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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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대, 선명성보다 절제가 필요한 이유
[경제일보] 전당대회는 목소리가 커지는 자리다. 후보는 차이를 보여야 하고, 당원은 더 선명한 주장을 원한다. 평소라면 한 걸음 물러설 정치인도 경선장에서는 두 걸음 앞으로 나간다. 문제는 그 두 걸음 앞에 헌법기관이 서 있을 때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막판으로 가면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과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주장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민석 당대표 후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잘못된 기소라면 공소취소가 원칙이라는 취지로 말했고, 전대 과정에서는 조 대법원장 탄핵 주장도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12일 이를 두고 “선을 넘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야당의 표현에는 정치적 과장이 섞여 있다. 공소취소 주장을 했다고 곧바로 대통령 탄핵사유가 된다고 단정하거나, 대법원장 탄핵 논의를 곧장 헌정질서 파괴와 동일시하는 것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탄핵은 헌법이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헌법 제65조는 법관이 직무집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때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도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 제도 자체를 입에 올리는 것까지 금기시할 이유는 없다. 다만 할 수 있는 것과 해도 되는 방식은 다른 문제다. 대법원장도 비판받아야 한다. 사법부 독립이 사법부 무오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판결이 사회적 상식과 동떨어졌다면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비판할 수 있고, 사법제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국회가 법을 고쳐야 한다. 명백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다면 탄핵 절차도 밟을 수 있다. 하지만 탄핵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보다 훨씬 무거운 근거가 필요하다. 헌법은 법관에게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할 것을 요구한다. 역으로 정치도 그 독립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 판결 결과에 대한 불만이나 당내 정치적 필요가 탄핵의 동력처럼 비쳐지는 순간, 사법개혁은 제도개혁이 아니라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집권당의 말은 야당의 말과 무게가 다르다. 야당 정치인이 집회 연단에서 던진 구호는 대개 정치적 주장으로 끝난다. 국회 다수 의석과 행정부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집권당의 대표 후보가 한 말은 다르다. 당선되는 순간 법안이 되고, 당론이 되고, 정부 정책을 압박하는 힘이 될 수 있다. 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이 12일 마지막 TV토론회에서 검찰·사법개혁 성과, 총선 승리, 당정 화합 등을 각각 강조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전대가 단순한 당내 행사가 아니라 향후 국정 운영과 직결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공소취소 문제는 더 조심스럽다. 법에 존재하는 제도라고 해서 특정 사건에 적용하는 것이 자동으로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그 사건의 당사자가 현직 대통령이라면 기준은 오히려 더 엄격해야 한다. 정치권이 먼저 “조작 기소”라고 결론을 내리고 공소취소를 요구하면, 수사와 재판의 옳고 그름을 법정이 아니라 정당이 판정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억울한 기소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정치적 수사나 표적 기소도 민주주의가 경계해야 할 폐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절차가 중요하다. 누가 대통령이든, 어느 당이 집권하든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우리 편이어서 취소하고 상대편이면 끝까지 재판한다’는 의심을 받는 순간 법치의 권위는 무너진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말할 자격이 있다. 실제로 12일 마지막 전대 TV토론에서도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법,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제 등 지난 사법·검찰개혁 조치가 주요 성과로 거론됐다. 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제도를 고치는 것과 사람을 겨냥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사법제도를 바꾸겠다면 왜 바꿔야 하는지 법과 원칙으로 설명해야 한다. 특정 판결과 특정 재판을 먼저 놓고 제도를 그에 맞춰 움직이면 개혁의 정당성마저 훼손된다. 경선의 속성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당원 투표가 중요한 선거일수록 후보들은 핵심 지지층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게 된다. 이번 민주당 전대에서도 후보 간 네거티브와 과거사 공방이 이어지면서 민생과 정책 비전이 뒤로 밀렸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집권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라면 당원의 박수 못지않게 그 말을 듣고 있는 국민을 의식해야 한다. 정치는 선명해야 할 때가 있다. 잘못된 권력과 싸울 때 어정쩡한 태도는 비겁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진짜 용기는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내는 데 있지 않다. 자기편이 원하는 것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긋는 데 있다. ‘서경’ 홍범편에는 ‘무편무당 왕도탕탕(無偏無黨 王道蕩蕩)’이라는 구절이 있다. 치우침도 없고 사사로운 편당도 없어야 바른 정치의 길이 넓어진다는 뜻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법과 제도를 자기편의 필요에 맞춰 다루기 시작하면 정치는 좁아지고 국가는 흔들린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사법개혁을 멈추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개혁의 원칙을 더 분명히 세우는 일이다. 법관의 책임을 묻되 판결에 대한 보복처럼 보여서는 안 되고, 잘못된 기소를 바로잡되 대통령 개인을 위한 제도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 사법부 독립을 존중하면서도 민주적 통제와 책임성을 높일 길을 찾아야 한다. 대법원장 탄핵은 당원들의 박수를 받기 위한 구호로 소비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헌법적 수단이다. 대통령 관련 공소취소 역시 경선장에서 충성심을 겨루듯 다룰 사안이 아니다. 집권당의 말은 실제 권력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절제돼야 한다. 전당대회는 17일 끝난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던진 말의 파장은 그 뒤에도 남는다. 민주당 후보들이 기억해야 할 것도 그것이다. 경선에서는 표를 얻기 위해 말할 수 있다. 집권당은 그 말이 국가의 제도가 될 때까지 책임져야 한다.
2026-08-13 09: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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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보완수사권부터 없애고 보자는 식이어선 안 된다
[경제일보] 더불어민주당이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이달 말 국회 본회의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일부 범죄에는 전건 송치 제도를 적용하는 보완책도 제시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검찰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검찰 권한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수사·기소의 집중을 해소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이견이 크지 않다. 그러나 제도 개혁은 구호만 옳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제도가 실제 범죄 피해자를 더 잘 보호할 수 있는지, 부실 수사를 누가 바로잡을지, 수사기관 사이의 책임 공백은 어떻게 막을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그동안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해 왔다. 검찰이 경찰의 1차 수사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할 경우 피해자를 보호할 대안이 있는지 물었고 억울한 피해자 한 명이라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사기관에 대한 견제와 교차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최근에는 정 장관의 사의 논란까지 불거졌다. 청와대는 공식적인 사의 표명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정 장관이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여러 차례 무력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무 장관조차 제도 설계에 충분한 숙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느낀다면 여당은 이를 정치적 반발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보완수사는 경찰 수사가 미흡하거나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을 때 검사가 추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다. 검찰이 이를 수사권 확대의 통로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 그렇다고 권한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능 자체를 없애는 것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보완수사의 범위와 기간을 제한하고 직접 수사가 가능한 요건을 법률로 엄격히 정하며 모든 과정을 기록·공개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특히 성범죄와 아동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대형 경제범죄처럼 피해자의 진술과 복잡한 증거 분석이 중요한 사건은 한 차례의 부실 수사가 회복하기 어려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권한만 갖고 직접 확인하지 못한다면 사건이 경찰과 검찰 사이를 오가며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피해자에게는 수사기관 간 권한 다툼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진상 규명이 중요하다. 여당이 제시한 ‘7대 범죄 전건 송치’도 충분한 해답인지 의문이다. 적용 범죄의 기준이 무엇인지, 송치된 사건을 검찰이 어느 범위까지 검토할 수 있는지, 경찰의 수사가 미흡할 경우 누가 최종 책임을 지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일부 범죄만 예외로 두는 방식은 오히려 형사사법 체계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검찰개혁의 목표는 검찰이라는 기관의 권한을 줄이는 데만 있지 않다. 수사기관이 서로 견제하면서도 범죄에 제대로 대응하고 국민이 더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받도록 만드는 것이 본질이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한 뒤 문제가 생기면 다시 제도를 고치겠다는 접근은 무책임하다. 형사사법 제도의 시행착오 비용은 정치권이 아니라 범죄 피해자와 국민이 부담한다. 국회는 법안 처리를 서두르기 전에 경찰과 검찰, 법원, 변호사단체, 피해자 지원단체와 일선 수사관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들어야 한다. 보완수사권을 폐지했을 때 예상되는 사건 지연과 부실 수사, 책임 소재를 구체적인 사례와 통계로 검증해야 한다. 중대 범죄에 대한 교차 검증 장치와 이의신청 절차, 피해자 구제 수단도 법률에 함께 담아야 한다. 검찰에 기존 권한을 그대로 두자는 것이 아니다.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면 그 범위를 최소화하고 외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검사의 자의적인 사건 확대와 별건 수사를 차단하고 보완수사 개시 사유와 결과를 기록하게 해야 한다. 반대로 경찰 수사가 부실했을 때 이를 바로잡을 책임 주체도 분명히 해야 한다. 개혁은 빠르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잘못 설계된 제도를 밀어붙였다가 되돌리는 과정에서 국민의 권리와 안전이 훼손될 수도 있다. 이는 개혁이 아니라 또 다른 혼란이다. 여당은 ‘검찰개혁 완수’라는 정치적 시간표보다 피해자 보호와 형사사법 체계의 안정성을 앞에 놓아야 한다. 주무 장관도 납득하지 못하고 일선에서 수사 공백을 우려하는 제도를 충분한 검증 없이 강행해서는 안 된다. 보완수사권을 없애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부실 수사를 막고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할 장치를 만드는 일이다. 없애고 나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무엇으로 대신할 것인지부터 국민에게 답해야 한다.
2026-07-27 10:36:15