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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에서 400명으로…지평, 공익·해외개척으로 키운 26년
[경제일보] 2000년 4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강금실 변호사와 법무법인 세종을 나온 젊은 변호사들이 새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출발 인원은 한국 변호사 10여 명이었다. 이미 김앤장과 광장, 태평양, 세종 등이 기업법무 시장에 자리 잡고 있던 때였다. 새 로펌은 처음부터 조금 다른 말을 꺼냈다. 일을 잘하는 로펌과 함께 민주적이고 윤리적이며 공익적인 조직을 만들겠다고 했다. 설립과 동시에 공익위원회를 만들고 공익활동 규정과 윤리헌장도 마련했다. 법무법인 지평의 출발이었다. 26년이 지난 지금 지평에는 변호사와 외국변호사, 각 분야 전문가 등 400명가량이 일한다. 2025년 국내 법무법인 매출은 1327억원으로 전년보다 10.03% 늘었고 특허법인과 해외사무소를 합친 매출은 1500억원을 넘어섰다. 2000년대 초 신생 로펌이던 지평은 이제 대형 로펌 바로 아래에서 경쟁하는 중견 대형로펌으로 올라섰다. 지평이 걸어온 길에는 다른 대형 로펌과 다른 선택이 여러 번 있었다. 초창기에는 벤처와 M&A를 파고들었고 해외에서는 뉴욕이나 런던보다 베트남과 중국, 캄보디아 같은 신흥시장으로 먼저 향했다. 규모가 필요할 때는 합병도 했지만 공익활동과 구성원 중심의 운영방식은 그대로 가져갔다. ◆ 강금실과 젊은 변호사들이 만든 새 로펌 창립을 주도한 사람은 양영태·김상준·임성택 변호사 등이었다. 양영태 변호사는 1995년 세종에 입사해 금융과 증권, 보험, M&A와 각종 송무를 담당하다 2000년 지평 설립에 참여했다. 임성택 변호사 등도 당시 기존 대형 로펌에서 일하던 젊은 법률가였다. 강금실 변호사가 대표로 합류하면서 신생 로펌의 이름도 빠르게 알려졌다. 당시 지평이 노린 시장 가운데 하나는 벤처기업이었다. 인터넷과 정보기술 기업이 빠르게 생겨나던 시기였지만 이들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로펌은 많지 않았다. 지평은 출범 당시부터 벤처기업의 투자와 기업공개, 인수·합병 등을 주요 업무로 내걸었다. 당시 언론에는 ‘벤처전문 로펌’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 작은 조직이 이름을 알리는 데는 사건이 필요했다. 2005년 지평은 당시 국내 M&A 시장의 대형 거래였던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에 참여했다. 거래 규모는 3조4000억원에 달했다. 설립 5년 만에 대기업 M&A 시장에서 이름을 올렸다. 송무에서도 실적을 쌓았다. 설립 당시 10명 남짓했던 한국 변호사는 2004년 35명, 2006년 43명으로 늘었다. 기업자문과 송무를 함께 키우면서 신생 로펌에서 종합로펌으로 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시작했다. ◆ 뉴욕 대신 베트남으로 갔다 지평의 성장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해외시장이다. 국내 대형 로펌들이 미국과 영국의 유수 로펌과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힘을 쏟을 때 지평은 한국 기업이 실제 투자를 늘리던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변호사를 보냈다. 양영태 변호사는 2006년 말부터 베트남에 장기 체류하며 현지 법인 설립을 준비했다. 2007년 호찌민과 중국 상하이에 사무소를 열었고 2009년에는 하노이와 캄보디아 프놈펜, 라오스 비엔티안으로 거점을 넓혔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미얀마 양곤에도 차례로 진출했다. 한국 기업들이 생산시설과 판매망을 찾아 동남아시아로 움직이던 시기였다. 국내 본사에서 현지 로펌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에 직접 사무소를 두고 한국 기업을 따라간 것이 지평의 선택이었다. 해외 사무소에는 현지 법률가들도 함께 배치했다. 2024년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사무소를 열었다. 배터리와 자동차 등 한국 기업의 중동부유럽 투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결정이었다. 헝가리까지 더하면서 해외 네트워크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확장됐다. 현재 지평은 8개국에 9개 해외 거점을 두고 있다. 국내 대형 로펌 가운데 해외 사무소 숫자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김앤장이나 빅5보다 변호사 숫자는 적지만 신흥시장 현지 네트워크에서는 일찍부터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었다. ◆ 2008년 지성과 합병해 단숨에 100명 넘어 자체 성장만 고집한 것은 아니다. 2008년 지평은 법무법인 지성과 합병을 결정했다. 그해 5월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합병을 발표했고 9월 법무법인 지평지성이 출범했다. 합병 당시 두 로펌을 합친 변호사는 125명이었다. 한국 변호사 104명과 외국 변호사 21명이 한 조직에 들어오면서 당시 국내 7위 규모로 올라섰다. 출범 8년 만에 변호사 100명대의 대형로펌이 됐다. 업무도 보강됐다. 지평이 M&A와 기업소송, 해외업무에 강점이 있었다면 지성은 M&A와 노동, 금융자문 분야의 경험을 갖고 있었다. 합병 뒤 금융 전문인력도 늘었고 대형 M&A와 공기업 민영화처럼 여러 분야가 얽힌 업무를 함께 맡을 여건이 만들어졌다. 통합 법인은 한동안 ‘지평지성’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2014년 다시 법무법인 지평으로 사명을 바꿨다. 두 조직을 합쳐 몸집은 키웠지만 브랜드는 창립 때 사용했던 ‘지평’으로 돌아왔다. ◆ 돈 버는 일과 공익을 따로 놓지 않았다 지평을 다른 로펌과 구별해온 또 다른 축은 공익활동이다. 설립 당시부터 공익위원회를 운영했고 변호사의 공익활동을 조직 차원에서 관리했다. 로펌이 어느 정도 성장한 뒤 사회공헌 조직을 만든 것이 아니라 창립 때부터 회사 운영의 한 부분으로 넣었다. 2014년에는 공익법단체 사단법인 두루를 설립했다. 로펌 변호사들이 본업을 하면서 시간을 내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공익사건을 전업으로 맡는 변호사 조직을 따로 만든 것이다. 두루는 장애와 아동·청소년, 사회적 경제, 국제인권 등에서 소송과 입법 활동을 해왔다. 2015년에는 국내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공익활동보고서를 냈고 2018년에는 사회책임보고서를 발간했다. 기업 고객에게 요구되는 환경과 인권, 지배구조 문제를 로펌 자신의 운영에도 적용하려는 시도였다. 공익은 훗날 새로운 법률시장과도 연결됐다. 기업들이 인권과 환경, 공급망 관리 문제를 경영 리스크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지평이 오래 다뤄온 인권과 사회적 가치 문제가 기업자문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공익에서 ESG 사업으로 지평은 2019년 인권경영팀을 만들었다. 이듬해 환경팀과 컴플라이언스팀 등을 합쳐 ESG센터를 출범시켰다. 변호사뿐 아니라 인권과 환경, 지속가능경영을 다루는 컨설턴트와 전문위원을 함께 배치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딴 말이다. 기업이 돈을 얼마나 버는지만 보지 않고 환경과 노동·인권, 지배구조까지 함께 평가하는 경영 기준이다. 지평은 기업의 인권·환경 실사와 공급망 관리, 지속가능경영 전략, 해외 규제 대응까지 업무를 넓혔다. 이 과정에는 지평이 창립 때부터 강조해온 공익활동 경험이 활용됐다. 장애인이나 아동의 권리를 다루던 공익 업무와 기업 인권실사는 성격이 다르지만 인권을 법률 문제로 다뤄온 경험은 기업 자문에도 이어졌다. 공익활동과 기업자문 사이에 새로운 시장이 생긴 것이다. 지평은 ESG센터를 법률자문에만 묶어두지 않았다. 비변호사 컨설턴트를 영입해 기업의 정책 수립과 평가, 실사까지 맡도록 했다. 최근 대형 로펌들이 변호사 외 전문가를 늘리는 흐름을 지평은 ESG 분야에서 일찍 시험했다. ◆ 퀄컴 10년 소송으로 공정거래 이름 알려 지평의 성장에는 장기 소송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건이 미국 반도체기업 퀄컴과 공정거래위원회의 1조원대 과징금 소송이다. 공정위가 2009년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을 문제 삼아 과징금을 부과하자 퀄컴은 행정소송을 냈다. 지평은 공정위를 대리해 10년 넘게 소송을 수행했고 최종적으로 공정위 측 승소를 이끌었다. 현재 공동집행대표인 김지홍 변호사도 이 사건을 맡았다. 공정거래는 이후 지평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체임버스앤파트너스의 2026년 평가에서도 김지홍 대표는 국내 공정거래 분야 주요 변호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평 전체로는 기업·M&A와 송무, 노동, 금융 등 14개 업무 분야가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최근에는 플랫폼 기업 사건도 맡았다. 2025년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배차 알고리즘 사건과 네이버쇼핑 검색 알고리즘 사건 등에서 성과를 냈다. 공정거래 규제 대상이 제조업과 재벌에서 플랫폼과 알고리즘으로 옮겨가면서 사건의 내용도 달라졌다. ◆ 부동산·리츠까지 사람을 붙였다 지평은 전문분야를 키울 때 팀 단위 영입도 활용했다. 2020년에는 부동산 거래와 리츠 업무에 강했던 법무법인 넥서스의 전문 변호사 12명을 영입했다. 기존 건설·부동산 송무에 거래와 금융 업무를 붙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성과는 몇 년 뒤 나타났다. 지평은 2025년 리츠와 실물 부동산 거래에서 상반기 법률자문 1위를 기록했고 연간 리그테이블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건설·부동산 분쟁과 프로젝트금융, 리츠를 하나의 부문으로 묶는 작업도 진행했다. 2026년에는 정원 변호사를 건설·부동산 부문대표로 선임했다. 건설과 리츠, 부동산금융, 정비사업, 도심복합개발을 함께 총괄하도록 조직을 바꿨다. 한 사건을 자문과 송무로 나누기보다 산업 단위로 묶겠다는 최근 지평의 경영 방향이 반영됐다. M&A에서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체임버스앤파트너스는 2026년 지평의 기업·M&A 분야를 국내 Band 3로 평가했다. 국영기업과 사모펀드,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와 합작투자, 해외투자, 구조조정 등을 맡고 있다. ◆ 창업세대 뒤를 공채세대가 이어받았다 2025년 지평 경영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김지홍·이행규 변호사가 공동집행대표에 올랐다. 두 사람 모두 창업자가 아니라 지평이 공개채용한 초기 세대다. 김지홍 대표는 공정거래를 중심으로 경력을 쌓았고 이행규 대표는 기업공개와 자본시장 업무를 맡아왔다. 2000년 로펌을 세운 창업세대에서 조직 안에서 성장한 변호사들에게 경영이 넘어갔다. 주요 집행위원에도 2000년대 초 입사한 변호사들이 배치됐다. 대표를 정하는 과정도 창립 당시 운영방식과 연결돼 있다. 파트너들의 의견을 모으고 후보자에 대한 질의와 간담회를 거쳐 집행부를 구성했다. 특정 창업자가 후계자를 지명하는 방식보다 파트너들의 합의를 중시했다. 새 경영진은 법률 문제를 분야별로 잘라 처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방향을 내놨다. 회계와 기술, 정책, 글로벌 규제 등을 법률자문과 함께 제공하는 ‘Legal & Beyond’를 내걸고 비변호사 전문가와 전문센터를 늘리고 있다. ◆ 매출 1500억원…위에는 아직 큰 벽 숫자만 놓고 보면 지평이 갈 길은 길다. 2025년 국내 법무법인 매출은 1327억원이다. 특허법인과 해외사무소를 합쳐야 1500억원을 넘는다. 같은 해 김앤장의 추정 매출은 1조6000억원 수준이고 태평양과 세종, 광장, 율촌은 모두 4000억원을 넘었다. 화우도 2812억원을 기록했다. 1694억원을 올린 YK에도 매출에서는 뒤져 있다. 지평이 목표로 내건 상위권 진입까지는 상당한 차이가 남아 있다. 고객 평가도 비슷하다. 한국경제와 한국사내변호사회가 실시한 2025년 조사에서 지평은 종합과 전문성, 서비스에서 각각 7위를 기록했다. 해외 거점과 공익활동처럼 지평이 먼저 만들어온 영역이 곧바로 기업 고객의 종합평가 순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견 로펌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YK가 빠르게 몸집을 키웠고 바른과 동인도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 대륙아주와 린도 합병 절차에 들어가면서 지평이 자리한 1000억원대 시장에서도 규모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 26년 동안 버리지 않은 것 2000년 지평은 변호사 10여 명으로 출발했다. 당시 내건 것은 대형 로펌이라는 목표보다 전문성과 윤리성, 공익성, 민주적 운영이었다. 기업법무 시장에서는 벤처와 M&A를 파고들었고 해외에서는 베트남과 중국 등 한국 기업이 향하는 신흥시장으로 먼저 나갔다. 필요할 때는 지성과 합쳐 변호사 100명대 조직을 만들었다. 이후 공정거래와 노동, 부동산·리츠를 키웠고 공익활동에서 쌓은 경험을 ESG와 인권경영이라는 기업자문으로 연결했다. 2025년에는 창업세대 대신 공개채용으로 들어온 변호사들이 경영을 넘겨받았다. 지평은 매출로는 아직 빅6와 거리가 있다. 변호사 숫자도 수백 명 차이가 난다. 대신 26년 동안 조직을 키우면서 창립 당시 내세운 공익과 구성원 중심의 운영방식을 접지는 않았다. 큰 로펌이 된 뒤 원칙을 만든 것이 아니라 원칙을 정한 뒤 몸집을 키웠다. 지평의 26년은 그 순서로 이어져 왔다.
2026-09-22 08: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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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 FTA 협의 다시 돌린다…포스코, 아르헨 잇는 리튬 기회 열릴까
[경제일보] 한국과 칠레가 10년 만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의체를 다시 가동하면서 철강을 넘어 핵심자원 사업을 확대하는 포스코그룹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지 주목된다.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리튬 사업을 흑자로 돌려놓은 포스코홀딩스가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칠레까지 남미 공급망을 넓힐 수 있다는 기대다. 31일 이재명 대통령과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열고 한·칠레 FTA 자유무역위원회를 10년 만에 재가동하기로 했다. 양국은 기존 FTA 개선을 포함한 통상·투자 현안을 논의하는 한편 리튬과 구리 등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광물자원 파트너십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이번 협력은 철강 제품의 교역 확대뿐 아니라 원료와 핵심광물을 확보하려는 국내 기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 간 협의체가 정상화되면 현지 프로젝트 정보 공유와 기업 간 투자 연계, 인허가 협의, 금융지원 등의 통로가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칠레는 세계 최대 규모인 약 930만톤의 리튬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리튬 생산량도 세계 2위권으로, 아타카마 염호에서는 SQM과 미국 앨버말이 리튬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서는 포스코홀딩스의 움직임이 관심을 받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칠레 국영 광업기업 ENAMI가 추진한 살라레스 알토안디노스 리튬 개발사업의 민간 파트너 후보로 참여한 바 있다. 리오틴토와 BYD, 에라메트 등 글로벌 자원기업과 함께 사업 운영과 자금조달 후보로 선정됐지만 최종 사업자는 리오틴토로 결정됐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칠레는 확연한 리튬 자원 강국이다 보니 리튬 자원과 관련한 검토를 진행한 것이 맞다”며 “다만 현재 칠레에서 진행 중인 사업은 없다”고 말했다. 당장 특정 염호나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포스코가 칠레 리튬 자원에 관심을 보여왔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신규 염호 입찰이나 기존 사업자와의 지분투자, 장기구매계약, 리튬 추출기술 협력 등이 추가로 논의될 가능성이 주목된다. 포스코홀딩스가 칠레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기반도 이전보다 탄탄해졌다. 포스코는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서 연산 2만5000톤 규모의 염수리튬 1단계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조업 안정화와 설비 개선에 힘입어 포스코아르헨티나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10억원을 기록하며 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냈다. 2분기 리튬 판매량은 전분기보다 160% 증가했고 매출은 290% 늘었다. 포스코홀딩스 이차전지소재 부문도 지난 분기까지 이어진 적자에서 벗어나 영업이익 410억원을 기록했다. 그룹 전체로는 2분기 매출 19조2590억원, 영업이익 8190억원을 달성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자원 확보부터 리튬 생산까지 사업 경험을 축적한 것은 향후 칠레 사업을 검토할 때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칠레가 신규 리튬 사업에 직접리튬추출 기술과 수자원 보호 대책을 중시하고 있어 생산기술과 환경관리 능력이 사업자 선정의 주요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포스코가 단기간에 칠레에서 대규모 광권을 확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아타카마와 마리쿤가, 알토안디노스 등 주요 프로젝트는 이미 국영기업과 글로벌 광산기업을 중심으로 개발 구도가 정해졌다. 칠레 정부가 국가 주도의 공공·민간 합작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민간기업이 단독으로 광권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포스코의 현실적인 진출 방식으로는 신규 프로젝트 입찰 참여뿐 아니라 기존 생산업체와의 장기구매계약, 지분투자, 정제·가공시설 협력 등이 거론된다. 리튬 가격과 초기 투자비, 환경 인허가, 지역사회 협의 조건도 실제 투자 여부를 결정할 변수다. 결국 한·칠레 FTA 자유무역위원회 재가동의 성과는 정부 간 협력 선언이 실제 기업의 자원 확보 계약으로 이어지는지에 달렸다. 현재 포스코가 추진하는 칠레 사업은 없지만, 아르헨티나 리튬 사업을 수익 궤도에 올린 만큼 향후 신규 프로젝트가 등장할 경우 유력한 국내 참여 기업으로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2026-07-31 11: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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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정부, 기업환경 개선 본격화…890개 사업조건 폐지·행정절차 대폭 간소화
베트남 정부가 기업환경 개선과 행정개혁을 위한 고강도 조치에 본격 착수했다. 정부는 최근 8건의 결의안을 통해 행정절차와 사업 조건을 대폭 축소하고 권한 이양과 규제 간소화를 추진하며 ‘국민·기업 중심 행정’으로의 전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 조치는 산업통상부, 농업환경부, 과학기술부, 교육훈련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부, 공안부 등 주요 부처 전반에 걸쳐 시행된다. 법무부가 주도하는 통합 결의안에는 국방부, 내무부, 재정부, 건설부, 외교부, 중앙은행 등도 포함됐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개혁으로 총 184개의 행정절차가 폐지됐고 134개 절차는 지방정부로 권한이 이양됐다. 또 349개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중앙정부 차원의 행정절차 비중은 27% 수준까지 낮아졌다. 이는 당초 목표였던 ‘30% 이하’ 기준을 충족한 수치다. 사업 조건도 대폭 축소됐다. 총 890개의 사업 조건이 폐지됐으며 일부 조건은 간소화됐다. 이에 따라 기업 활동의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정부는 이번 조치로 행정 처리 시간과 비용이 2024년 대비 50% 이상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야별 규제 완화도 동시에 진행됐다. 공안부는 생체정보(유전자·음성 등) 수집 및 전자 신원 인증 관련 일부 절차를 폐지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연·미인대회·모델대회 등 행사 관련 사업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농업환경 분야에서는 토지 조사·평가와 계획 컨설팅 관련 조건이 폐지됐다. 교육 분야에서는 유치원부터 대학, 외국인 투자 교육기관까지 전반적인 절차가 간소화됐다. 보건 분야 역시 식품안전 및 의료 관련 허가 절차 일부를 지방으로 이양하고 규제를 축소했다. 과학기술·통신·전자·우정 산업에서도 규제 완화가 병행 추진되고 있다. 이번 개혁은 단순한 절차 축소를 넘어 베트남 경제의 구조적 체질 개선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행정 리스크를 줄이고 정책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 총리, 재정정책 전면 개혁 지시…기업활동 지원 강화 이와 함께 레 민 흥 총리는 지난 29일 재정부와의 회의를 통해 재정·금융 정책 전반에 대한 전면 개혁을 지시했다. 회의에서는 2026년 초 경제 운영 상황과 향후 정책 방향이 집중 논의됐다. 총리는 재정부에 거시경제 운영의 핵심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며 조직 구조 효율화와 책임성 강화를 강조했다. 중앙정부와 국회의 정책 방향을 구체적인 실행 계획으로 신속히 연결할 것도 지시했다. 특히 국가예산법, 공공투자법, 입찰법, 중소기업지원법, 관세법 등 주요 법률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는 제도적 불일치와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재정 정책 측면에서는 세수 기반 확대와 탈루 방지 대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기업과 국민 부담 완화를 위한 세금 감면 정책도 병행할 방침이다. 개인사업자의 비과세 기준을 연매출 10억 동(약 5천만원) 수준까지 상향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공공투자 분야에서는 자금 집행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투자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제시됐다. 정부는 2026~2030년 중앙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프로젝트 수를 축소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투자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증권시장을 중장기 자금 조달의 핵심 축으로 육성하고 회사채 시장 제도 개선, 국영기업 구조조정,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디지털 전환 역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데이터 기반 행정과 정책 예측 역량을 강화해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재정 운영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베트남 정부가 기존 ‘규제 중심’ 정책에서 ‘지원 중심’ 체계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특히 행정절차 간소화와 재정정책 개혁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기업 활동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기업을 포함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번 변화는 긍정적인 신호다. 절차 간소화와 규제 완화, 정책 투명성 강화는 투자 리스크를 낮추고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는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가 추진하는 이번 개혁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할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방향성만큼은 분명하다.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라는 점을 베트남 정부가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평가다.
2026-05-02 15: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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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前 한전 사장 별세… '원전 불모지'에서 '원자력 강국'을 일군 거인 잠들다
[경제일보] ‘한국형 원전(APR-1400)’의 설계 기반을 닦고 원자력 기술 자립을 이끈 이종훈 전 한국전력 사장이 3일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그의 삶은 1961년 한국전력의 전신인 조선전업에 입사한 이래 오직 ‘대한민국의 전력 자립’이라는 한 길만을 걸어온 엔지니어의 역사 그 자체였다. 이종훈이라는 이름은 이제 단순한 과거의 기록을 넘어 대한민국이 세계 6대 원전 강국으로 우뚝 서게 된 ‘기술 독립의 상징’으로 영원히 남게 됐다. 1920년대생으로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은 그는 ‘우리 손으로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당시 최대 국영기업이었던 조선전업에 몸을 담았다. 화력발전소 설계를 주도하며 실무를 익힌 그는 1973년, 본사 전원부 전기과장으로 발령받으며 원자력과의 운명적인 만남을 시작했다. 그의 첫 번째 도전은 ‘국내 1호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 건설이었다. 1975년 부소장으로 부임했을 때, 현장은 원자로 기초 공사를 겨우 마친 허허벌판이었다. 그는 당시의 첨단 기술이었던 원전 건설의 모든 과정을 현장에서 직접 지휘하며 1977년 6월 19일 마침내 대한민국 원자력 역사의 첫 장을 여는 ‘최초 임계’ 달성에 성공했다. 그의 업적은 단순히 원전을 짓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한전 부사장 시절이던 1985년, 그는 ‘원전 노형 표준화’라는 담대한 정책을 추진했다. 해외 기술에 의존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설계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도전이었다. 이 정책을 통해 그는 원자로 설계의 핵심인 ‘계통설계 기술’ 도입을 성사시켰고 이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된 ‘한국형 원전(APR-1400)’의 뿌리가 되었다. 그가 한국전력기술 사장으로 재직하던 1990년, ‘APR-1400’ 개발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는 단순히 해외 모델을 복제하는 수준을 넘어 안전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한 독자적인 원자로 모델을 구축하려는 시도였다. 이 신형경수로 개발의 성공 경험은 2009년 UAE 원전 수출이라는 기적적인 성과로 이어지며 대한민국이 세계 원전 시장의 ‘기술 종속국’에서 ‘수출국’으로 도약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그는 단순히 원전 기술 개발에만 머물지 않았다. 한전 사장 시절에는 해외 화력발전 사업에 최초로 진출해 에너지 수출의 길을 열었고 한국 표준원전(KSNP)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에 채택되어 북한에 수출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기초전력공학 공동연구소(현 기초전력연구원)를 설립해 미래 세대를 위한 기술 인력 양성에 힘썼으며 한국공학한림원 창립 이사장을 맡아 대한민국 엔지니어들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의 삶은 원전이라는 한 분야를 넘어 대한민국의 산업 기술 생태계 전체를 설계하고 발전시킨 거대한 궤적이었다. 사위인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고인은 원자력 도입, 건설, 운영에 헌신했고 UAE 원전 수출의 기반을 닦았다”고 회고했다. ‘한국은 어떻게 원자력 강국이 되었나’라는 그의 저서는 이제 후배 엔지니어들에게 남겨진 유산이 되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가지 난제에 직면한 지금 원자력의 가치는 다시금 재조명받고 있다. 이종훈이라는 선구자가 뿌린 ‘기술 자립’의 씨앗은 이제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과 해외 원전 시장 개척이라는 새로운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고 있다. 원전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원자력 강국으로 일으켜 세운 거인, 이종훈.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기술 독립의 정신’과 ‘에너지 자립의 꿈’은 한국의 미래를 밝히는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 발인 5일 오전 5시20분, 장지 경북 안동시 풍산읍 선영. 02·3010·2000
2026-04-03 18:5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