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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미중회담,이번주 유엔총회에 세계 정상외교 '슈퍼위크'
[경제일보] 이란전쟁과 우크라이나전쟁, 고유가와 미중 패권 경쟁이 맞물린 가운데 세계 정상들이 미국에 집결한다. 뉴욕에서 열리는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 이어 워싱턴DC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는 22일(현지시간) 시작된다. 첫날 연단에 오르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와 ‘힘에 의한 평화’를 재확인하고 이란전쟁을 비롯한 주요 현안에 대한 미국의 구상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이란전쟁 출구 제시할까 최대 관심사는 7개월째 이어지는 이란전쟁의 출구전략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전쟁은 원유 공급 불안과 국제 유가 상승을 불러왔다.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홍해에서도 긴장이 커지면서 세계 물가와 공급망에 부담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전쟁이 종결 국면으로 향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정상들과도 만나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 등 이란 핵심 대표단의 유엔총회 참석을 허용했다. 다만 이동 범위를 유엔본부와 이란대표부, 공항 등으로 제한했다. 23일로 예정된 페제시키안 대통령 연설에서 미국의 제안에 대한 이란의 반응이 나올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대화 재개 메시지를 보낼지도 관전 포인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미 정상외교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유엔총회 연설에서 구체적인 제안이 나오면 교착 상태인 북미 관계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북한에서는 김선경 외무성 부상이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연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상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쿠바·베네수엘라 등 우호국 관계자들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재차 주장할지,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둘지가 관심이다. ◆ 트럼프, 공항서 시진핑 직접 영접 외교 무대는 곧바로 워싱턴으로 옮겨간다. 시 주석은 23일 미국을 방문하고 24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시 주석의 백악관 방문은 2015년 이후 11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시 주석을 직접 맞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정상 영접 관례를 넘어선 예우로, 무역과 기술 협상에서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백악관 국빈 만찬에는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 경영진도 초청됐다. 회담의 핵심은 11월 만료되는 ‘무역 휴전’ 연장이다. 미국은 농산물과 항공기 구매 확대를, 중국에는 희토류와 핵심광물 수출 안정화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비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와 첨단기술 수출통제 완화를 원하고 있다. 대만 문제와 이란전쟁, 북미 대화도 의제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특히 AI 분야에서는 기술 패권 경쟁을 이어가면서도 군사적 오판이나 통제 불능의 위험을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할지가 관심이다. 이번 외교 슈퍼위크의 성과는 공동성명의 표현보다 실제 합의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이란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 틀과 미중 무역 휴전 연장, 희토류 공급 안정, AI 대화 채널 구축 가운데 어느 수준까지 결과를 내놓느냐가 향후 국제정세와 세계 경제의 방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2026-09-20 07: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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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 동맹 중요하지만 국익도 계산하라
[경제일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둘러싼 정부의 태도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그동안 신중론을 펴던 정부가 미국의 공개적인 압박 속에 파병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등 군사적 자산의 파견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국가의 군사적 판단이 국제정세와 동맹의 요구에 따라 크게 흔들린다면 국민은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외교·안보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잘못된 선택 못지않게 원칙 없는 정책 변화다. 파병 여부를 결정한다면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국익이라는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부정할 국민은 많지 않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인 상황에서 미국과의 안보협력은 대한민국의 핵심적인 전략자산이다. 그렇다고 동맹국의 요구라면 우리의 군대를 어디든 보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동맹에도 각자의 국익이 있고 각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과 위험에도 차이가 있다. 미국이 자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판단하듯 대한민국 역시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냉정하게 따져야 할 것은 경제적 손익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경제의 핵심 에너지 수송로다. 이곳의 안정과 항행의 자유가 흔들리면 국제유가와 해상운임, 보험료 등이 뛰어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호르무즈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분명 대한민국의 중요한 국익이다. 그러나 해협의 안전을 지키는 것과 군사적 충돌의 당사자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우리 군의 파병이 실제로 항행의 안전을 높이는지, 아니면 중동의 군사적 긴장을 키워 유가와 해상보험료를 오히려 끌어올리는지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최악의 경우 한국이 군사적 대립의 한쪽으로 인식되면서 이란의 보복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원유 수급을 안정시키려던 파병이 오히려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경제적 이해관계도 간단하지 않다. 한국 기업들은 중동 곳곳에서 건설·플랜트·에너지·물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수십 년간 쌓아온 경제적 관계가 군사적 선택 하나로 흔들릴 가능성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현지 교민과 기업의 안전 역시 정부가 우선적으로 따져야 할 변수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얻는 외교적 이익이 파병에 따른 경제적 위험과 장병의 안전 문제를 상쇄할 만큼 큰지 국민 앞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정말 파병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다면 무엇을 얻고 무엇을 감수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미국이 무엇을 요구했는지, 우리에게 어떤 외교·안보상의 실익이 있는지, 원유 수송과 에너지 안보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파병에 따른 경제적 비용과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공개해야 한다. 우리 장병의 임무와 교전 상황 발생 시 대응 범위, 교민과 기업 보호 대책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호르무즈 문제를 한미동맹의 충성도 시험으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동맹은 일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관계가 아니다. 동맹을 지키는 것과 동맹국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다르다. 오히려 어려운 사안에서 우리의 국익과 국민적 우려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협상하는 것이 성숙한 동맹의 모습이다. 지금 세계는 자국의 경제와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치열한 국익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자국의 이익을 철저하게 계산한다. 대한민국만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손익계산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특히 군사적 파병은 명분만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끝까지 따져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에 기여하는 방법이 반드시 우리 군의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외교적 협력과 국제적 해상안전 활동은 물론 원유 수입선 다변화, 비축유 확대, 대체 수송로 확보 등 다양한 수단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는 군함 한 척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공급망 전체를 지키는 종합 전략에서 나온다. 무엇보다 파병 여부는 국민과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할 사안인 만큼 충분한 설명과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도 정부가 파병 검토의 배경과 실익을 국회에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제 미국의 표정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손익계산서를 펼쳐놓고 결정해야 한다. 파병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국민을 설득하고 당당하게 추진하면 된다. 반대로 위험과 비용이 편익보다 크다면 동맹국에도 그 이유를 설명하고 다른 방식의 기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주권국가의 외교다. 호르무즈 파병 논란은 정부 외교의 시험대다. 동맹을 중시하되 동맹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 에너지 안보를 지키되 군사적 위험을 무분별하게 떠안아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우리 장병의 생명과 국민의 안전, 국가 경제의 이익보다 우선하는 외교적 명분은 없다. 정부는 더 이상 정치적 유불리에 흔들리지 말고 분명한 원칙과 냉정한 손익계산으로 국민 앞에 서야 한다.
2026-09-07 10: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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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주문한 '전략적 자율성', 한국식 답은 따로 있다
[경제일보] 왕이 외교부장이 서울을 떠나며 숙제 하나를 남겼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진정한 전략적 자율성’을 갖고 진영 대결이나 편 가르기에 나서지 않았으면 한다는 주문이다.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관계를 서로 충돌하지 않게 발전시키라는 말도 덧붙였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외교 수장이 한국 땅에서 한국 외교의 좌표를 거론한 셈이다. 표면만 보면 틀렸다고 할 이유는 많지 않다. 강대국의 요구에 끌려다니지 않고 스스로 국익을 판단하는 것은 주권국가 외교의 기본이다. 미·중 전략경쟁이 격렬할수록 한국에는 오히려 더 많은 선택지와 더 정교한 계산이 필요하다. 문제는 중국이 말하는 ‘전략적 자율성’과 한국이 가져야 할 전략적 자율성이 반드시 같은 뜻은 아니라는 데 있다. 왕 부장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한국이 진영 대결과 ‘편들기’를 피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동시에 한반도 긴장을 푸는 근본적 방법으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중국의 기존 입장도 되풀이했다. 중국의 시각에서 전략적 자율성은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깊숙이 들어가지 않는 것과 맞닿아 있다. 한국이 받아들여야 할 자율성은 조금 달라야 한다. 미국의 요구가 국익에 맞지 않을 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듯, 중국의 요구에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과 거리를 두는 것만 자율이고 중국의 전략적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자율일 수는 없다. 자율성의 주어는 미국도 중국도 아닌 대한민국이어야 한다. 출발점은 한미동맹의 위치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현실의 위협으로 존재하는 한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안보의 중심축이다. 이를 미·중 관계의 온도에 따라 조절할 거래 카드로 만들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동맹을 모든 정책에 대한 자동 동의서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최근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 이후 한미는 을지 자유의 방패 연합훈련 기간을 11일에서 5일로 줄이고 야외기동훈련도 축소했다. 한국 외교부 장관은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물론 미국 정부 관계자 상당수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 역시 북미대화와 이란 문제, 한국의 대미 투자 등 자신의 전략적 이해를 계산하며 움직인다는 의미다. 동맹도 국익을 계산한다. 그렇다면 한국이라고 계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미동맹을 튼튼하게 유지하되 한국의 안보와 산업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결정에는 충분한 협의와 상호 존중을 요구해야 한다. 그것은 동맹을 약하게 만드는 태도가 아니라 오래가게 만드는 태도다. 중국과의 경제협력 역시 감정이 아니라 계산의 영역에 놓아야 한다. 왕 부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은 한중 자유무역협정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공급망 안정, 인적·문화 교류 확대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중국은 오는 11월 선전 APEC을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양국 인적 교류가 올해 1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관계의 정상화는 한국 경제에도 필요한 일이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주요 시장이고 반도체·배터리·화학·소비재 기업에는 거대한 생산·판매 거점이다. 희토류와 배터리 소재를 비롯한 공급망에서도 중국을 지워놓고 산업전략을 세우기 어렵다. 정치적 선명성을 얻겠다고 경제적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실용외교가 아니다. 다만 중국과 협력하는 것과 중국에 의존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희토류와 흑연, 배터리 소재처럼 한 국가의 정책 변화가 한국 공장을 멈춰 세울 수 있는 품목이라면 거래는 지속하되 공급선은 넓혀야 한다. 중국에서 안정적으로 조달하면서 호주·캐나다·동남아·중남미의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고, 국내 비축과 재활용도 함께 키워야 한다. 중국과 잘 지내는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는 중국이 공급을 멈춰도 견딜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다. 첨단기술은 더욱 세밀해야 한다. 범용 반도체와 소비재에는 시장의 논리를 최대한 존중하되 첨단 AI 반도체와 군사 전용 가능 기술에는 안보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중국과의 FTA 서비스·투자 협상에서도 한국 시장을 여는 만큼 중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받는 규제와 차별을 줄이라는 상호주의가 따라야 한다. ‘관계 개선’ 자체가 외교의 목표가 아니라 관계 개선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가 목표여야 한다. 북한 문제에서는 중국의 이번 메시지를 더 냉정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왕 부장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를 한반도 긴장 완화의 근본 해법으로 제시했다. 북미 사이의 불신과 군사적 긴장이 한반도 문제를 악화시킨 측면을 부인할 수는 없다. 대화가 끊긴 채 제재와 군사 대응만 반복한다고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반도 긴장의 원인을 미국에만 돌리는 진단은 불완전하다. 왕 부장이 서울에 있던 20일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했다. 북한의 핵무력 강화와 미사일 개발은 평양 스스로 내린 선택이다. 중국이 미국에는 정책 변화를 요구하면서 북한에는 같은 수준의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중재자로서의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역할은 필요하다. 조 장관이 북한을 대화로 돌려세우는 데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요청한 것도 그래서다. 왕 부장 역시 남북의 평화적 공존과 대화 재개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베이징이 원하는 ‘한반도 안정’과 서울이 추구해야 할 ‘비핵화된 평화’가 완전히 같은 목표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맹자’ 공손추 하에는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라는 말이 나온다. 국제정세가 아무리 유리해도 스스로의 전략과 내부 합의가 없으면 국익을 지키기 어렵다. 미·중 경쟁이라는 ‘천시’와 한반도라는 ‘지리’ 사이에서 한국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자산은 어느 나라의 요구에도 흔들리지 않는 국익의 기준이다. 미국과 동맹이라고 모든 정책에서 같아질 필요는 없다. 중국과 협력한다고 중국이 원하는 외교적 좌표에 설 이유도 없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이해가 충돌하는 곳에서는 우리의 선을 긋는 것이 외교다. 왕 부장의 ‘전략적 자율성’ 주문을 굳이 배척할 필요는 없다. 대신 한국식으로 다시 정의하면 된다. 안보는 한미동맹을 중심에 두되 동맹 내부에서도 국익을 말한다. 중국과는 시장과 공급망, 북핵 문제에서 적극 협력하되 기술과 경제안보의 경계는 지킨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한국 기업에 일방적인 비용을 요구하면 문제를 제기하고, 양쪽 모두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과감하게 얻는다. 오는 11월 선전 APEC과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이 원칙의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정상회담 사진보다 중국 시장의 문턱이 실제 낮아졌는지, 공급망이 더 안전해졌는지, 문화·인적 교류의 비정상적인 장벽이 사라지는지, 북한을 대화로 돌려세우는 데 중국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를 봐야 한다. 전략적 자율성은 미국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졌느냐로 측정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에 얼마나 가까워졌느냐로 잴 일은 더욱 아니다. 미국에도 중국에도 필요한 협력은 하되, 지켜야 할 국익 앞에서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힘. 그것이 한국식 전략적 자율성이다. 중국이 주문한 답을 그대로 제출할 필요는 없다. 답안지는 대한민국이 스스로 쓰면 된다.
2026-08-21 11: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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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호르무즈 美 영토 선언"…이란 반발 속 유가·해상교통 긴장 고조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선언하겠다”고 언급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법상 영유권 주장이라기보다 미군의 해상 봉쇄를 근거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뉴욕주 롱아일랜드 연설에서 “이란을 완전히 패배시킨 뒤 조만간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가 그곳을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원하지 않는 한 어떤 배도 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전략 수로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상당 부분이 이곳을 통과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 이후 해협 봉쇄를 지속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이란은 미국의 봉쇄와 제재가 해협 폐쇄의 원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핵무기 허용 못 해”…이란 “해협은 이란 통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란과의 군사 충돌에 대해 “우리는 정말 잘하고 있다”며 “내가 원했던 것보다 군대를 조금 더 많이 사용하긴 했지만 괜찮다. 이란이 핵무기를 갖도록 내버려 둘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도 이란을 상대로 전례 없는 경제 조치를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이란 측은 호르무즈 해협의 개폐 여부는 이란이 결정할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바시즈 민병대의 호세인 타엡 신임 사령관은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통제와 관리 아래 있다”고 밝혔다. 이란 군 당국도 선박이 이란의 승인 없이 해협을 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양측 주장은 정면으로 충돌한다. 미국은 해상 봉쇄와 군사력을 근거로 실질적 통제권을 강조하고 있고, 이란은 지리적·군사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자국 통제권을 주장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협상용 압박 카드이자 국내 여론을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해협 통항 급감…유조선 피격에 긴장 확산 실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선박 추적업체 자료를 인용해 최근 해협 통과 선박 수가 하루 8척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전쟁 전 하루 130~140척이 통과하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해상 물류가 마비에 가까운 수준으로 위축된 셈이다. 긴장은 유조선 공격으로도 번지고 있다. AP통신은 14일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ADNOC이 운항하는 유조선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중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UAE는 이란 혁명수비대를 배후로 지목하며 “해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위험이 다시 부각됐다. 미국은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장기화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압박을 강화하고 해상 봉쇄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보이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더 위축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제재 해제와 동결자산 반환, 전쟁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며 해협 재개방을 협상 카드로 삼고 있다. ◆국제유가 다시 상승…세계 경제 부담 커져 호르무즈 리스크는 국제유가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4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88.52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2.40달러로 각각 1달러 이상 올랐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주간 기준 상승세를 보였다. 유조선 공격과 미·이란 협상 교착, 러시아 수출 터미널에 대한 드론 공격 등이 겹치며 공급 불안이 커진 영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에 대한 불만도 의식하고 있다. 그는 미국인들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 “조금 더 높은 휘발유 가격”을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장기전과 유가 상승이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시아 수입국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핵심 통로다. 통항 차질이 장기화하면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운송비 상승과 공급선 전환 압박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일부 아시아 구매자들이 러시아산이나 미국산 원유로 대체 조달을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협상 교착…유럽 외교 채널도 가동 외교적 해법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AP통신은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이 오스트리아와 그리스 등 유럽 국가들과 접촉하며 외교 채널을 넓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스트리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있는 국가이고, 그리스는 해운 이해관계가 큰 국가라는 점에서 호르무즈 사태와 관련한 외교적 역할이 거론된다. 다만 이란은 미국의 제재 해제와 동결자산 반환, 전쟁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 포기와 해협 재개방, 지역 내 친이란 세력의 공격 중단을 압박하고 있다. 양측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면서 협상 재개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미국 영토’ 발언이 실제 영토 편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군사적 봉쇄 장기화와 추가 제재를 정당화하는 정치적 수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수사가 시장과 군사 현장에서 실제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국제정세 전문가는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목줄과 같은 곳”이라며 “미국과 이란이 통제권을 두고 정면 충돌할수록 유가, 해운, 보험료,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충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협상 압박용인지 실제 봉쇄 장기화 신호인지가 향후 시장의 핵심 변수”라고 덧붙였다.
2026-08-15 09: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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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공동체, 늦었다는 자각속에 원칙이 있어야
19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시의는 있다. 이 논의는 결코 이른 구상이 아니다. 오히려 늦었다. 한국과 일본 정상은 오는 5월 19~20일 안동에서 올해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갖는다. 셔틀외교는 복원되고 있지만, 국제질서의 변화는 그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여 왔다. 지금 세계는 더 이상 예전의 세계가 아니다. 교역은 시장의 논리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기술은 무기가 되었고, 공급망은 외교의 수단이 되었으며, 제재는 통상의 언어가 되었다. 미중 정상 간 대화가 이어져도 대만 문제는 여전히 양국 관계의 뇌관으로 남아 있다. 반도체를 둘러싼 통제는 더 노골적이다. 미국 의회에서는 동맹국 기업에까지 대중 수출통제를 사실상 강제하려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고, 네덜란드 정부는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이쯤 되면 질서는 이미 바뀐 것이다. 바뀐 질서를 읽지 못하면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도태된다. 에너지 질서의 변화도 예사롭지 않다. IMF는 아시아가 중동발 에너지 충격에 다른 지역보다 더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중동산 연료 의존이 크고, 제조업 비중이 높은 경제구조 탓에 유가와 물류가 흔들리면 성장과 물가가 함께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중동발 에너지 충격의 여파로 4월 도매물가가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국제정세의 급변이 추상적 위험이 아니라 현실의 비용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늦지 않은 깨달음이 아니라, 늦었기 때문에 더 절박한 인식이다. 그렇다고 해서 조급증에 기대어 거창한 말부터 앞세워서는 안 된다. 한일 경제공동체는 선언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더구나 한일 관계는 늘 필요에 의해 가까워졌다가, 역사 앞에서 흔들리기를 반복해 왔다. 그런 만큼 지금 필요한 것은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 방파제다. 양국 산업 당국이 올해 3월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을 체결하고 정례 산업·통상 정책대화를 출범시킨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공급망 교란이 닥쳤을 때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산업기반을 해치지 않겠다는 약속은 말보다 무겁다. 공동체란 이름보다 먼저 이런 장치가 쌓여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역사다. 경제가 급하다고 역사를 접어둘 수는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역사 문제를 덮은 채 서두르는 협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 지금도 유효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양국은 그 선언에서 과거를 직시한 토대 위에서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만들자고 했다. 미래지향은 과거 망각의 다른 이름이 아니었다. 직시 위의 화해, 그 위의 협력이었다. 한일 관계가 다시 흔들리지 않으려면 이 순서를 되찾아야 한다. 따라서 이번 안동 회담의 과제는 분명하다. 큰말을 경계하고, 작은 합의를 무겁게 만드는 일이다. 에너지 비상 대응, 핵심광물 확보, 반도체와 첨단산업 협력, 공급망 이상 징후의 조기 공유, 불필요한 통상 충돌의 억제 같은 것들이다. 이런 기초가 쌓여야 비로소 한일 경제협력은 정치의 계절을 덜 타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박수받을 선언문이 아니다. 시장과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협력의 구조다. 맹자는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라 했다. 때를 얻는 것보다 형세를 얻는 것이 낫고, 형세를 얻는 것보다 사람의 화합이 낫다는 뜻이다. 지금 한일에 필요한 것도 바로 그것이다. 국제질서 변화의 파고를 읽는 냉정함, 늦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솔직함, 그리고 감정이 아니라 원칙 위에서 협력을 설계하는 절제다. 한일 경제공동체는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장밋빛 구호에서 나오지 않는다. 늦었다는 자각에서 출발할 때만, 그 말은 비로소 현실이 된다.
2026-05-17 09:2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