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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캐나다 보복관세 하루 전 "제트기 美 판매금지" 위협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의 대미 보복관세 발효를 하루 앞두고 캐나다 항공기 제조사 봄바디어의 미국 판매를 막겠다고 위협했다. 환율과 금융시장 개방 문제에 이어 항공기 판매까지 압박 수단으로 꺼내며 양국 무역 갈등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봄바디어 제품을 미국에서 더 이상 판매하지 말라”며 “미국 시장을 원한다면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봄바디어 매출의 50% 이상이 미국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하며 캐나다가 미국 기업에는 자국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봄바디어의 국가별 매출은 별도로 공개되지 않는다. 로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봄바디어 항공기 약 5100대 가운데 절반가량이 미국에 있지만, 운항 대수 비중과 매출 비중은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이번 발언은 미국산 제트기 제조사 걸프스트림의 캐나다 인증 문제에서 촉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캐나다가 걸프스트림 G500·G600·G700·G800의 인증을 장기간 미뤘다며 캐나다산 항공기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일부 봄바디어 기종의 인증을 취소하겠다고 위협했다. 캐나다 교통당국은 지난 2월 걸프스트림 4개 기종을 잇달아 인증했다. 그러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관세와 봄바디어 항공기 인증 취소는 실제 시행되지 않았다. 항공기 안전 인증을 무역 보복에 사용하는 데 대한 업계의 반발도 이어졌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안전 문제가 아닌 경제적 이유로 이미 운항 중인 항공기의 인증을 취소할 권한이 있는지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판매금지 위협 역시 아직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발언에 그친다. 백악관은 적용 대상과 시행 시기, 법적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 봄바디어 항공기는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의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며 미국 연방항공청의 인증도 받은 상태다. 미국 경제에 미칠 역풍도 변수다. 봄바디어는 허니웰과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미국 기업의 엔진과 부품을 사용한다. 미국에서 3000명 이상을 직접 고용하고 약 2800개 공급업체와 거래한다. 캔자스주에서는 방산용 항공기를 생산하고 텍사스주에서는 ‘글로벌 8000’ 날개 등을 제작한다. 판매 제한이 현실화하면 캐나다뿐 아니라 미국 내 일자리와 항공부품 공급망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봄바디어는 올해 2분기 매출 21억5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6% 성장했다. 수주 잔액은 218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시장에서의 영업 제한은 회사 실적과 기업가치에 직접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캐나다가 8일부터 미국산 제품 276억캐나다달러, 미화 약 200억달러 규모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가운데 나왔다. 적용 세율은 품목별로 15%, 25%, 50%이며 철강과 유제품, 가전, 농기계, 펄프·종이, 전자제품 등이 포함됐다. 미국이 지난달 22일 캐나다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에 맞선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캐나다달러 약세와 금융시장 개방 문제를 잇달아 제기하고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무역 흑자국과 교역을 중단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항공기 판매금지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려면 USMCA와 미국 행정법, 항공 안전 규정에 따른 법적 다툼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026-09-08 0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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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AI 국가전략, 이젠 실행이 답
[경제일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글과 그림, 영상과 프로그램을 만드는 단계를 넘어 현실 세계를 움직이는 ‘피지컬 AI’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로봇이 공장을 운영하고 무인 농기계가 작물을 관리하며 자율주행 장비가 물류를 담당하는 시대다. AI 경쟁의 무대가 컴퓨터 화면에서 제조·농업·물류·국방·돌봄 현장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피지컬 AI를 국가 전략기술로 정하고 관련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데이터와 기술, 산업 확산, 생태계 조성을 아우르는 피지컬 AI 전략을 내놓았다. 독자적인 월드모델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온디바이스 컴퓨팅 기술을 확보하고 제조·농업·국방·돌봄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월드모델 핵심기술 국산화를 위해 올해부터 2년간 340억원을 투입하고 국내 산학연 컨소시엄을 가동했다. 방향은 옳다. 생성형 AI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형 플랫폼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업과 반도체, 통신망, 로봇 기술, 높은 현장 자동화 수준을 갖추고 있다. 디지털 두뇌를 실제 기계와 산업현장에 연결하는 피지컬 AI에서는 충분히 승부를 걸 수 있다. 그 중심지로 새만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만금은 넓은 산업용지와 재생에너지 기반, 항만과 공항을 연계할 수 있는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정부도 새만금을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AI 데이터센터와 로봇산업을 결합한 혁신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향을 제시해 왔다. 새만금개발청은 정부 출범 1년 성과로 새만금 피지컬 AI 산업 육성을 내세웠다. 이제는 새만금을 국가 AI 특구로 명확히 지정하고 권한과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 여러 부처가 개별 사업을 나눠 추진하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경쟁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규제 특례와 연구개발, 데이터 구축, 실증, 사업화를 하나의 체계로 묶고 성과에 책임지는 전담 추진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새만금은 단순히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데이터센터만 들어서고 핵심 기술과 기업, 일자리가 수도권이나 해외에 남는다면 지역경제에 돌아오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농업 AI와 재생에너지 AI, 물류로봇과 자율주행 장비, 스마트 제조를 실제 현장에서 시험하고 사업화하는 ‘피지컬 AI 수도’로 만들어야 한다. 농업은 새만금의 강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분야다. 드론과 무인 농기계, 작황 예측, 병충해 탐지, 수자원 관리 기술을 대규모 농업 현장에 적용하면 농촌의 인력 부족과 생산성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다. 농업 AI 실증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장비, 운영 경험은 해외 스마트농업 시장으로 수출할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 AI도 중요한 축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기상 여건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진다. AI로 발전량과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에너지저장장치와 송전망을 통합 관리하면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줄일 수 있다. 새만금의 에너지 인프라를 AI 데이터센터와 연계한다면 친환경 전력을 사용하는 미래형 산업단지 모델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와 로봇 공장은 발표만으로 세워지지 않는다. 막대한 전력과 용수, 초고속 통신망이 필요하다. 정부는 대형 AI 데이터센터의 입지에 맞춰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다양한 전원을 조화롭게 활용하고 전력망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관건은 계획의 속도와 주민 수용성이다. 송전망 건설과 용수 확보가 늦어지면 기업의 투자 일정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전력 공급 원칙도 현실적으로 세워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요하지만 날씨에 좌우되는 전원만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을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어렵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저장장치와 수요관리 기술을 결합해 비용과 안정성, 탄소 감축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이념 논쟁이 AI 산업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AI 인재 전략도 숫자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AI 인재 100만 시대’는 연구자 100만명을 양성한다는 뜻일 수 없다. 세계적 수준의 모델을 개발하는 고급 연구자와 산업 현장에서 AI를 적용하는 엔지니어, AI 도구를 활용하는 일반 노동자를 구분해 교육해야 한다. 정부도 피지컬 AI를 활용할 실무인재부터 핵심 모델을 개발할 고급인재까지 전방위 양성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정원 몇 명을 늘리고 단기 교육과정을 개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만금과 전북 지역의 대학, 연구기관, 기업이 공동으로 교육과 실증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학생이 지역에서 배우고 현장 프로젝트에 참여한 뒤 지역 기업에 취업하거나 창업하는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수도권 인재를 잠시 내려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에 지속 가능한 연구·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국가 AI 예산도 대폭 확대하되 나눠주기식 지원은 피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 AI 프로젝트와 GPU 인프라 확보, 데이터 플랫폼, 피지컬 AI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GPU 확보·운용 사업만도 2조원대 규모로 제시됐다. 예산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비슷한 AI 센터와 교육사업을 경쟁적으로 만드는 방식은 효과가 낮다. 핵심 모델과 컴퓨팅 인프라, 현장 데이터, 실증단지를 중심으로 국가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민간기업이 정부 지원이 끝난 뒤에도 투자와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지 사업 초기부터 검증해야 한다. 성과 평가도 달라져야 한다. 데이터센터 유치 건수나 교육 수료자 수, 양해각서 체결 숫자를 성과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 국산 기술의 현장 적용률과 생산성 향상, 민간 투자액, 새로 생긴 양질의 일자리, 해외 수출 실적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사업은 과감히 중단하고 가능성이 확인된 분야에 예산을 다시 집중해야 한다. 피지컬 AI는 사람과 기계가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기술이다. 기술 경쟁력 못지않게 안전과 책임 기준이 중요하다. 로봇이나 자율 장비의 판단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개발사와 제조사, 운영자 가운데 누가 책임지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도 실데이터와 합성데이터의 품질 관리, 통신·보안과 안전·신뢰 기술을 함께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AI 강국은 정부가 선언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업이 투자하고 인재가 모이며 기술이 현장에서 성과를 낼 때 비로소 완성된다. 새만금을 특구로 지정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규제와 인프라, 데이터와 인재,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한곳에서 연결해야 한다. <한비자>에는 “세상의 일이 달라지면 대비책도 달라져야 한다”는 뜻의 ‘세이즉사이(世異則事異)’가 나온다. 생성형 AI 시대의 전략을 피지컬 AI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이제 국가는 기술을 지원하는 보조자를 넘어 산업과 에너지, 지역과 인재 정책을 함께 설계하는 운영자가 돼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1년 동안 AI를 국가 성장전략의 중심에 놓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비전이나 구호가 아니다. 새만금 국가 AI 특구 지정과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 데이터센터와 로봇기업 유치, 농업·에너지 AI 실증, 인재 양성, 예산 집중을 구체적인 일정표로 제시해야 한다. AI 경쟁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선언이 길어질수록 기술과 기업, 인재는 다른 나라로 이동한다. 새만금을 피지컬 AI 수도로 만들고 그 성과를 전국의 제조업과 농업, 물류와 돌봄으로 확산해야 한다. 한국 AI 국가전략의 성패는 계획의 크기가 아니라 실행의 속도와 결과로 판가름 날 것이다.
2026-08-05 10: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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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AI 시대의 마지막 현장인가
[경제일보] 농촌은 오래전부터 늙고 있었다. 도시가 그것을 외면했을 뿐이다. 농번기마다 일손이 없다고 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부족하다고 했다. 인건비가 올랐다고 했다. 비가 오면 사람이 없고 해가 뜨면 사람이 더 없다고 했다. 우리는 그것을 해마다 반복되는 농촌의 어려움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말로 넘길 수 없는 지점에 와 있다. 농촌 고령화는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식량의 문제이고 지역의 문제이며 국가 산업의 문제다. 농민이 사라지면 농업도 사라진다. 농업이 흔들리면 식탁과 물가, 지역경제와 식량 안보가 함께 흔들린다. 쌀과 과일, 채소와 축산물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누군가는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병충해를 막고 수확해야 한다. 그 일을 할 사람이 빠르게 줄고 있다. 정부와 민간이 농업용 로봇·드론 협의체를 출범시킨 것은 그런 점에서 늦었지만 필요한 일이다. 자율주행 농기계, 농업용 로봇, 농작업 드론, 지능형 의사결정 기술을 함께 개발하겠다는 방향은 농업의 현실을 정면으로 보는 출발점이다. 이제 농업은 사람의 허리와 손끝에만 기대서는 버틸 수 없다. 사람을 기다릴 시간이 농촌에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단순히 로봇 몇 대, 드론 몇 대를 보급하는 일로 봐서는 안 된다. 농촌의 진짜 질문은 더 크다. 농업에 인공지능과 피지컬 AI를 결합해 차세대 농업 시대를 열 수 있는가. 농업을 고령화에 밀려나는 사양 산업이 아니라 데이터와 로봇, 센서와 자동화가 결합된 미래 산업으로 다시 세울 수 있는가. 핵심은 여기에 있다. AI는 지금까지 주로 화면 속에서 이야기됐다. 질문에 답하고 문서를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코드를 짜는 기술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농업이 요구하는 AI는 다르다. 흙을 읽어야 하고 날씨를 견뎌야 하며 작물의 상태를 판단해야 한다. 물과 비료, 방제 시점까지 결정해야 한다. 드론은 하늘에서 농지를 살피고 로봇은 땅 위에서 움직이며 AI는 그 데이터를 분석해 다음 작업을 지시해야 한다. 이것이 피지컬 AI다. 화면 안의 지능이 현실의 땅과 기계, 작물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농업은 피지컬 AI가 가장 절실한 현장이다. 공장 자동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됐다. 물류센터에도 로봇이 들어갔다. 항만과 창고도 자동화되고 있다. 그러나 논밭은 여전히 사람의 노동에 크게 기대고 있다. 잡초를 뽑고 농약을 치고 과일을 따고 박스를 나르는 일은 여전히 고된 노동이다. 고령 농민에게 하루하루는 체력과의 싸움이다. 이런 현실을 그대로 두고 농업의 미래를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 드론은 방제와 파종, 생육 관찰을 바꿀 수 있다. 자율주행 농기계는 반복 작업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수확 로봇과 운반 로봇은 고령 농민의 가장 무거운 노동을 덜어줄 수 있다. AI는 토양과 기상, 병해충 데이터를 분석해 언제 물을 주고 언제 약을 치고 언제 수확할지를 판단할 수 있다. 농업이 경험과 감에만 의존하던 시대에서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함께 판단하는 시대로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변화가 성공하면 농업의 성격도 달라진다. 농업은 더 이상 노동집약 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데이터 산업이 되고 로봇 산업이 되며 정밀기계 산업이 된다. 지역 기반 AI 서비스 산업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농민은 단순 노동자가 아니라 데이터와 장비를 다루는 현장 운영자가 된다. 청년 세대에게도 농업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다. 물론 현실의 벽도 높다. 농업 현장은 실험실과 다르다. 논은 평평하지 않고 밭은 제각각이며 날씨는 통제되지 않는다. 도시의 시연장에서 잘 움직인 로봇이 농촌의 진흙과 경사, 습도와 먼지 속에서도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농업용 AI는 발표장에서 똑똑한 것보다 현장에서 고장 나지 않는 것이 먼저다. 가격 역시 넘어야 할 과제다. 농가의 상당수는 규모가 작다. 고가의 로봇과 자율주행 농기계를 농민 개인이 모두 구입하기는 어렵다. 기술이 좋아도 감당할 수 없으면 혁신이 아니라 전시품에 불과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장비 보조금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공동 이용센터와 임대형 로봇 서비스, 지역 정비 인력 양성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AI 농업은 장비 판매 사업이 아니라 현장 운영 인프라 사업에 가깝다. 데이터의 주인도 분명해야 한다. 농업 AI가 작동하려면 토양과 기상, 병해충, 생육, 수확량, 농기계 운행 데이터가 축적돼야 한다. 그 데이터는 누가 모으고 누가 활용하며 누가 이익을 얻는가. 농민의 작업 기록과 생산 정보가 기업 서버에만 쌓이고 농민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면 또 다른 종속이 생길 수 있다. AI 농업은 농민을 단순한 데이터 제공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더 나은 판단과 더 높은 소득으로 이어져야 한다. 농업의 AI 전환은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적 기회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농업용 로봇과 드론은 단순한 농기계 시장이 아니다. 센서와 배터리, 통신과 자율주행, 정밀제어와 클라우드, AI 모델과 정비 서비스가 결합된 종합 산업이다. 한국이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을 농업 현장과 제대로 연결한다면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 고령화와 농업 인력난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과 유럽, 중국과 동남아 역시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한국 농촌에서 검증된 AI 농업 모델은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농촌을 기술의 실험장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농민은 신기술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실패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심한다. 한 해 농사를 망치면 다시 기회를 얻기 어렵다. 로봇이 멈추고 드론이 사고를 내고 AI 판단이 빗나가면 피해는 농민이 떠안게 된다. 그래서 AI 농업에는 성능 검증과 보험, 사고 책임, 사후관리, 교육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기술이 농민을 설득하려면 먼저 농민의 위험을 줄여줘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협의체를 만들고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표준을 만들고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을 열어야 한다. 작은 농가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보급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논문보다 현장 성과로 평가받아야 하고, 기업은 시연 영상보다 농민의 노동을 얼마나 줄였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AI 농업의 성패는 행사장의 박수가 아니라 논밭의 변화로 판단해야 한다. 농촌 고령화는 더 이상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식량 안보와 지역경제, 국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다. 그런 점에서 농업용 로봇·드론 협의체 출범은 단순한 기술 개발 사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중요한 것은 협의체의 이름이 아니다. 실제 농민의 노동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는지, 소규모 농가도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는지, 고장이 나면 즉시 지원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출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기술은 결국 현장에서 증명돼야 한다. AI와 로봇은 농민을 대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더 오래, 더 안전하게, 더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농업의 미래 역시 사람을 지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 있다. 농촌은 피지컬 AI가 가장 먼저 가치를 입증해야 할 현장이다. 흙 위에서 검증되지 못한 기술은 산업이 될 수 없다. 농업의 미래는 흙을 떠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흙 위에 지능을 더하는 데 있다.
2026-06-23 13: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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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온시스템, 오프로드 모빌리티 신사업 모색…충남대와 산학연 협력
[경제일보] 한온시스템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오프로드 모빌리티 시장 공략에 나섰다. 대학·연구기관과 협력해 자율운용 전동화 플랫폼 관련 기술 수요를 분석하고 신규 사업 진출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전략이다. 22일 한온시스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19일 충남대학교 본관에서 충남대학교,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과 ‘오프로드 모빌리티 산학연 혁신 연구원’ 설립 및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강성호 한온시스템 글로벌혁신센터(GIC) 센터장(전무)을 비롯해 각 기관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여 기관들은 연구개발 협력과 연구 인프라 공유, 전문 인력 양성 및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협력은 대학과 연구기관이 보유한 연구 역량, 기업의 산업 현장 경험을 결합해 미래 모빌리티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한온시스템은 연구원의 주요 기업 파트너로 참여해 오프로드 모빌리티 분야 연구개발 활동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회사는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농업기계와 건설장비, 국방 장비, 선박, 우주 분야 등에 적용되는 자율운용 전동화 플랫폼의 열관리 기술 수요를 분석하고 관련 기술 확보 가능성을 검토한다. 강성호 한온시스템 전무는 “이번 협력은 한온시스템의 열관리 기술을 승용차를 넘어 농기계, 건설기계, 국방, 해양 우주 등 다양한 오프로드 모빌리티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연구개발 중심의 협력으로 신기술 기회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미래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2026-06-22 14:5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