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 아시아 경제시장의 맥을 짚다
금융
산업
생활경제
IT
건설
정치
피플
국제
이슈
문화
딥인사이트
검색
패밀리 사이트
아주일보
베트남
회원서비스
로그인
회원가입
지면보기
네이버블로그
2026.03.16 월요일
흐림
서울 5˚C
흐림
부산 10˚C
흐림
대구 5˚C
흐림
인천 5˚C
흐림
광주 4˚C
흐림
대전 3˚C
흐림
울산 6˚C
맑음
강릉 5˚C
흐림
제주 8˚C
검색
검색 버튼
검색
'김윤지'
검색결과
기간검색
1주일
1개월
6개월
직접입력
시작 날짜
~
마지막 날짜
검색영역
제목
내용
제목+내용
키워드
기자명
전체
검색어
검색
검색
검색결과 총
1
건
김윤지, 설원 위에 쓴 인간승리
[경제일보] 스포츠는 기록으로 남는다. 그러나 위대한 스포츠는 기록을 넘어 사람의 마음에 남는다. 메달의 색은 시간이 지나면 숫자로 정리되지만 그 메달에 이르기까지 한 인간이 견뎌낸 시간과 고통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은 오래도록 공동체의 기억 속에 남는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에서 김윤지가 보여준 성취가 바로 그렇다. 김윤지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3개를 따내며 한국 선수로는 동·하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통틀어 단일 대회 최다인 메달 5개를 기록했다. 그것도 계주나 단체전이 아닌 다섯 개 모두 개인전에서 거둔 성과였다. 한국 동계 패럴림픽 역사에서 처음 나온 2관왕이자 한국 스포츠 기록의 지형을 새로 쓴 성과였다. 그러나 이 기록을 단순히 ‘메달 5개’라는 숫자로만 읽는다면 김윤지의 진짜 가치는 절반도 보지 못한 셈이다. 김윤지는 2006년 6월생으로 선천적 이분척추증 척수수막류를 안고 태어났다. 하반신의 불편을 안고 시작한 삶이었다. 운동 역시 선택이라기보다 재활의 한 방식에서 출발했다. 세 살 때 재활을 위해 수영을 시작했고 초등학교 3학년 무렵부터 선수의 길에 들어섰다. 어린 시절부터 남들보다 더 많은 불편과 제약을 감당해야 했던 한 소녀가 그 제약을 삶의 종착지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선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김윤지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는 그가 한 종목의 선수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윤지는 여름에는 수영을 하고 겨울에는 노르딕 스키를 병행해 온 보기 드문 선수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20년 겨울 캠프에서 노르딕 스키를 접했고 이후 국가대표로 성장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운영한 기초종목 동하계 스포츠캠프가 그의 가능성을 발견한 계기가 됐다. 김윤지는 입문 6년 만에 패럴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러나 ‘희망’이라는 이름은 늘 결과 뒤에 붙는다. 그 앞에는 긴 시간의 반복과 고통이 있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가 물속에서 재활을 시작하고 다시 설원 위에서 썰매와 스키 폴을 붙잡는다. 수많은 훈련과 체력 소모를 견디며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하는 자리까지 가는 길은 결코 평탄할 수 없다. 의지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재능만으로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버티는 힘과 포기하지 않는 힘이 함께 있어야 한다. 김윤지가 해외 선수들 사이에서 ‘스마일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는 사실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김윤지는 경기장에서는 강인한 선수지만 그 중심에는 밝은 표정으로 역경을 견디는 한 인간의 품성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패럴림픽은 그런 김윤지의 시간이 어떻게 결실을 맺는지를 보여준 무대였다. 그는 3월 8일 바이애슬론 여자 개인 12.5㎞ 좌식에서 우승하며 한국 여자 선수 최초의 동계 패럴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바이애슬론을 오가며 은메달 3개를 추가했고 대회 마지막 날 크로스컨트리 스키 여자 20㎞ 인터벌 스타트 좌식에서 다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그는 질퍽한 설질과 극심한 체력 소모를 이겨내며 58분23초3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미국의 전설적인 선수 옥사나 마스터스를 제치고 후반으로 갈수록 격차를 벌리며 정상에 올랐다. 결과는 금 2 은 3. 한국 선수 사상 단일 대회 최다 메달 기록이었다. 이 성과는 우연이나 반짝 성과가 아니다. 김윤지는 이미 2025년 국제스키연맹 노르딕스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국제 경쟁력을 증명했다. 이번 패럴림픽의 결과는 갑작스러운 돌출이 아니라 오랜 축적 끝에 도달한 결실에 가깝다. 체력과 기술 그리고 경기 운영 능력까지 세계 무대에서 통할 준비가 이미 갖춰져 있었다. 이번 성취는 개인의 승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 장애인 스포츠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기도 하다. 한국은 그동안 동계 장애인 스포츠 저변이 넓지 않았고 선수층도 두껍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금 2 은 4 동 1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그 중심에 김윤지가 있었다. 한 선수가 길을 열면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런 점에서 김윤지는 단순한 메달리스트가 아니라 길을 먼저 낸 선수다. 김윤지의 이야기가 오늘의 청년들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윤지는 유리한 조건에서 출발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어려운 조건에서 출발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현실을 포기할 이유로 삼지 않았다. 재활로 시작한 수영을 운동의 길로 바꾸고 다시 겨울 스포츠에 도전해 세계 정상에 올랐다. 김윤지가 과거 인터뷰에서 남긴 “장애는 장애가 될 수 없다”는 말은 그래서 묵직하다. 현실을 부정하는 낙관이 아니라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내놓은 단단한 선언이다. 제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제약에 삶 전체를 맡기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윤지는 자신의 몫을 다했다. 남은 과제는 우리 사회에 있다. 장애인 스포츠의 저변과 선수들이 성장할 환경이 충분한지 차분히 돌아볼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김윤지의 메달은 개인의 영광인 동시에 우리 사회를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위대한 선수는 기록을 남긴다. 더 위대한 선수는 한 시대의 마음을 움직인다. 김윤지는 설원 위에서 다섯 개의 메달을 목에 걸며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한국 스포츠는 이번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이상의 것을 얻었다.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어떻게 넘어서는지를 보여주는 한 편의 살아 있는 이야기를 얻었다.
2026-03-15 22:16:39
처음
이전
1
다음
끝
많이 본 뉴스
1
"삼겹살 하한선 맞추자" 텔레그램서 밀약…이마트 납품 돈육 9개사 적발
2
'수습사원 성추행' 컬리 대표 남편, 첫 재판서 혐의 인정…징역형 집행유예 구형
3
토스뱅크 앱에서 '엔화 반값 오류'…금감원, 현장점검 나서
4
17년 만의 WBC 8강…기적 뒤에 남은 한국 야구의 과제
5
다카이치의 독도 발언 왜 다시 커졌나…일본이 독도를 놓지 못하는 정치·경제·지정학의 계산
6
미분양·노란봉투법에 중동 긴장까지…건설업계 덮친 '삼중 리스크'
7
신세계백화점, 유통가 유일 '완전체' BTS 컴백 팝업 연다
8
낫싱, "삼성·애플 비켜" 60만원대 투명폰 한국 덮친다… 파격 디자인 '눈길'
영상
Youtube 바로가기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ㅣ 우리들의 거인 이야기] 김윤지, 설원 위에 쓴 인간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