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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훈 LH 사장 "지금 서둘러 집 살 필요 없어"…공급·금리 변수 강조
[경제일보]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향후 주택 공급 확대와 금리 상승이 맞물리면 집값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등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한다는 전제에서 서둘러 매수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LH 등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이 사장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추가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점을 문제 삼았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대출 여건까지 좁아질 경우 청년과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성훈 사장은 향후 주택시장 여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대출 규제 관련 발언의 배경으로 들었다. 그는 “앞으로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점을 고려해서 드린 말씀”이라고 답했다. 이어 공급 확대와 함께 금리 수준을 집값을 낮출 수 있는 요인으로 제시했다. 이 사장은 “청년과 신혼부부의 희망을 꺾었다고 많이 비판하시는데 지금 열심히 공급을 하고 있다”며 “금리도 높아지고 있어 집값이 계속 오르지 않고 많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은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현장에서 나왔다. 당시 이 사장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15억원 이하 주택에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 6억원 한도를 지금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특히 당시 이 사장은 “생애 최초는 LTV를 70%까지 해주고 있는데 이를 최대한 받아 경쟁적으로 집을 사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며 “그렇게 집값이 계속 올라가는 것이 공동체에 이익이 되는지 생각해볼 때”라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이 발언을 다시 꺼내 들며 실수요자의 대출 문턱을 높이는 방식이 적절한지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생애최초 대출을 줄이면 신혼부부와 청년들은 어떻게 집을 사라는 것이냐”며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 사장은 집값이 안정될 경우 매수를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는 “집값이 계속 오른다면 경쟁적으로 집을 사야겠지만 안정이 되면 지금 바로 집을 사지 않아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과거 집값 조정 사례도 근거로 들었다. 이 사장은 “2021년도에 집값이 정점을 찍었다가 그 이후 고금리가 되면서 집값이 많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향후에도 공급 물량이 늘어나고 높은 금리 수준이 이어질 경우 주택가격 상승세가 계속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026-10-12 17:38:54
조희대, 정치보다 '주소 한 줄'부터 챙기라
[경제일보] 남편의 폭력을 피해 숨어 있던 30대 여성이 지난 1일 경기 광주에서 살해됐다. 경찰에 가정폭력을 신고하고 보호조치까지 받고 있던 여성이었다. 남편은 아내가 제기한 이혼소장에 적힌 주소를 보고 새 거처를 알아냈다. 자신을 폭력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법원에 낸 이혼소장이 가해자에게 은신처를 알려주는 길이 됐다. 법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지난해 7월 시행된 민사소송법 제163조 제2항은 소송 당사자의 생명이나 신체가 위험할 우려가 있을 때 주소와 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를 가릴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피해자가 직접 신청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이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신청할 수 있고 신청해야 법원이 움직인다. 변호사도 법 조문을 찾아봐야 알 수 있는 절차를 폭력을 피해 도망친 사람이 스스로 챙기도록 맡겨둔 것이다. 법은 있었지만 정작 보호받아야 할 사람에게 닿지 않았다. 피해자는 주소를 숨길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법원은 신청이 없다는 이유로 소장에 적힌 주소를 그대로 송달했다. 사람의 목숨을 지키려고 만든 제도가 그 제도를 아는 사람에게만 작동했다면 법을 만들어 놓았다는 말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하기 어렵다. 더 뼈아픈 대목은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고 예상하기 어려운 사고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5년 6월 이미 ‘민사소송에서의 범죄피해자 개인정보 보호 강화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제목부터 ‘송달 과정에서의 주소 노출 방지를 중심으로’였다. 전자소송 단계에서 개인정보 공개 문제를 미리 확인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위험은 지난해부터 문서로 경고돼 있었다. 그래서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일을 챙기는 자리가 대법원장 아닌가. 법원조직법 제9조는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고 관계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도록 정하고 있다. 법원의 조직과 운영, 재판절차에 관한 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국회에 서면으로 의견을 낼 수도 있다. 대법원장이 판결 하나하나에 개입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소장을 어떻게 접수하고 어떤 개인정보를 상대방에게 보여줄지 살피는 일은 판사의 재판이 아니라 법원의 운영 문제다. 대법원장이 책임져야 할 바로 그 일이다. 김은혜 의원은 11일 피해자가 신청하지 않아도 법원이 필요하면 직권으로 주소 등 개인정보를 가릴 수 있도록 하는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을 어떻게 다듬을지는 국회가 논의하면 된다.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다. 사건이 터진 지 열흘 만에 국회의원이 꺼낸 문제를 전국 법원의 소송과 송달 업무를 매일 들여다보는 법원행정처와 대법원은 왜 먼저 꺼내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요즘 다른 곳에서는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대법관 제청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맞서면서 사법부의 권한과 독립을 내세웠다. 서면 제청과 재제청 요구를 둘러싼 충돌이 이어졌고 대법관 두 자리의 공백까지 현실이 됐다. 사법부의 독립도 지켜야 한다. 대법원장의 헌법상 권한도 가벼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만한 집념과 적극성을 국민의 생명과 맞닿은 법원 행정에도 보여줬어야 한다. 조 대법원장은 2023년 취임하면서 “법 없이는 생명과 신체 그리고 재산이 한순간도 안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를 위험하게 만든 것은 법의 부재만이 아니었다. 있는 법도 피해자가 찾아서 신청해야 움직이는 법원의 방식이었다. 법원 문턱을 처음 밟는 국민에게 법원 내부의 절차와 신청 제도까지 알아서 공부해 오라고 해서는 안 된다. 사법부 독립은 대법원장의 권한을 지키기 위해서만 필요한 말이 아니다. 국민이 법원에 도움을 청했다가 더 큰 위험에 빠지지 않게 만드는 것부터 사법의 책무다. 정치권과 부딪치며 대법원장의 권한을 말하기 전에 소장 한 장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 있는 법원의 빈틈부터 들여다봤어야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금 챙겨야 할 것은 정치가 아니다. 국민의 목숨이 걸린 ‘주소 한 줄’이다.
2026-09-11 11: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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