 과정에서 반대 의견만 7077건이 접수됐고, 2026년 3월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상정도 무산됐다. 이 정도면 단순한 업계 민원이 아니라, 법안의 설계에 중대한 충돌 지점이 있다는 뜻으로 읽는 것이 옳다. 쟁점도 분명하다. 법안은 일정 요건 아래 건축공사업 등록이 없는 업체에도 도급의 길을 열고, 공공기관이 모듈러 건축공사에 일괄입찰이나 대안입찰을 우선 적용할 수 있도록 하며, 모듈러 제작업체가 공동수급체 대표가 될 수 있는 특례 논란까지 낳고 있다. 전기·정보통신·소방 업계가 통합발주와 분리발주 예외에 반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결국 이 법은 단순한 기술 진흥법이 아니라 업역, 책임, 발주 질서를 한꺼번에 건드리는 법안인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책임 구조를 어떻게 세우느냐다. 건축은 블록을 끼워 맞추는 조립 게임이 아니다. 부지 조성에서 설비, 방재, 마감, 하자 책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비로소 하나의 건축물이 된다. 기술은 공장에서 시작할 수 있어도, 책임은 현장에서 끝까지 완결돼야 한다. 이 기본을 놓치면 혁신은 진보가 아니라 혼선이 된다. 그렇다고 특별법 자체를 무조건 접어야 한다는 말도 아니다. 모듈러는 한국 건설산업이 외면할 수 없는 미래다. 세계적으로도 건설의 제조업화, 표준화, 자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우리가 계속 현장 중심의 낡은 규제와 관행에만 기대어 있다면 생산성의 벽을 넘기 어렵다. 공기 단축과 품질 안정, 탄소 저감, 인력난 대응이라는 과제 앞에서 모듈러의 전략적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혁신일수록 더 원칙적이어야 한다. 논어의 말처럼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 조화를 이루되 무작정 같아져서는 안 된다. 모듈러 산업을 키우자는 목표에는 뜻을 함께하되, 그 방법까지 졸속 특례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법은 산업의 요구만 반영해선 안 된다. 국민의 안전, 공정한 거래 질서, 명확한 하자 책임까지 함께 담아야 비로소 법답다. 해법은 전면 완화가 아니라 단계적 허용이다. 공공 시범사업부터 좁게 적용하고, 생산인증과 건축인증, 보험과 하자 책임, 현장 총괄관리의 주체를 먼저 촘촘히 세워야 한다. 분리발주 예외 역시 포괄적으로 열 것이 아니라 정말 불가피한 경우에만 엄격하게 한정해야 한다. 그래야 종합건설업계의 불안도, 전문업계의 생존 우려도 줄일 수 있다. 혁신의 길은 넓혀 주되, 책임의 문턱은 더 높여야 한다. 모듈러는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특별법은 지름길이어선 안 된다. 맹목적 반대도 답이 아니고, 무조건적 완화도 정답이 아니다. 기본과 원칙, 상식과 책임 위에서 길을 내야 한다. 그래야만 모듈러는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한국 건설산업을 바꾸는 진짜 혁신이 될 수 있다.
2026-05-02 08:0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